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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현금 보유. 약이거나, 독이거나 外

한진영,강신형,주재우,조길수 | 217호 (2017년 1월 Issue 2)
Strategy

기업의 현금 보유. 약이거나, 독이거나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들어 국내 10대 재벌의 사내 현금유보율이 사상 최대를 돌파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에 일부 사회단체나 정치인들은 기업이 과도한 현금을 내부에 축적함으로써 국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의 지나친 현금 보유가 각종 로비와 지하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며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돼 결국에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무너뜨리고 경제민주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기업 경영자들은 운전 자본의 규모와 환경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확대됐기 때문에 기업의 현금 보유 증가는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이론적 측면에서도 기존 연구들은 기업의 현금 보유와 기업 성과 간의 관계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현금 보유가 기업의 성과 및 주주가치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은 잉여 현금이 기업의 외부 환경 적응과 혁신의 발현을 촉진하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잉여 현금은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적 이익 추구 동기를 강화하고 기업의 전략적 대안에 대한 탐색 의지를 감소시켜 기업 성과를 낮추기도 한다. 특히 현금으로 인해 창출된 가치를 힘이 있는 특정 이해관계자가 전유할 경우 주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몫은 더욱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기업의 현금 보유가 기업 성과를 증가시키거나 훼손할까? 즉, 기업의 현금 보유가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외부 환경적 특성은 무엇이며, 이렇게 창출된 가치를 주주가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가 전유함으로써 기업 성과가 감소하는 상황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발견했나?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데이비드 뎁과 그의 동료들은 미국에 상장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종단적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자들은 COMPUSTAT, IBES, CSRP 등의 글로벌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1993년부터 2012년까지의 9298개 기업의 재무데이터를 수집했다. 종속변수인 기업 성과는 기업의 장부가치 대비 실제 시장가치의 비율로 측정했다.

연구결과 기업의 현금 보유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이 직면하는 환경적 요인과 기업 요인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강도, 연구개발 집중도, 성장률이 높은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은 경쟁자의 신규 시장 진입, 가격인하, 생산 능력 확대 등의 공격적 행보를 견딜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또한 기술 변화가 빠르고 복합적인 경우 현금은 불연속적 기술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 자원을 기업에 제공한다. 특히 산업 수요가 빠르게 팽창하는 경우 복수의 대안에 소규모 투자를 집행해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리얼옵션 전략’이 효과적이므로 이를 위한 현금 확보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의 필요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현금 보유는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금의 기업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하고, 기업 내부 정보에 대한 투명성이 낮으며, 기업이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지닌 경우에는 반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많을수록 경영자는 자신의 급여를 올리는 등 기회주의적인 사익(私益) 추구 행동에 대한 동기가 커진다. 또한 현금이 외부 환경 변화의 충격을 흡수하므로 경영자는 최적의 전략적 대안을 탐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경우 경영자의 이런 기만적이고 태만적인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주주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사업구조가 다각화되고 기업 투명성이 낮은 경우 경영자와 주주 간의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커지므로 경영자의 사익 추구 활동은 외부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 따라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오히려 기업 성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어떤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가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실증분석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경영자들의 주장처럼 기업이 직면한 환경적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성과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제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오히려 성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의 높은 현금 유보율 자체를 문제 삼기 이전에 기업이 직면한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는 물론 기업의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함을 본 연구는 시사한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When is Cash Good or Bad for Firm Performance?”, by Deb, P., David, P., and O’brien, J.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Forthcoming)



Technology Management

지식의 스필오버. 손해 아닌 윈윈 지름길



무엇을 왜 연구했나?

