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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관리 솔루션

재고관리가 곧 돈이다 매일 파악해 정보 공유하라

김동수 | 197호 (2016년 3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재고관리의 중요성을 모르는 기업은 없지만 재고관리를 제대로 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재고는 비용을 늘리고 비용은 손실을 낳는다. 실제로 기업 경영 환경에서 불거지는 많은 문제의 중심에 재고가 있다. 다음의 네 가지 지침을 따라 재고관리의 수준을 높여보자.

1. 일일 재고평가를 실시하라

2. 따로 노는 재고정보를 표준화하라

3. 제품군이 많은 경우 분산형 산포도를 활용하라

4. 부서 간 정보를 공유하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성희(한양대 경영학부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성장세를 이어오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지난 겨울 눈처럼 불어난 재고더미에 파묻혔다. 물량 조절에 실패한 탓이다. 궁지에 몰린 업체들은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폭탄 세일을 내걸었다. 흔히 볼 수 있는 70∼80%에 이르는 할인율은 판매가의 30%를 원가로 보는 업계 기준에 비춰봤을 때 마진을 거의 포기한 수준이다. 요란한 할인 판촉은 끊을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할인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제값의 신상품을 외면하기 십상이다. 미처 진열대에 오르지 못한 신상품은 창고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공장에서 상품이 아닌 재고를 찍어내는 격이다. 기업은 제품개발에 쓸 여력을 재고를 쳐내는 데 쏟게 돼 여러모로 손실을 떠안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심 차게 내놓았던 브랜드를 아예 철거하거나 책임을 물어 경영진 물갈이를 하는 기업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류 업체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경제를 먹여 살린 철강업계의 불황도 남아도는 재고에서 비롯한다. 수요량을 앞지른 초과 공급에 발목 잡힌 것이다. 업계는재고떨이를 통한 제 살 깎기식 경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호황기를 구가하는 화장품 업체들도 재고관리에 사활을 건다. 제품특성상 재고가 늘어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리콜이 발생한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료품 분야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재고 문제는 사실상 제조업과 연결된 모든 영역에서 발생한다. 기업 내외의 수요공급 관리를 총칭하는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또한 재고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고는 곧 비용이며 비용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재고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종류만 꼽아도 열손가락이 모자라다. 창고관리비, 운송비, 인건비, 감가상각비, 파손비용, 도난비용 등을 망라한다. 이자, 보험료, 세금은 덤이다. 늘어난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도 문제다. 업체들은 재고를 없애기 위해 밀어내기식 판매를 불사한다. 밀어내기식 판매는 결과적으로 후발제품들의 앞길까지 가린다. 쌓인 재고를 뒷전으로 미뤄두고 신제품 개발에 치중할 수 있는 간 큰 경영자는 많지 않다. 재고처리에 급급하다보면 신제품 출시는 지체될 수 있다.

 

몇몇 대기업들은 BI(business intelligence)를 꺼내든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최신 데이터 활용기술로 개별 사내 상황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구축해 돌린다. 늘 그렇지만 문제는 남은 다수이다. 대다수 기업에겐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 재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대대적이고 섬세한 선행작업이 불가피하다. 그 선행작업이란 게 기업 입장에선 영 부담스럽다. 기준으로 삼을 지표만 해도 십수 가지가 넘는다. 골라낸 지표를 걸러내는 시스템은 만들기도 까다롭지만 시스템을 돌리는 데도 번거로운 숙달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해당 업무를 책임지는 담당자 입장에선 손에 익지 않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달가울 리 없다. 달갑지 않은 건 경영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기존 재고관리 툴을 뒤집어 엎기란 여간 큰 결단 없이는 힘들다. 고민 끝에 바꿔보려고 마음을 먹어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좋을지 몰라 막막해 한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많은 국내 기업 담당자와 경영자들은 재고를 필요악쯤으로 여긴다. 재고가 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변칙적인 업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담당자들은 어떤 주문이 들어와도 소화할 수 있도록 수량과 품목을 가급적 많이 확보해두려 한다. 신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므로 충분히 구비해두려는 것도 같은 이치다.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자재, 제품을 한 번에 다량 조달(제조)하려고도 한다. 경영자는 전년 대비 플러스 예산을 잡았으므로 그만큼 발생하는 추가 재고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정작 체계는 그대로 두고 마음만 성급하다. 당장 보이는 생산량만 조절하거나 손에 잡히는 수치만 줄이라고 부추긴다.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격이다.

