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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ㆍCFO가 사기칠 때는 더 길고 모호하게 말한다

안도현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Communication & Psychology

 

CEO·CFO가 사기칠 때는 더 길고 모호하게 말한다

 

Which Spoken Language Markers Identify Deception in High-Stakes Settings? Evidence From Earnings Conference Calls by Judee Burgoon, et al. (2015).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5(2), 123-15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자본주의의 전제는 신뢰다. 이런 점에서 사기와 같은 속임수는 실질적인반체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자본주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기업 중에도 반체제 활동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규제당국이나 투자자는 이러한 기업 사기 행태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작정하고 속이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탐지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언어를 통해 드러나는거짓의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애조나대, 듀크대, 올바니대 및 럿거스대의 공동 연구진은 거짓을 나타내는 언어 단서를 탐구하기 위해 투자자 전화 회의(conference call) 녹취록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사기혐의로 조사받은 기업으로 선택했다. 이후엔 결국 사기로 드러난 결과를 놓고, 전화 회의상에서 기업이 투자자들을 어떤 식으로 속였는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취록은 6차례의 전화회의를 통해 남성 최고경영자(CEO)와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발표한 내용과 질의응답 내용이었다. 진술문은 1114건이었는데 884건은 CEO, 230건은 CFO가 언급했다. 684건은 발표문이었고, 466건은 질의응답이었다. 녹취록은 음성분석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분석했다. 경영상의 전문적인 내용은 재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석했다.

 

분석결과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사기로 밝혀진 부분이 더 길고 더 상세하게 언급됐다. 거짓말을 할 때 더 길게 말하는 양상은 발표내용과 질의응답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반면 상세하게 언급하는 방식은 발표자, 내용 및 발표양식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CFO가 사전 준비한 발표문을 언급할 때는 상세하게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질의응답에서는 구체적인 언어의 사용이 줄었다. 질의응답문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확신감을 나타내는 언어의 사용은 증가했다. 모호한 표현의 사용은 사전 준비한 발표내용과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질의응답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거짓말을 할 때 질의응답에서는 모호한 표현이 많았으나 발표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거리를 두는 표현의 사용도 발표 내용과 질의응답이 달랐다. 거리 두기 표현이란(I)’ 등의 1인칭 대명사는 적게 사용하고, 타인을 지칭하는 대명사를 많이 쓰며, 수동태 문장 및 미래시제 문장을 더 많이 사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거짓말을 할 때는 사전 준비한 발표내용에서 거리두기 표현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또한 긍정적인 감정의 표현도 거짓말을 할 때 더 많이 나타났다.

 

무슨 교훈을 주나?

 

공개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매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기관투자가에게는 전화 회의(Conference call) 등과 같은 별도의 기회를 마련해 기업의 실적과 전망에 대해 설명한다. 이 설명 내용 중 이후 사기로 밝혀진 부분을 분석함으로써 언어를 통해 사기의 징후를 판단할 수 있는 자동분석 도구를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연구는 6시간 분량의 방대한 양의 녹취록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분석대상이 한 기업의 CEO CFO에 국한됐다는 것이 한계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SSCI급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Marketing

 

항생제 처방 줄이기 등 ‘올바른 진료유도 가능하다

 

Meeker, Daniella, Jeffrey A. Linder, Craig R. Fox, Mark W. Friedberg, Stephen D. Persell, Noah J. Goldstein, Tara K. Knight, Joel W. Hay, Jason N. Doctor (2016), “Effect of Behavioral Interventions on Inappropriate Antibiotic Prescribing Among Primary Care Practice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315 (6), 562-57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영국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1900년대 초반 페니실린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항생제는 세균성 질환을 모두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러나 의사들의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항생제는 약효가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 대책이 없는 슈퍼박테리아(superbugs)를 만들어내는 위험한 약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영국 정부 최고의료책임자 샐리 데이비스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신종 항생제 개발에 드는 비용에 비해 수익이 작기 때문에 1987년 리포펩타이드를 마지막으로 약 29년간 새로운 항생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1997년에는 항생제의 마지막 보루라 여겨지던 반코마이신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다. 이로써 항생제는 이제 만병통치약에서 위험한 약 소리를 듣게 됐다.

