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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상황에서 직관을 믿어야 할까? 外

류주한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Strategy

 

불확실한 상황에서 직관을 믿어야 할까?

 

 Managing the unknowable: The effectiveness of early stage investor gut feel in entrepreneurial investment decisions” by Laura Huang and Jone L. Pearce in the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5, 60(4), pp.634-670.

 

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무엇이 불확실한지도 불확실한 극단적 불확실성(Risk of unknowable) 속에서 매순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과연 투자를 늘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곧 출시될 신상품은 성공적일지, 신생기업의 기술력은 정말 믿을 만한 것인지, 자금은 더 지원해 줘야 할지 등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각종 시장분석자료와 재무적 추정치가 범람하고 있으나 전략적 판단이나 투자결정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책임이 뒤따르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유사한 다른 사례들을 참조하거나, 명망 높은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대처한다거나, 성공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든가, 자신만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등 양적분석(quantitative analysis)의 한계를 채워줄 수 있는 나름의 질적(qualitative)인 접근을 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늘 좋은 결과를 장담해 주지 않는다.

 

학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극한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빠르고 오히려 더 정확한 판단력을 제공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여전히 과학적 분석에 기초한 의사결정이 더 합리적이고 바른 전략적 판단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이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과학적 분석기법이 발달할수록 경영진이 직관과 본능(gut feeling)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완벽히 직관과 본능에만 충실한 경영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경영진이 의사결정에 점점 더 직관과 본능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과연 직관에 따른 의사결정들이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의사결정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지 직접 확인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의사결정 시 불확실성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직업군으로 엔젤투자자들을 선정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 과정과 그 행태의 근거를 관찰했다. 근거이론적 방법론(Grounded theory approach)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5개의 엔젤투자그룹을 설정해 2009년에서 2011년에 이르기까지 약 17개월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엔젤투자자와의 약 100여 회의 심층면담을 실시해 결론을 도출했다.

 

엔젤투자자들은 아무리 상황이 불확실하더라도 감성적 의사결정은 분명 리스크가 뒤따르며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 오롯이 직관과 본능에 의존하는 경영적 혹은 투자판단을 하지도 않았다. 특히 산업환경 분석이나 전망, 투자회사의 성장가능성이나 투자수익률 등에 관해서 직관에 기초해서는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투자회사 경영진의 자질이나 역량 등을 판단할 때에는 이들에 대한 객관적 자료보다는 투자자의 직관과 본능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예상과 달리 엔젤투자자들은 경영진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객관적 자료와 분석, 자신의 직관, 과거 경험과 주관적 판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신중함을 극한적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견지하며 균형된 판단력을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극한의 불확실한 산업 환경에서는 경영진은 결국 자신의 직관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며 객관적 자료는 이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관찰 결과, 직관이라고 믿는 것들은 과거 겪었던 다양한 경험과 검토했던 자료들이 복합적으로 누적돼 나타나는 인식의 일부일 뿐 잠재의식 속의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학계의 논리와 달리 날카로운 통찰력과 직관도 좋은 경험들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력의 결과물들이다. 많은 경험, 과학적 분석력, 이를 토대로 형성된 통찰력과 직관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헤쳐 가게 할 경영진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Political Science

 

지위 잃을까 걱정하는 리더 승산 없는 싸움 질질끈다

 

 Losing Face and Sinking Costs: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Judgment of Political and Military Leaders” by Jonathan Renshon (International Organization, 2015, 69(3))

 

무엇을 왜 연구했나?

 

깨끗이 포기하고 물러날 줄 아는 것.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지만 비용회수에 대한 미련과실패한 리더라는 딱지가 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용퇴를 막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되고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패배 혹은 실패가 발생한다. 전쟁과 국가 간 분쟁을 연구하는 국제정치학자들에게 있어 베트남전쟁은 이런 측면에서 끝없는 연구의 대상이었다. 지속하면 지속할수록 승산은 없고 비용과 희생만 불러오는 정책에서 돌아서지 못하는 상황,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정치지도자들의 의사결정의 오류와 비합리성은 설명하기 어려운 퍼즐 중 하나였다. 국가 간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도매몰비용(sunk cost)’의 함정을 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연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최고지도자과정(Senior Executive Fellow Program)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를 통해 권력과 지위상실에 대한 불안이 이러한 의사결정의 오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지위 유지와 권력의 영향, 두 가지 모두를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는 실험대상그룹을 둘로 나눠 그 결과를 비교했다. 사회적으로 의사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정부나 군의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케네디스쿨의 최고지도자과정에 있는

77명과 보스턴 지역의 64명의 일반인 그룹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본인의 객관적인 권력(현재 및 과거의 부하직원의 수) 및 본인의 영향력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조사한 후 두 가지의 실험조건에 노출되도록 했다. 우선지위/체면상실에 대한 불안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대상자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눠 1) 본인의 직장에서 지위가 추락할 수 있는 상황,