스필오버(spillover)는 특정 현상이나 혜택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 기원한 용어지만 경영학에서 기업 지식의 확산을 설명할 때도 사용된다. 지식의 스필오버는 한 기업이 만든 지식이 다른 기업들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의 의도와 상관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 연구에선 지식을 만든 ‘발신 기업(originating firm)’ 입장에서 스필오버는 무조건 손해라고 여겼다. 애써 개발한 지식과 그로 인한 가치를 ‘수신 기업(recipient firm)’들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지식의 스필오버가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 차 특허를 의도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전기 차 생태계를 확장하고 산업의 표준을 테슬라의 지식과 기술에 맞추려 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는 스필오버된 지식이 많을수록 발신 기업의 후속 혁신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본 연구는 최근의 연구 흐름을 확장해 발신 기업이 언제 스필오버된 지식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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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기업은 기존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던 분야의 지식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흡수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다. 우선 기존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식은 혁신을 만드는 과정이 효율적이고 쉽다. 하지만 이 방식만 고집하다보면 자칫 ‘능숙함의 덫(competency trap·원래 하던 일을 능숙하게 하면 할수록 새로운 일은 기피하고 기존 전문성에만 의존하려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 반면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혁신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시행착오 과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혁신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저자들은 혁신을 이루는 데 있어서 기존 전문성이나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활용하는 이 두 가지 방법 외에 제3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로 발신 기업에서 스필오버된 지식을 기반으로 수신 기업이 만든 새롭게 만든 혁신을, 발신 기업에서 또다시 응용해 후속 혁신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본 연구는 이를 ‘스필오버된 지식 풀’을 활용한 혁신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스필오버된 지식 풀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순히 기존 지식이나 새로운 지식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가진 단점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먼저, 수신 기업이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혁신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기에 시행착오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수신 기업이 만든 혁신이 원래 발신 기업의 지식에 뿌리를 둔 것이기 때문에 발신 기업이 수신 기업의 혁신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또 다른 혁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본 연구의 저자들은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발신 기업이 수신 기업의 혁신을 참고하는 경향성이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즉, 시장의 성장성은 낮고, 수요 변동성은 크고, 시장 경쟁정도는 심할수록 스필오버된 지식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통신장비 제조산업의 87개 기업을 대상으로 각 기업의 1977년부터 2005년까지의 혁신 활동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는 예상한 가설을 모두 지지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많은 경영자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지식을 쌓고 혁신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인재를 채용하거나 제휴, 인수합병(M&A), 사내 벤처캐피털(CVC) 등의 전략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본 연구는 지식의 스필오버가 기존 지식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외부의 불확실성으로 리스크가 커져 새로운 분야에서의 혁신을 시도하기 힘들 때일수록 스필오버된 지식 풀이 발신 기업의 혁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신 기업 입장에선 손해라 여겨졌던 스필오버도 잘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득이 될 수 있다. 혁신을 추구하는 데 있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제3의 방법이 있음을 기억하고 지식의 스필오버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할 때다.


조길수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

필자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로 활동하며 국내외 유수 학술저널에 혁신 전략, 벤처기업 M&A, 전략적 제휴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기업의 혁신 전략, 하이테크 산업이다.



Based on “When do firms rely on their knowledge spillover recipients for guidance in exploring unfamiliar knowledge?”, by Hongyan Yang, H. Kevin Steensma in Research Policy 2014, 43(9), pp. 1496-1507



Marketing

타인과의 관계가 행복해지는 지름길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사회 계층(social class)이란 규범, 가치, 자신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낮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의 어려움에 더 많은 동정심을 보이고, 상황이 어려울 때 돈보다 커뮤니티를 우선시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관련성을 더 많이 찾는다. 즉, 계층이 낮은 사람은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관계 맺기에 더욱 집중하지만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 주의를 덜 기울인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돈이나 힘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계층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대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한 동기적 관련(motivational relevance, 타인이 나에게 보상을 주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의 이유로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여야할 정도)이 감소한다는 가설을 도출한 뒤 사회적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시각적 주의를 덜 기울이는지 검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구글글라스(Google Glass)를 사용했다. 뉴욕시의 두 곳에서 보행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71명의 신청자 중에서 뉴욕 거주 기간이 2년 이하라서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는 외지인을 배제한 뒤 총 61명(남자 53명, 여자 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구글글라스를 쓴 상태로 평균 58초가 걸리는 한 블록을 걸어야 했고, 걷는 중에 보이는 모든 것에 원하는 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고개를 돌려서 자세히 쳐다봤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보인 모든 것은 VideoBlack이라는 앱을 통해 녹화됐고 실험 이후에 6명의 비디오 판독을 통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social gaze)와 시간(visual dwell time)을 측정했다.

거리에서의 실험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사람들은 사회 계층을 이야기할 때 주로 빈곤층, 노동자층, 중산층, 상위 중산층, 상류층을 구분합니다. 스스로가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5점 척도의 질문에 응답했다. 실험 결과, 높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낮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에 비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타인을 응시하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EyeLink 1000라는 아이트래커(눈 움직임 측정·eye-tracking system)를 사용했다. 77명의 뉴욕대 학부생은 구글 스트리트 뷰에 찍힌 뉴욕시에 관한 41개의 사진 중 무작위로 선택된 하나의 사진을 7초 동안 쳐다봤다. 사진 속에는 공사장 인부, 회사원, 노숙자 등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 나무, 가게 등 여러 사물이 들어 있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과 사물에 시선이 머무는지 측정했고, 참가자들의 사회 계층에 대한 질문 응답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상위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은 노동자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에 비해서 사물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은 비슷했지만 사람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 계층은 여러 나라에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치적 불안정성이나 경제적 격차를 만들어내고 계층 간 불신에 따라서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계층의 간극을 줄이려는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있지만 심리학자들이 수행한 본 연구에 따르면 사회 계층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여러 문제의 밑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개인적 관심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개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미국에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자산인 한국의 고연령 세대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면서 타인에게 둔감해지는 한국의 저연령 세대에게는 이 연구 결과가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혼자 먹는 밥도, 혼자 마시는 술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Dietze, Pia and Eric D. Knowles (2016), “Social Class and the Motivational Relevance of Other Human Beings: Evidence From Visual Attention,” Psychological Science, DOI: 10.1177/0956797616667721.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부정적 감정? 마우스 동작으로 읽는다



무엇을 왜 연구했나?