 

이러한 인식과 관행을 바탕에 깔고 재고는 불어난다. 재고관리혁신은 기존 인식을 바꾸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남는 재고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노력에 따라 줄이거나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는 있다. 재고관리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일부 재고담당자 개인에게 떠넘겨져선 안 된다. 전사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다음의 네 가지 조언은 어떻게 재고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지침이다.

 

1.일일 재고평가를 실시하라

 

재고평가과정에서는 누락된 정보가 없어야 한다.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것과 정보가 누락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재고정보가 누락되는 원인은 주로 집계 단위가 월 또는 분기, 반기로 특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계 단위 위주로 정보가 요약되면 매일 발생하는 실시간 정보가 묻혀버릴 수밖에 없다. 반면, 일일 재고평가를 실시하면 누락되는 정보를 빠짐없이 챙길 수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월 단위로 실시하고 있는 재고평가를 일 단위로 바꿔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아래의 예시를 보면 왜 월 단위가 아니라 일일 재고평가를 실시해야 하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보통 기업들은 주로 월말에 있는 회계 마감일에 맞춰 월별 생산수량, 판매 실적, 재고 수량을 집계해 전월 등과 비교한다. 대다수 기업의 재고평가에 쓰이는 월별 그래프는 <그림 1>이다. 한편, 재고 추이를 일별로 나타낸 그래프는 <그림 2>. 이 그림들은 실제로 화장품 제조업체 M사에서 재고 평가를 위해 작성한 그래프다. 이 회사는 월별 재고평가(그림 1)를 실시하다가 일별 재고평가(그림 2)로 전환했다. M사는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그림 1> <그림 2>를 면밀히 비교해보면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얼핏 보기에도 일별로 작성한 경우(그림 2)와 월별(그림 1)로 작성한 것과 확연히 달라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림 2> (1)은 재고의 피크 값이 점차 높아지는 과잉재고 동향을 나타낸다. <그림 1>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과잉재고가 꾸준히 발생한다면 누적된 재고로 생기는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므로 과잉재고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 회사의 경우 짝수 달 1일에 재고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2)는 재고가 일시적으로 바닥에 붙어 있는 결품 동향을 보여준다. 재고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주문이 들어온 순간 제품을 내놓을 수 없는 결품현상은 과잉재고만큼이나 위험하다. 결품이 발생하면 제품의 소비자가 대체재로써 타사의 유사제품을 구입하게 돼 소비자를 빼앗길 우려가 있고, 결품을 확인하고 생산지시를 내릴 때는 기존보다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은 입출고가 중지된 부동재고(체류재고) 동향을 나타낸다. 부동재고 동향이 읽히면 기업은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할인 판촉을 실시하거나 수익성이 나지 않는 SKU(재고보관단위·Stock Keeping Unit)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그림 2>의 그래프는 <그림 1>과 달리 과잉재고 동향, 결품 동향, 부동재고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과잉재고, 결품, 부동재고는 재고관리의 3대 과제로 이 문제 재고들만 제대로 파악해도 상황을 훨씬 유리하게 돌릴 수 있다. 월별 재고평가 대신 일일 재고평가를 실시하면 필요한 데이터의 집계와 노력은 많이 늘어나겠지만 문제재고를 가려내고 실시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 훨씬 효과적이다.

