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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안되는 줄 알지만…" 윤리부조화 심리를 ‘윤리지킴이’로 外

곽승욱,문재윤,정동일,김수경 |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Behavioral Economics

 

“하면 안되는 줄 알지만…” 윤리부조화 심리를윤리지킴이

 

Based on “Ethical Dissonance, Justifications, and Moral Behavior” by R. Barkan, S. Ayal, and D. Ariely (2015, Current Opinions in Psychology)

 

무엇을 왜 연구했나?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매년 세계 각국의 부패 정도를 부패인식지수라는 통계치로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최하위에 속해 왔고 개선의 여지도 찾기 힘들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중 부정부패와 연관된 세부 항목에서도 매우 부끄러운 성적을 기록했다. 세부항목 중 정치인 신뢰는 140개국 중 94, 기업경영윤리는 95, 정책 투명성은 123,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은 80위였다. 부정부패는 국제사회에서의 부정적 평판에 그치지 않는다. 반부패 선진국들의 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EU)의 부패로 인한 연간 사회적 비용이 EU의 연간 예산 또는 EU 회원국 전체 GDP 1%와 맞먹는다고 한다. 부정부패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쌓는 것과 같다. 적과 싸워 이기려면 적과 나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의 대응을 보면 적을 알려는 노력도, 나를 알려는 노력도 모두 부족해 보인다. 비윤리적 행위의 전후과정을 보여주는 윤리부조화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을 발견했나?

 

윤리부조화는 절대적 윤리 기준을 지키려는 내적 자아와 비윤리적 행위(거짓말, 뇌물, 사기, 횡령, 차별, 폭력 등)로부터 얻어지는 (또는 획득한) 이익이나 만족감이 충돌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윤리부조화는 크게 기대 윤리부조화와 경험적 윤리부조화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비윤리적 행위를 행하기 전에 일어나는 윤리부조화를 말하고 후자는 비윤리적 행위를 실제로 행한 뒤에 일어나는 윤리부조화를 일컫는다.

 

기대 윤리부조화는 개인이나 사회로부터 지탄 받을 만한 비윤리적 행위에 노출되거나 유혹됐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비윤리적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비윤리적 행위를 했을 때 얻게 될 정신적, 물질적 이득을 저울질하는 자신과 절대적 윤리 기준에 비춰 용납하기 어려운 비윤리적 행위를 거부하려는 또 다른 자신 간의 갈등현상이다. 궁극적으로 비윤리적 행위가 가져다주는 이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경험적 윤리부조화의 단계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비윤리적 행위의 유혹에 빠지기 전에 거치는 갈등과 고뇌로 말미암아 그러한 유혹을 예방하는 윤리지킴이 역할도 톡톡히 한다. 경험적 윤리부조화는 기대 윤리부조화에서의 심리적 갈등이 사리사욕을 위한 비윤리적 행위로 이어지고 이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를 느끼는 상태다. 기대 윤리부조화든, 경험적 윤리부조화든 일단 윤리부조화의 상태에 접어들면 갈등과 고뇌가 시작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기 방어적 정당화(Justification)가 진행된다.

 

