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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및 경제지형 변화와 한국

요동치는 美·中·日·러 불확실성에 맞설 무기는 ‘혁신과 도전’

류주한 | 218호 (2017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세계화에 대한 불신과 선진국발 정치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세계를 덮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나아가고, 무역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기다. 그렇다고 마냥 불안해 할 수만은 없다.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 호(號)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단기적 과제: 미·중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상으로 보호무역 조치 대비, 미국 금리인상 대비,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화, 각종 규제 철폐

-장기적 과제: 구조개혁 및 혁신, 생산성 향상, 창의적 기업문화 확보, 적극적인 세계화, 기업가정신을 통한 도전



들어가며

2017년 새해 키워드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1월8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들은 “지금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사실만 확실할 뿐 그 어느 것도 확실한 게 없다”라고 토로했다. 투자와 무역을 해야 하는 기업들,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정부기관에서는 지금의 불확실성은 최대의 적이 아닐 수 없다. 경제성장률은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규제는 늘어만 간다. 기술변화 속도는 너무 빨라 핵심기술을 어디서부터 확보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중동·후진국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선진국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믿었던 세계화는 좋은 것이고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기회를 준다는 가치가 180도 뒤집히고 있다. 개방, 자유무역, 국제협력으로 대변되던 국제질서가 힘과 협상을 통한 자국우선주의로 바뀌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안 하겠다며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뭔가 옛날로 역행하는 시대 흐름이 감지되고 있으나 우리가 이를 거스르거나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불안해 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금융위기와 정치위기를 겪으며 불확실성을 줄이고 위기를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불확실성은 과연 무엇인가? 과거에 겪었던 무수한 불확실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 불확실성은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미래는 늘 가변적이라 그 무엇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찾아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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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한동안 전개될 불확실성의 특징은 무엇인가?

최근 미국 CNBC는 9·11 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적인 사건이나 이벤트가 얼마만큼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지를 ‘Global Uncertainty Index’라는 지수로 측정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6년이 가장 불확실한 한 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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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역시 브렉시트 협상과 유럽연합 분열 여부,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예측불허의 트럼프 경기부양책 등 글로벌 정치경제를 뒤흔들 빅이벤트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이 이렇게 매년 커져가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 근원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세계경제가 세계화로 번영과 성장을 누릴 것이라는 그동안의 믿음에 불신이 생겼다. 세계화가 국가 간 무역수지 불균형을 키웠고 빈부격차와 실업률을 오히려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의 경제 독점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세계화가 삶을 윤택하게 한 것도 아니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았다. 최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고립주의, 이민자 혐오주의가 부활한 배경에는 이 같은 세계화에 대한 강한 불신감과 저항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세계화 비관론이 새로운 기조의 포퓔리슴 정책과 맞물리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현상이 규칙 중심의 경제에서 거래법칙이 지배하는 경제로 변신하는 과정의 하나로 보고 있다. 경제 참여자들이 사전에 합의한 대로 규칙에 따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 논리에 따라 기업과 거래를 압박하는 경제체제로 전락한 것이다.

불확실성이 더 확대된 두 번째 이유로 선진국발(發) 정치적 리스크가 한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가 겪었던 리스크는 개발도상국·신흥국발(發) 재정위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세계 최대 정치 리스크인 브렉시트(Brexit)가 터지고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경제 정책이 좌우되는 선진국 중심의 신(新)경제 질서가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교적 독립성을 유지해온 미국중앙은행의 입지도 트럼프 정부에서는 보장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리를 언제 얼마큼 올릴지 정확한 예측을 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금조달, 해외투자, 무역, 환율변동 등 다국적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 특히 미국발(發) 정치 리스크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 와 있다.




