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화두를 바꿔라. 내부노력에서 연결·연계로 外

216호 (2017년 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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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혁신의 화두를 바꿔라. 내부노력에서 연결·연계로

“An analysis of Japan’s connectivity to the global
innovation system”, by Ahreum Lee, Ram Mudambi, Marcelo and Cano-Kollmann in Multinational Business Review, 2016, 24(4), pp.399-423.


무엇을 왜 연구했나?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관심은 혁신을 더욱 신속히 추진해 속도의 경제(Economy of speed)를 실현하는 데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우리 기업, 정부기관의 초조함이 감지되고 있다. 혁신활동에서만큼은 우리 특유의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고 더디기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의가 조사한 ‘혁신 현주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혁신속도는 중국의 85%에 지나지 않으며 구글 수준의 혁신기업을 시속 100㎞로 비유할 때 한국 기업은 고작 시속 59㎞에 머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혁신 유효기간이 평균 40개월에 지나지 않아 중국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추격국가들과 거의 격차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정부·학계·국회가 각각 6대2대1대1 비율로 사회적 분담을 해서라도 혁신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내부 사회 모든 주체가 혁신을 위해 가용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구진의 시각에서 본 혁신은 우리의 그것과 사뭇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에게 혁신이란 내부 자원을 모두 모아 열심히 노력해서 앞서가려는 노력·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열린 시스템을 가지고 글로벌 차원에서 다른 국가, 해외 기업, 외국 대학, 국제연구소 등과 기술적, 전략적으로 긴밀한 연결(Connectivity), 연계(Linkage)하는 행위로 비춰지고 있다. 우리에게 혁신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연구가 아닐 수 없다.

미국 템플대와 오하이오대 연구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투자, 연구개발, 특허를 보유한 일본이 정작 경쟁국인 서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혁신국가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이유에 관심을 두었다. 혁신에 특화된 내부 역량 결집에 많은 공을 들이고도 주요 산업에서 경쟁국인 독일과 덴마크에 혁신이 뒤처지는 이유를 국가적 혁신시스템(NSI·National Systems of Innovation)의 차이를 통해 검증했다. 연구진이 밝힌 NSI란 국가 차원에서 경제·사회적 요소들이 지식창출을 위해 얼마만큼 국가·지역·산업·기술 분야에서 상호 연결돼 있는가를 뜻한다. Harvard Dataverse Network라는 데이터를 이용해 1975년부터 2010년간 일본, 독일, 덴마크의 전자, 제약, 자동차, 로보틱 산업을 대상으로 기술특허가 얼마만큼 촘촘히 인근 산업, 인근 국가들과 연계돼 있는가를 검토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검토 결과 일본의 내부 혁신역량과 투자 규모는 독일, 덴마크 등에 크게 앞서고 있으나 인접한 혁신기관이나 주체와의 연결성, 접근성에서는 비교국가들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전형적인 폐쇄 혁신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연구진이 검토한 모든 산업군에서 일본은 자국 중심의 자기 자원을 활용한 혁신방식을 고수해 왔다. 자국 중심의 내부 역량으로 이룬 혁신은 효율을 가중시켜 단기적 혁신성과를 크게 개선했으나 글로벌 네트워크로 무장된 유럽의 경쟁기업들에는 궁극적으로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연구진은 네트워크로 무장된 혁신이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낳고, 투자로 일궈낼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창출하며, 이를 더 탁월한 방식으로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런 혁신은 흉내기도 어렵고 쉽게 따라잡히지도 않는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과거 우리 경제는 내부 자원을 결집해서 ‘빨리빨리’를 통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생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창의, 혁신에서만큼은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더 빨리 혁신하고, 더 많은 아이템을 창출해내기 위해 민·관·학 등 내부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집결하려는 모색은 혁신을 상품개발이나 연구개발쯤으로 치부하는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혁신을 대하는 우리의 생산자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4차 산업이 요구하는 혁신이란 열린 시스템과 제도로 구조를 개조하고 세계와 연계를 통해 답을 찾고자 하는 연결 행위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Innovation