 

2.따로 노는 재고 정보를 표준화하라

 

대다수 기업의 재고관리 업무는 일부 담당자들의 몫으로 한정된다. 담당자 한 명당 작업량이 300SKU 이내라면 날마다 발생하는 긴급 주문 및 납기 변경 등의 불규칙 처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600개 이상의 SKU를 혼자서 담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명의 담당자가 많은 양을 한꺼번에 처리하다보니 관리데이터의 통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담당자들이 상황의 편의와 습관에 따라 각 담당별로 상이한 기준을 적용해 데이터를 정리, 데이터가 제각각 분산되는 형태를 띠게 된다. 이렇게 재고정보가 통일성을 갖추지 못하면 기업 차원에서 정확하고 일관되게 재고를 평가하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정보를 통합해 관리하는 게 좋다.

 

가장 먼저 표준화 과정이 필요하다. 재고정보의 표준화를 위해서는 어느 선까지를 관리해야 할 재고로 볼 것인지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주력으로 하는 특정 관심 재고만을 재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용 재고(주문이 들어왔을 때 바로 출하가 가능한 재고로 진열대에 오른 상품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외에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기업이 마땅히 재고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출하돼 창고에서 빠져나갔지만 고객에게 닿지 않았거나 환불 요청으로 돌아오고 있는적송재고가 대표적인 예다. 많은 기업에서 적송재고를 재고로 인식하지 않는다. 창고에서 빠져나간 순간을 기점으로 팔린 제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만약 창고에서 빠져나갔던 재고가 운송 과정에서 파기되거나 분실되는 경우, 매출집계와 재고정보가 엉키게 된다. 간혹 시스템상 재고에서 빠진 것으로 처리됐으나 사실상의 재고로 남아 방치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기업의 특성상 이러한 재고의 수가 많거나 실제 상태와 다르게 전산 처리돼 매출집계상의 오류를 일으키는 빈도 수가 잦다면 기업은 해당 재고를 재고 항목에 넣어 관리하는 시스템을 따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량기기 제조유통 업체인 M사는 재고의 범위를 수정해 효과를 거둔 사례로 꼽힌다. 기존 M사의 제품은 생산이 완료되면 출하 직전에 제품이 정상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검사절차를 거쳤는데, 이때 M사는 검사가 끝난 직후 곧 출하 가능한검사 중 재고를 관리재고에 넣지 않았었다. 검사과정에 있는 재고가 재고평가에서 빠지자 실적 대비 계획을 세울 때 종종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해당 재고를 재고 항목에 추가하자 비로소 예산 대비 진행상황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었고 나아가 주말 생산을 멈추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번번이 재고 부족이라 여겨 추가 생산(잔업)을 해왔지만 막상검사 중 재고항목을 추가해보니 잔업이 불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재고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생산요소를 제거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재고를 어떤 상태로 두고 관리할지 표준을 확립해야 한다. 재고 상태의 표준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분류 기준으로는 속성별 분류와 거점별 분류가 있다. 속성별 분류는 브랜드나 제품의 성질에 따라 제품군을 나누는 분류 방법이다. 가령 롯데제과가 스낵류 중에서 일반 과자와 냉동 보관이 필요한 아이스크림의 카테고리를 따로 두거나 해태제과의 허니 시리즈 중에서 과일이 들어간 제품을 구분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거점별 분류는 재고의 위치에 따른 분류를 의미한다. 거점은 곧 창고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여러 군데에 창고가 퍼져 있는 경우 창고 간의 거리를 따져 위치에 따라 재고 아이템을 나눌 수 있다. 거점별 재고관리를 도입해 성과를 낸 다음의 사례를 통해 분류 기준 적용이 필요한 이유를 들여다보자.

 

국내 매출액 2조 원 규모의 식품 제조/유통업체인 J사는 기준을 세우지 않고 재고 데이터를 관리했다. 재고 데이터를 단순 나열하는 식이다보니 담당자조차 중요 재고를 가려내기가 힘들었다. 보고서 작성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물류 거점 간에 재고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문제가 자주 지적됐다. 같은 품목이 어느 지역에선 재고 과다, 어느 지역에선 결품 우려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정확한 이송 계획 수립이 어려웠지만 담당자들은 쉬쉬하며 상황을 넘기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거점에서 결품이 지속돼 문제가 불거졌고, 기준을 세워 재고 데이터를 시각화할 필요가 제기됐다. 지역을 구획하고 거점별로 재고 편재 상황을 정리하자 상황은 훨씬 나아졌다. 결품이 발생하기 이전에 과잉재고가 예상되는 거점에서 재고를 넘겨받을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거점 간 소통이 활발해졌고 적절히 재고관리를 하고 있는 곳의 노하우를 다른 거점에서도 전개할 수 있었다.

