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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계에 의존한 정보 M&A에서 함정이 될 수 있다 外

김현경,문재윤,주재우,정동일,엄찬영 | 181호 (2015년 7월 Issue 2)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Sociology

 

사회적 관계에 의존한 정보

 

M&A에서 함정이 될 수 있다

 

Picking a (Poor) Partner: A Relational Perspective on Acquisitions”, by Michelle Rogan and Olav Sorenson,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4, 59(2), pp. 301∼329.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인수합병은 조직의 극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보완성을 갖고 있는 사업이나 역량을 통합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지역이나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경쟁자를 흡수하는 경우에는 산업 내 절대 강자로 등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의 성공사례는 의외로 많지 않다. 주가나 기업 가치가 반짝 오르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인수합병 이후 성과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인수했던 기업을 되파는 일도 종종 있다.

 

인수합병 실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법적 결합 이후의 문화적, 운영적 결합의 실패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어떤 파트너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파트너를 어떻게 선정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주도면밀한 평가를 통해 보완적 가치를 지니고, 운영상 결합이 용이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항상 추가되는 것이 있다. 파트너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추천 시스템이나 직·간접적인 관계를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은 이런 관계론적 접근이 때로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 논문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글로벌 광고산업의 인수합병 자료를 토대로 인수합병 파트너 선정과 그 성과를 분석했다. 특히 이 논문에서 주목한 것은클라이언트 공유가 파트너 선정 가능성을 증가시키는가’, 그리고그러한 파트너 선정이 결합조직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것이다. 흔히 네트워크 이론에서 제3자를 공유하는 두 기업 A B는 간접적인 관계에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업 A는 이 제3자를 통해 기업 B에 대한 상세하고 믿음직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기업 B에 우리 기업의 신뢰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기업과 거래하는 클라이언트가 B기업에도 광고 의뢰를 한다면, 이는 B기업이 우리 기업에 버금가는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간접적 관계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와 더불어 클라이언트를 공유하는 광고회사들은 대개 경쟁자들이므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자 제거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광고산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예측한 바와 같이 클라이언트를 공유하는 기업들끼리 인수합병이 많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간접적 관계를 통한 결합의 결과는 어떨까?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결합 이후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기존에 거래하던 클라이언트를 잃거나 이들에 대한 매출액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저자들은 두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첫째, 간접적 관계에 있는 기업에 대해 과도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 둘째, 흔히 배태성이라고 부르는 사회적 관계의 함정에 빠져 더 넓은 범위에서 더 좋은 파트너를 물색할 동기를 상실하게 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적 관계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원천으로 여겨져 왔다. 경제적 행위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관계를 통해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획득한다. 지속적인 관계라면 두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평가할 때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주는 정보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런 정보는 대체로 질 좋은 정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보탐색에 소요되는 한계비용을 감안하면 이런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일 수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지 않아도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확신할지도 모른다. 물론 많은 경우 이는 사실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자본은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무언가에는 늘 함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연구를 비롯해 많은 사회학적 연구들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기회가 차단되고, 잘못된 믿음에 빠지기도 하며, 때로는 강한 사회적 압력에 의해 행동반경이 제약될 수도 있다.이는 비단 인수합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회적, 경제적 행위가 그렇다.

 

정동일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dijung@sookmyung.ac.kr

 

필자는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사회학과를 거쳐 숙명여대 경영학부에 재직하고 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 제도주의 조직이론, 조직학습, 경제사회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플랫폼 기반 조직생태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Political Science

 

 ‘딸 바보 판사

 

여성적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가졌는데 과연 누구를 임명할 것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삼권분립의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 종신직인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권한은 대통령이나 의회의 결정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따라서 누가 임명되는가는 향후 미국 정치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히 공감능력(empathy), 이를테면십대의 어린 나이로 미혼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 미국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계층의 처지와 고충을 이해할 만한 배경을 가진 후보자를 선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공언으로 인해 개인의 가치관이나 성향, 출신 배경으로부터 가능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법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훌륭한 판사의 요건이라고 보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순식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오바마는 결국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 후보자를 지명하는 데 이어 두 번째 공석마저 여성 법조인으로 채움으로써 그가 했던 약속을 지켰다.