2) 지위가 상승할 수 있는 상황, 3) 변동 없는 상황을 가정해 각각 일정시간 생각하고 그 상황을 서술하도록 했다. 그 후 모든 대상자로 하여금아일랜드 게임을 수행하도록 했다. 100명의 군인을 거느린 지휘관으로서 50%의 섬을 통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출발해(10센트당 군인 1인으로 계산해 10달러=100명의 군인), 게임의 단계마다 최대 15명의 군인을 이동시켜 섬 전체를 차지하면 200달러를 상금으로 받는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이 컴퓨터 게임은 컴퓨터가 이기도록 설정돼 있어 실험대상자들은 언제나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실은 참가자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잃고 포기하는지를 보고자 한 것이다.

 

실험 결과지위/체면상실에 대한 불안이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하도록 하는 의사결정의 실패를 불러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게임에 임하기 전에 직장에서 지위가 추락하는 상황을 서술하도록 대상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돈을 더 많이 잃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동일하게 가상적으로 지위 추락의 경험을 거쳤더라도 최고지도자과정에 있는 학생, , 사회적으로 실제 상당한 권력이 있는 이들은 의사결정의 실패 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인들은 지위 추락의 경험을 거친 후에는 오히려 더 많은 돈을 게임에서 잃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무엇이 승산 없는 투자를 지속하는 의사결정의 실패를 야기하는가. 이러한 실패는 보편적이나 본 연구의 의의는 지위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권력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해 실패의 객관적인 조건을 규명하는 데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데에 있다. 첫째, 의사결정권자로서 자신의 지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리더는 승산 없는 싸움을 더 오래 끈다. 둘째, 객관적으로 측정된 의사결정권자의 권력 역시 의사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큰 사이즈의 조직을 책임져본 리더십의 경험이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안정감 없는 리더, 기반이 약한 리더십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며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Marketing

 

양날의 검 같은 판촉할인 정가고객이 수긍할 최저기준을 찾아라

 

Based on “Buy four get 30% off: how consumers respond to missing a quantity discount” by Wen-Hsien Huang and Chun-Ming Yang (2015), European Journal of Marketing, 49(7/8), 1326-1342.

 

 

 

무엇을 왜 연구했나?

 

4개 사면 30% 할인과 같은 수량 할인(quantity discount)은 소매업체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즐겨 쓰는 촉진 방법이다. 가격을 내려 이익률을 깎아먹더라도 많이 팔아서 전체적인 수익을 높이는 것인데, 많은 소비자들은 할인을 받기 위해 필요량보다 더 많은 양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할인이 적용되는 ‘4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이를 채울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는 미리 주어진 숫자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앵커링(anchoring, 닻내림)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minimum purchase requirements)을 맞추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할인을 받지 못하는 실망감과 함께 불공정하다고 느끼면서 오히려 구매를 단념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이처럼 수량 할인은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많이 사는 사람은 싸게 사지만 적게 사는 사람은 비싸게 사는 것 같아 구매를 포기해 버린다.

 

그렇다면 수량 할인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 것이 수량 할인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덜 실망하게 만들고 할인 없이 구매를 하도록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발견했나?

 

대만의 연구팀은 수량 할인의 최소 기준을 맞추지 못해 할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 조사를 통해서 어떤 방식의 수량 할인이 할인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도를 덜 저하시키는지 조사했다. 의류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이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량 할인의 기준이 낮을 때(2개 사면 30% 할인)보다 높을 때(4개 사면 30% 할인), 그 옷 한 벌을 정가에 구매하려는 의도가 높게 나타났다. 지각된 가까움(perceived closeness)이 높을수록 부정적 감정이 커지는데 비행기를 5분 차이로 놓쳤을 때가 30분 차이로 놓쳤을 때보다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한정된 아이템에서 수량 할인을 할 때와 넓은 범위에서 수량 할인을 할 때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아무거나 4개 사면 할인에 비해서이 중에서 4개 사면 할인은 구매의도가 낮은 반면아무거나 2개 사면 할인에 비해서이 중에서 2개 사면 할인은 구매의도가 높았다. 범위를 한정해놓고 많이 구매하라는 조건에는 반발이 생긴 반면 한정된 범위에서 2개를 구매하면 할인한다는 조건은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기준을 수량으로 할 때와 금액으로 할 때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25달러짜리 티셔츠밖에 살 게 없는 상황에서 “2개 사면 할인이나 “50달러 구매하면 할인등 최소 기준이 낮을 때는 구매의도에 차이가 없었지만 최소 기준이 높을 때는 “4개 사면 할인보다 “100달러 구매하면 할인조건일 때의 구매의도가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는 범위의 효과와 함께 수량보다는 금액의 단위가 크게 나타나는 단위 효과(unit effect)의 영향도 작용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치열한 실적 경쟁이 펼쳐지는 판매 현장에서 판매촉진은 마약과 같은 존재다. 당장의 매출 증가에 즉효약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은 판촉에 중독돼 제값에 사면 손해라고 여기면서 판촉이 없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판촉 경쟁에서 정가에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을 덜 실망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조사했다. 수량 할인을 할 때의 최소 기준은 수량 기준보다는 금액 기준으로, 대상 아이템 수를 늘리는 편이, 소비자들의 정가 구매의도를 덜 저하시켰다. 싱글족의 증가 등 수량 할인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에 대한 배려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수량 할인의 조건이 공정하다고 여겨져야 할인을 못 받는 고객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중앙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듀폰, 엠드림, 옵티멈경영연구원에서 근무했 고 일본 히토츠바시대 연구원, 중국 임기대 교환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전략, 신제품 개발 및 신사업 전략 등이며 저서로 <코에볼루션> 등이 있다.

