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살기’ 화두… 대충 살기와 달라, 뭘 사느냐보다 ‘어디에 있느냐’에 무게

238호 (2017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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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혜


Article at a Glance

소셜미디어에 익숙해진 마케터들은 이제 소셜미디어 분석을 할 때 ‘사람’을 이야기한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지 소비자란 핵심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추출한 내년의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욜로(YOLO)가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됐다. ‘워라밸(work-life-balance)’이 화두가 되면서 ‘적당히 살기’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 살기’는 ‘대충 살기’와 다르다. 이를 잘 구별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은 ‘내가 사는 것(buying)’이 아닌 ‘내가 있는 곳(place)’이 나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보다 현재의 행복이 보장된 일에 더 투자하려 하면서 ‘장소’ 개념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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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직접 작성한 글들을 텍스트마이닝 기술로 분석해 그 통계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만드는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그 사이 소셜미디어 생태계는 커뮤니티,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거쳐 사진 한 장에 해시태그로 상황을 설명하는 인스타그램으로 변화해왔다.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의뢰해오는 클라이언트들이 소셜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변화하고 있다. 10년 전의 클라이언트들은 ‘OO폰이 새로 출시됐는데 아이폰보다 언급량이 많은가요?’ ‘긍정률이 몇 퍼센트인가요?’ ‘어떤 면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고, 어떤 부분이 부정적 반응으로 언급되고 있나요?’라는 식으로 ‘제품’을 주인공으로 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소셜미디어 분석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감을 잡은 똑똑한 클라이언트들은 ‘사람’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가전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찍는다’라는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들을 위해 어떤 콘셉트의 가전을 만들면 될까요?’ 혹은 ‘시니어를 위한 음료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건강을 강조한 새로운 성분의 음료를 좋아할까요?’와 같은 질문으로 궁금한 대상이 ‘제품’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대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자유롭게 남기고 있다. 설문조사지처럼 ‘A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가장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①저렴한 가격 ②다양한 상품 종류 ③디자인 ④품질 중에서 고르세요’의 형식으로 설문지의 설계자가 미리 짜놓은 각본 중 하나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내 기분, 내 상황을 글로 남기다가 브랜드를 언급하기도 하고 제품의 활용 상황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는 순수하고도 살아 있는 데이터로서 소셜미디어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2017년 11월의 소셜미디어에서는 하루 평균 1280만 건의 자발적인 글들이 생성되고 있다. 지금부터 이 글들 속에서 지금의 우리, 그리고 2018년의 우리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욜로 열풍, 새로운 트렌드가 아닌 우리의 자화상

2017년에 가장 핫 한 트렌드는 무엇이었을까? 굳이 소셜미디어상의 언급건수를 통계로 확인해보지 않더라도 정답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다.

이다지도 뜨거운 욜로 열풍은 2018년에도 이어질 트렌드일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표현하는 단어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욜로의 기조는 2018년을 지나도 지속될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다. 실은 이미 우리 인간의 군상 속에 욜로족은 존재해 왔다. 갑자기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집단이 발생한 게 아니라 수십 년간 존재해 온 누군가의 모습이 확산된 것이라 보는 게 맞다. 개미와 베짱이가 주인공인 이솝우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고, 안분지족과 유유자적의 삶을 살아가라는 사자성어도 존재해왔다.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balance)’을 맞춰가며 살아가라는 선조들의 조언을 따르는 이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존재했다.