 

많은 연구들이 대중의 기대와 달리 중립성을 가장 엄격하게 훈련받은 엘리트집단인 미국의 판사들이 사실은 자신들이 가진 개인적인 특성들, , 정치적 신념, 인종, 성별 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증거를 이미 많이 제시해왔다. 이 연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정체성 혹은 특질이 아닌 개인적인관계에 초점을 맞춰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히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미 항소법원 판사들의 자녀구성을 조사해 딸이 있는 것과 판결의 방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 연구 자체는 판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역시나 기업의 명운을 결정하는판단을 내려야 하는 CEO나 여타 조직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논문이기에 이를 소개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 연구는 244명의 항소법원 판사들의 자녀구성을 미국법조계인명록(Who’s Who in American Law), 동문 뉴스레터, 신문기사, 부고란 등의 온갖 자료들을 뒤져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왜 딸이 있는 것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하는 여러 흥미로운 가설을 통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 관해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딸이 있는 것이 판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젊은 여성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는 학습 가설, 혹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내적 동인으로 여성의 입장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게 된다는 보호 가설, 가족 내 역학관계를 통해 보수적인 남성 판사들조차 딸들로부터 자연스레 압력과 로비를 받게 된다는 로비 가설(‘딸 바보 가설’) 등을 제시하는데 결론적으로 1996년에서 2002년까지 항소법원에 소속된 244명의 판사들이 990개의 사건에서 던진 2674개의 표결을 대상으로 분석해 저자들이 발견한 것은 직장 내 성차별과 낙태 문제 같은 여성에게 민감한 사안에서 최소한 딸을 한 명 이상 가진 판사들이 여성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판사 자신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더라도, 또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판사라 하더라도 딸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여성 친화적인 결정을 한다는 설명이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집단과 기업 및 조직에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 시행되는 성별, 인종, 지역 등에 기반한 쿼터제나 가산점 부여를 통한 역차별 등의 조치가 가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그 자체로 상징적인 효과도 크겠으나 더 중요한 건동질적인 집단이 가질 수 있는 편향성과 무지를 교정하는 것이다. 즉 소수자들은 자신들이 처한주류와는 다른여건과 도전들로 인해 독특한 경험과 관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 내에 스며들면 동질적인 집단이 가질 수 있는 편향성과 무지를 교정하는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는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연구는 관점과 가치의 다양성이 반드시 소수자적 위치나 가시적으로 구별되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만 획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깊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가깝고 지속적인 관계를 통한 자연스러운 경험의 공유를 통해서도 입장이 다른 사람과 환경에 대한 높은 이해와 공감 및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사결정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조직의 CEO나 리더가 어떤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있느냐가 그의 결정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발 더 나아가 경영자들이 인사관리에 있어사람 자체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형성하고 있는 관계망을 들여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복지정치,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정치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며,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Finance&Accounting

 

CEO의 불법행위가 주주에 이익?

 

부패한 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Based on “Should one hire a corrupt CEO in a corrupt country?” by Maxim Mironov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17 (2015), pp. 29-4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경영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연구가 학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부패한 CEO는 회사 성과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전통적 재무이론에 따르면 부패한 CEO는 회사의 재원을 사용해 본인의 사익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혹 부패한 CEO의 존재가 회사 성과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CEO가 탈세를 하면 법인세 지출이 줄어들면서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한다. 부패한 CEO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해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을 쉽게 수주할 수도 있고 회사의 이익 추구를 방해하는 정부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도 있다. 청렴한 사회에서는 이런 불법행위가 주주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CEO의 불법행위가 회사의 성과를 향상시킬지도 모른다.

 

사회가 부패했다면 CEO의 불법행위가 회사 성과에 도움을 준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이 연구는 모스크바에 위치한 기업들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러시아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나 동시에 매우 부패한 국가다. 예컨대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2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러시아는 조사대상 174개 국가들 중 122위였다.1  러시아 출신인 논문 저자는 대부분의 러시아 경찰이 뇌물을 받고서 교통위반을 눈감아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착안해 인구통계학적 특성, 소득, 출퇴근 거리, 교통사고 기록, 자동차의 종류 등 다양한 자료를 사용해 개인별 예상 교통법규 위반 건수를 추정했다. 그리고 단속 경관에게 뇌물을 주는 경향이 많은 사람일수록 실제 교통법규 위반건수가 예상 교통법규 위반건수보다 적을 것으로 가정했다. 이런 가정을 토대로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예상 교통법규 위반건수와 실제 교통법규 위반건수의 차이를 계산했고 이를 개인부패성향이라고 정의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우선 1999∼2004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6784971건의 교통위반 사례를 활용해 모스크바 시민 3136839명의 개인부패성향을 계산했다. 모집단에 포함된 3136839명의 시민들 중 모스크바에 등록된 53157개 기업으로부터 근로소득을 받은 사람을 선별했다. 최종적으로 CEO의 개인부패성향을 계산하기 위해 회사별로 가장 근로소득이 높은 사람 5명의 개인부패성향을 평균했다.

