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식은 더 맛있어야 한다'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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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업종의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시도를 제안할 때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우리도 이미 다 해봤다. 그런데 그다지 효과가 없더라”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얘기라고 보기 어렵다. 대개는 이것이 아니면 끝이라는 각오로 열과 성을 다해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추진하고자 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엉뚱하게 애쓴 결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떤 업종이든, 어떤 사업장이든 상관없이 오퍼레이션의 기본은 5S(정리(せいり·SEIRI), 정돈(せいとん·SEITON), 청소(せいそう·SEISOU), 청결(せいけつ·SEIKETSU), 습관화(しゅうかん·SHITSUKE)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의 발음 첫 글자 다섯 가지 ‘S’에서 따온 말)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 조언을 들은 많은 회사 임원들은 실제로 실천해보니 큰 효과가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모든 사업장을 5S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심지어 사내 문서의 머리글이나 바닥글까지도 5S를 새겨두고 추진했는데도 도무지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5S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정리와 정돈의 개념을 혼용해서 이해한다. 정리·정돈한다고 표현하면서 실제로는 청소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5S를 제대로 이해하면 정리와 정돈, 청소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정리는 버릴 것인지, 계속해서 쓸 것인지 판단력을 요하는 기능으로, 정리를 하고 나면 반드시 쓰레기가 나온다는 개념이다. 둘째, 정돈은 나중에 필요한 것을 보관하고 찾기 쉽도록 제품의 위치와 수량까지 표시해둔다는 뜻이다. 셋째, 청소는 익히 알고 있는 대로 더러운 것을 쓸고 닦아 없애는 행위를 말한다. 넷째, 청결은 두발 상태나 손톱 밑, 유니폼의 청결 상태도 의미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정리와 정돈과 청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다.

마지막 요소인 습관화는 선뜻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몸가짐, 마음가짐’ 정도로 해석돼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이해는 가지만 이 요소가 실제로 어떠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를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대부분의 호텔 경영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의 서비스 품질을 가늠하고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식과 시숙(맛과 서비스의 품질을 확인하려고 시험 삼아 먹어보거나 잠을 자보는 것)을 한다. 그러나 같은 취지로 끊임없이 환자식을 먹어보거나 병실에서 자보는 병원 경영자는 흔치 않다. 필자가 병원 환자식은 왜 이렇게 맛이 없냐고 물어보면 저염식이니까 당연히 맛이 없다는 대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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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의 K병원은 환자식으로 환자들을 끌어들인다. K병원은 도쿄에서 약 2시간이나 떨어진 인구 3만5000여 명의 작은 도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연간 100만 명의 환자가 일부러 찾아온다.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다. 이 병원에는 환자식이 왜 이렇게 맛있느냐고 물으니 “환자는 원래 입맛이 없는 법이다. 따라서 정상인보다 더 맛있게 요리해서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 병원의 생각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습관화의 진정한 의미는 1300년도 더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호텔은 ‘오늘 모시게 된 이 고객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인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모신 이 자리에서 모든 정성을 다해 모시지 않으면 남은 일생 내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즉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정신으로 고객을 모신다. 이러한 생각이 곧 몸가짐이요, 마음가짐이요, 습관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말로만이 아니라 환자나 고객을 대하는 생각이나 철학이 똑바로 섰을 때 몸가짐, 마음가짐이 저절로 습관화된다.

5S의 표면적 의미만 받들면 그것을 아무리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 직원을 교육하더라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5S의 진정한 생각이나 철학이 빠져 있으니 그것이 습관화가 될 리가 없지 않은가? 격의 경영은 5S 운동의 전개 유무가 아니라 그것을 추진하는 근본정신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누구나 한번 읽어보면 금방 그 뜻을 알 수 있는 5S라는 단어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이처럼 심오하고 엄숙하다. 격은 표면 그 자체가 아니라 내면이 우러나서 비치는 표면이기 때문이다.   

김진영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 kimjin@yuhs.ac

필자는 1989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중공업 기획실, 삼성 회장비서실 인력개발원,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에서 인사교육전략 수립과 현장 적용을 총괄한 HR 전문가다. 호텔신라 서비스 드림팀을 창단해 호텔 품격 서비스의 원형을 보여줬고, 차병원그룹 차움의 최고운영총괄을 맡아 의료서비스 분야에도 품격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는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했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경희대에서 국제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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