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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이코노미 서밋 지상중계: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 강연

“한국의 AI 기술, 세계 최고 잠재력 일자리-빈부 격차 문제 서둘러 대비를”

장재웅 | 224호 (2017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은 우리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AI가 우리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일자리 문제나 빈부 격차 심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그는 “없어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들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새로 탄생할 업무에 맞는 재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편집자주

DBR은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해 지난 4월1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동아 이코노미 서밋’에 주요 연사로 참석한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의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제리 캐플런 교수는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이자 벤처 업계에서 여러 회사를 경영한 기업가이자 기술 혁신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네 개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두 곳을 성공적으로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은 필요 없다>와 <인공지능의 미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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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풍요롭게 해줄 도구입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캐플런 교수는 “인공지능은 우리를 좀 더 편하게 하고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며 로봇이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을 제2차 산업혁명 때 인류가 겪었던 ‘공장화’와 ‘자동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봤다. 공장 내 근로자들을 기계가 대체했듯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요즘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종래에는 로봇이 단순 노동을 넘어 변호사, 의사, 교사 등 지적(知的) 노동까지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캐플런 교수는 AI가 불러올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새로운 직업이 반드시 늘어난다는 것. 또 대부분의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 중 단순 업무를 AI에 맡김으로써 좀 더 전문적인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캐플런 교수는 한국이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캐플런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가 초기 단계였던 1970년대에 현재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연언어 처리를 연구해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법정보센터 연구직을 겸하며 같은 대학 컴퓨터과학과에서 인공지능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의 강연을 DBR이 요약 정리했다.



강연 요약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구글에 검색을 해보면 인공지능은 ‘컴퓨터 시스템이 시각적 인식, 음성 인식, 의사결정, 그리고 언어들 간의 번역과 같은 인간의 지능이 요구되는 분야를 수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는 별로 좋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정의는 ‘컴퓨터를 활용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업무들을 빠르고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간의 행동을 베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전의 세 번의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감탄하면서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걱정했고 기계가 인간을 장악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워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우려를 한다. 이 우려는 1800년대 공장 노동자들의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자카드(직조기)는 고도로 숙련된 사람만 할 수 있었던 직조 과정을 대체했다. 그 당시 직조는 수년간의 훈련을 거쳐야 했고 매우 전문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직조공은 존중을 받았고 높은 소득을 얻었다. 그러나 자카드가 도입되면서 직조공들은 직업을 잃게 됐다. 오늘날엔 이 같은 현상이 지적 능력이 필요한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 경기를 살펴보자. 알파고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많은 바둑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서 바둑을 둔다. 인간이 살면서 학습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학습량이다. 경기가 끝나고 이세돌은 알파고에 패해 유감이라며 사과까지 했다. 이 경기로 인해 한국 정부가 AI에 대해서 주목을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이세돌의 겸손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사과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게 된 것은 자카드가 직조공을 넘어서고 달리기 선수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새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는 비행기, 고래보다 더 깊게 잠수할 수 있는 잠수함과 똑같은 맥락이다. 놀랄 일이 아니다. 정말로 놀랄 일은 놀라운 기술을 구현했다는 것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다. 자카드라는 직조기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알파고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구글은 수많은 돈을 들여 알파고를 개발했을까.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왜 컴퓨터에게 체스를 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할까’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우리가 체스를 하는 힘들고 단조로운 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기계를 똑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인공지능은 무엇일까?

인공지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자동화에서부터 사고를 시작하는 것이다. 기계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으로든 이전에는 인간의 주의를 요구하는 일들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했다. 그리고 인간보다 더 빨리, 더 저렴한 비용을 들여서 작업을 수행했다. 미래 인공지능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기계가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즉 인공지능은 우리를 좀 더 편하게 하고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그렇다면 과연 로봇이 모든 일을 다 하게 될까? 이미 로봇은 운송, 정보 처리, 문서 저장 검색, 제조 생산 등을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인공지능에 대해서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소개하겠다. 인공지능은 이전의 기계들과 뭐가 다를까? 새로운 세대의 로봇들이 인간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