2011년 세계적인 래퍼, 드레이크(Drake)의 노래 가사에서 최초로 사용되고,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 영상에서 언급해 확산되기 시작한 ‘욜로’란 단어가 2017년 대한민국에서 뒤늦게 화제의 키워드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욜로가 의미하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표면적인 단어적 의미만 읽고 ‘요즘 젊은이들은 내일이 없이 막 질러대는구먼!’ 하고 생각한다면 이 단어 속 ‘숨은그림찾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조금 더 떨어져서 왜 사람들이 욜로를 외치고 있는지, 그 숨은 의도를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 한 키워드는 ‘흙수저’였다. ‘수저계급론’의 아래쪽에서 금수저와 대비되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쓰이는 흙수저는 ‘쉽게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우울한 정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욜로와 상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욜로는 현재를 즐겁게 살겠다는 긍정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이자 시발점이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한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발언에 젊은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절반쯤은 농담으로 ‘나 흙수저잖아’라고 자조하던 젊은이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기 때문이다. 흙수저도 노력하면 ‘유리천장’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위에 보이지도 않는 ‘콘크리트 천장’아래에서 아등바등 하고있는 처지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콘크리트 천장 아래에서 주저앉아 절망에 빠져 인생을 포기하는 대신 눈앞을 막고 있는 콘크리트를 ‘예쁘게 꾸미는 것’을 선택했다. ‘욜로’ 정신이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욜로 정신의 핵심은 ‘대충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것과 가깝다.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적당히 타협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것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사고 싶은 것을 아껴서 저축하며 노력하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국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 없이는 집을 갖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삶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충 살기’가 아닌 ‘적당히 살기’다. ‘적당히’와 ‘대충’은 다른 의미다. 현재의 나의 즐거움을 끌어다가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투자하는 방법 대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는 삶을 선택한다. 미래에 저당 잡히지 않는 대신 자유와 여유를 보상받는 선물 같은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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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관계 맺기’에서 ‘경험 찍기’로

이렇게 적당히 행복한 삶을 꿈꾸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복을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최근 5년간 소셜미디어에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텍스트를 들여다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누군가와 만나서 함께하는 시간, 무엇인가를 만들고 소유하는 뿌듯함에서 오는 행복은 줄어들고 무엇인가를 먹는 것, 어딘가에 가는 것, 잠을 자고 쉬는 것, 무엇인가를 소소하게 사는 행위, 사진을 찍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즉, 사람들은 행복함을 타인과의 관계나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한 경험에서 찾고 있다. ‘욜로’라는 키워드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대중 속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들은 이미 그곳을 향해 더 강하게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매년 OECD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 가계부채율, 자살률, 노동시간 등의 수치 변화만 보더라도 우리는 더 바빠지고, 더 가난해지고,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년 주머니가 점점 더 가벼워지고, 소비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가성비를 찾아다니고 있으며, 그 가성비의 모습은 ‘시발비용’ ‘탕진잼’ 등 다양한 키워드를 달고 더 강한 감성을 담아 탄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반면교사로 삼을 성공담, 실패담을 간접 경험으로 체득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더욱 영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어린이들은 새롭게 출시되는 과자는 사지 않는다고 한다. 어른들에게 적은 용돈을 받아 자신을 즐겁게 해줄 단 하나의 과자를 맛보기 위해 실패를 줄이려고 한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만 사고 새로운 과자를 위한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롭게 출시되는 과자들의 성공 확률은 과거보다 더 낮다. 2014년의 허니버터칩 대란 이후 새롭고 핫 한 과자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과자와 아이스크림들이 여전히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실패할 여력’이 없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가성비 좋은 삶’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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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가성비가 검증된 그곳, 그곳의 한 컷이 나를 말해준다

욜로의 근간에는 가성비가 존재한다. 투자수익률(ROI)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험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싶지 않아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보다 현재의 행복이 보장된 일에 더 투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소는 확실히 중요해졌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됐다. 내가 ‘사는 것(buying)’이 나를 말해주는 시대에서 내가 ‘있는 곳(place)’이 나를 말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컨대 100만 원으로 명품 가방을 샀다고 하자. 가방을 주제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몇 장이나 올릴 수 있을까?

