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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MBA 학생들이 70억 투자를 결정한다고? VC 간접 체험 통해 창업 노하우 체득

주성민 |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매년 전 세계 톱 MBA 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VCIC는 학생들이 직접 VC 투자자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실사하고 투자 대상 선정 및 투자 전략을 짜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올해 4월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파이널에는 
4개 대륙에서 1000명 이상의 학생과 150명 이상의 VC 투자자, 100여 개의 벤처기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대회에서는 Kiana Analytics(빅데이터), Biogenesis(바이오), PRSONAS(인공지능), Shinesty(온라인 패션) 등 4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각 지역 리그에서 1등을 차지한 12개 학교가 경쟁을 벌여 미국 조지타운대가 1등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MBA가 참석한 사례는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올해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에서 열린 벤처캐피털 투자 대회(VCIC) 글로벌 파이널에 참가했다. 전 세계에 위치한 유명 MBA 학생들이 참가해 경쟁한 끝에 각 지역 리그 1등을 차지한 총 12개 학교가 이 파이널 대회에 참가했다. 아시아 대표로는 필자가 속한 중국 베이징대와 싱가포르 INSEAD가 있었으며 전 세계 주요 VC 투자자들과 함께 실제 VC 투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험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 대회 참가 경험을 DBR에 공유하고자 한다.

 

첫인상 - VC 산업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자연스러움

대회 참석을 위해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을 출발, 미국 뉴저지주(州) 뉴어크 공항을 거쳐 노스캐롤라이나에 도착했다. 비행시간만 무려 14시간이 넘었지만 베이징대 최초로 글로벌 파이널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곤함보다는 긴장감과 설렘이 더했다. 대회 첫날 아침에는 주최 측이 준비한 조찬회에서 각 지역 리그 대표팀, VC 투자자, 그리고 벤처 창업자들과 미팅이 있었다. 베이징대팀은 아시아 특유의 예의를 갖추자는 뜻으로 드레스 코드에 신경 썼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오히려 후드티, 청바지 등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다들 편안한 모습으로 나타나 초면임에도 학교생활 등 개인사에서부터 시장 트렌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여타 산업군보다 창의성과 독창성이 요구되는 VC 산업의 특이성은 어쩌면 구성원의 태도, 즉 애티튜드(Attitude)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VC 산업의 본질은 프레임워크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잠재력이 우수한 기업을 선별하고 시장 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창업자와 투자자가 아이디어를 공감하고 서로의 지향점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처기업 필수 역량 ― 자부심, 연관 산업 경험

흔히 벤처기업은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하고 사업 전략이 뚜렷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찌 보면 자금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VC 투자자를 찾아가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VCIC에서 만난 창업자들의 자부심과 그들만이 보유하고 있는 관련 산업 경험은 여느 대기업과 비교해 봐도 뒤처진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총 4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투자 대상 1곳을 선정하고 투자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이 대회의 최종 목표였지만 4개 중 어느 한 기업도 쉽게 떨어뜨리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벤처기업이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만난 총 4곳의 벤처기업은 Kiana Analytics(빅데이터), Biogenesis(바이오), PRSONAS(인공지능), Shinesty(온라인 패션) 등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이지만 지향하는 타깃 고객층, 수익 모델 등 거의 모든 관점에서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베이징대 팀은 Shinesty를 최종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고 약 70억 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Shinesty가 추구하는 사업 모델은 핼러윈, 슈퍼볼(매년 2월 열리는 미식축구 결승전) 등 이벤트를 선호하는 고객층 중심으로 시즈널 코스튬을 제작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코스튬 시장은 저가, 저품질이면서 특색 없는 상품들이 넘쳐나지만 Shinesty는 이벤트를 갈망하면서 우수한 퀄리티의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베이징대팀은 투자 심사를 최종 결정하는 단계에서 Shinety 창업자와 20분씩 2회에 걸쳐 미팅을 가졌다. 크리스 화이트 CEO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이지만 대학교 때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패션 아이템을 직접 소싱해 판매했던 사업 경험이 있었고 무엇보다 향후 패션 리테일에 대해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패션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인 재고, 계절성(Seasonality), 가격 정책 등에 대해서도 회사 차원의 대비책을 구축한 상태였다. 현재는 이벤트 시즌에 맞춰 상품 포트폴리오 및 전략을 기획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Shinesty만의 독특한 장르를 구축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모티브를 제공하려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간과하는 부분인 고객 소통에도 상당히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었으며 ‘Shinesty Mad Labs’라는 창구를 활용해 데이터 기반의 고객 니즈를 분석하려는 모습도 확인했다.