오늘날 로봇의 활용은 간단한 반복 작업에 국한돼 있다. 여전히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기계에 눈과 귀가 생기는 것과 같다. 때문에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적응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유연화 로봇(Flexible Robot)이 되는 것이다. 이런 로봇들은 실제 현장에서 인간들과 함께 작업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가 대표적 사례다. 자율주행차는 길에 사람이 등장하면 사람이 길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출발하고 알아서 주차도 한다. 또 다른 사례를 보여주겠다. 미국의 ‘garden plants nursery’라는 식물원이 있다. 이 식물원에서는 로봇이 화분에 심은 식물이 성장하는 정도에 따라 알아서 식물을 더 넓은 곳으로 옮겨 배치한다. 로봇은 깜깜할 때도 일을 할 수 있다.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다. 인간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아주 주목할 만한 사례를 보여드리겠다. 바로 군집 로봇(Swarm Robot) 사례다. 인간이 던진 공을 드론이 받아 자신들끼리 주고받는다. 스스로 막대기의 균형을 잡고 저글링하는 로봇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유연한 로봇을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리를 만들고, 스스로 치우고, 침대 시트를 갈고,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가져오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등의 모든 일들을 로봇이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인공지능의 주요한 발전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신문기사나 문학 등 인간의 언어로 쓰여진 것을 읽고 이해하는 분야다. 자동적으로 문서를 읽고, 번역하고, 조언도 해준다. 예를 들어, 지금도 매일 의학 분야에서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의사들은 이런 논문들을 다 챙겨 읽기 어렵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통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이 논문들을 수집해서 읽고 이해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조언을 할 수 있다. 또 컴퓨터 사용을 더 쉽게 하는 것도 인공지능의 영역이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배워야만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간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따로 배우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다.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과 결합으로 기계에 명령을 내리고 질문도 할 수 있고 인공지능을 통해 하고 싶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기계는 인간처럼 감정이 있지 않다. 하지만 기계에 감정이 없다고 해서 감정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새로운 분야인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을 알게 된다면 아마 놀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의 감정을 인지하고 반응하며 당신의 감정에 따라 다양한 제안들을 한다.

증강현실 분야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이글라스(iglasses)라는 제품은 증강현실을 이용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보고 있는 곳에 다양한 그래픽 정보를 띄워준다. 이 시스템은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위치를 추적한다. 증강현실은 실제 사업에서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증강현실은 업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한 사람은 종이 설명서를 보면서 배선 작업을 하고, 한 사람은 증강현실 안경을 끼고 배선 작업을 하는 경우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장비 위에서 어디에 선을 연결해야 하는지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기술자가 34% 정도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최근 ‘머신러닝’ 분야 역시 상당한 진보가 있었다. 머신러닝의 진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 가능하게 했다. 머신러닝은 인간의 학습과는 다르다. 머신러닝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속에서 미묘한 패턴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플렉서블 로봇(Flexible Robot)을 사용해서 카메라나 레이더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패턴을 분석하고 로봇이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다. ‘빅 도그(Big Dog)’이라는 로봇은 이미지 인식을 하며 변하는 환경에 대처한다.



AI 등 신기술이 불러올 도전들

신기술(인공지능)은 훌륭하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진다. 첫 번째는 노동시장, 두 번째는 부의 분배, 세 번째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우리 사회 관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하느냐 등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의 형태는 어떻게 변할까? 어떤 직업이 위험하게 되고, 또 어떤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할까?

인공지능을 인간 노동자와 경쟁하는 기계 노동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관점은 머신러닝이 우리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계는 우리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업무를 돕기 위해 있는 것이다.

로봇에 의한 자동화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 형태의 본질을 바꾼다. 25년 후에는 현재 직업의 50%가 자동화되고 직업을 잃게 된다는 조사가 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오해가 있다. 20년 전에 인간이 하던 일들을 지금은 기계가 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당시 존재하던 직업들이 현재 사라진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전화 교환원 같은 경우는 한때 미국에만 100만 명이나 존재했지만 내가 직접 확인해본 결과 오늘날 1만 명 정도만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저숙련 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문직에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한다. 이 업무를 자동화하면 더 생산적인 업무를 할 수 있다. 즉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업무 자체의 본질을 바꾸고 더 나은 생산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아마 영상의학전문의는 직업을 잃을 수도 있겠다. 이들의 업무는 엑스레이를 분석하는 것인데 이 일은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어떤 직업은 살아남을까? 잘 정의된 업무 목표가 설정돼 있다면 그 직업은 위험하다. 이 업무들은 AI가 더 잘하는 것이다. 벽돌 쌓기나 트럭 운전, 단순 계약 문서 작성 등의 업무들처럼 반복적이고 인간성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들이 위험한 직업에 해당한다.

다양한 과업을 포함하거나, 문제 해결 능력이 요구되거나, 인간성이 필요하다면 비교적 안전할 것이다. 춤, 공연, 스포츠 경기, 간호 업무 등이 해당될 것이고 상담이나 영업 같은 신뢰 구축 공감이 필요한 업무들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우리들 중에서 로봇 바텐더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로봇이 쇼팽의 음악을 연주하면 과연 재미가 있을까? 이런 일은 살아남을 것이다.

기술 발전은 노동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며 지금보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노동자는 덜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이유는 기술 진보가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비용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더 부유해진다. 이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직무가 생기게 되고 고용이 늘어난다. 새로운 직무는 기존의 직무와는 다르다.