외부 지식 습득 전에 내부 R&D 역량 강화를

“Organizing for Knowledge Generation: Internal Knowledge Networks and the Contingent Effect of External Knowledge Sourcing”, by Grigoriou, Konstantinos, and Rothaermel, Frank T.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출현은 기업의 기존 역량을 무력화시켜 기업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전통적으로 연구 인력 확충과 R&D 투자 확대를 통한 기업 내부의 기술개발 역량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기업이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필요는 없으며 전략적 제휴나 기업인수와 같은 방법을 통해 새로운 기술 지식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신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어 어떤 경우에 외부 지식 원천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이 질문에 대해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그리고리오 교수와 조지아공과대 라다멜 교수가 주요 제약기업들의 특허 자료를 활용해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본 연구는 외부 지식 확보 전략의 효과가 기업 내부의 R&D 활동 특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본 연구는 글로벌 제약회사 106개사가 1973년과 1998년 사이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권리를 인정받은 생명공학 관련 특허 자료를 활용해 실증분석을 했다. 분석 시작 시점을 1973년으로 정한 것은 코헨과 보이어의 DNA 유전자 재조합 실험이 성공한 연도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점으로 생명공학이 태동했고 제약산업 역시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맞이했다. 따라서 이후 25년간 각 기업의 생명공학 관련 특허를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하에서 기업의 외부 지식 확보전략의 효과성이 내부 R&D 활동의 특성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추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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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신기술 확보 과정에서 전략적 제휴나 기업인수 같은 방법을 통한 외부 지식 원천 활용의 한계 효용은 다음과 같은 경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기업의 내부 R&D 역량이 우수한 경우다. 경영자의 인지적 능력은 제한돼 있으므로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따라서 내부 R&D 역량이 충분히 확보된 경우 경영자는 외부 지식 확보 전략보다 내부 R&D 활동에 더 많은 신경을 쏟게 된다. 또한 이 경우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인 NIH(Not-invented Here)신드롬이 강하게 나타나 외부에서 확보한 지식을 기업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내부 R&D 활동을 수행하는 데 연결 및 조정 비용이 큰 경우에도 외부 지식 확보 전략의 한계 효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전략적 제휴나 기업인수 등을 통해 외부 지식 원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파트너를 탐색하고, 이들의 지식을 평가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 내부의 기존 개발 과정이 복잡해 이미 연결 및 조절 비용이 과다한 경우 외부 지식 확보 전략으로 인한 추가 비용은 기업의 신기술 확보를 위한 한계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따라서 외부 지식 확보 전략의 효과성은 감소하게 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신기술 개발이 중요한 하이테크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맞서 어떤 경우에 외부 지식 확보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실증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연구 결과, 기업 내부의 기술 개발 역량이 충분하고 기술 개발 과정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 전략적 제휴나 기업인수와 같은 외부 지식 확보 전략의 효과성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경영자는 맹목적으로 외부 지식 확보 전략을 추진하기보다 우선 기업 내부의 R&D 활동 특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내부 기술 개발 역량이 충분히 확보됐거나 개발 과정에 다양한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 외부 지식 확보 전략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Behavioral Economics

불편함과 고통 이끄는 가난은 ‘공공의 적’

Based on “The Psychological Lives of the Poor” by F. Schilbach, H. Schofield, and S. Mullainathan (2016,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무엇을 왜 연구했나?

성경에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구절이 나온다. 더 나아가 그런 사람은 하늘의 좋은 나라로 간다고 한다. 불교에서도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무소유를 강조한다. 노자는 상덕약곡(上德若谷), 즉 골짜기처럼 텅 비우고 나면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모두가 돈이나 물질을 너무 밝히면 행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돈, 권력, 명예라는 세속적인 가치가 판을 치는 요즈음 세태에 되새겨볼 만하다. 하지만 가난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가난과 풍요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10명 중 9명은 풍요를 택할 것이다. 아니, 10명 모두 풍요를 택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국정농단 사태로 혼란스럽다. 사태의 주범은 돈이다. 가뜩이나 돈은 시기와 질투, 비난의 대상으로 취급받아 왔는데 이번 사태로 그 해악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돈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일까? 가난은 사람들의 사고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의사결정 능력은 다를까? 가난은 극복의 대상인가, 이해의 대상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답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가난의 역할과 경제적, 심리적, 철학적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마음은 직관적, 감정적 사고와 반응을 주관하는 ‘시스템 1’과 이성적, 합리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시스템 2’로 나누어진다. 두 시스템은 서로 협업하며 인간의 생존에 기여해왔다. 둘은 한 몸을 가진 두 개의 머리와 같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시스템 1은 많은 실수와 오류를 범한다. 실수와 오류는 종종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대박신화’에 홀려 시작한 주식투자로 전 재산을 날리기도 한다. 독선과 아집으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국가의 지도자가 사적인 관계와 이익에 몰입해 나라를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시스템 1을 없앤다면 인류는 곧 사라질 것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쌓인 생존의 법칙이 시스템 1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참 골치 아픈 우리의 한 부분이다.