 

 

Finance & Accounting

 

로비 활동 하는 기업, 회계부정 적발될 확률 낮다

 

Based on “Corporate Lobbying and Fraud Detection” by Frank Yu and Xiaoyun Yu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December 2011, pp. 1865-1891)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기업들은 2005년 한 해 동안 로비 활동에 214000만 달러(한화 24800억 원)를 지출했다. 미국 전직 상·하원의원의 절반 이상이 기업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회계부정 사건으로 유명한 엔론(Enron)의 주요 전략 중 하나도 로비 활동이었다. 엔론이 1997년부터 2001년 파산 전까지 로비스트들에게 지불한 금액은 500만 달러(한화 58억 원)를 넘었다. 이를 통해 엔론은 천연가스의 가격 통제 철폐, 부외채무1 에 대한 승인,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정부 규제의 완화 등의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인디애나 경영대학 유(Yu) 교수 등의 연구팀은 로비 활동과 기업지배구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로비 활동이 회계부정 적발(fraud detection)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폈다. 조기에 회계부정을 적발하는 것은 기업지배구조의 전반적인 유효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로비 활동에 수십억 원을 지출했던 엔론과 월드컴(WorldCom) 등이 수년간 회계부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로비 활동이 규제당국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암시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로비 활동은 기업이 입법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다. 기업의 전략, 문화 및 윤리와 연결돼 있는 로비 활동은 여러 측면에서 기업에 이점을 제공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회계부정이 적발되기 어렵게 만든다. 기업들은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와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등의 감시기구에 로비 활동을 펼침으로써 규제당국의 회계부정 적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은 로비 활동을 통해 자사에 유리한 경영환경을 얻어내 실적을 개선시키고 부정적발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6개월마다 2만 달러(한화 2300만 원) 이상 지출한 로비 활동에 대해 상원공공기록사무소(Senate Office of Public Records)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연구자들은 이 자료를 이용해 기업의 로비 활동이 회계부정 적발에 유의한 차이를 만든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얻어냈다. 첫째,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들 중 로비 활동을 펼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회계부정이 적발될 확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회계부정이 적발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로비 활동을 하지 않은 기업은 회계부정이 적발될 때까지 평균 594일이 걸렸다. 반면 로비 활동을 펼친 기업의 경우 평균 711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 활동을 통해 기업들은 석 달 이상의 시간을 벌어들인 셈이다. 로비 활동을 펼친 기업이 규제당국에 의해 회계부정이 적발될 확률도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38%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회계부정은 로비 활동 비용과도 유의한 관계를 보였다. 회계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기업은 해마다 로비 활동에 평균 197만 달러(한화 228000만 원)의 로비 비용을 지출했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은 348만 달러(한화 404000만 원)를 썼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규제당국뿐 아니라 투자자와 대중들도 기업의 회계부정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회계부정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로비 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더 오랜 기간 동안 회계부정을 감출 수 있다는 본 연구의 결과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부정 적발의 지연이 사회적 비용을 늘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실증분석을 통해 로비 활동을 펼친 기업들에서 회계부정이 발각되기 직전 기간에 경영자들이 많은 양의 주식을 매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영자들이 주가가 하락하기 전 미리 주식을 팔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부정선거가 투표 시스템 자체가 가진 장점을 무효화할 수 없듯 본 연구의 결과가 기업의 로비 활동을 금지시키자는 의미로 해석돼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기업은 그들의 정치적인 지출이 투자자의 후생(welfare)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로비 활동을 보다 투명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감독원 자문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 경영학과와 The Ohio State University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University of Oreg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보험회계, 조세회피 및 기업지배구조이다.