기존 직원들은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이런 형태의 실업을 구조적 실업 혹은 기술적 실업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던 많은 직업과 업무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빠르게 전개될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직업을 잃은 사람은 다른 새로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 또는 역량을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새로운 직무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모든 연령에서 직업 교육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과 윤리적 문제

인공지능에 대해 윤리적 관점에서 몇 가지 논의해보자. 미래의 또 다른 도전은 숙련된 인공지능 기술을 우리의 삶에 잘 녹아들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관행들을 기계들이 따르도록 기계들을 학습하는 것이다. 로봇이 사람 대신 줄 서는 것을 언제 허용할 수 있을지, 자율주행차를 주차할 때 사람이 꼭 지켜봐야 하는지 등 새로운 규칙 개발이 필요하다. 또 인공지능에 이런 기준을 어떻게 입력할지도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증 기준이 필요하다. 로봇 이발사가 사람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선 안정성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한다. 마치 자동차 충돌 실험을 미리 해보는 것과 같다. 또한 예외 상황을 언제 허용할지도 정해야 한다. 개를 산책시키는 로봇이 잔디를 밟지 않도록 한다든가,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행 중에 갑자기 아이가 등장하면 자신이 조금 위험해지더라도 차를 틀어서 멈추게 한다든가 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기본 윤리에 대한 프로그램적 개념이 있어야 한다. 기계는 도덕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의 생명, 동물의 생명, 자가 보존 사이에서 우선순위들을 프로그램적으로 답을 정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인공지능과 다가올 미래

미래 예측은 매우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장기 트렌드는 지금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유용한 새로운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 같다. 현재까지의 기기들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방해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걸어가다 부딪치거나 하는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미래 장비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작은 이어폰, 안경, 콘택트렌즈 등 우리 생활과 밀착해 있고 전혀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주변 사물들과 연결되고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그 장비가 실제 세계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귀에 꽂는 차세대 음성 디바이스와 같은 기기가 나와 있다. 이 기기는 운전 방향 안내를 할 수 있고 e메일 알림 등 다양한 알림을 여러분의 귀에 대고 속삭일 것이다. 예를 들면 집에서 나갈 때 ‘열쇠를 잊지 마세요’라고 한다든가, ‘결혼기념일이 3일 남았다’고 이야기해 준다든가, ‘혈압이 높아지고 있으니 산책을 권한다’고 말해주는 식이다. 특히 콘택트렌즈에서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의 이름과 직업 등이 함께 보인다면 훌륭할 것이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하면 다가올 미래에 더 잘 준비해서 4차 산업혁명의 이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따라 잡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걱정이 많다. 특히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부터 더 심화된 것 같다. 나는 이러한 걱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모든 시스템이 너무 잘 작동한다. 마치 미래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한국과 미국의 자판기만 봐도 그렇다. 미국은 잘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 개발과 연구에 너무 집중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가다. 한국의 성공한 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이뤘다. 평면 TV디스플레이나 OLED 같은 경우 GE와 같은 외국 기업들이 선도했지만 실제로는 LG나 삼성이 가장 혜택을 봤고 지금은 리더가 됐다. 인공지능이라는 분야의 개발을 다른 국가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해도 한국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킬 것이다. 나는 한국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3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수많은 정보들을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수집해놓고 이를 활용해 머신러닝을 해라. 머신러닝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집합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머신러닝이 가능하려면 일단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이 말은 회사가 데이터를 널리 공유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한국의 소중한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한국은 인공지능의 연구나 인재 교육보다는 인공지능 기술자 개발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듯하다. 구글과 애플 같은 회사들이 수많은 돈을 들여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자를 고용해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 회사들이 가장 많이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엔지니어는 최고 수준이다. 이들을 잘 교육하고 활용해라. 이들이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줄 인재다.

세 번째로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미래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보행자 도로를 파티션 구분해서 보행 로봇이 인간과 부딪히지 않도록 하려면 교통법 개정 등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언제 인공지능이 스스로 계약을 체결해도 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나는 미래가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때문에 미래가 밝다. 새로운 기계가 사람이 현재하는 일상적이고 어려운 작업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고 인공지능은 점점 더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사람들이 전자기기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있어 인공지능은 적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신뢰할 수 있는 개인 비서이며 우리를 도와주는 친구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가 기대된다. 그렇지만 도전이 있다. 일자리 문제와 빈부 격차 심화가 대표적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인공지능에 대해서 잘 이해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우리 인간을 위한 것이다. 기계를 위한 삶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인간을 위한 삶에 새로운 기술을 잘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며 이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기대해본다.



지정 토론
4차 산업혁명시대는 실패를 통해 배우는 시대

진대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녀들에게는 어떤 공부를 하라고 조언하는가?