장소라는 배경을 바꾸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가방을 주인공으로 해서 올릴 수 있는 사진은 딱 한 장이다. 같은 100만 원으로 전국 맛집 투어를 했다고 하자. 서울, 부산, 통영, 제주 찍고, 여수, 전주, 강릉, 속초, 양평을 거쳐 다시 서울을 들어오면 최소 10장이고 출발, 도착, 기다림, 드디어 한 입, 디저트,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 사진까지 포함하면 한 지역당 10장을 찍어 올려도 된다. 돈을 쓰는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100만 원으로 무엇을 할지가 정해진다. 여기서 돈을 쓰는 가치는 ‘찍어 올릴 만한 사진을 몇 장 생성시켰는가’로 환원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를 필요로 하고, 새로운 장소가 생겨났다고 하면 끊임없이 가고, 보고, 먹어본다.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올린 글이 매년 1.2배씩 증가한다. 맛집에 대한 열망은 유지되는 수준이지만 핫플레이스를 향한 열망은 가속도를 붙이며 증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도, 찍은 사진을 공유할 만한 사람이 없어도, 연남동이 핫 하다는 소식을 접하면 연남동을 기웃거리게 된다. 꼭 유행에 민감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 살든, 어떤 취향을 가지든 상관없이 누구나 들썩이게 만드는 어떤 ‘움직임’이다.

사진, 혹은 사진과 해시태그의 조합으로만 완성되는 인스타그램은 SNS 중에서 가장 만들어내기 쉬운 콘텐츠다. 블로그처럼 빡빡한 텍스트와 사진이 필요하지도, 커뮤니티처럼 타인의 의견에 눈치 볼 이유도, 유튜브처럼 동영상을 가공할 기술이 없어도 되는,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 어플만으로 30초면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초간단 콘텐츠다. 스마트폰 화면 사이즈만큼 허락된 한 컷에 표현되는 인스타그램 사진은 나 자신을 가성비 좋게 디스플레이해줄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SPA 브랜드에서 셔츠, 치마, 재킷까지 풀 세트로 20만 원대에 맞춰 빼입은 오늘의 패션을 찍어 올리기에는 단 한 컷의 대가가 너무 비싸다. 큰마음 먹고 할부로 산 3000만 원이 넘는 수입차 핸들의 로고를 찍어 올리는 것도 단 한 컷의 대가로는 지나치다. 그런 의미에서 ‘공간’은 가장 가성비가 좋은 투자다. 매번 새로운 물건을 사서 인증하지 않아도, 그 공간을 사용하는 대가인 커피 한 잔, 혹은 파스타 한 접시의 가격만 치르면 나를 인증할 수 있는 기회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늘어난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좋은 장소를 ‘핫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나는 그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나만의 한 컷을 생성해내면 된다.

단지, 쉽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이 이다지도 핫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예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블로그나 커뮤니티처럼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미려하고 구구절절한 텍스트로 나라는 사람, 혹은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 한두 장의 사진과 몇 단어로 나를 표현해 내는 것에는 소위 ‘인스타감성’이라 불리는 감각이 필요하다. 인스타감성은 예쁜 디저트가 유명한 핫 한 카페에서는 테이블 위 음료와 디저트를 위에서 항공샷으로 찍는 것, 새로 산 팔찌를 강조하고 싶을 때는 팔찌를 찍는 것이 아니라 팔찌와 어울리는 수준과 분위기의 카페에서 팔찌를 대놓고 찍는 것이 아닌 커피 뒤로 팔찌를 아웃포커스해 슬쩍 보여주는 것 등의 상징적인 연출 구도를 의미한다.