Shinesty는 창업 3년 만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달성했으며 인프라 확충 및 지역 포트폴리오 강화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외형 성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회가 끝난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VC 투자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투표하는 최우수 벤처기업에 Shinesty가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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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투자 결정 요소 - 시장 잠재성, 창립 멤버

“PE(Private Equity)와 VC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글로벌 파이널 대회에 앞서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리그 결승전에서 한 심사위원이 던진 질문이었다. 베이징대팀은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구축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전략을 설명하고 있던 터라 질문의 배경이 궁금했다. VC 투자자로서 결국 지향해야 하는 점은 타깃 시장의 잠재성이다. 아무리 큰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은 VC 투자자로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반대로 PE의 경우 리스크를 얼마나 어떻게 잘 헤징(Hedging) 할 수 있는지가 투자 결정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VC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10∼50% 성장하는 것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5∼10배 이상의 시장이 예측돼야 투자로도 연결될 수 있다.

우리가 미팅을 진행한 여러 벤처 창업자들은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서는 잘 설명했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타깃 고객과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추상적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100% 예측은 불가능하더라도 시장의 특성과 향후 변화를 본인들만의 논리로 풀어내는 방법은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파이널 대회에서 가장 전문성이 돋보였던 줄기세포 혈소판 기업 Biogenesis의 경우 한 해 미국에서 혈소판 거래 규모와 인구 성장 통계치를 반영해 중장기 시장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는 창립 멤버(Founding Team)의 구성을 들 수 있다. 기술이 급변하고 혁신이 도태되는 현시대 속에서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를 통해서 재확인할 수 있었다. 벤처 창업도, 투자 의사결정도 결국 사람이 행하는 일이다. 기업을 잘 이끌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창업자 그룹에서부터 시작한다. 많은 VC 투자자들은 각 멤버가 어느 대학 출신이고 과거 학교 성적이 어땠는지보다는 현재 진출하려는 산업과 연관성, 창업 성공에 대한 경험 유무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회 규정상 기업 실사를 짧은 시간 안에 완료해야 했지만 베이징대팀은 창업자 그룹에 대한 배경(창업 동기, 관련 경험, 취미 등)을 알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최종 투자 결정에 앞서 Shinesty가 추구하는 타깃 고객과 시장 잠재성이 매력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크리스 화이트 CEO 등 창립 멤버 4명이 보유한 시장에 대한 자체적인 해석과 멤버 간 케미스트리였다. 크리스 화이트 씨의 경우 과거 학교 대표로 VCIC 대회에 참가해 입상한 경험이 있어 VC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어찌 보면 Shinesty의 빠른 성장 배경은 멤버 개인의 역량도 일조했지만 VC 산업 내 인맥과 경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VC 펀드가 운용되기 때문에 이너 서클(Inner Circle)의 중요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결국 VC 역시 이러한 인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우수한 VC 투자자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성공한 벤처 창업자는 다시 우수한 VC 투자자를 찾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존재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너 서클을 알지 못하면 우수한 VC로부터 투자받기가 어렵다. 반대로 자금력이 뛰어난 VC라도 좋은 레퍼런스가 없는 투자자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다소 제한적이다.