정당화는 다양한 형태로 은밀히 나타난다. 누구나 선의의 거짓말은 자주 하며 살 것이다. 이웃에서 이사 왔다고 떡을 가져왔는데 맛이 없다고참 맛이 없네요라고 인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찐 직장상사를 비만이라고 자극하기보다는 건강해 보인다고 치켜세우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흔치 않다. 자신만을 위한 거짓말은 용납하기 어렵지만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거짓말의 혜택이 돌아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혜택을 받는 타인이 다수일 때는 더욱 그렇다. 거짓말쟁이라는 지탄의 대상에서 별안간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국민과 국가경제를 앞세우며 정치적 야망과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도 선의의 거짓말이 의도적으로 적용된 예라고 볼 수 있다.선의의 거짓말이 더욱 발전된 형태가로빈후드 논리. 누가 봐도 비윤리적인 행위(: 폭력)가 사회적 약자가 아닌 갑질을 하는 사회적 강자에게 행해지면 정의로운 행위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고전소설인홍길동전이나 요즘 영화베테랑을 보면로빈후드 논리가 많이 묻어 있다. 로빈후드 논리가 극단적으로 적용되면 인민재판식 행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비윤리적 행위를 한 뒤에 오는 죄책감을 극복하는 원초적 정당화 방법이 자신에 대한 신체적 처벌이다. 금식이나 금욕을 한다든지, 침례나 고해와 같은 죄를 씻는 상징적 행위를 사용하기도 하고 항균제가 포함된 티슈로 손을 닦는 행위로도 죄책감이 경감된다는 연구도 있다. 공격적인 방어기제도 있다. 자신의 비윤리적 행위를 숨기기 위해 다른 이들의 비행을 들추고 비난하는 경우다. 바람직하지도 않고 장려할 일도 아니지만 권력과 지위를 통해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현상도 있다. 사람들은 권력을 가지거나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게 되면 높은 윤리성(도덕성)도 함께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전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007시리즈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는살인면허증을 가지고 세계평화에 누가 되는 적은 가차 없이 황천길로 보낸다. 민주, 문명사회에서 살인면허증이란 공개적으로 존재하기 불가능하지만 우리의 정신세계에는 비슷한 종류의 면허증이 있다.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정당화의 한 기제로서의 윤리면허증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 행한 선행은 일종의 윤리크레디트를 제공하고 이는 나중에 저지르는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면죄부 역할을 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흑인 후보를 지지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직원채용 시 흑인을 포함한 소수그룹을 차별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고, 환경 친화적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에 덜 민감하며, 과거에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현재 기부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윤리부조화는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윤리적으로 살려는 본능적 바람이 있다. 비윤리적 행위의 유혹에 항상 노출돼 있고 그 유혹에 어렵지 않게 빠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행위를 적대시하는 절대적 윤리 기준을 가지고 있다.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안간힘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비윤리적 행위를 그만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윤리부조화 안에는 부끄러운 민낯도 있지만 윤리적 사회에 대한 희망도 공존한다. 비윤리적 행위가 행해지기 전에 그 행위에 저항하고 예방할 수 있는넛지(Nudge)’식 예방법은 부지기수다. 좋은 예로 십계명이나 윤리강령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가 예방되고 자율적으로 관리비를 지급하도록 마련한 항아리 위에 부릅뜬 두 눈을 그려 넣는 것만으로도 관리비를 속여 내는 사람들이 급감한다. 실제로 부정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정당화를 부정당화(Unjustify)시킬 수 있는행위에 대한 책임(Skin in the Game)’을 묻는 시스템 개발이 필수적이다.이를 위한 정계, 재계, 학계의 협력이 절실하다. 부정행위 및 그 정당화를 무력화시킬, 은밀하면서도 광범위한 넛지 시스템이 기업과 관공서, 학교와 가정에서 가동되는 미래를 꿈꿔본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중립적 입장의 위키피디아 정보, ‘투명성의 순기능활용할 길 찾자

 

Based on “Impact of Wikipedia on market information environment: Evidence on management disclosure and investor reaction” by Sean Xin Xu and Xiaoquan (Michael) Zhang (2013). MIS Quarterly, 37(4): 1043-106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시장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투자자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필요한정보의 집적이다. 투자에 중요한 정보는 종종 불완전하게 제공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키피디아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상태와 이익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투자자들은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직접 위키피디아를 이용하거나 검색 엔진을 사용하는데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결국 상위 랭킹 결과들은 위키피디아 페이지인 경우가 많다.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기업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누구라도 편집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주요 제품, 서비스, 경영 구조, 매출 및 기업의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사건들의 핵심 내용을 담게 되며 이는 기업 경영자들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니라 외부인들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편집된 내용이다. 많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자와 애널리스트 역시 기업이 공식 채널을 통해 유포한 정보 이외에 위키피디아를 참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1)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 등이 제공하는 정량적인 정보와 뉴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취합하는 정성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성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기자들 역시 위키피디아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정보를 취합한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와 같은 소셜미디어로 인한 투자 정보 환경의 변화가 경영자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한편 경영자들의 기업 성과 부진에 대한 자발적인 정보 공시가 투자자들의 시장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위키피디아와 같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경영자들이 기업 성과와 관련된 악재를 법에 제정된 것보다 얼마나 빨리 공시하는가를 알아봤다.

 