또한 인스타그램에는 보이지 않는 룰이 있으니, 바로 동일한 ‘맥락’의 사진은 올리지 않는 것이다. 똑같은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회사 앞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에는 초록색의 스타벅스 로고가 있는 종이컵이 주인공이 된 수많은 사진들이 나열돼 있을 것이다. 얼핏 모두 같아 보이지만 클릭해서 들여다보면 사진의 레이아웃과 해시태그의 조합에서 사진마다 담고 있는 맥락이 다름을 눈치챌 수 있다. 그 한 컷이 담은 맥락은 종이컵 뒤로 보이는 것이 낙엽이 떨어지는 창밖 풍경인지, 함께 주문한 케이크인지, 동행한 사람의 커피잔인지, 오늘 들고나온 가방인지 등 사진의 디스플레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스타벅스’ ‘#크리스마스신메뉴’ ‘#출근스타그램’ ‘#피곤한직장인’ ‘#잠깐의여유’ ‘#대리님이사준커피’ 등의 해시태그는 사진의 의도를 부가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정보가 된다.

따라서 타인의 공감을 얻어낼 맥락의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담은 핫플레이스에 ‘좋아요’ 아이콘을 누른다는 것은 단순히 사진을 찍어 올린 제작자의 감성에 공감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시대는 텍스트 위주의 책도 아니고, 여러 장의 사진도 아니고, 한 컷의 사진과 단어의 나열에서 맥락을 찾는 독해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사진 한 장이 담고 있는 감수성과 공간이 보여주는 맥락을 파악했다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할 정도의 감각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며, 그 정도 취향을 가진 사람이며, 그것을 ‘나의 취향’으로 치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보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핫플레이스에 갔더라도 타인과는 다른 레이아웃과 해시태그의 조합으로 한 컷의 미장센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기술은 오랜 시간과 경제적 투자로 축적된 개인의 철학과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이 된다.


 

여유 한 컷, 나도 여유 좀 즐길 줄 아는 사람이오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인스타감성을 담아 이 순간 나의 상황을 보여주는 한 컷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보자. 지금 어떤 공간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가? 지금 이 텍스트를 벗어난 프레임에 무엇이 보이는가? 노르스름한 조명 아래 푹신한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있는가? 컴퓨터 모니터에 편집 중인 문서나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가 보이는가?

2018년의 트렌드 속에 내가 존재하는지는 그 한 컷의 사진으로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다. 저널을 읽어보는 여유로움이 강조된 프레임인지, 저널을 읽으며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공부하는 모습을 강조된 프레임인지에 따라 나라는 사람의 성향을 판가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행복의 순간에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서 행복하다. 바야흐로 ‘찍는 시대’이다. 소셜미디어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명사는 ‘사진’이고 동사는 ‘찍다’다. 경험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고 싶어서 경험한다. ‘나는 이런 곳을 가보았고, 이런 시간을 보냈고, 이런 것도 먹어보았다’ ‘나는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마저도 찍는 시대이다. 해외여행을 떠나 본전을 뽑으려고 발 아프게 돌아다니며 풍경 사진을 남기기도 하지만 호텔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의 발을 인증한다. 황금 같은 시간을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유유자적 보낼 수 있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낼 수 있는 내 삶은 ‘스튜삣’이 아닌 ‘그뤠잇’이다.

이 시대의 여유의 상징은 무엇인가? ‘여유롭다’고 표현하고 있는 텍스트들을 살펴보면 예상대로 ‘여행’이라는 상황, ‘카페’라는 공간, ‘커피’라는 물질이 여유로운 미장센의 정수이다. 2009년도에 ‘여유롭다’의 연관 키워드로서 ‘책’ ‘휴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25위를 기록했던 ‘카페’는 가파르게 증가해 2007년 현재, 1위인 ‘여행’의 바로 뒤인 2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고로 파리 여행에서 에펠탑을 찍는 것보다 파리 여행 중 핫 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로운 파리지엥의 일원이 돼 그 순간을 즐기는 한 컷이야말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여유로움의 장면일 것이다.

“여행이라고 해서 관광지를 가거나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음악 들으며 걷고 카페 가서 커피 마시며 멍 때리고 책보고, 공원 가고, 서점 가고, 미술관 가고, 마트도 가고, 그냥 그 나라의 평범한 현지인처럼 일상 보내기… 이런 게 좋아.”