시스템 1의 결점을 보완해주는 존재가 시스템 2다. 진중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편향 없는 선택과 결정을 유도한다. 이러한 시스템 2를 활성화시키고 지탱하는 정신적 에너지를 심리적 대역폭(Bandwidth)이라고 한다. 시스템 2가 작동하는 데 기여하는 심리적 요소들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역폭의 역할이 방해받게 되면 시스템 2의 작동이 느려지거나 축소돼 이성적, 합리적 대응이나 의사결정이 어렵다.

가난은 대역폭의 역할을 방해하는 경제적 요인이다. 가난은 여러 가지 불편함과 고통을 수반한다. 배고픔도 그중의 하나다. 배고픔은 경제활동을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쾌감이나 신체적 고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올바른 판단과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대역폭을 고갈시키는 일에도 한몫한다. 하버드대 쇼필드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양섭취를 충분히 못한 사람들의 과업 수행능력은 영양 섭취가 좋은 사람들의 수행능력의 89%에 불과했다.

가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또 다른 요소가 술이다. 허름한 대폿집에서 빈대떡 하나 놓고 막걸리나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피곤하고 가난한 서민들의 일상을 대표하는 친숙한 장면이다. 술은 가난이라는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잊게 해주는 손쉽고 값싼 진통제다.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술에 취하면 비틀거리게 된다. 술은 몸만 비틀거리게 하지 않는다. 마음도 덩달아 쓰러지고 넘어진다. 대역폭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MIT의 스킬바크 교수가 인도의 관광 도시인 첸나이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음주량을 줄인 노동자들의 저축액이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의 저축액보다 무려 60%포인트나 높았다.

가난은 현재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난은 미래를 결정하는 판단과 선택의 능력도 갉아먹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이 하지 않는 걱정과 고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쉽게 말해, 주머니 사정을 항상 고려하며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 통장에 남은 돈과 이번 달 수입을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날 때도 지갑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식사 장소를 정해야 한다. 설날에 조카들에게 받는 세배가 즐겁지만은 않다. 연애할 때는 들르는 장소와 식사의 종류가 항상 신경이 쓰인다. 사표를 내고 싶어도, 바른 소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의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도 생업 때문에 할 수가 없다. 무고한 고소를 당해도 변호사를 구할 수가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 그 억울함과 분노는 평탄한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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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리의 일상은 판단, 선택, 결정의 연속이다. 수많은 문제들이 하루 일과의 곳곳에서 우리에게 답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결코 녹록지 않다. 가난에 처한 사람들은 배고픔, 과음, 열악한 주거환경, 불면증, 스트레스 등 가난이 초래하는 추가적인 난제도 풀어야 한다. 가난이 초래하는 난제를 풀려고 골몰하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는 고갈되기 일쑤다. 은퇴 후의 삶을 위한 계획을 꼼꼼히 세울 수가 없다. 가난을 벗어나려 일확천금의 기회를 찾아 헤매는 낭인이 되기도 한다. 자원봉사나 이웃돕기, 기부는 사치에 가깝다.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기보단 당장의 의식주 걱정으로 분주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시스템 2는 가난이라는 감옥에 갇혀 햇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 가난을 개인의 불성실, 불운, 남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그 부작용이 너무 크고 깊다. 사람다운 생각, 판단, 행동을 하려면 시스템 1과 2의 조화가 필요하다. 가난은 그 조화를 근본부터 방해한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궁핍은 마음먹기 자체를 어렵게 한다. 가난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이해는 가난이 왜 ‘공공의 적’인지 실감케 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를,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Political Science

부패는 어떻게 부패를 낳나

“Corruption as a Self-Fulfilling Prophecy: Evidence from a Survey Experiment in Cost Rica” by Ana Corbacho, Daniel W. Gingerich, Virginia Oliveros, Mauricio Ruiz-Vega in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2016 October, 60(4): 1077-1092)


무엇을 왜 연구했나?