향후 예상되는 불확실성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세계화에 대한 불신과 선진국발(發) 정치 리스크는 구체적으로 어떤 불확실성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필자는 크게 5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로 정치·경제가 서로 맞물리면서 오히려 리스크가 더욱더 불거지는, 이른바 체제변환기(Regime Change)적 불확실성을 겪게 될 것이다. 체제변환기란 각국이 처해 있는 정치·경제 상황이 모두 다르고 국제공조가 약화된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정책이든 발표하고 실행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가는 시기로 정의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 간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불확실성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은 체제변환기의 또 다른 특징으로 모순적 정책과 국가별 경기흐름의 탈(脫)동조화를 꼽고 있다. 모순적 정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프노믹스가 대표적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대체로 강(强)달러 정책이면서 수출 확대 정책을, 재정지출 확대(인프라투자+감세)를 목표로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상호모순적 한계를 띠고 있다. 모순적 정책에 부합하는 중장기 기업전략을 수립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가 GDP 성장률의 탈(脫)동조화 현상 역시 2017년 이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가별 성장률뿐 아니라 물가상승률 등 모든 거시지표들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미국의 경우 보호무역과 재정확대 정책을 앞세워 경기호조가 기대되나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해 낙관만은 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부양책이 효과를 보고 있고 적극적인 재정 확장정책으로 물가상승률도 1% 초반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임금과 고용이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신뢰지수도 개선되고 있어 경기상황이 비교적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관계, 대중(對中) 정치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8∼9%대의 성장률을 접고 6%대의 성장률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투자에서 소비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해가는 시점에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며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유로존 경제는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협상을 장담할 수 없고 이탈리아 등 형편이 어려운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EU 탈퇴의 여지가 높아 유로존의 입지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체제변환기의 모순적 정책과 국가별 경제상황의 탈(脫)동조화 현상은 비교적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기업경영의 애로사항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로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하면서 세계 각국이 거대한 무역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그간 쌓여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무역에서 적자나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자국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2016년 11월 미국의 대외적자 규모는 약 452억 달러로 이 중 약 305억 달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했다. 미국 무역적자 대부분이 중국 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미국산 옥수수나 밀 등 곡물 수입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산업 등에 4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대폭 확대될 것을 공언했다. 또 중국을 의도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불공정 무역관행을 손보겠다며 날선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 기업을 겨냥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제품에 관세부과 등을 현실화할 경우 중국에 상주하고 있는 미국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독과점이나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산 제품 구매 규모를 줄이고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는 등 보복조치를 취할 뜻을 밝히며 미국의 농업·기술·제약·소비재 관련 기업들에게 타격을 가할 기세다. 지난 15년 동안 중국이 감수한 비시장경제지위를 시장경제지위(MES)로 인정해달라며 WTO에 제소함으로써1  향후 발생할 반덤핑 제소에 제3국 가격을 기준으로 덤핑 여부가 판정되는 불이익을 막고자 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문제는 미·중 간 무역 전쟁과 자국산업 우선주의가 주변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베트남 등이 자국 내 무역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의 권한을 최근 대폭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기관들은 특정 상품, 특정 기업, 특정 국가만을 대상으로 반덤핑관세 조사2 등을 통해 규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는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미국은 중국을 넘어 한국, 대만, 일본 등으로 통상압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4년간 규제(상계관세, 반덤핑관세, 세이프가드 등)를 받은 한국산(産) 제품이 40건에 달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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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한국 통상압력이 가시화할 경우 이는 1999년 이후 최대 통상마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 화학, 철강 등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넓게는 통신, 컴퓨터, 자동타 산업에까지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G2에서 촉발된 무역전쟁이 글로벌 차원의 자국산업 보호정책으로 이어져 세계 모든 국가들이 한바탕 무역전쟁을 치를 여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세 번째로 신흥시장(중국 이외에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돈줄죄기에 나섰다. 이에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미국으로 지금이 몰리면서 달러화는 연일 강세다. 이는 모든 신흥국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멕시코, 남아공, 터키 등 신흥국의 자금이 대거 미국 시장으로 이탈하게 하는 일종의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이어가고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수록 신흥국의 자금이탈 규모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EPFR)에 따르면 2016년 11월 이미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90억 달러, 채권펀드에서 120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미국발(發) 금리정상화(금리인상)는 신흥국기업의 채무상환과 연장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저금리 시절 부채를 늘려놓은 신흥국들이 과연 이를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을지 더욱 불확실해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내년 신흥국 달러부채 만기가 약 1200억 달러로 전체 부채의 10%에 달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고성장을 누리며 글로벌 경제를 이끌던 신흥국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데 있다. 선진국을 추격하며 성장하던 ‘따라잡기(Catchup) 전략’은 창의와 혁신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구조적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가 신흥국에도 가속화하면서 그동안 누려오던 인구배당효과(생산가능인구가 늘면서 경제성장률도 따라서 증가하는 현상)도 사라지고 있다. 선진국 초기 단계에 진입하자마자 경제가 성숙국면에 접어들면서 역동성이 떨어지고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는 이 불안정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이는 아직 외부 의존도가 높고 따라잡기 전략을 벗어나 인적자본 확충과 혁신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 번째로 브렉시트(Brexit)발(發) 영국과 유로존의 불확실성을 간과할 수 없다.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불확실성은 2017년을 넘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영국 경제의 앞날을 놓고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경기침체, 기업투자 위축, 파운드화 폭락, 금융시장 붕괴가 도미노처럼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IMF에서도 향후 심각한 영국 경제의 경착륙을 예견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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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영국 경제는 놀랍도록 고요하다. 비관적 전망을 무색하게 영국 경제는 빠르게 호전됐다. 지난 2016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기존전망(0.8%)을 뛰어넘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3분기 실업자 수 역시 분기 대비 최저인 160여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구매자선행지수(PMI) 역시 시장전망치를 넘어 17개월 내 최고치인 56.2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전문가들이 완전히 빗나간 전망을 내놓는 것을 뜻하는 마이클 피시현상3 이라고 칭하고 있다.