“블로그에서 ‘하루 동안 얼마나 다닌 거야’ 싶은 여행 포스팅 보면 내가 막 피곤해짐. 내년에 여행 가면 그냥 의무감이나 정해진 코스 지키기 같은 관광객이 아니라 거기 사람들처럼 보통의 식당 들어가고 골목을 걷다가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하는 그런 여행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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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놀이’ ‘호캉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여행 감성

2013년을 기점으로 소셜미디어에서는 ‘여행을 통한 여유’가 ‘마음의 여유’를 역전했고, 여전히 여유의 상징 키워드로 절대 1위 자리는 ‘여행’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여행을 갈망한다. 하지만 단순히 떠나고 싶어서, 혹은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여행패턴은 열흘 동안 유럽여행을 가더라도 5∼6개 나라를 돌기보다는 파리 여행, 런던 여행 등 한 도시만을 방문해 쭉 그곳에 머문다. 그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그 지역의 공간과 사람들이 전하는 감성이다. 물론 그 감성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내가 느끼고 싶은 그 감성을 그곳이 가지고 있어야 행선지로 선택될 수 있다. 즉, 내가 느끼고 싶은 감성에 최적화된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 요즘 여행의 트렌드다.

소소하지도, 반복되지도 않으면서, 일상을 전복시키는 것이 여행이다. 따라서 일상으로 꽉 차 있는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것이 시골의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이곳과는 다른 공간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여행을 떠나온 느낌까지 준다면 더욱더 만족스럽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 강제가 없는 곳, 어제와 다른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곳. 여행지가 내 일상의 도시보다 특별한 이유는 그 여행지가 전혀 도시 같지 않거나 반대로 월등히 도시다워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규율을 벗고 자율을, 의무를 벗고 자유를 얻게 된다는 점이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

일상의 반대가 여행이라면 일상 속 거주지인 집의 반대말은 호텔이다. 소소한 일상을 반전시킬 수 있는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져가듯 소소한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호텔이 뜨고 있다. 최근에는 낯선 타국의 호텔뿐 아니라 국내 호텔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 시그니엘호텔,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부산 힐튼과 같은 유명 호텔의 한국인 객실 점유율이 높아지고, 신라스테이, 카푸치노호텔과 같은 도심형 부티크 호텔들도 내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여행을 위한 준비시간, 공항까지 가는 시간, 항공요금과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을 모두 생략하고, 하룻밤 10만∼30만 원에 이국적인 감성을 살 수 있는 국내 호텔로 캐리어를 끌고 입장한다. 외국인과 낯선 풍경이 없어도 된다. 출퇴근과 설거지, 청소 걱정이 없는 ‘호텔’이기만 하면 충분하다.

 

주중(일상)은 주말(여유)을 위한 예열 시간

토요일까지 출근하던 주6일제 근무가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고 격주로 주말을 쉬는 ‘놀토’가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단 하루의 휴일인 ‘일요일’은 1주일이 100%라면 그중 14.3%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단 하루 주어진 온전한 휴일이니 늦잠을 자게 된다. 심지어 일요일 해가 떨어질 무렵엔 내일 꾸역꾸역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사무실과 회사 상사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하니 실제로 남은 건 10%도 되지 않는다. 주5일제 근무가 시행된 지 14년이 지난 2017년, 평범한 직장인의 1주일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다. 토요일, 일요일이라는 이틀간의 휴일이 주어졌고, 금요일에 칼퇴를 하거나 휴가를 낸다면 2박3일 일본 여행도 떠날 수 있다.

서울, 인천, 경기권 사람들의 경우 잠깐 나들이는 근교로 나가게 되지만 당일치기, 1박2일 등 일정이 길어지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거리와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심지어 당일치기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2박 이상이 되면 일본이 4위 여행지로 등장한다.

