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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작은 시도가 중요하다

김경록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계기로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COP21에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었다. 알리바바, 페이스북, HP 등의 IT기업들이 빌 게이츠의 주도로 23조 원에 달하는 클린 에너지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고, 영국 버진그룹은 2050년까지 지구촌 온실가스 배출량을제로(0)’로 줄이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슈나이더일렉트릭을 비롯한 39개의 주요 프랑스 기업들이 한데 모여 COP21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공헌하겠다고 서약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녹색경영이 더는 미뤄둘 수 없는 눈앞의 과제로 다가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너무나 큰 비용이 소모되며 자금 여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나 자선 활동의 일환으로 실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 “현금 유동성이 좋아지고 나면혹은회사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나면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겠다며 우선순위를 미루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한 가지는 상당 규모의 비용을 지출하고도 정량화된 투자 성과, ROI를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최근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기술이 비약적으로 진보하면서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투자 활동,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투자 활동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단순히 사업장의 전기나 물 소비량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활동들이 기업의 재무 성과로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로 들어 유통업계에서는 통상 4%대의 수익을 거두고 있고, 총 운영비용의 5.5%가량이 에너지 비용에서 발생한다. 현재의 EMS(에너지 관리 시스템) 기술로 15%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이는 EMS 구축만으로 이익률을 4.75%, 기존 대비 18.7%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EMS 구축이 일회성 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EMS가 에너지 소비량 감축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 이익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이 재무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수치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최근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 높은 브랜드가 경영성과도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61%는 경영 현안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한 이후 이익이 증대됐다고 답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조사에서도 지속가능성이 큰 회사들이 지난 8년간 동종 업계의 타 회사보다 6% 높은 순마진, 3% 높은 총자산이익률, 11% 높은 자기자본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DP 조사에 참여한 임원들 중 66%는 지난 1년간 투자자들로부터 지속가능성 추진 현황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실제로 많은 글로벌 투자 기관들이 탄소 감축, 기후 변화 대책에 대한 기업들의 행동을 투자 기준의 하나로 삼기 시작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수하는(Divestment) 움직임이 퍼지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알리안츠금융그룹은앞으로 반 년 동안 석탄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대신 풍력에 초점을 맞춘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위해 반드시 대대적인 투자나 조직 개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 경영 자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작은 시도로부터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들이 기업의 재무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지속가능 경영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김경록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사장

 

필자는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전문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에 2000년 입사했다. 세일즈 엔지니어, 선박 및 해양 부문 세일즈 매니저, 아태지역 고객만족 부문 수석부사장, 글로벌 오퍼레이션 고객만족 부문 수석부사장 등을 거쳤으며 2015 10월부터 이 회사의 한국 및 몽골 총괄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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