단, 유로존의 완벽한 탈퇴를 공언한 메이 총리와 협상에 밀리지 않으려는 메르켈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어떻게 전개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유로존 전체는 위축되고 있다. 최근 열린 2017 미국경제학회(AEA)의 브렉시트 관련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2019년 영국은 EU를 떠나면서 단일시장 접근권을 완전히 상실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WTO 규범에 따라 EU 개별국과 새로운 무역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나 타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투자금 이탈과 성장률 하락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장기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2030년까지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4%까지 감소할 수 있으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금융허브로서의 런던의 위상 역시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여타 국가의 유로존 탈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이탈리아가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6년 12월4일 개헌안 부결로 올 상반기 치러질 조기총선에서 극우 포퓔리슴 정당인 오성운동이 승리하게 되면 이탈리아 역시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에 비해 생활수준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현 상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경우 이탈리아 금융권의 재무적 리스크가 스페인, 독일로 번지면서 유로존 전체가 재정위기를 겪을 수 있다. 동시에 올해 치러질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의 대선과 총선 역시 최근 일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포퓔리슴과 무관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기존 덴마크, 체코 등 EU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당장은 유로존 전체가 그런 대로 나아가겠지만 유로존 탈퇴와 포퓔리슴을 누그러뜨릴 만큼 신뢰를 주지 못할 경우 머지않아 유로존의 붕괴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유로존만큼은 시시각각의 정치적 상황을 한 치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발(發) 불확실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경제의 심각성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대출 확대로 경제를 부양시키다보니 자연히 금융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쉽게 빌린 돈으로 성장해 오다보니 내부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거나 해외발(發) 충격이 올 경우 무너질 수 있다. 2016년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8년 144%에서 2016년 255%로 빠르게 증가했고 미국과의 통상 갈등까지 고조돼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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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위안화 환율의 지지선이었던 달러당 7위안, 외환보유액
3조 달러가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트럼프 당선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맞물려 위안화 기준환율이 빠르게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은 1월 초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이라는 강수를 두며 달러당 6.8위안을 고수하려 했으나 달러당 7위안이라는 심리적 저지선은 계속 위협받고 있다.

위안화 가치하락은 중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줘 그간 중국 정부도 비교적 담담한 입장이었으나 최근의 가치하락 속도가 너무 가팔라서 대규모 자본 유출과 증시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아시아 통화와 연계돼 있어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이 출렁거릴 수 있다. 지난 한 달 달러 대비 우리 원화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예측한 중국 경제의 예상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중국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레저,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선진국형 서비스산업과 첨단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중국을 견인해온 철강, 화학, 자원산업 등의 침체기를 대체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중산층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둘째, 90년대 일본식 장기불황을 예견한 시나리오다. 기업들이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혁신이나 산업화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만 신경쓰다보니 저성장과 침체가 장기화되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겪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중국발 섀도뱅킹(Shadow banking) 리스크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중국 내부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야기해 급격한 중국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非은행 금융 중계기관에 의해 주도된 섀도뱅킹은 시중 금리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자산관리상품을 판매하는 자금중개기구를 통칭한다. 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한 허점을 이용해 성장한 만큼 폰지(Ponzi) 사기4 와 같은 잠재적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현재 섀도뱅킹의 위험자산 규모는 중국 GDP의 60%, 전체 은행권 신용자산의 30%에 이르고 있다. 섀도뱅킹을 필두로 한 막대한 부채와 중국 기업의 부실 쇼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선진국발(發) 정치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복안(腹案)이 마련돼 있는가? 우선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대응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단기적 대응방안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미국 13.65%, 중국 24.9%, 2016년 10월 기준)의 보호무역과 보복 무역조치를 대비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 구체적인 단기적 대응 전략으로는 미·중정부와의 적극적인 협상, 미국 금리인상 대비,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화, 각종 규제 철폐를 들 수 있다.