근거리에 있는 여행지는 평생 한 번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짬만 나면 여행 감성을 느끼기 위해 떠난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제주도로 아침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은 밥집과 카페 등의 스폿을 찾아다닌 다음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는 2박3일의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당일치기 여행을 홀연히 떠난다. 금요일 저녁 칼퇴를 하고 공항으로 바로 달려가면 밤늦은 시간 후쿠오카의 이자카야에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토요일 하루 종일과 일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시 계산해보면 1주일이 100%라면 주5일제로 인해 휴식 시간의 비중이 34%까지 늘어났다. 의미 있게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이 무궁무진해지고 다양한 노하우들도 공유되고 있다. 이렇게 주말의 여유가 소중해진 사람들에게 회사 생활에서 금요일 저녁의 회식이나 워크숍 같은 공식 일정은 죄악이며 ‘워라밸’의 수치를 깎아 먹는 주범이다. 주중 혹은 낮 시간에 회식을 하는 회사는 워라밸을 지켜주는 착한 회사다. 주중은 주말의 휴식을 위한 예열 시간이며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휴식이 아닌 휴식을 즐기기 위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행에만 이 이야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에도 적용된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쇼핑을 하러 편의점, 스타필드 등을 방문했다는 언급을 한 시점으로 통계를 살펴보면 집 앞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은 주중에 가고, 코스트코와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은 주말에 간다. 주중에는 가까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최소한의 생계에 필요한 것이나 급하게 필요한 것만 구매하며 주말에 쓸 돈과 대형 몰을 돌아다닐 에너지를 비축해뒀다가 주말에 스타필드, 코스트코, 이케아 같은 대형 쇼핑몰에 나간다. 이곳에서 생필품 소비는 물론 평상시에 사고 싶었던 것을 사거나 내 기분을 즐겁게 해줄 것들을 구경하고 맛난 것들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또한 직장을 다니거나 돈을 벌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인 것만 같은 대한민국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일의 개념과 비중이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회사의 요구에 맞춘 삶을 살고자 하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더욱 중시하며, 그것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한다. 일하고 배우는 행위는 감소하고, 현재의 삶을 즐기고 휴식을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점차 증가한다. 일이 중심이던 나의 인생은 워라밸을 지향하며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삶’과 취향과 여유를 즐기고 싶은 ‘개인의 삶’을 5대5로 맞추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 즉 일을 함으로써 버는 돈이 나의 여유를 지탱하는 것으로 비중이 반전되고 있다. 내 인생의 여유와 나만의 취향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개미로서의 업무시간과 개인으로서의 여유 시간을 잘 배분해가고 있다. 일개미로서의 삶이 내 여유 시간을 위협한다면 추가 배터리를 장착해 오버페이스를 하더라도 기필코 사수한다. 비록 일이 내게 스트레스를 주더라도 여유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힘이 되고,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으로 여유를 즐길 생각에 또다시 현실과 타협하며 희망을 꿈꾼다. 내 여유를 위협할 정도로 많은 업무량과 야근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객관적으로 ‘좋은 회사’를 때려 치우고서라도 적당히 덜 벌고 여유를 더 벌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도 한다.

“전 회사 다니면서 저 나름의 원칙이 점심시간 사수입니다!!! 오롯이 내 시간인데!!!! 점심시간 끼어서 일하거나 회식 겹치면 하루 종일 우중충해져요.”

“제가 바로 덕질 및 여행의 여유를 즐기려 회사 다니는 월급루팡입니다. 확실히 회사 다니면서 시간은 부족하지만 주말시간이나 통장의 여유는 생기니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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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욜로’, 2030만의 욜로가 아니다

지금까지 여유 지향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최근 ‘욜로!’를 외치며 해외 바닷가에서 액티비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광고 장면들이 눈에 띈다. 과연 욜로를 실현하는 것은 해외여행 가서 물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완성되는 것일까?