 

특히 한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OECD 평균보다 약 1.4배 높다. 2002년의 경우를 예로 들면,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에 내원한 환자 10명 중 7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았고 가정의학과는 4.5, 내과는 3명꼴로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청년의사> 신문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도 항생제 처방 평가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종합병원급 이상 전국 322개 대형 병원에서 항생체 처방률이 40% 이하인 곳은 26.4%에 불과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항생제 오남용 사례가 높았다. 미국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항생제 처방으로 매년 2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병에 걸리고 23000명이 죽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의사들이 항생제를 좀 더 선별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의사에게 항생제 오남용의 후유증을 집중 교육하기도 하고, 의사가 컴퓨터를 통해 환자 정보에 접근할 때 필요 없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말라는 리마인더를 보내기도 하며, 항생제 처방을 적게 하는 의사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 리마인더, 금전적 보상은 효과가 미미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의사가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에서 발견한 인간의 비합리적이라는 인사이트를 이용해 항생제 처방을 줄이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는 서약서에 사인한 뒤 이를 진료실에 붙여둔 경우, 자필 서명 없이 가이드라인을 붙여둔 경우에 비해서 필요 없는 항생제 처방이 2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가장 최근의 연구는 로스앤젤레스와 보스턴의 47개 병원에서 일하는 248명의 의사를 상대로 18개월 동안 수행됐다. 의사들은 모두 항생제 처방에 관한 교육을 받았고, 이후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첫 번째 그룹에는 아무런 조작이 이뤄지지 않았다(대조군). 두 번째 그룹에게는 항생제가 들어 있지 않은 처방전 예시가 컴퓨터에 제시됐다. 세 번째 그룹에게는 환자의 전자정보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이유를 적어 넣으라는 리마인더를 띄웠다. 마지막 네 번째 그룹에게는 항생제를 가장 적게 처방하는 다른 의사들과 비교한 자신의 항생제 처방 비율을 알려줬다.

 

연구진은 이 4개 그룹의 의사들이 총 16959건의 진료에 관해서 항생제를 처방했는지를 확인했다. 대조군에 해당하는 첫 번째 그룹의 항생제 처방 비율은 교육 전 24.1%에서 교육 후 13.1% 11%p 줄어들었다. 조작이 이뤄진 다른 세 그룹은 더욱 높은 비율로 줄어들었다. 대안 처방전이 제시된 두 번째 그룹은 16%p가 줄어들었고, 처방의 이유를 문구로 적어내야 했던 세 번째 그룹은 18.1%p가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다른 의사들과 비교된 네 번째 그룹은 16.3%p 줄어들었다. , 간단하고 손쉬운 조작만으로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이 예전에 비해 77∼81% 줄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의료진은 개인의 삶을 상당 부분 희생하면서 십수 년의 교육과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믿을 수 있는 전문가다. 게다가 인간의 건강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만큼믿지 않을 수 없는전문가다. 하지만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범하는 다양한 실수를 피할 수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가 4시간의 진료를 마친 뒤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황에서는 항생제 처방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의사가 내릴 수 있는 비합리적인 결정들을 제어하고 올바른 결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커니즘이 검증돼야 한다. 본 연구 결과가 국내 의약계에도 적용돼 시한폭탄 같은 항생제 오남용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주재우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Behavioral Economics

 

어닝쇼크의 악순환, 편견없는 예측 가능해야 끊긴다

 