부패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 중남미는 부패한 정치로 인해 신음해온 역사가 오래지만 ‘중남미의 스위스’라고까지 불리는 소국 코스타리카는 예외였다. 그런데 근래 들어 이곳은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세 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뇌물 혐의로 기소돼 두 명은 유죄가 확정되고 수많은 장관들이 연루돼 사퇴하는 등 대규모 부패 스캔들로 ‘비교적 깨끗한 나라’라는 인식은 옛말이 돼버렸다. 이 영향인지 국민들 사이에서도 일상에서 경험하는 부패가 확산되는 모양이다. 부패를 목격한 적이 있느냐는 설문조사에서 “그렇다”라는 대답이 몇 년 새 크게 증가했다. 지도층의 부패는 사회 전반의 부패 확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부패는 또 다른 부패를 낳는 효과가 있는가. 본 논문은 단기간 눈에 띄는 부패의 증가를 경험한 코스타리카를 대상으로 부패가 부패를 낳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 연구다.


무엇을 발견했나?

부패는 정치경제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 중 하나다. 그런데 기존 연구들은 부패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즉, 부패의 행위를 통해서 얻게 되는 이익 및 손해, 그 행위가 적발될 가능성, 개인의 윤리적 감수성과 가치관을 통해 ‘개인적’으로 결정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론’과 달리 본 논문의 저자들은 ‘게임이론’을 활용해 ‘한 개인의 결정함수에는 타인의 결정함수에 대한 판단이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예를 들어, 교통법규 위반으로 걸려서 교통경찰관에게 뇌물을 줄 것인가를 결정할 때 상대방이 뇌물을 거절할 경우 뇌물죄의 혐의가 추가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부패한 경찰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부패란 것은 관련되는 행위자 간의 조정 및 협업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고, 서로 상대방이 부패에 동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맞아떨어질 때 일어나기에 부패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따라서 부패가 만연할수록 상대방이 부패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협업’은 쉬워지고 나 역시 부패에 가담할 가능성은 높아져 부패는 부패를 낳는 효과가 확산된다. 이러한 예측을 검증하기 위해 본 논문은 4200명의 코스타리카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기법조사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자들은 이들을 세 그룹, 즉 코스타리카에서 최근 부패문제가 심각해졌음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통계에 관한 안내문을 본 실험그룹, 코스타리카의 사법 체계의 무능력을 암시하는 안내문을 본 또 다른 그룹, 아무런 안내문을 보지 못한 통제그룹으로 나누고 추후 이들에게 부패의 행위를 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고, 부패의 확산에 관한 인식의 증가가 부패의 유인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사법 체계에 관한 안내문을 본 두 번째 실험그룹을 포함시킨 이유는 첫 번째 그룹이 설문에 대답을 할 때 부패의 확산에 관한 인식의 증가가 아닌 단순히 부정적인 안내문의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가늠해 실험의 엄밀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예측과 부합한다. 부패에 관한 안내문을 읽은 그룹에서 자신도 부패에 가담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28%나 더 높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논문은 여러 가지 실험 및 조사기술을 활용해 부패에 관한 인식이 사회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엄밀하게 보여줬다. 부패는 2인 이상의 구성원들 간에 이뤄지는 상호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신호(signal)’와 신호의 해석이 교차하는 고도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조직에 주는 함의도 강력하다. 부패는 단순히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결단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문화’ 혹은 ‘그러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부패를 저질렀을 때 직면하게 되는 위험성은 낮추고 유인은 강화해 조직자체를 보다 부패한 ‘균형상태(equilibrium)’로 옮겨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무엇보다 리더 및 경영진이 보이는 모든 언행이 부패의 관용 혹은 불관용에 관한 가장 강력한 신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51호 Cost Innovation 2018년 6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