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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CSR 활동, 가격공정성에 대한 의심 키울수도 外

홍진환 | 204호 (2016년 7월 lssue 1)

Marketing

 

기업의 CSR 활동, 가격 공정성에 대한 의심 키울수도

 

Based on “Warm Glow or Extra Charge? The Ambivalent Effect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Activities on Customers’ Perceived Price Fairness” by Johannes Habel, Laura Marie Schons, Sascha Alavi, & Jan Wieseke (2016), Journal of Marketing, 80 (1), 84-105.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이 사회적 존재로서 역할을 다하는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 공헌이나 자선, 기부 등의 CSR 활동은 이해관계자 및 일반 대중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평판과 수익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기업의 CSR 활동을 긍정적으로만 생각할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CSR 활동을 호의적으로 본다. 그러나 기업의 CSR 활동 비용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켜 비싸게 사는 것은 아닌지 가격 공정성(price fairness)을 의심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업의 CSR 활동과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가격 공정성의 관계를 분석해 CSR에 대한 소비자들의 양면적인 인식을 밝혔다.

 

무엇을 발견했나?

 

독일 루르대 연구진은 독일 소비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실험 연구를 통해 기업의 CSR 활동이 소비자들의 가격공정성과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사했다. 첫 번째 실험 연구에서 기업의 CSR 활동을 자세히 안내받은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일반적 소개를 받은 소비자들보다 가격 공정성이 낮다고 인식했다. CSR 활동을 자세히 알게 될수록 비용 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또한 CSR 활동이 자연스러운 경우보다 전략적인 활동으로 생각한 경우에 가격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졌다. , CSR이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이를 기업의 호의로 생각해 가격 공정성을 덜 의심하는 반면 CSR을 의도적 전략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그 비용만큼 제품 가격을 더 지불한다고 생각하기에 가격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CSR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가격 공정성을 낮춘다는 부정적 인식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조사했는데 CSR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지 않는다고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실험 연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의도적 CSR 활동을 하며 그 비용은 광고비나 수익금, 경영진의 급여에서 충당한다고 알렸더니 가격 공정성과 충성도에 대한 인식이 자발적 CSR 활동 수준으로 높아지는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CSR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CSR 활동이 항상 훌륭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가격 공정성 문제 등의 부정적 효과도 존재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업의 CSR 활동을 보는 소비자의 이중적 관점을 밝혔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 (경영자들은 그렇다고 생각해야 한다!) 기업의 문제점을 가리기 위한 일시적 활동, 단순히 홍보 수단으로의 활용, 직원이나 협력업체를 강제 동원하는 등의 CSR 활동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려면 생색내려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중앙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듀폰, 엠드림, 옵티멈경영연구원에서 근무했 고 일본 히토츠바시대 연구원, 중국 임기대 교환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전략, 신제품 개발, 국제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 등이며 저서로 <코에볼루션> 등이 있다.

 

 

Political Science

 

보호주의적 선진국소비자 사로잡기? 값싸고 좋은 제품이 정답이다

 

Naoi, Megumi, and Ikuo Kume. "Workers or Consumers? A Survey Experiment on the Duality of Citizens' Interests in the Politics of Trade."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2015):

 

무엇을 왜 연구했나?

 

무역정책을 둘러싼 상이한 이해집단 간의 정치적 갈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일본의 농업정책은 흥미로운 사례다. 800%에 이르는 높은 관세율로 보호받는 쌀을 비롯해 오랫동안 유지돼온 일본의 농업보호정책에 따라 일본의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감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촌지역의 지지에 바탕을 둔 자민당 장기집권의 결과로서 일반 소비자의 희생을 대가로 한, 농촌의 표와 농업보호정책의 정치적 교환으로 설명하는 것이 기존의 주류관점이다. 이러한 설명에는 한 가지 큰 약점이 있다.

 

즉 일반 소비자들은 농업보호정책과 그로 인한 높은 농산물 가격에 대해 불만을 갖기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싼 소비재나 농산물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는 저소득 계층이 오히려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에 강한 지지를 보내는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무역정책을 지지하는 현상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본을 연구하는 두 학자인 나오이 UC샌디에이고대 교수와 구메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해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들이 착안한 것은 각 개인의 무역정책에 대한 선호 결정은 소비자로서 가격을 통해 얻는 효용의 측면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피고용인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 소비자로서는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 싼 가격의 수입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것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수입이 늘어날수록 경쟁하는 국내 산업의 고용은 위축돼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기에 노동자로서의 입장에서는 수입을 제한하는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이 둘 중에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수입품에 대한 입장이 결정된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본 논문은 저자들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불황이 심각했던 2007∼2009년 일본 최대의 온라인 포털 사이트인 야후재팬을 통해 1200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서베이를 설계했다. 400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소비자로서의 정체성과생산자(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부각되도록 시각적 자극을 받은 두 개의 실험집단과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 간에 수입품에 대한 태도를 비교했다.