Based on “CEO Overconfidence and Management Forecasting” by P. Hribar and H. Yang (2015, Contemporary Accounting Research)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실적이 발표되는 어닝시즌만 되면 주식시장이 들썩인다. 기업의 수익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반영되는 탓이다.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실질수익과 투자자들의 기대수익 간 불가피한 차이에서 오는 어닝쇼크는 온전히 시장과 투자자의 몫이다. 실적이 기대를 초과 달성하면 시장은 주가 상승으로 화답하고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투자자들의 실망과 분노는 주가의 하향 곡선으로 나타난다. 주식시장이 존재하는 한 실적과 기대의 괴리에서 오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쇼크로 인한 감정의 유발과 그로 인한 주식시장의 요동은 피할 수 없는 경제현상이다. 주식시장에 만연한 여러 가지 감정들의 출발점인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어닝시즌에 기업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발표하는 수익실적에 대한 예측치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사업전략, 매출실적, 미래 전망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경영진이다. 자신들의 수익 예측치 발표가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로 인해 어닝시즌이 되면 시장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잘 아는 경영진이 스스로 예측치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 기업의 수익실적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해 궁극적으로 수익실적 발표가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는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진은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수익실적에 미치지 못할 낮은 수익 예측치를 내 놓을까? 아니면 높은 예측치로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어닝시즌 이전에 주가 상승을 유도하려 할까? 어느 쪽이 기업의 가치 증가에 더 도움이 될까? 최고경영자의 자기과신이 기업의 자발적 실적예측의 빈도, 예측치의 낙관성, 예측오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그 단초를 찾아보자.

 

무엇을 발견했나?

 

최고경영자의 자기과신이 다양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부지기수다. 자기과신은 기업 인수합병의 주요 동기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추진력과 모멘텀을 제공한다. 때로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낙관적으로 예측해 기업이 과소평가됐다는 착각에 빠진 나머지 풍부한 외부 자금보다는 제한된 내부 자금으로 운영이나 투자를 하려는 편협한 경영 스타일을 고수한다.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는 것에 매우 배타적이며 부정적인 성향을 보인다. 혁신적인 사업에 있어서는 분석적이고 신중한 최고경영자보다는 자신감에 찬 최고경영자가 더 적합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자기과신과 기업의 수익실적 예측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속했던 607개 미국 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 907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최고경영자가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최고경영자보다 실적 예측치를 공표할 확률(공표확률) 45.5% 정도 더 컸다. 실적 예측치의 크기도 확신에 찬 최고경영자의 자신감과 낙관적 견해를 잘 반영했고 낙관적 예측치를 발표할 확률(낙관확률)도 평범한 자신감을 소유한 최고경영자보다 19.2%나 더 높았다. 2179개의 미국 기업과 그에 속한 최고경영자 3305명을 연구한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다음으로 자기과신과 수익실적 예측치 범위와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자기과신이 심한 최고경영자가 발표하는 예측치의 범위는 다른 최고경영자들에 비해 훨씬 좁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들 들어, 보통 최고경영자들의 평균 예측치 범위가 ‘1∼5’에 이른다면 자기과신이 심한 최고경영자들의 평균 예측치 범위는 ‘2∼3’이라는 뜻이다. 과도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예측에 따른 오류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수익실적의 예측치 공표는 낙관확률과 오류확률을 높이고, 이는 실적이 예상을 밑도는 상황으로 발전해 부정적 어닝쇼크를 초래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너무 지나쳐도, 너무 못 미쳐도 문제다. 자신감도 예외가 아니다. 최고경영자든, 개미 투자자든 인간이면 누구도 자신감의 과유불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기과신은 자신의 능력, 판단 및 선택에 대한 맹목적 신뢰를 초래하고 현재나 미래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세워지고 허망한 기대가 조장된다. 개인, 조직, 사회, 시장은 쇼크에 이어 혼란에 빠지고 이를 자양분 삼아 새로운 자기과신이 태동하고 또 다른 쇼크와 혼란으로 이어진다. 어닝쇼크의 악순환은 편향 없는 예측이 가능할 때 비로소 끊을 수 있다.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한 예측기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IT활용 높이려면 결정권한 부서와 타부서 소통해야

 