먼저 미국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설득과 협상을 지속해야 한다. 그동안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세계적 무역둔화 추세에도 한국에는 대(對)미 수출을, 미국에는 일자리 창출과 무역적자 해소라는 혜택을 가져왔음을 강조하고 한미 FTA가 재협상될 경우 양국 모두 손해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2016년 6월에 발표한 ‘무역협정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로 미국은 48억 달러(약 5조6000억 원)의 수출 증가효과를 봤다. 우리 산업부에 따르면 한미 FTA로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5년 258억 달러로 증가했고,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는 2011년 69억 달러에서 2015년
94억 달러로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우리 상품의 흑자 규모가 크지만 전면적 재협상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미국 측도 인정한 바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한편 법률 등 서비스 시장개방, 미국 셰일원유 수입 확대 등 미국에도 혜택을 줄 수 있는 안(案)을 제시해 상호 호혜적인 무역국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의 무역 압박에 우리가 중국, 일본 다음의 후순위국가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우리 일자리를 지키면서 미국의 일자리도 만들어주는 적극적인 제안과 자세가 필요하다. 동시에 미국이 본보기로 중국에 앞서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1988년의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등을 면밀히 살펴 대비해야 한다.

중국에게는 사드배치를 빌미로 삼아 통상압력과 보복조치를 병행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 사드배치는 전적으로 정치적인 이슈이지 우리 기업들과는 상관이 없다. 외교와 통상을 뒤섞어 압박하는 중국의 전략은 FTA 수교국인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안정과 중국의 지위에도 기여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그 폐해가 부메랑처럼 중국으로 전가될 것임을 전달해야 한다. 사드배치를 빌미로 한 무역보복은 FTA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중국 정부에 일관된 입장과 분명 배치되는 행위다. 정치 이슈를 빌미로 한 무역보복에는 WTO를 통해 이의제기·제소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에게 취하는 무역보복은 향후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을 노리는 중국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두 번째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이견은 있으나 2017년 올해 최소 2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한국도 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금리동향을 잘 관찰하면서 안정적인 금리정책과 단기적인 재정확장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이는 통화스와프 체결 같은 통화 방어막 강화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미국과의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이 큰 역할을 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최근 ASEAN이 각국 합의에 따라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화 스와프 규모를 720억 달러(약 88조 원)에서 960억
달러로 늘릴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과 이탈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지금의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가 정치적 이슈로 삐걱거리는 모습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거세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팔 물건은 미국에서 만들 것을 노골화하고 있다. “Made in USA”를 외치며 멕시코와 미국을 넘나드는 것도 허용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에 위치했던 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유턴을 시작했다.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 포드자동차, 일본의 도요다, 이탈리아의 피아트 모두 트럼프 압박에 해외 공장 이전을 철회하거나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최근 LG전자가 미국 본토에 첫 가전공장을 짓기로 하고 현대자동차가 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결정한 것도 매우 발 빠른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역설적으로 미국 현지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우 근로자 생산성 저하, 시설 노후 등으로 개선책을 강구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정부 인센티브, 운송비 절감, 미국 근로자의 높은 생산성, 자동화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미국과 멕시코의 인건비 차이가 20%인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진국 진출을 통해 이들의 생산성 향상 노하우를 습득하고 시장 상황을 파악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를 막고 있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우리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규제 1개를 신설하면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자는 규제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를 약속했고 미국 밖에 투자하면 엄청난 국경세를 내게 할 것이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은 이미 해외 이전을 포기했고 미국 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일본의 손정의 회장은 미국에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미국에 일자리 100만 개를 약속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관치국가인 중국도 드론 등 신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내치와 정책 프로세스에 있어 속도전과 소통으로 그동안의 폐쇄적이던 정치인들과는 매우 다른 리더십을 보이며 일본 경제를 살리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강도 높은 대기업 규제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들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모순에 빠져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상주하는 유럽 기업의 60%가 한국서 기업하기가 점점 어렵다고 답했다. 규제가 너무 많아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2016년 5월, 20대 국회가 개원한 뒤 발의된 규제법안은 무려 393건으로 하루 평균 2.4건이나 됐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자회사지분 의무소유비율 상향 등 기업들을 옥죄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도권 입지규제 같은 수십 년 된 규제도 수두룩하다. 파격적인 규제개혁 없이는 어떤 성장도 유도해낼 수 없음에도 이를 역행하는 행정 일색이다.