캐플런: 인문학을 먼저 공부한 뒤 전문 기술 교육을 받는 것이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각각 장단점이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런데 인문학 교육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컴퓨터공학 등의 전문 기술 분야를 공부하게 된다면 일자리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인문학을 통해 배운 가치는 전체 커리어에 있어서 지속적인 가치를 준다. 또한 배운 내용을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 가능하다. 반면에 전문 분야에 대한 교육은 그것을 통해 배운 스킬이 5∼10년 뒤에는 그다지 필요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나이가 든 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젊을 때 하는 것이다. 시간 낭비일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젊을 때 하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 인문학을 공부를 하고 후에 전문 기술을 공부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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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나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만약 젊었을 때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캐플런: 중요한 분야가 정말 많다. 예를 들어, 석사 학위를 컴퓨터공학으로 받는 것도 매우 좋을 것이다. 분명히 오랫동안 도움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분야도 좋은 분야가 될 수 있다. 머신러닝을 배운 경우라면 인력시장에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쪽도 좋다. 너무 기술적인 분야만 말하는 것 같지만 분명히 좋은 분야가 많다. 예를 들어 유전공학 분야에서 유전자 코드를 조작한다거나 하는 것을 통해 의학 등의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기후변화, 환경관리, 에너지 쪽 분야를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변호사가 되는 것은 반대다.



진대제: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 같은가? 앞으로 어떤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캐플런: 교육 쪽에서 변해야 하는 것은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한다. 콘텐츠와 교육 방식이다. 우선 교육을 제공하는 쪽이 정부라면 교육기관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민영화한다면 미래에 좋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교육을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나의 아버지도, 나도, 나의 딸도 배울 때 전부 똑같았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교육에 도입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교육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를 분리하기 위함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고액의 교육비를 내야 한다. 이것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교육을 더욱 저렴하게 만들고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부모가 돈이 많다고 해서 에세이를 잘 쓴다거나 하는 것은 안 된다. 기술이 이런 교육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아까도 강연에서 말씀드렸지만 교육을 어렸을 때만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계속해서 교육을 받고 새로운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재교육이 중요하다.



진대제: 저서에 나왔던 내용 중 ‘직업 모기지론(Job-mortgage)’에 대해 설명해달라.

캐플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직업 모기지를 실천할 수 있다. 간단하다. 교육에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것을 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 쪽이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 분야에 대해 투자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개인에게 직접 투자를 해서 교육 비용을 대주고 향후 그 사람 소득의 몇 %를 취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고용주가 투자를 하고 이것을 통해 성과를 내고 하는 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후 투자 대비 성과가 어느 정도인가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마치 주택모기지와 비슷한 개념을 교육 쪽에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진대제: 그럼 미국에서는 그런 제도가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가?

캐플런: 없다. 그게 문제다. 있으면 좋겠다. 정부가 아이들에게 융자금을 대출해주면 학생들이 모든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교육을 한다. 그런데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는 교육을 한다. 젊은이들에게 우리 대학에 와서 돈을 내고 교육을 받으라고 하고 학생들은 정부로부터 돈을 빌려서 학교에 내고 교육을 받는데 교육 자체가 너무 수준이 떨어진다. 당연히 졸업을 해봐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학비 융자금을 갚지 못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우둔한 투자를 한 것이 된다. 학비 융자금은 거의 노예제도다. 심각한 문제다. 학비 융자금을 갚기 위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심지어 택시기사, 웨이터 등으로 일을 하게 된다. 너무 비극적인 일이다.



청중 질문: 판교에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테크노밸리’가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도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발전시킬 수 있을까.

캐플런: 판교 테크노밸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낸 특성들이 있다. 과거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낸 원료가 현재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했던 요인들 중에서도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을 일단 모이게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민과 같은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을 보면 미국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중국, 한국, 인도 등 굉장히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굉장히 개성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특성이 공존한다. 한국의 테크노밸리는 그런 점은 사실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테크노밸리에 이런 것이 그대로 적용이 될까’라는 질문에 확답은 못하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좋은 부분을 가져와서 소규모로 먼저 적용을 해보고 효과가 있다면 차츰 늘려가면 된다는 것이다. 성공을 하지 못한 것이 창피하다고 느끼지 않는 그런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나도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창피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문화가 이런 것을 수용해줘야 한다.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한 것이 부끄러운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실패는 그냥 인생의 일부다. 요점은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하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다. 문화적인 요소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적인 것을 따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은 특이하다. 한국만의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굉장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진심으로 말씀드린다. 정부도 열정이 있고, 협력의 정신, 겸손, 친절함, 상호존중의 문화가 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 단순히 미국이 하는 것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또한 미국을 따라 하는 것이 한국에게 잘 맞는 옷도 아니다. 한국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정신을 개발하라.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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