 

이 연구는 CEO의 개인부패성향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경영성과가 우수해진다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CEO의 개인부패성향이 1 표준편차만큼 상승하면 수익은 연간 2.1%, 종업원 1인당 수익은 2.5%, 수익자산비율(revenue-to-asset ratio) 0.5%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는 CEO의 불법행위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부패한 CEO가 주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결과는 러시아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국가에만 적용된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청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동일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으며 CEO의 불법행위로 주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선행연구들은 신흥국가의 경제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부정부패를 지적한다. CEO의 불법행위는 단기적으로 해당 기업 주주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 기업들이 이익극대화를 위해 불법행위를 일삼으면 궁극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이익이 크게 훼손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까운 예로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는 분식회계와 같은 CEO의 불법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CEO의 불법행위가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

 

엄찬영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cyeom73@hanyang.ac.kr

 

필자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University of Oregon에서 재무금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한양대 경영대학에 재직 중이며 주된 연구 분야는 자산가격결정의 실증적 연구, 주식발행, 시장미시구조이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소비자들은 블록버스터 영화만 선호한다?

 

채널 전략을 바꿔취향을 저격하라

 

Anuj Kumar, Michael D. Smith and Rahul Telang (2014).Information Discovery and the Long Tail of Motion Picture Content. MIS Quarterly 38(4), 1057-1078.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04년잡지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Ch-

ris Anderson)은 인터넷상에서 다수의 비인기 품목의 전체 매출이 소수의 베스트셀러의 매출을 압도하는 롱테일 현상을 조명했다. 전자책, MP3 음원 파일 등의 디지털 콘텐츠는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환경에서와는 달리 재고 비용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자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매출의 롱테일 양상은 모든 콘텐츠에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책과는 달리 영화 등의 콘텐츠에서는 여전히 소수 블록버스터의 매출이 전체 매출을 지배한다. 본 연구에서는 온라인 거래 환경에도 불구하고 영화 DVD 매출이 왜 블록버스터에 주로 국한돼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불완전한 정보로 인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영화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여러 경로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수의 블록버스터 DVD에 매출이 편중된다는 것이다. , 온라인 환경에서 재고의 제약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험재인 영화 DVD의 경우에는 장르, 줄거리 등의 정보만으로는 구매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본 연구에서는 극장 상영 이후 케이블 방영 시기 전후의 DVD 매출 변화 추이를 분석해서 케이블 방영을 통한 추가 정보가 매출에 미친 파급 효과를 연구했다. 케이블 방송의 영화 채널을 통해서 영화가 방영되는 동안에는 DVD를 구매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경로로 해당 콘텐츠를 접할 수 없다.2  또한 영화 채널은 케이블 가입에 포함돼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샘플링해 품질을 검증해 볼 수 있다. 케이블 TV 채널에 방영됨으로써 영화 콘텐츠의 품질 검증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이처럼 특정 채널에서의 정보의 파급 효과 (information spillover)로 인한 매출 양상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살펴봤다. 2008 1월에서 2010 6월까지의 기간 동안 HBO, Cinemax, Starz Showtime에서 방영된 영화들의 해당 기간 동안 DVD 매출을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케이블 채널에서 상영되기 전의 DVD 매출 양상은 블록버스터가 매출의 48%를 차지한다.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가 상영된 후의 DVD 매출 추이는 블록버스터와 비인기 영화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에는 케이블 채널 상영 이전에 이미 제작사와 보급사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케이블 채널 상영 이후에 DVD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인기 차트 하위권 영화의 경우에는 케이블 채널 상영 이후 해당 영화를 소비자들이 새롭게 발견하면서 전체 DVD 매출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케이블 채널에서의 영화 상영 이전에는 상위 10%가 매출의 48%를 차지하던 것이 케이블 채널 상영 이후에는 상위 10%의 영화가 매출의 35%만 차지해 매출의 편중 현상이 감소했다.영화가 케이블 채널에서 상영되면서 틈새 콘텐츠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영화 콘텐츠를 발견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불완전한 정보로 인해 소비자가 개인의 취향에 걸맞은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 후생 손실이 발생하고, 콘텐츠 제작사 역시 매출이 감소하며, 궁극적으로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감소한다. 영화 산업에서의 콘텐츠 유통 전략은 통상 극장 상영 이후에 DVD 매출로, 그 이후에 케이블 채널 상영 및 VOD 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소수의 블록버스터에 편중된 매출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콘텐츠 제작사는 롱테일 매출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채널을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국내외 플랫폼들이 전자책, 음악, 영화 등을일정 기간 구독하는 방식을 통해 부담 없이 샘플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가 경험재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하게 돼 해당 제품의 다른 채널에서의 매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 옴니채널 환경에서 채널 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콘텐츠의 대중성에 따라 유통 전략을 다르게 수립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문재윤고려대 경영대 교수 jymoon@kore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홍콩 과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MIS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온라인커뮤니티,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arketing

 

“혼자 경험해도 괜찮아요

 

두려움 없애주는 마케팅 필요하다

 

Ratnet, Rebecca and Rebecca Hamilton (2015), “Inhibited from Bowling Alon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DOI: http://dx.doi.org/10.1093/jcr/ucv012.