 

 

위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실제로 현실에서는 창고별로 담당자가 경험과 상황에 의존해 재고를 따로따로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되면 창고마다 제품별로 재고충당일수가 달라져 전사적 관점에서 같은 제품을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 J사의 경우처럼 A창고에서 부족한 재고가 B창고에서는 남아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거점별 재고관리를 표준으로 삼는 경우 매출 수준에 따라 재고에 ABC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창고 간 데이터를 합쳐 가장 잘 팔리는 제품에 A, 무난하게 팔리는 제품에 B, 잘 팔리지 않는 제품에 C 등급을 붙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렇게 등급을 매겨두면 결품 위험이 높은 A 제품을 주시하거나 부동재고(체류재고)가 될 소지가 있는 C 제품의 폐기 여부를 고려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또 창고별 재고현황 점검이 간편해질 뿐 아니라 개별 재고의 보충량을 산정하고 조정하기도 수월해진다. 거점별 재고 상태를 손쉽게 비교해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제품군이 많은 경우 분산형 산포도를 활용하라

 

앞서 설명한 J사는 거점별 분류 기준을 적용하면서 창고별 재고 상황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거점마다 업무를 맡는 서로 다른 담당자들이 재고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려면 효과적으로 재고 상황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던 까닭이다. 계획과 실적의 차이를 한눈에 파악하는 게 중요하듯이 재고 상황 또한 누구나 한눈에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재고관리에서는 문제재고를 집어내는 게 관건이다. 특히 취급하는 SKU 수가 수백 개가 넘어가는 기업들은 분산형 산포도 그래프를 활용하는 게 좋다. 산포도 그래프에서는 개별 데이터를 추출해내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취급 SKU가 다량인 경우 특정 개별 상품뿐 아니라 많은 아이템을 동시에 평가할 필요가 생긴다. 산포도로 한꺼번에 아이템 상황을 확인하면 미처 놓치고 있었던 문제재고를 선별해낼 수 있다.

 

<그림 3>은 흔히 이뤄지는 재고 평가에서와 마찬가지로 X축에 판매실적합계, Y축에 평균재고실적을 둔 그래프 위에 SKU를 산포도로 표현한 것이다. 중간에 그려진 45도선(X=Y)선을 기준으로 45도선 위에 그려진 SKU는 판매가 적고 재고가 많아 과잉 재고일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중심 45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제품들은 특정 기간 이상 팔리지 않고 있는 부동재고(체류재고)일 확률이 있으므로 검토 후 폐기재고 항목에 추가할 수 있다. 이처럼 전체 SKU, 즉 전 상품의 분포상황을 보여주는 산포도는 거시적인 경향과 관계를 파악하고 결정을 내릴 때 특히 유용하다.

 

 

나아가, 이렇게 가시화한 정보를 생산, 유통뿐 아니라 영업 부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게 좋다. 음향 및 영상기기 제조/유통 업체인 M사는 일일 재고분석자료를 시각화해 전 부서에 공개했다. 누구나 재고상태를 그래프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센터별 담당자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재고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다음에서 왜 부서 간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은지 살펴보자.