저자들은 실적 집계(first call)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발표된 거래 종목 8500여 개 중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는 미국의 상장 기업 375개를 선정, 해당 기업 페이지의 위키피디아 페이지 수정 히스토리 데이터를 수집했다. 2001 321일에서 2006 519일까지 8789명의 등록 사용자와 5450명의 미등록 사용자들이 위키피디아 해당 기업 페이지를 총 77921번 수정했다. 저자들은 위키피디아 기업 페이지에서의 정보 취합 활동이 활발했던 약 5년여 동안 375개의 상장 기업 중 실제 주당순이익이 애널리스트의 예측 이익보다 낮았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위키피디아로 인해 투자자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할 경로가 많아진 것이 경영자들의 기업 성과 등에 대한 정보 공시 시점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이 중 경영자들이 규정된 기간에 앞서 자발적으로 미리 기업 성과 정보를 공시한 96개 상장 기업의 161개 사전 경영 정보 공시 이벤트를 분석했다. 기업의 주당순이익, 관련 뉴스 기사 내용, 위키피디아 페이지 편집 빈도 및 애널리스트들의 예측 주당순이익 등 간의 관계를 모두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기업 경영자는 대체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이 클수록 (, 애널리스트들 간의 예측 주당순이익의 편차가 클수록) 부정적인 기업 성과 정보를 늦게 공시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페이지의 편집 활동이 활발할수록 (, 많은 사람들이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취합하고 있는 상황일수록) 정보 공시 시점이 앞당겨졌다. 다시 말해서 위키피디아를 통한 정보 환경의 변화로 인해 경영자들이 받게 되는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이득이 감소했다.반면 애널리스트들의 예측 주당순이익이 지나치게 낙관적일 경우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사전 공지를 미리 앞당긴다. 시장에서 주가가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사용자들의 정보 공유 활동 등을 통해 정보가 비교적 많이 유통되고 있을 때는 이러한 경향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를 더이상 애널리스트의 예측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경영자들이 예전만큼 애널리스트의 잘못된 기업 성과 예측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통한 정보 공유는 기업 성과에 대한 시장 반응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예측 주당순이익 등 이외의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애널리스트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일 때 ( bias가 클 때) 실제 기업의 경영성과가 공지된 이후 시장 반등이 커진다. 기업의 주가는 투자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기업 성과 부진으로 폭락하게 된다. 그러나 그전에 위키피디아와 같은 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 기업 성과에 악재들이 예상돼 있고, 이에 따라 미리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결정을 조정한 이후에는 경영자의 성과 공지 이후에 폭락 정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투자자들은 위키피디아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내외부의 많은 상황에 대해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접하게 된다. 기업 경영자는 이로 인해 정보 불균등의 이점이 예전에 비해 감소한다. 또한 뉴스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한 기업에 관련된 외부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사그라드는 반면 위키피디아는 특정 기업 페이지에서 해당 기업과 관련된 과거의 모든 정보와 사건들을 보기 쉽게 일목요연하게 취합하고 있으며, 운영 방침상 해당 페이지는 기업이 임의로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정보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투자자들과 경영자들 간의 정보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나 신문 기사 등의 정보는 편향된 정보일 가능성이 큰 반면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편집 가능한 페이지이기 때문에 분산된 의견과 정보를 취합할 수 있게 된다. 위키피디아는 실제 ‘neutral point of view(중립적 관점)’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나 언론에 비해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근래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위키피디아 기반 기술인 위키를 활용한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로 이뤄진 투자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기업 경영자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피하고 위키피디아 페이지 등을 조작하는 등 방어적인 전략을 펼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정보 투명성의 순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1)Tim Bradshaw. 2008. 12.1. Companies woo investors via social websites. Financial Times. http://on.ft.com/1Q9fJHu

 

문재윤고려대 경영대 교수 jymoon@kore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홍콩 과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MIS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Business Ethics

 

무섭게 바뀌는 경영환경, 윤리적 기업이 곧 혁신적 기업

 

Based on “Does it Pay to Be Ethical? 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Organisations’ Ethical Culture and Innovativeness” by Elina Riivari and Anna-Maija Lämsä (2015). Journal of Business Ethics, 124:1-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조는 전 세계적 추세다. 이제 기업은 더 이상 맹목적 이윤추구를 위해 비윤리적 행위를 마음대로 감행할 수 없다. 윤리경영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안 되거나 심지어 방해가 된다는 인식도 만만치 않다. 그 결과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될 뿐 기업 철학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 논문은 윤리경영이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효율성, 그중에서도 혁신성을 높여 경쟁적인 기업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력을 올릴 수 있음을 밝혀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핀란드 지배스킬래대(Jyväskylä University) 연구진은 기업의 윤리문화가 혁신성 고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핀란드의 공기업과 사기업 세 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1395명에게 질문지를 보냈고 그중 719명이 설문에 응했다. 우선 기업의 윤리 문화는윤리적 행위에 대한 정의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분명한가상사나 중간관리자가 윤리적 측면에서 얼마나 모범이 되는가윤리와 관련된 문제를 얼마나 터놓고 상의할 수 있는가비윤리적 행위를 했을 때 얼마나 분명히 처벌받는가 등 8개 항목으로 측정됐다. 또한 기업의 혁신성은제품 혁신성시장 혁신성절차 혁신성행위 혁신성전략 혁신성 등 5개 항목으로 측정됐다. 분석 결과,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윤리문화를 높게 평가할수록 조직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상사나 중간관리자가 얼마나 모범이 되느냐가 조직 혁신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기업 경영에 대한 윤리의식이 투철한 리더를 고용하고 양성하는 것이 기업의 혁신성과 그에 따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세계화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기업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기업의 생존에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게 바로 혁신성이다. 혁신성이란, 어떤 조직이 새로운 생각이나 관행, 절차를 수용하고 지지하는 능력 혹은 의지를 뜻한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된 것이다. 모든 기업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생각이나 관행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칫 기업에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혁신성을 증가시킬 것인가. 본 논문은 기업의 윤리문화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윤리경영은 기업의 이윤추구에는 큰 도움이 안 되거나 도움이 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시켜 이것이 제품판매 상승으로 이어지는 식의 간접적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본 논문은 윤리경영이 직접적으로 기업의 혁신성을 증가시켜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김수경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sookyungkim@korea.ac.kr