구매결정, 기술 사용, 고객 로열티 등 인간의 행동이나 결정에서 감정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경영자들과 시장조사자들은 고객의 의사결정이 논리적 추론과 같은 의식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 조사나 포커스그룹 인터뷰, 설문지를 활용한 조사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의식적인 과정에서 고객의 감정을 읽기는 어렵다. 특히 소비자의 분노나 실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구매철회에서 부정적인 구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더욱 집중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연평균 10%씩 성장해서 오는 2018년 2311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고객의 수와 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에서도 고객의 감정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온라인 거래, 즉 정보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감정을 읽는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사용자들이 정보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마우스 동작으로부터 추론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주의력 이론(Attentional control theory)에 근거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주의력 이론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은 사람의 주의력을 떨어뜨려 목적 중심에서 상황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주변의 방해에 민감해져 태스크를 수행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손동작도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으로 사용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추론할 수 있는지를 3가지 실험을 통해 연구한다.



무엇을 발견했는가?

첫 번째 실험은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에서 모집한 65명이 제한된 시간에 지능검사를 받는 방식이었다. 이때 연구팀은 3가지 부정적 감정 유발요인(매우 느린 속도로 로딩되는 지능검사 문제들, 고난도의 문제들, 형편없는 점수)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6개의 숫자를 스크린에서 순차적으로 배치하는 태스크를 수행한다. 실험결과, 부정적인 감정이 마우스 커서의 정확도를 낮춤으로 해서 커서의 이동 거리를 증가시키고 속도를 늦춘다는 결과를 얻었다.

두 번째 실험에는 미국 대학에서 126명이 참여했는데 참가자들은 온라인 상점에서 특정 브랜드의 노트북컴퓨터 가방을 구매하는 태스크를 수행하라는 지시문을 전달받았다. 이때 웹 페이지의 로딩속도, 불필요한 에러메시지, 마우스 커서의 멈춤 등을 통해 사용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관련된 설문에 응답했다. 실험결과, 부정적인 감정은 정확도 81.7% 수준에서 마우스 커서의 이동 거리나 느려진 속도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 번째 실험에는 독일과 홍콩의 대학에서 8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웹사이트에서 폴크스바겐 자동차 또는 델컴퓨터를 구성하는 5가지 태스크를 부여받았다. 제품 구성의 각 절차 수행 후에 자신의 감정 수준에 대한 설문에 응답했다. 앞선 2가지 실험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도하는 장치는 구현하지 않았고 온라인 제품 구성을 하면서 이들의 마우스 커서 움직임을 관찰하고 각 태스크 수행 후에 감정을 평가했다. 이는 각 태스크의 난이도 및 수행시간에 따른 개인별 감정 차이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실험결과, 마우스 커서의 이동거리와 속도는 참가자들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의 정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사람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면 기업들은 정보시스템 사용자에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감성컴퓨팅은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고, 처리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와 장치를 계발하는 연구 분야로서 음성변화, 얼굴표정, 혈압 등을 분석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센서부착이나 카메라 설치 없이,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입력 장치인 마우스를 이용해 사용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분석하고 추론함으로써 새로운 감성컴퓨팅 연구방법을 제안했다고 할 수 있다. 정보시스템 디자인 관점에서는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나 정보시스템과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살펴봄으로써 사용자들의 퇴장하는 시점, 커서의 속도나 이동거리가 정상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에서 디자인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상거래 운영기업들은 사용자의 부정적 반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웹사이트의 운영자는 사용자에 대한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제안할 수도 있고,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 메시지를 통해 사용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사용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읽어냄으로써 개선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이끌어내고 싶은 기업과 경영자들이 주목해볼 만하다.


한진영 중앙대 산학협력중점교수 win1999@naver.com

필자는 숙명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MIS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중앙대에서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재직하면서 차세대 정보전략, 정보보안, 프로젝트 관리, 지식경영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artin Hibbeln, Jeffrey L. Jenkins, Christoph Schneider, Joeph S. Valacich, and Markus Weinmann, How is your user feeling? Inferring emotion through Human-Computer interaction device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Quarterly.(Forthcoming)
  • 한진영 | -중앙대 창의ICT공과대 교수
    han161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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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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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과 신제품 수용을 위해 디자인싱킹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designmarketing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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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길수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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