 

VC 산업의 신흥 메카로 떠오르는 중국

이번 대회 기간 동안 여러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통해서 느낀 점은 시장 진출, 투자 모집 등 많은 영역에서 ‘중국’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16년 전 세계 VC 투자 금액은 1270억 달러 규모로 전년 1410억 달러에 비해 9.4% 하락했다. 투자 건수도 2015년 1만7992건에서 2016년 1만3665건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시아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본래 VC 산업은 핵심 R&D 역량을 보유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추격이 매서울 정도로 빠르다. 아직까지 아시아의 펀딩(Funding) 규모는 북미 대비 300억 달러 정도 차이가 나지만 2013년 이후 이미 아시아는 유럽 시장을 능가할 정도로 확대된 상태다. 또한 2016년 4분기 기준 글로벌 톱 10 가운데 6개 기업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중관춘(中关村)은 베이징대 캠퍼스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지역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수많은 벤처 창업자와 VC 투자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일례로 2014년 베이징대 출신이 창업한 자전거 셰어링 플랫폼 오포(Ofo)는 작년 4분기에만 1억3000만 달러(Series C) 규모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중국 내 투자 순위 7위에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오포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되며 가입자 또한 2000만 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과거 베이징은 중국의 정치·문화 수도로 여겼지만 현재는 산업 혁신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대 MBA 재학생 가운데 졸업 후 창업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시작 단계인 학생들의 비중이 약 4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VC 시장 내 중국의 입지와 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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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BA 참가 전무, 생태계 구축 및 인재 육성 위한 투자 필요

VCIC의 가장 큰 장점은 참석 학생 모두 대회 기간 동안 VC 투자자로서 실존하는 벤처기업을 실사하고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 세계 일류 VC 투자자들과 투자 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직간접적으로 VC 투자의 기본에 대해서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VCIC는 투자자, 창업자, 학생 모두가 참석 가능한 기회인 만큼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참고하길 바란다.

창업을 통한 우수 기업의 출현은 실업률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며 VC 투자 관점에서도 효율적인 자본 분배는 투자 이익 증대와 새로운 가치 창출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결국 성숙한 VC 문화는 우수한 창업 정신 육성과 천문학적 투자 이익을 창출하게 한다. 하지만 올바른 VC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생태계(Ecosystem) 조성이 요구되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엔젤 투자자 등 여러 형태의 투자와 벤처 창업 지원이 존재하지만 가장 핵심은 우수 인재의 지속적 유입이라고 본다. 참고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역 및 글로벌 리그를 통틀어서 국내 MBA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실력과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관심과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에 솔루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 미국 조지타운대의 경우 VCIC 대회 초창기부터 학교 차원의 꾸준한 관심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5년 사이에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했다. 지속적인 우수 인재의 유입은 전체 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한국만의 VC 문화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VCIC는 Venture Capital Investment Competition의 약자로 1998년 미국 IT 버블 시기에 생긴 벤처 투자 경연 대회다. 매년 세계 각국의 톱 MBA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최근에는 4개 대륙에서 1000명 규모의 학생, 150명의 VC 투자자, 100개의 벤처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그 규모와 명성이 높아졌다. 대회 는 6인1조로 팀을 구성해 벤처기업 실사(due diligence)를 통해 투자 대상 선정 및 전략을 수립하고 VC 펀드 파트너들과 투자 심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주성민 베이징대 Guanghua MBA Class of 2018, sungmin.choo@pku.edu.cn

필자는 노트르담대(University of Notre dame) 화학과를 졸업한 후 아모레퍼시픽의 서울, 상하이, 홍콩 오피스에서 해외 시장 진출, M&A, 리테일 혁신 등 다수의 전략(Business Development)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베이징대 Guanghua MBA 과정 2학년에 재학 중이다.

  • 주성민 | 아모레퍼시픽의 서울, 상하이, 홍콩 오피스에서
    해외 시장 진출, M&A, 리테일 혁신 등 다수의 전략(Business Development) 업무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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