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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Insight from Biology

한 지붕 세 가족, 세포 속에 공생하는 것들 ‘윈윈전략’이 진화를 가져왔다

이일하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세포에서 에너지 대사의 핵심을 담당하는미토콘드리아와 광합성이 이뤄지는 장소인엽록체는 사실 세포와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박테리아였다. 이들 박테리아는 수십억 년 전 세포 속에 기생하다 결국 진핵세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이르러 결국세포 소기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 속에 들어와 세포호흡을 하게 됨으로써 세포의 에너지 효율은 2%에서 40%로 비약적으로 도약하게됐다. 진핵세포와 박테리아, 즉 미토콘드리아는 특히 절묘한기브&테이크(Give & Take)’ 관계를 통해 동등한 동업자이자 협력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세포호흡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 유전자 중 일부는 핵 속 유전체에, 나머지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속에 각각 들어 있어 진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 어느 쪽도 혼자서 세포호흡을 작동시킬 수는 없는 구조다.

 

편집자주

흔히 기업을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합니다. 이는 곧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경영에 대한 통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30여 년 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이일하 교수가 생명의 원리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생물학과 관련된 여러 질문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기업 경영에 유익한 지혜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세포 속에는 수십억 년 전 기생하다 결국 공생하게 된 세포 소기구가 있다. 세포의 에너지 공장,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그들이다. 생물체의 진화 초기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박테리아였던 이들이 진핵세포1  속에 들어와 기생하다가 그 관계가 공생의 관계로 바뀌었다. 미토콘드리아는 호기성 박테리아인 리케차의 친척이며, 엽록체는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인 남세균의 친척이다. 이들은 수십억 년을 공생하면서 세포와 특수한 동업자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세포와 중복되게 가지고 있었던 박테리아의 유전자는 모두 버리고, 세포호흡 혹은 광합성 과정에 꼭 필요한 유전자들도 대부분 핵 속의 유전체(게놈)로 내보내 버렸다. 그렇게 간소해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 대신 자신에게 부여된 특별한 역할, 즉 산소호흡과 광합성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 이러한 특별한 동업자 관계의 형성은윈윈전략으로 오늘과 같은 다양한 생명체를 진화시킨 혁명적 사건이 됐다.

 

세포 속에 공생하는 또 다른 세포

 

세포의 파워 플랜트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사실은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박테리아였고, 이들이 세포 내에 들어와 공생하게 된 세포 소기구라는 획기적 아이디어가 학술적으로 처음 제기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1967년 천재적인 과학자로 훗날 명성을 날리게 된 린 마굴리스라는 여성 과학자가 처음으로 학술 논문으로 발표했다.

 

마굴리스 여사는 현미경으로 세포 속을 들여다보던 중 이상하게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두 개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른 일반적인 세포 소기구들은 한 층의 막을 가지고 있는데 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두 개의 층으로 둘러싸여 있을까? 다른 세포생물학자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던 사실을 마굴리스는 별다르게 생각했다. 오랜 세포 관찰을 통해 그녀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진핵세포가 식세포 작용을 통해 잡아먹은 미생물이며 이것이 진핵세포 내에 머물면서 공생하게 된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이를 세포 내 공생설(endosymbiosis)이라 한다.

 

 

이 가설은 워낙 획기적인 아이디어, 정확히는 엉뚱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마굴리스 여사가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유수한 저널 여기저기에 투고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결국 별로 이름 없는 저널인 <이론생물학회지>에 간신히 실리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굴리스 여사가 당시 과학계에 초년병으로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세포 내 공생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또한 모든 과학자들을 단숨에 납득시키는 데이터라고 보기 어려워 어려움을겪었을 것이다.