마지막으로 닥쳐올 미래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좀 더 장기적인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 경제가 고난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학자들은 한국 경제가 그동안 재정·통화정책을 기반으로 억지로 성장해 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세계 경제 역시 통화정책으로 버텨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경기부양 스타일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기조가 바뀐다면 불확실성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한국은 물론 고성장을 거듭하던 아시아 경제는 장기적으로 평균 이하의 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새로운 평범(New mediocre)’ 혹은 ‘구조적 장기침체’를 면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이미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다. 여기에 좀 더 덧붙인다면 더욱더 적극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기업가정신을 키워 도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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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극심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냉혹한 신(新)국제질서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정파나 이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그 수익은 사회·근로자와 공평히 나눌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열강들과 당당히 경쟁해 국익을 챙길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대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이 어려워진 만큼 중소기업과 중산층을 살릴 수 있는 많은 제도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수출로 성장하는 모델을 버리고 기술개발과 R&D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좀 더 유연한 조직구조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혁신, 생산성 향상, 창의적 기업문화 없이는 이제 어느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음을 경영학자들은 오랜 기간 설파해왔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마당에 이제는 더 이상 체질 개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체질개선의 첫 과제는 최고의 인재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몰입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구조 설계다. 이것 없이는 혁신과 창의는 실현될 수 없다.

아무리 반(反)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진다고는 하지만 이럴수록 우리는 세계화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우리 기업들이 전 세계로 진출해 규모를 키웠고 우리나라가 성장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시장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 전 세계 시장으로부터 혁신적인 아이디어, 지적자산을 흡수해야 한다. 더 나은 지원, 정책, 자원, 시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진출해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우리나라와 현지 정부 모두에게 기여할 수 있는 경쟁력을 쌓아나가야 한다. 해외 시장의 문턱이 높아질수록 민간, 기업, 정부 모두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이들과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는 길이다. 적극적인 세계화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우고 더욱 포용적인 시장경제 체제를 수용하게 하며, 국제사회와 동떨어지지 않은 진정한 세계 시민이 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정신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기 불황 속에서 미국만이 유일하게 2%의 성장을 지속한 이유는 바로 미국인들의 기업가정신 때문이다. 물론 벤처캐피털 등 풍부한 자금지원, 산학이 연계된 우수한 연구 환경, 지적재산권 보호, 유연한 노동시장, 낮은 규제 등의 구조적 뒷받침을 간과할 수 없으나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직업윤리, 실패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해보자는 도전정신 등 미국만의 독특한 기업가정신이 장기 침체를 견디게 한 원동력이 됐다. 아무리 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이에 대응하는 것만이 경영전략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불확실하다고 리스크에만 신경 쓴다면 이는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아니다. 우리의 많은 성공기업들도 한때는 남들이 불확실하다고 주저하는 것들에 과감히 도전해 성공을 이뤄낸 벤처기업들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맺으며

세계화에 대한 불신, 선진국의 정치적 리스크로 야기된 불확실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선진국이 이런 새로운 형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돌파해 나가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미국·중국과의 자유무역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주도해오던 우리로서는 통상여건이 더욱 나빠질까 우려된다.

지금까지 언급했듯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 중심의 경제정책·전략을 벗어나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의 불확실성은 경제적 불평등, 글로벌 기업의 지대 추구, 사회양극화 등 정치·제도적 불신과 실패의 결과다. 사회와 시장경제가 와해되지 않게 하려면 더 포용적인 시장경제 운용, 투명한 거버넌스, 사회의 열망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민간과 기업은 유연한 구조와 기업가정신으로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촘촘히 연결돼 있고 우리 모두는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 상호의존적이다. 흐름에 역행할 수는 없다. 지금의 문제와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면 더 열리고 공평한 세계를 만들고 서로 협력하는 길밖에는 없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생각해볼 문제

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하면서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요 타깃이 중국과 멕시코라고는 하나 곧 통상압력이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멕시코에 생산라인을 둔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신의 조직은 미국 무역 전쟁이 가져올 변화에 맞서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2 많은 경영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한국 기업들도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과 창의를 가로막는 한국 기업 조직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엄격한 상하관계,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문화, 회복탄력성이 좋지 않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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