Tiwana, Amrit, and Stephen K. Kim, “Discriminating IT governance”,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26, 4, (2015), 656-674.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정보기술(IT) 투자가 매년 4조 달러 이상에 달하지만 실제 전략적으로 활용해서 성과를 달성하는 정도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라나 시티은행 같은 기업은 IT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경쟁을 선도하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IT 투자 대비 전략적 성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시티은행은 1970년대에 ATM을 처음으로 도입해 일시적으로나마 경쟁 우위를 점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개인 수표를 직접 입금하는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와 같이 IT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고객 서비스 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 물론 경쟁사들은 빠른 속도로 이 전략을 모방했으나 시티은행은 경쟁사에 비해 새로운 IT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도입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어 경쟁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정보기술 결정 민첩성(IT strategic agility)의 차이는 무엇에 기인하는가. 기존 연구에서는 IT 도입 및 활용 관련 결정 권한이 IT 부서와 현업 부서 중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IT 거버넌스’ 에 대해 주로 연구해왔으나,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의 차이가 IT 투자를 통한 전략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비했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는 전사적인 IT 인프라(데이터 관리, 네트워크 등)와 개별 현업 부서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고객 관리 시스템, 회계 등) 도입 결정을 구분 짓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존 연구에서는 IT 거버넌스 형식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에 대해 상반된 결론을 내기도 했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는 IT 거버넌스 형식을 결정짓는 선행 요인에 초점을 맞췄으나 본 연구에서는 IT 거버넌스 유형이 전략적 IT 활용 민첩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 등을 살펴봤다.

 

 

본 연구에서는 저자들은 기업의 IT 거버넌스 형식이 IT 부서 및 현업 부서들의 타 부서 업무 관련 지식 정도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IT 투자 민첩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자들은 위의 두 가지 IT의 전략적 활용에 있어 필요한 지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적합한 IT 거버넌스 유형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IT의 전략적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IT 관련 지식 및 현업의 업무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에 관련된 지식이 적절하게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부서와 다른 부서 간의 지식 공유가 가능토록 하기 위해 적절한 주변 지식(peripheral knowledge)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주변 지식을 부서의 핵심 지식이 아닌 기업의 다른 부서의 업무 관련된 지식으로 정의한다. 젠센 등(Jensen & Meckling)의 경제 이론에 의하면 의사결정 권한은 이에 필요한 지식이 집약된 곳에 부여돼야 한다. 저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가설을 세웠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현업 부서에 IT 투자 결정 권한이 분산돼 있는 한편 IT 부서에서 현업 업무 관련 지식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각 부서에 필요한 IT 투자 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전사적인 IT 환경 및 시스템과의 호환성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또한 전사적인 IT 인프라 시스템의 경우에는 IT 지식이 집중돼 있는 IT 부서에 투자 결정 권한이 몰려 있을 때의 전략적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업 부서의 다양한 니즈도 파악돼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현업 부서에서 IT 시스템 개발 방법론 및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우 IT 부서에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전략적 IT 투자 민첩성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 검증을 위해 저자들은 미국의 105개 기업에서 각각 IT 관리자와 현업 부서 관리자를 대상으로 인식된 전략적 IT 투자 및 활용 민첩성 및 IT 거버넌스, 지식 및 타 부서 이해 정도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교훈을 얻었나?

 

연구 결과 IT 거버넌스 방식이 기업의 전략적 IT 활용 민첩성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사결정 권한을 소유한 부서와 타 부서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 IT 인프라의 경우 IT 관련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IT 부서에서 결정을 하되 해당 결정에 필요한 현업 관련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IT 부서의 전문 용어로 적절하게 해석해서 표현할 수 있는 기업이 전략적 IT 활용 민첩성이 높았다. 반면 IT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민첩한 활용 및 투자를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에서 IT 투자 결정 권한을 갖되 이러한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사적인 시스템과의 연계 등을 설명해줄 수 있는 IT 부서의 현업 업무 이해도가 큰 역할을 했다. 인프라에서는소통이 핵심이었고,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에 있어서는 IT 업무 부서 자체의 현업업무 이해도와 권한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전략적인 IT 투자 결정을 위해서는 IT 유형에 따라 결정 권한을 적절히 배분하고, 이러한 결정을 돕기 위해 현업 부서에서는 IT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적시 활용을 위해 IT 부서에서는 현업 업무 관련 이해도 또한 높아야 한다.

 

문재윤 고려대 경영대 교수 jymoon@korea.ac.kr

 

문재윤 교수는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홍콩 과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MIS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온라인커뮤니티,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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