 

처음 가설이 제기됐을 때 진화 공상소설쯤으로 여겨지던 세포 내 공생설은 곧 이를 지지하는 많은 실험적 증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미생물들이 식세포 작용을 통해 진핵세포 속에 들어가서 한동안 공생을 하며 살아간다는 증거들이 발견됐고, 심지어 이러한 공생은 단세포인 원생생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말미잘처럼 큰 동물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화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최근에는 유전체 수준에서 생물종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됨으로써 유전체의 유사성으로 봤을 때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 리케차라는 호기성 박테리아와 친척종이며, 엽록체의 조상은 남세균이라는 광합성 박테리아와 친척종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결국 마굴리스 여사는 세포 내 공생설 외에 뚜렷한 업적이 없었지만 젊은 시절의 뛰어난 발견으로 과학자들에게 명예로 여겨지는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정됐다. 또한 그녀의 가설은 1980년대 이후 생물학 교과서에 실리는 중요한 생물학적 개념의 하나가 됐다. 그녀는 이후 연구보다는 대중 과학서적을 집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서 불후의 명저 중 하나인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라는 책을 포함해 다수의 책을 발간하게 된다.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 교수와 결혼해 낳은 아들 도리슨 세이건과 다수의 교양과학 서적을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다.

 

 

세포 내 공생은 현재진행형

 

세포 내 공생에 대한 많은 증거들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진핵세포보다는 원핵세포를 더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진핵세포에 들어앉아 있는 세포 소기구가 원핵세포랑 닮아 있다니 이보다 더 극적인 증거도 없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자신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유전체가 진핵세포가 아니라 원핵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체와 닮아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세포 소기구, 리보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리보솜은 원핵세포가 가지고 있는 리보소옴과 닮아 있다.

 

이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진핵세포 속에 들어와 공생하면서 독립생활을 할 때 필요했던 많은 유전자들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박테리아가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는 실험 결과 약 2000여 개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진핵세포 속으로 들어와 공생하게 되면서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가 필요한 자원을 진핵세포가 대신 생산해서 공급해주기 때문에 많은 유전자들은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에 남아 있는 유전자 수는 고작 40개가 채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엽록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총 수는 70∼15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유전자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에서 사라져버린 유전자들은 진화과정에서 소실돼 없어진 것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진핵세포의 핵 내 유전체로 옮겨 갔다. 이를테면 인간의 경우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와 그 친척종인 리케차의 유전체를 비교해보면 이 박테리아의 유전자 1500여 개가 핵 속 유전체 속으로 옮겨져 와 있다. 말하자면 우리 몸속에 박테리아의 유전자가 꽤 많은 양 들어와 있다. 엽록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세균이 가지고 있던 많은 유전자들이 식물의 핵 속 유전체로 옮겨져 갔다. 식물의 몸속에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함께 있으니 두 종류의 박테리아, 리케차와 남세균의 유전자들이 꽤 많이 핵 속 유전체 속에 들어 있는 셈이다.

 

최근 DNA 염기서열결정법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생물체의 유전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결과를 들여다보면 세포 내 공생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엽록체의 경우 식물에 따라서 유전체에 남아 있는 유전자의 수가 70∼150개 정도로 다양하다. 말하자면 식물에 따라 엽록체 속에 남아 있는 유전자의 수가 서로 다르다는 얘기다. 이것은 엽록체의 유전자가 핵으로 이동하는 진화적 사건이 식물마다 독립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며 현재진행형임을 의미한다. 미토콘드리아의 경우에는 현재 남아 있는 유전자의 수는 비교적 일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가 가진 유전체 전체의 염기서열을 비교하면 그 길이가 생물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이것은 일정한 숫자의 유전자를 남기기만 하면 유전체 전체의 크기는 어떻게 되든 별 상관이 없으므로 생물종마다 제각각 다르게 진화가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결국 생물종 간 유전체의 비교를 통해 세포 내 공생이 현재진행형임을 알게 된다.

 

동업 관계로 생물 세계를 지배

 

화석학적 기록으로 유추해보면 생물체는 38억 년 전쯤 지구상에 처음 출현해 20억 년 동안 별 변화 없이 느릿느릿 진화해 왔다. 아마 그 당시 지구 행성에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들이 일부 지역에서 희귀하게 발견됐을 것이다. 그러나 광합성 세균들이 등장하는 20억 년 전쯤에는 광합성 결과 나오는 산소가 엄청난 양이 방출되는 산소 대방출이라는 진화적 사건이 일어난다. 이 진화적 사건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됐던지 지층의 암석층에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암석층 중에서 산화철이 함유된 암석층이 흔하게 발견되는데 이는 산소 대방출이 워낙 빠르게 진행돼 암석층에 그 흔적이 남은 좋은 증거다.