 

, 본격적인 설문에 임하기 전에생산자집단에게는 생산자로서의 자신의 입장을 상기시키는 화이트칼라 사무실, 자동차 생산 공장, 쌀을 수확하는 논의 사진을 보게 하고, ‘소비자집단에게는 값싼 수입품의 장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식료품이 진열돼 있는 슈퍼마켓, 생활가전 매장, 대형 의류매장의 사진을 보도록 했다. 그리고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의 증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소비자로서의 자극을 받는 것은 평균적으로 9.5%의 정도로 긍정적인 대답을 증가시키고 부정적인 반응은 13%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생산자로서의 자극은 찬성 대답을 3.8%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유무역 및 수입품에 대한 선호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과 인종주의적인 구호를 내세워 주류정치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는 정치인들이 근래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경제 불황 및 좋은 일자리의 감소, 장기 실업자의 증가와 높은 청년실업률 등 경제적인 요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의 장벽이 낮아지는 한편 일각에서는 보호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목소리가 큰 지지와 호응을 얻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까.

 

본 논문이 밝혀낸 것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수입품에 대해 양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세계시장,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기 원하는 기업들에는 희망적인 소식이다. 한편으로는 보호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선동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경제적 합리성의 입장에서 값싸고 좋은 상품으로부터 얻는 이익에 민감하기도 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만도 아닐 것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Behavioral Economics

 

자기과신과 과도한 주식매매, 여성참여 활성화로 막을 수 있다

 

Based on “Ambiguity vs Risk: An Experimental Study of Overconfidence, Gender and Trading Activity” by X. Yang and L. Zhu (2016,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Finance)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오늘도 수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을 거래하느라 분주하다. 매일 수조 원에 이르는 수억 주의 주식이 옛 주인을 뒤로 하고 새 주인을 만난다. 그런데 하루라도 거래를 하지 않으면 초조해하거나 조급해 하는 투자자도 많다.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것이 수익을 늘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에 의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고 투자자 자신들의 거래 경험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아직도 필요 이상의 주식거래를 멈추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우리 안의 어떤 메커니즘이 우리를 거래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걸까? 이성적이고 합리적 사고에 반대되는자기과신이라는 오래된 편향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주식매매 행태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재조명해본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의 저명한 재무학자인 Barber Odean의 연구에 의하면 주식거래를 빈번히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평균수익률(11.4%)은 주식시장 전체 평균수익률(17.9%) 63.7%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자신이 보통의 투자자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하는 편향, 소위자기과신에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녀 간 거래빈도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자주 소유 주식을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표현하자면 여성이 100번의 거래를 할 때 남성은 145번을 거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들의 이러한 과도한 거래는 그들의 평균수익률을 연 평균 2.65%나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식의 매도와 매수를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주식을 사고팔아야 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타당한 증거로 뒷받침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주식 매매는 투자수익률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치에도 맞다. 귀중한 시간을 들여 땀 흘려 노력한 결과가 수익 감소라면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저장대의 한 연구팀은 대학생 110(남학생 44, 여학생 66)을 대상으로 2013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내용을 보면 먼저 개인별 자기과신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당신을 포함한 10명의 주식투자자들 중에서 당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투자자들의 수는 몇 명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0이라고 답할 것이고, 자신이 최하위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9라고 적을 것이다.

 

전자는 자기과신이 심한 사람이고 후자는 자신감이 매우 결여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4.5는 자기과신의 정도가 평균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는 곧, 질문에 대한 답변이 4.5보다 작으면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자기과신)이고 4.5보다 크면 자신이 평균 이하라는 겸손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4.5를 기준으로 대학생들을 자기과신 그룹과 비()자기과신 그룹으로 나눴다. 이후 대학생 투자자들에게 동일한 액수의 투자금과 주식을 준 후 정해진 시간 안에 각자에게 지급된 개인 컴퓨터의 주식매매 플랫폼을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도록 했다.