 

필자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중 도미,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웨덴 린셰핑대(Linköping University) 방문학자를 거쳐 현재 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권 관련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ociology

 

일단 혁신을 포용할 제도적 기반부터 닦아라

 

Based on “Tradition and Innovation in Scientists’ Research Strategies”, by Jacob G. Foster, Andrey Rzhetsky, and James A. Evans i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2015, 80(5), pp. 875∼90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조직학습 분야의 대가인 제임스 마치는 조직이 취할 수 있는 학습전략을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으로 구분했다. 탐색이란 말 그대로 이전에 없던 것을 탐색하고 실험해 혁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학습전략이다. 탐색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 대신 그에 버금가는 위험이 수반된다. 활용은 이미 검증된 것들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해 부분적으로 수정한 후 사용하는 학습전략을 말한다. 이 전략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극적인 효과를 내기 힘들다. 제임스 마치의 이분법은 과학 분야에도 적용된다. 과학자들이 선택하는 연구전략은 이미 밝혀진 사실을 중심으로 약간의 새로움을 추가하는 전략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는 전략으로 구분된다. 저자들은 활용에 해당하는 전자를전통전략으로, 탐색에 해당하는 후자를혁신전략이라고 불렀다. 1938년부터 2008년까지 출판된 수백 만 건의 생의학 분야 논문을 분석한 결과 혁신전략을 채택한 연구는 매우 희귀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중이 감소하고 있었다. 왜 과학자들은 혁신을 추구하는 연구에 주저하는가? 과학적 지식은 계속 축적되는데 혁신적 연구는 왜 갈수록 줄어드는가? 이 연구에서 주목하는 연구 질문들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를 시작할 때 과학자들은 전통전략과 혁신전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딜레마가 있다. 전통전략을 채택하는 것은 일단 안전하다. 기존의 지식에 근거한 연구이기 때문에 과학 공동체에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당연히 연구재원을 마련하는 데 유리하고, 논문 심사도 비교적 쉽다. 뛰어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연구를 다량으로 생산해 명성을 쌓을 수도 있다. 혁신을 추구하는 연구는 성공하면 단번에 세계적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우선 성공 확률이 대단히 낮다. 또 전통적 연구를 통해 차근차근 업적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과학 공동체의 일반적인 학문적 관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펀드 제공자로부터 외면 받거나 그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할 위험도 있다.

 

문제는 혁신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위험과 비용에 비해 성공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아인슈타인같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혁신적 연구 성과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이런 이유로 웬만해서는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혁신적 연구전략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경향이 강화돼 왔을까? 이에 대해 저자들은 전통적 연구를 조장하는 관습이 지속적으로 제도화돼 왔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우선 연구재원은 확실성이 높은 전통적 연구에 집중된다. 학술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전통적 연구를 선호한다. 또 학자들은 기존 지식과 부합하는 논문을 인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대로 모험적 연구는 재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쉽지 않다. 설사 발표된다 하더라도 다른 학자들에 의해 인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전통적 연구를 선호하는 관습과 문화가 강화돼 왔다는 것이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토마스 쿤이 말했듯이 과학적 지식의 진보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통적 연구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연구를 모두 필요로 한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 현상을 탐구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거인이 있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의 과학계, 아니 학교, 기업, 정부 등 모든 영역에서거인이 될 수 있는 재목을 발견하고 키우려는 노력이 미흡하다. 단기적 성과가 장기적 잠재력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질이 아니라 양이다. 위험에 도전하고 실패를 무릅쓰려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나 몽상가로 낙인찍히기 쉽다. 저자들은 혁신적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화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적 지원 기간을 늘리고, 성과 평가의 기준도 양에서 질로 바꾸자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느 기업이나 애플과 같은 혁신적 기업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혁신과 탐색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의 애플이 되고자 하는 꿈은 단지 요원한몽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동일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dijung@sookmyung.ac.kr

 

필자는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사회학과를 거쳐 숙명여대 경영학부에 재직하고 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 제도주의 조직이론, 조직학습, 경제사회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플랫폼 기반 조직생태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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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윤 문재윤 | 고려대 경영대 교수
    jymo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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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일 |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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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경 | 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sookyungki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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