 

산소 대방출에 의해 지구의 대기권 조성이 바뀌게 된다. 그전에는 대기층에 주로 이산화탄소와 질소, 메탄 등이 들어 있었는데 산소 대방출 이후 산소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대기의 80%를 산소가 차지하게 된다. 아마 비슷한 시기에 미토콘드리아와 진핵세포의 동업자 관계가 형성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 속에 들어와 세포호흡을 하게 되면서 에너지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그전에는 생물체가 탄수화물 속 에너지를 이용하는 효율이 고작 2%밖에 되지 않았는데 세포호흡을 하면서부터는 에너지 효율이 40%로 엄청나게 증가하게 됐다.2 비교도 되지 않는 높은 효율의 에너지 생성 장치를 장착한 진핵생물은 곧장 지구생태계의 절대 강자가 된다. 이후 생물 세계를 지배하면서 다양한 생물종의 출현을 추동한다. 한편 미토콘드리아라는 동업자를 얻은 진핵생물 중 광합성을 수행하는 동업자를 갖게 된 새로운 종의 진핵생물이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지구생태계를 점령하면서 다양한 식물종을 출현시킨다. 완벽한 형태의 동업자 관계가 생물세계를 지배하게 만든 것이다.

 

핵과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간에는 절묘한기브&테이크(Give & Take)’를 통해 서로가 필요한 협력 관계를 영원히 가져갈 수 있게 만들었다.

 

동업을 위한 기브 앤 테이크

 

진핵세포와 박테리아가 영원히 공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관계의 형성이 필요했을까? 핵과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간에는 절묘한기브&테이크(Give & Take)’를 통해 서로가 필요한 협력 관계를 영원히 가져갈 수 있게 만들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어느 쪽도 온전한 생명체로 작동하지 못하게 기브&테이크를 유전체 수준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실례를 들어 설명해보면 엽록체가 가지고 있는 루비스코라는 효소가 아주 훌륭한 기브&테이크 사례다. 루비스코는 식물이 빛에너지를 이용해 탄소를 유기화합물 형태로 고정하는 첫 반응에 관여하는 효소다. 즉 루비스코는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로 전환하는 효소다. 이 효소는 한 개의 단백질로 이뤄져 있지 않고 16개의 단백질이 모여 만들어진 단백질 복합체다. 16개의 단백질은 8개의 작은 소단위 단백질과 8개의 큰 소단위 단백질로 이뤄져 있는데 흥미롭게도 작은 소단위 단백질의 유전자는 핵 속 유전체에 들어 있고 큰 소단위 단백질의 유전자는 엽록체 속 유전체에 들어 있다. 말하자면 핵과 엽록체 어느 편도 혼자서는 완벽한 루비스코 효소를 만들 수 없게 진화된 것이다. 공생하던 도중 어느 한쪽의 배신을 막기 위한 방책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작은 소단위는 진핵세포가 만들어서 제공하고 큰 소단위는 엽록체가 만들어서 제공함으로써 비로소 완전한 형태의 루비스코를 만들 수 있게 진화함으로써 서로 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기브&테이크는 미토콘드리아에서도 나타난다. 세포호흡에 필요한 여러 가지 단백질 복합체가 일부 구성 단백질의 유전자는 핵 속 유전체에, 나머지 구성 단백질의 유전자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 속에 각각 들어 있다. 따라서 진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 어느 쪽도 혼자서 세포호흡을 작동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기브&테이크가 둘 간의 영원한 협력자 관계를 유지해주는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동업자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적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서로가 필요한 기술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 동업을 함으로써 엄청난 시너지(상승효과)가 발휘되는 경우는 흔히 있다. 이때 동업의 폐해 사례만을 고려해 성장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생물은 어떤 식으로 기브&테이크를 하면 동업자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ilhalee@snu.ac.kr

 

필자는 서울대 식물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30여 년간 꽃을 공부해 온 과학자로 1993년 개화유전자 루미니디펜던스를 찾아내는 등 개화 유도 분야의 선구자로서 명성을 굳혀오고 있다. 저서로 <이일하 교수의 생물학 산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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