 

실험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투자자의 일반적 거래 행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자기과신 그룹은 비자기과신 그룹보다 30% 이상 더 활발히 거래를 했다. , 비자기과신 그룹이 10번을 거래하면 자기과신 그룹은 13번을 거래했다. 자기과신의 정도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여학생들의 자기과신 평균 점수는 자기과신과 비자기과신을 분류하는 기준인 4.5보다도 작은 4.3이었던 반면 남학생들의 자기과신 평균점수는 5.2를 기록했다. 더욱이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에 관찰된 주식의 거래빈도 차이는 자기과신 그룹과 비자기과신 그룹의 거래빈도 차이를 가볍게 넘어섰다. 여학생이 66회 거래를 할 때 남학생은 약 96회를 거래해 그 현저한 차이를 실감케 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저장대 연구팀의 실험결과는 빈번한 주식거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자기과신이며 남녀 간에는 자기과신의 정도와 거래빈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의미 있는 발견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차이를 활용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차이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차이를 활용해 실보다 득이 많게 하는 것은 사고의 전환 등을 통해 의외로 간단히 실현될 수 있다. 당장 남녀 간의 협업은 자기과신의 정도를 거의 평균에 가깝게 끌어 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포트폴리오 관리 시 여성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면 과도한 거래로 말미암은 근거 없는 손실도 희석하는 효과를 꽤 빠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융합과 통합의 시대에 남녀협업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 가고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trategy

 

자기고집 아닌 인내, 목표와 비전 있는지 점검을

 

Based on “Appropriate persistence in a project: The case of the wine culture and tourism centre in Bordeaux”, by Julien Cusin and Juliette Passebois-Ducros in European Management Journal, 2015, 33, pp.341-353.

 

무엇을 왜 연구했나?

 

혁신적 디자인과 기능으로 대표되는 전자제품업체 다이슨(Dyson)사의 설립자이자 영국 왕립예술대(RCA) 학장으로 세계 산업디자인계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1개의 진공청소기 히트상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5127개의 새로운 시제품을 제작하고 시험에 시험을 반복했다고 했다. 5126번의 실패 끝에 거둬낸 성과인 것이다. 그는 속도가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 조직, 기업 모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빨리 뭔가를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난관 속에서도 터벅터벅 걸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인내라고 했다.

 

과연 참아내고 노력하면 세상의 모든 조직들은 지속가능한 혁신과 성공을 이루어내는 것인가? 다이슨 학장의 주장과 달리 경영학자들의 생각은 분분하다. 인내를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 자신의 선택을 돌이키지 않고 그대로 지속하며 집착하는 현상)의 한 모습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혁신과 변화에 반드시 수반되는 시행착오, 실패, 긴 고난의 과정을 견디게 해주는 동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체로 경영학계는 무작정 인내만 하는 것은 성공의 열쇠로 보지는 않는 듯하다. 인내에도 조건이 있으므로 인내심이 요구되는 경우가 어떤 때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프랑스 연구진 역시 최근 연구를 통해 인내심도 현명하게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흥미를 끌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프랑스 IAE대 연구진은 조직의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교착상태에 봉착할 경우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나은 경우는 어떤 때인지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침체를 거듭하던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 및 관광 진흥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연구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 정부 차원에서 관광사업 육성과 부침을 겪던 프랑스 와인의 세계적 명성을 다시 찾기 위해 1995년에 처음 발족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업 취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적이었던 시각들이 팽배했다. 전략, 취지, 실행 방안 등 인력 구성과 추진 방식에 대한 내외부적 도전도 있었다. 계획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무엇보다 본 프로젝트를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관광사업을 촉진하고 프랑스 와인의 생산 증가와 명성을 되찾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가 불확실했다.

 

연구진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를 1단계, 2008년부터 2016년까지를 2단계로 나눈 뒤 프로젝트가 어려움에 봉착했던 시기, 그리고 재추진된 시기 등을 시간별로 정리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종단적 사례 연구를 실시했다. 특징적 사건이 있었던 시기의 상황, 정치환경, 내부 사정 등을 면밀히 분석해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유효했던 당시의 상황적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풀어나갔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결과는 혁신과 변화를 표방한 추진 사업은 무엇보다 리더 본인이 혁신에 대한 명확한 비전, 추진의지, 전략적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교착이나 난관에 직면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것이 낫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의 정치적인 지원이나 지지가 필요한 사안인 경우 더욱 인내를 가지고 추진을 지속해 작은 성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결국에는 나은 결과로 이어짐을 보여줬다. 다만 주변의 영향력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경우 자칫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 효과로 비춰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도전적인 일을 추진하다 보면 늘 난관이나 실패의 순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돌아서라도 가야 할지,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지 고민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인내하고 도전하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인내(persistence)가 끈기(tenacity)가 아닌 단지 자기고집(obstinacy)의 산물이라면 포기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다이슨 같은 기업이 단지 인내와 의지만 가지고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인내의 이면에는 과연 목표와 비전이 정말로 명확한지, 추진동력이 될 관련 지식과 전문지식은 충분한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와 관계된 주변인, 이해관계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준비까지 돼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나갈 것을 권할 만하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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