비즈니스 관점에서 기업들은 젊은 욜로족의 여유 있는 삶을 자극하면 될 것인가? 이 시대의 여유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시니어에게까지 퍼져 나가고 있는 해피 바이러스다. 입시를 준비하는 10대 청소년, 취업을 앞두고 있는 20대 대학생, 취업이라는 관문을 넘어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30대,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부부, 생업에서 물러나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시니어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 여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이가 아니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바라보는 ‘여유’의 의미는 달라진다.

결혼한 부부의 여유를 살펴보자. 기성세대들은 결혼과 육아는 희생이 따르는 일이니 힘듦을 감내하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3040의 엄마아빠들은 자신의 삶도 중요하다. 지금의 3040들은 부모님의 희생 덕분에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고, 해외 경험도 많은데다, 나름 나만의 여유와 취향을 존중받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고 이것을 포기할 수가 없다. 남편도 돈을 벌러 회사를 다니느라 힘들지만 전업주부로서 집안일을 하고 엄마로서 육아를 하며 살아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퇴근과 휴일이 있는 회사와 달리 밤낮도 없고, 주말도 없다. 두 사람 모두의 여유를 포기하고 살기엔 살아갈 날이 길다. 그래서 부부는 밸런스를 맞추는 일을 한다. 주말까지 육아를 함께한다면 둘 중 누구도 여유를 보낼 짬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토요일은 아내가 독박육아, 일요일은 남편이 독박육아를 맡는다.

1년에 한 번 가던 여행이나 몇 달에 한 번 있는 친한 친구들 모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부부는 모든 것을 함께하라’는 무언의 공식을 깨고, 각자의 여행을 가고 각자의 모임을 간다. 혼자서 힘듦을 감당한 시간만큼 여유시간은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재미도 성과도 없는 힘든 집안일들은 스마트해진 가전들 덕에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 처리할 수 있다. 다이슨 무선청소기, 로봇 물걸레청소기, 빨래건조기를 집안에 들여놓고 기계들에 일을 시켜둔 채 거실 소파에 앉아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집 근처 골목에 생긴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상징하는 사진 한 컷을 만들기도 한다.

시니어의 여유도 살펴보자. 살아오면서 얻은 수많은 깨달음과 일의 압박에서 벗어나 생긴 시간적 여유들로 그들은 이미 욜로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지금의 여유 지향 시대가 제공하는 환경에 함께 발맞춰 가려 조금은 느리지만 걸음마의 속도로 편승하고 있다. 시니어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의 텍스트를 분석해본 결과, 마음만큼은 더 건강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니어들이 표현하는 감성은 최근 3년 동안 지배적이던 ‘힘듦’ ‘쉬고 싶음’ ‘그리움’은 줄어들고, ‘행복함’ ‘아름다움’ ‘즐거움’의 표현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 그들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오면서 직접 몸으로 깨달은 진정한 욜로족이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주어진 삶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으며,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없어도 즐거움을 찾으려는 자기 긍정 파워를 가진 사람들이다. 특히나 힐링을 위한 음식으로 밥보다 커피를 이야기하는 문서 수가 더 많고, 자녀들과 스타벅스에 가본 경험들이 쌓이면서 카페 출입에 대한 허들도 사라지고 있다. 시니어들끼리 스타벅스에 모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믹스커피를 대체할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증가하는 등 젊은 욜로족들과의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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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지향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모두가 여유 지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여유를 위해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래를 포기하거나 계획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의 여유와 취향을 인증하기 위해 핫플레이스를 찾아가고 나에게 줄 제품들을 지르고 있지만 가성비를 따진다.

