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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타트 外

이미영 | 240호 (2018년 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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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브라이언 체스키와 트래비스 캘러닉. 한 명은 이제 갓 사업을 구상한 초짜 스타트업 창업가였고, 한 명은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실패 후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당시 이들은 180만 명 인파에 섞인 ‘무명의 2인’에 불과했다. 그랬던 이들이 불과 8년 만에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로 우뚝 섰다.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해 호텔업, 택시업 등 전통 산업들을 단 기간에 집어삼키고 있다.

각각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창업자가 된 이들의 성공을 누군가는 ‘운’이었을 뿐이라고 폄하한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 볼 일은 아니다. 체스키와 캘러닉은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행해 성공한 ‘업스타트’다.

체스키가 세운 에어비앤비의 핵심 성공 요인은 ‘끈질김’이었다. 사실 에어비앤비는 사업 초창기, 누구도 자신의 집 소파에 생판 모르는 남을 재워주는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하는 내로라하는 유명한 투자자들도 체스키의 사업 구상에 반신반의했고, 끝내 외면했다. 하지만 체스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경영난을 이겨내기 위해 대통령 선거기간 오바마 얼굴을 붙인 ‘오바마 오(Obama O)’라는 우스꽝스러운 시리얼까지 만들어 판매했다. 체스키는 그 돈으로 빚을 갚으며 근근이 버텼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투자자는 결국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이들에게 생명력이 강한 ‘바퀴벌레’란 별명도 붙여줬다.

우버를 세운 캘러닉은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회사를 끌고 나갔다. 최초로 사업 아이디어를 낸 우버의 공동 창업자 개릿 캠프는 차를 매입해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일종의 호출 택시 서비스를 구상했다. 하지만 캘러닉이 강력히 주장해 운전사와 탑승객을 중개하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했다. 서비스가 시작되자 택시업자들은 당장 들고 일어섰다. 규제당국도 우버를 택시로 간주해 영업을 금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각종 규제 압박을 물리치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우버 서비스가 택시 서비스와 관련한 승객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굳건히 믿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지지에 힘입은 우버는 결국 미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사업 허가를 얻어냈다.

이들의 열정과 실행력이 없었다면 무서운 속도로 사세를 확장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체스키와 캘러닉은 각 나라의 규제와의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슷한 사업모델로 이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경쟁자도 상대해야 했다. 때론 의연히, 때론 잔인하게 그들을 따돌렸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두 회사는 여전히 각 국가의 규제와 싸우고 있다. 우버의 경우, 한국에서는 택시사업자들의 항의에 부딪혀 사업을 철수했고, 중국 현지 법인은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didi chuxing)에 인수됐다. 회사 직원의 성추행 파문, 우버 운전사와의 설전 같은 캘러닉의 돌발 행동으로 미국 내 일부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도 각 국가에서 세금 문제와 주택 임대업자들과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해법을 찾고 있다. 전무후무했던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숙기 초입에 들어선 이들이 어떻게 다음 난관을 헤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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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주기설’에 따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글로벌 투자운용회사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전략가이자 신흥시장 총괄대표인 저자는 지난 25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를 판별하는 10가지 규칙을 발견한다. 저자는 9번째 규칙인 ‘부채’ 항목 등을 근거로 다음 경제 위기는 부채증가율이 경제 성장률보다 빠른 중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10가지 규칙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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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연구자인 저자는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닛산의 부정 검사 등 최근 일본 기업들에서 발생한 스캔들의 원인이 『논어』식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논어』의 덕치를 반박하기 위해 『한비자』의 법치가 등장한 것처럼, 인간관계에 의존해 부작용을 일으킨 조직문화를 『한비자』식 사고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논어』의 ‘덕치’에 근거한 리더십이 인간관계를 과신해 시스템을 관대하게 만드는 병폐를 나았다면 『한비자』의 ‘법치’를 통해 배신이 불가능한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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