 

 

HR

 

직장 내 따돌림, 개인뿐 아니라 회사에도 부정영향

 

Based on “Why and when workplace ostracism inhibits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s: an organizational identification perspective” by Wu, C.H., Liu, J., Kwan, H.K., Lee, C. (2015).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54..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직장 내 따돌림 혹은 왕따는구성원이 직장 내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배제된다고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직장 내 업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직무만족도가 낮아지고, 이직의도가 높아지며, 감정적으로 소진되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는 다양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 오히려 조직 내에서 좀 더 잘 받아들여지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친사회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렇게 상충되는 연구결과들에 대해 종합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서라도 조직 내 따돌림 현상이 조직 구성원의 조직시민행동에 언제, 어떤 이유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직장 내 따돌림 현상이 조직 구성원의 조직시민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사회 정체화의 관점을 기반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개인이 조직과 하나됨, 혹은 소속됨을 느끼는 조직 동일시가 직장 내 따돌림과 조직시민행동과의 관계를 매개하는 매개효과에 중점을 두고 다른 조직으로 이직할 수 있다고 느끼는 정도인 지각된 직무이동 기회가 조절 효과를 보이는지 검증하고자 했다.

 

본 연구를 위해서 영국, 미국, 중국의 연구자들 4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중국에 위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시간 지연 연구를 실시했다. 첫 번째 연구는 중국에 위치한 두 개의 대형 석유가스회사의 기술직 및 행정직 직원들과 그 상사들을 대상으로 모두 세 차례에 걸친 데이터 수집을 통해 실시됐다. 1차 설문에서는 인적사항, 자신이 느끼는 따돌림의 정도, 직무이동 기회, 그리고 통제변인을 측정했고, 6개월이 지난 후 2차 설문에서는 조직 동일시와 통제변인을 측정했다. 2차 설문 후 6개월이 지나고 실시된 3차 설문에서는 상사에게 해당하는 직원이 어느 정도의 조직시민행동을 보이는지 물었다. 732명의 직원들과 244명의 상사들에게 설문을 배포해 최종적으로는 282명의 직원들과 150명의 상사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중국에 위치한 해양 석유가스회사에 근무하는 기술직 및 행정직 직원들과 그들의 상사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번에도 3차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1차 설문에서는 연구자 한 명과 연구 팀이 현장을 방문해 인적사항, 직장 내 따돌림 현상, 직무이동 기회, 그리고 다른 조절변수(집단주의, 권력거리, 그리고 미래지향성)들을 측정했다. 1차 설문 후 10주가 지나고 실시된 2차 설문에서는 조직 동일시 정도, 조직기반 자존감, 조직에 대한 의무감, 직무열의 등 다양한 매개변수들을 측정했고, 2차 설문 후 10주가 지나고 실시된 3차 설문에는 모두 297쌍의 상사와 직원들이 직장 내 따돌림 현상을 다시 측정하고 직속상사는 지난 달 해당 직원이 보여 준 세 가지 형식의 조직시민행동을 얼마나 보여줬는지 응답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연구에서 3차에 걸쳐 수집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한 직원들은 자신이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조직과 동일시하지 못하고 결국 낮은 수준의 조직시민행동을 보였다. 두 번째 연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조직 동일시가 직장 내 따돌림과 조직시민행동과의 관계를 매개함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매개효과는 해당 직원이 다른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다르게 표현하면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받게 되면 조직과 동일시 수준이 낮아지고 결국 조직시민행동도 감소하지만 이는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직무이동기회가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한편 직원의 집단주의성향, 권력거리, 혹은 미래지향성과는 통계적으로 유효한 관계를 보여주지 않았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결과가 현업에 있는 인사담당자 혹은 관리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장 내 따돌림 현상은 개인과 조직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조직과 동일시하는 수준이 낮아지고, 결국 조직시민행동도 덜 보이게 된다. 직원들의 조직시민행동이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고려할 때 직장 내 따돌림 현상을 무시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직장 내 따돌림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장 내 따돌림을 직장 내 공격행동이나 적대감을 표현하는 경우와 같이 심각하게 받아들여 직장 내 따돌림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직장 내 문제해결 과정에서 직원들 간에 활발한 대면 논의를 장려하고 서로 간에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더불어 다른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직무이동 기회가 높은 직원들이 직장 내 따돌림 현상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고려해 직무이동 기회가 높은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직원이 조직과 동일시하는 수준을 높이기 위해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거나,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의 업무나 성과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하거나, 구성원들 간에 의사소통과 협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른 대안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송찬후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chanhoo@kaist.ac.kr

 

필자는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Wisconsin-Oshkosh에서 심리학석사, University of Nebraska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관심 분야는 기업의 사회적책임, 윤리경영, 기업범죄, 리더십 등이다.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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