 

무엇을 왜 연구했나?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본다. 미국에서는 독신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1970년보다 3배가량 증가해 현재는 전체 가정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 주변에서 시작된 빠르고 간편한(fast-casual) 식당들이 크게 환영받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는 암스테르담에혼자인 사람을 위한 식당이라는 뜻의 Eenmaal라는 식당을 열었다. ‘즐거운 고독 속에서 밥 먹기에 완벽한콘셉트다. 북미나 유럽만이 아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공동체 의식이 약해진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추세에서 가장 앞서 있다. 한국 대학에서는 혼밥(혼자 밥먹기)이 유행이고, 혼자 극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밤샘 표가 등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언가 혼자 경험하는 것을 망설인다. 미국 메릴랜드대와 조지타운대의 연구진은 사람들이 밥을 먹거나, 미술관에 가거나, 영화를 볼 때 혼자 경험하는 것이 실제보다 재미없을 것이라 예측한다고 주장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혼자 경험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반사회적이고 친구가 없는 사람으로 볼까봐 걱정한다는 점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쾌락을 느껴야 하는 경험을 혼자 하면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경험이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서 친구 숫자를 추정하는 데 사용되지 않거나 경험이 쾌락적이지 않고 효용성이 있게 된다면 혼자 하는 경험에 대한 예측이 실제 느끼는 것과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18세에서 67세 사이 96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공적인 공간에서의 경험(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간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과 사적인 공간에서의 경험(집에서 영화를 본다, 개인 컴퓨터로 비디오 게임을 한다)에 대해서 혼자 경험할 때와 함께 경험할 때를 상상하라고 한 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가 얼마나 많다고 추정할지, 그리고 경험이 얼마나 즐거울지 예측하라고 질문했다. 실험 결과 공적인 공간에서는 혼자 경험할 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 숫자가 적을 것이라고 추론했지만 사적인 공간에서는 혼자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공적인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경험하는 것이 더욱 즐거울 것이라고 예측했고, 사적인 공간에서는 혼자 경험하는 것이 더욱 즐거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 실험에서는 경험에 대한 예측이 실제 경험과 차이가 나는지 검증했다. 학생회관을 혼자 지나가는 학생들과 2명이 짝을 지어 지나가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86명이 모였다. 특별 전시를 하고 있는 교내 미술관에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예측하라고 한 뒤, 실제 미술관에 다녀온 후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각각 7점 척도로 응답하라고 했다. 실험 결과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혼자 있는 학생들이 짝을 지어 있는 학생들에 비해 재미를 낮게 예측했지만(4.76 vs. 5.70), 실제로 다녀온 후에는 두 집단의 학생들이 비슷하게 재미있었다고 응답했다(5.25 vs. 5.40).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미술관에 가기 전에는 혼자 가는 경우 짝을 지어 갈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가 적다고 추론할 것이라는 걱정을 강하게 했는데, 미술관에 다녀온 후에는 이러한 걱정이 크게 낮아졌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쾌락적 경험을 할 때와 특정 임무를 완수하려는 효용적인 경험을 할 때를 비교했다. 242명의 대학생들을 모집한 뒤 절반은 혼자 커피숍에 있다고 가정하고 다른 절반은 두 명 이상의 친구와 커피숍에 있다고 상상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을 반으로 나누어 절반의 참가자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있는 쾌락적 경험을 상상하라고 하고, 다른 절반의 참가자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무언가를 읽거나 다른 할 일을 하는 효용적 경험을 상상하라고 했다. 실험 결과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즉 커피숍을 쾌락적으로 경험하는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보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더욱 즐거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4.01 vs. 5.42), 커피숍에서 일을 하는 효용적인 경험의 경우에는 혼자 있는 경우와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경우 사이에 즐거움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4.98 vs. 4.46).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람들이 혼자 경험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는 반사회적인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함께 경험할 때 느끼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터는 혼자 서비스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두려움을 없애주거나 그들의 경험에 효용적 의미를 부여해줘야 한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마케터가 사회적 규칙을 변경해 혼자 하는 경험이 충분히 즐겁다는 예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나 콘서트를 혼자 즐기러온 사람들을 위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거나, 식당에 혼자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을 준비해주는 것이 좋다. 싱글 여성들을 위해 오른손에 끼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제안하는 드비어스처럼, 혼자라는 경험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경우에는 반사회적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또 경험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면 효용성이 짙어져서 혼자서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커피숍에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 접속을 제공해 커피숍에서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소비자가경험을 수집할 수 있도록만들어주는 게 유용할 수 있다.

 

주재우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University of Toronto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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