공식이 있어 보이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딱 떨어지는 공식은 보고서 몇 줄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비즈니스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하지 않다. 나이나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컷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맥락을 해석해야 하고, 무조건 싸다고 가성비가 좋다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1만5000원짜리 호텔 커피를 마시면서 가성비가 좋다고 하는 시대다. 호텔에서 마시는 커피가 제공하는 좋은 뷰, 고급스러운 분위기, 대접받는 기분, 남들이 잘 못 하는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응축돼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한다. 글의 시작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의 제품과 브랜드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그 흐름을 보고 우리의 제품과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포인트를 잡아야 성공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DBR mini box

‘2018년 직접 발로 뛰어 트렌드를 관찰할 공간 7선’

선정 기준: 소셜미디어상에서 언급이 늘어난 장소 중 긴 휴가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짬을 내서 찾아 갈 수 있는 장소

관전 포인트: 다양한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여유 즐기고 있는지 그 일원의 돼 한 컷을 찍어보고, 그들이 무엇을 찍고 있는지도 관찰하라.

 
우리동네 탐방

집과 회사만 오가느라 정작 바로 앞의 트렌드를 놓치진 않았나. 트렌드는 특별한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역 근처 카페에서 1시간, 점심시간 줄 서서 기다리는 밥집 앞에서 1시간, 올리브영이 있다면 쇼핑 한 타임, 저녁의 편의점 등 우리 동네의 24시간과 요일의 변화를 느껴보자.

 
송도 금토일 2박3일 호텔놀이

여행의 핵심 요소인 공항, 바다, 호텔, 조식, 캐리어를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완성할 수 있는 곳,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 메시지처럼 센트럴파크가 있는 서울과는 다른 이국적인 호수공원과 빌딩 숲 사이에서 아침 조깅을 마치고 조식을 먹는 등 뉴요커처럼 살아보기. 글로벌 캠퍼스 식당에서 외국인들과 식사하기,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들러 쇼핑과 외식 즐기기


9월, 한강공원 피크닉

서너 시쯤 반포 한강공원에 돗자리를 깔거나 원터치텐트에 누워 일광욕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 또 노을 지는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기. 배가 고파지는 저녁에는 치맥 혹은 편의점 라면을 흡입하며 8시부터 시작되는 달빛무지개분수쇼를 멀리서 감상하기. 푸드트럭, 소품 판매, 문화공연이 있는 밤도깨비 야시장도 놓치지 않기.

 
둘만의 주말 약속, 연남동 책방

각자의 취향이 담긴 콘셉트와 셀렉션을 가진 독립 책방. 자신의 취향과 통할 것 같은 책방을 정하고 친구 혹은 연인과 만나 조용하게 커피 한 잔하며 독서하기. 저녁 시간이 겹친다면 ‘연트럴파크’에서 맥주 한 잔하며 마무리하기


평일 오전, 스타필드 혹은 롯데몰

유치원과 학교에 가지 않은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즐겁지만 피곤했던 주말을 버티고 잠시 동안의 힐링을 위해 온 3040 주부들의 일상을 쉽게 볼 수 있는 곳. 또한 잠실 롯데 아쿠아리움 입구 부근의 롯데리아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시간을 보내는 노년층의 일상도 엿볼 수 있는 곳.


평일 저녁, 스타필드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

돈을 지불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대가’가 필요 없는 실내 광장.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시작한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에 앉아 사람들 관찰하기. 도서관처럼 조용히 앉아 있거나, 오래 앉아 있다고 주인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음. 그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명동 다이소백화점

백화점으로 불리는 8층짜리 대형 다이소, 저렴하고도 생활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제품들이 모여 있는 가성비 최고의 쇼핑 공간 둘러보기




백경혜 다음소프트 연구원 100kh@daumsoft.com

백경혜 연구원은 소셜미디어상의 데이터를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하는 전문 기업인 다음소프트에서 연구원으로 10년간 근무하고 있다. 데이터를 읽기보다는 데이터 속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그런 욕망을 표현하는지를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덕성여대에서 문헌정보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다음소프트 연구원들과 함께 최근 『2017 트렌드 노트』 『2018 트렌드노트』를 펴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9호 2017 Business Cases 2017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