 

4.부서 간 정보를 공유하라

 

생산 관리와 공장 부문의 재고정보 공유가 전부였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생산과 유통, 판매를 잇는 네트워크 양상이 흡사 거미줄을 연상케 하는 글로벌 시대다. 재고관리에서 취급하는 데이터들 역시 빅데이터의 성격을 갖추게 됐다. 오늘날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해서는 생산, 유통, 판매 부문을 관통하는 긴밀한 소통 체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많은 기업들이 사내 정보공유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가진 정보가 다르면 부서 간 입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령 공급망 운영 부문에서는 제품군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품군이 많아질수록 유통과정도 복잡해지고 재고관리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영업 및 마케팅 부문에서는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객에게 기존의 것과 다른 제품, 타사의 것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 가능한 대로 부서 간 다른 입장은 기업 공동의 목표 달성을 해친다. 부서 간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제조유통 대기업 L사는 표준화된 정보를 공유해 생산성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기존에 생산, 영업, 재고 관련 업무 부서 담당자들이 엑셀을 통해 산출한 재고정보를 제각각 관리했다. 관련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 데이터 관리를 표준화하고 공유하도록 했다. 그러자 정보공유로 인해 업무효율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각 부서 간 이해도가 높아졌다. 또한 정보공유를 유통부서로까지 확대하자 유통 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다.

 

표준화된 재고데이터 공유를 통해 재고관리를 혁신한 대표적인 해외 기업으로는 미국의 PC업체 델(Dell)이 있다. 델은 모든 부서에서 재고상황 정보를 공유한다. 고객과의 전화주문 상담 업무를 맡는 최전선의 판매사원조차 실시간 재고량을 확인하면서 제품을 추천한다. 생산과 유통, 판매라인 모두가 재고 현황을 공유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가 잡혀 있는 덕분이다. 그 체계는 지금까지 살펴본 실시간 재고평가관리, 재고제품관리상의 표준화,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재고현황 시각화, 마지막으로 부서 간의 경계가 없는 공유 체계를 모두 포함한다.

 

델의 혁신적인 재고관리 모델은 그 밖에도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컴퓨터의 부품가격은 보통 1년에 50%씩 하락하기 때문에 재고유지비용이 상당하다. PC업체들이 생산라인에서20일에서 30일가량 부품을 보관하는 데 비해 델은 단 5일만 부품을 보관한다. 최소 재고로 빚어질 수 있는 재고 부족은 주문간격을 줄이는 방법으로 해소한다. 경쟁업체들이 분기별로 필요 부품을 충당할 때 델은 수요에 따라 짧게는 2∼3일마다 주문을 넣는다. 덕분에 사실상 재고유지비용이 거의 없고 수요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하지만 정작 고객의 수요를 가지고 있는 SKU에 맞춰보려는 시도는 적다. 델이 전화주문 상담 시에 실시간 재고상황을 살펴가며 제품을 추천하는 건 수요와 보유하고 있는 SKU를 대응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선행된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쌓인 재고가 눈에 보이는 생산관리 부문을 제외한 다른 부서에서 남아 있는 재고를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제품 판매율이 낮을 때 신상품을 내놓아 시들해진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데, 이러한 잘못된 접근이 처치곤란의 과도한 SKU를 야기한다. 당장 창고에 쌓인 재고로 눈을 돌리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상황 개선은 어렵다.

 

제조업에 뿌리를 둔 기업들 중 재고관리에 실패하고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은 많지 않다. 앞서가는 기업도 재고관리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뒤처질 수 있다. 지난해 아마존에 유통업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긴 월마트가 단적인 증거다. 아마존을 일으켜 세운 유통혁명의 핵심에는 재고관리가 있었다. 제조와 판매 간의 시차를 극적으로 줄이는 가운데 재고관리혁신을 일궈냈다. 반면, 일인자 자리를 빼앗긴 월마트는 뒤늦게 품목 줄이기에 매달리고 있다. 너무 많은 품목을 취급하다 쌓인 재고가 성장의 걸림돌임을 간파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처럼 재고관리는 종종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전사적 재고관리혁신의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키는 재고가 쥐고 있다.

 

김동수 SCM코리아 대표 dskim@scmk.co.kr

 

김동수 대표는 한국외대 경영학과 및 헬싱키경영대학원 MBA를 졸업했다. 한국후지쯔 유통물류팀장, 노틸러스효성 SCM사업부장, 도시바코리아 영업마케팅 임원을 거쳐 2003 12월에 SCMK(www.scmk.co.kr)를 창업했다. SCMK SCM/물류 부문의 컨설팅, 솔루션 공급 및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IT 벤처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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