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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타시스 대니얼 톰슨 지사장 인터뷰

“한계 없다는 게 3D프린팅의 매력 사소하지만 큰 차이 만드는 도화선 될 것”

김현진 | 173호 (2015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세계 3D프린팅 업계의쌍두마차중 하나인 스트라타시스가 선도적인 업체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다. 이 업체는 기술 및 재료 개발을 위해 영업이익의 10%를 투자한다. 3D프린팅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이 업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3D프린팅이 전통적인 제조업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제조업을 보완하는동반적 파트너관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3D프린팅의 매력은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에 있다. 이처럼 시장의 수요가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스트라타시스는 단순히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3D 프린팅 생태계를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생태계 전반에 걸친 솔루션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서연(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3D프린팅 제조 업계는 지난 20여 년간 많은 인수합병을 거쳐 재편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스라는 두 미국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두 업체의 역사가 3D프린팅 제조 업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서 좀 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스트라타시스의 매출(2014년 회계연도 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2013년 회계연도) 대비 54% 성장한 75000만 달러다. 3D프린팅 전문 시장조사보고서인 월러스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3년 기준, 전문가용 3D프린터 시장에서 5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스트라타시스의 대니얼 톰슨 한국지사장(38)을 통해 세계 3D프린터 시장 동향과 국내 기업들이 더욱 분발하기 위해 힘써야 할 점 등을 들었다. 호주 출신인 톰슨 지사장은 영국의 산업용 부품 샘플 및 금형제작 서비스 업체인 ‘CRDM’의 프로젝트 엔지니어, AM(Additive Manufacturing·적층제조) 장비 판매업체인 ‘XYZ 이노베이션의 비즈니스 매니저로 일한 바 있다. 2011년부터 이스라엘 3D프린팅업체오브젯 지오메트리’(2012년 스트라타시스에 인수)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및 채널 담당 이사로 재직한 뒤 2012년부터 스타라타시스의 한국 및 호주, 뉴질랜드 지역 비즈니스를 담당해왔다. 3D프린팅 업계에서 14년간 근무해온 그는그동안 3D프린팅 업계가 눈부신 속도로 진화, 발전해왔다제조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며 상호 발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더 빠른 속도로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4년 전에는 3D프린팅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무척 낮았을 것 같은데 현재와의 변화를 비교하자면.

 

당시만 해도 3D프린팅이 거의 보급되지 않아 업계 관계자 외에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 업계 자체도 ‘3D프린팅 업계라고 부르지 않고쾌속조형(rapid prototyping) 업계라고 불렸다. 지금은 쾌속조형이 3D프린팅의 여러 응용 분야 중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영역이 다양해졌다. 소재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3D프린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크게 늘어났다.

 

현대 3D프린팅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온 것인가.

 

투명한 고무소재부터 의료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승인을 받은 생체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고성능 플라스틱 등으로 소재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소재가 다양해질수록 점점 더 다양한 산업에 3D프린팅이 도입되고 있다. 스트라타시스가 2012년 인수한오브젯 지오메트리의 원천기술폴리젯(polyjet)’ 방식은 다양한 소재를 섞어 이를 복합적으로 분사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또 지난해 선보인커넥스3(connex3)’ 모델은 세 가지의 기본 재료를 한꺼번에 분사할 수 있는 3중 분사 기능(triple jet)이 있어 세 가지 소재로 3D프린팅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질 재료, 고무유사 재료, 투명소재를 특정 비율로 섞은디지털 재료로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 세 가지 재료를 각각 동시에 분사시켜, 예컨대 미끄럼 방지용 고무 그립이 달린 플라스틱 물통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여러 소재를 섞은 디지털 재료의 경우 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1000여 개에 달한다.

 

 

 스트라타시스의 대니얼 톰슨 한국지사장

 

 ‘커넥스3’ 모델

 

 

 

 

 ‘커넥스3’로 제작한 컬러 팔레트

 

스트라타시스는 3D프린팅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없는 국가면 어디든 진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시장에서 바라는 성과는 무엇인가.

 

글로벌 정보통신 업계에서 존재감이 큰 한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다소 늦게 직진출한 셈이다. 늦게나마 한국지사 설립을 서두른 것은 고객들의 니즈를 좀 더 가까이에서 수용하기 위해서다. 3D프린팅은 맞춤식 생산이 가능한 자체 속성 때문에 각 국가별, 시장별 특성과 수요가 뚜렷하게 달라진다. 특히 품질 면에서 깐깐한 한국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아직은 3D프린팅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이다 보니 선두 업체로서 시장 교육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개최한유저 포럼에는 600여 명의 소비자가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3D프린팅 트렌드에 민감하고 정보를 접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앞으로 연례행사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국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가장 전략적인 국가로 꼽힌다. 특히 정보통신, 가전 및 자동차 업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의 특성을 살려 관련 분야에서 3D프린팅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최근 3D프린팅으로 시도한 특이한 적용사례가 있다면.

 

3D프린팅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 보니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난해 11, 국제적인 게임쇼인지스타 2014’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게임 캐릭터 5종을 선보인 적이 있다. 5종의 피규어는 지스타 현장의 엔씨소프트 부스 내에서 열린 시연 행사에 참가한 20명에게 경품으로 지급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엔씨소프트는 게이머들이 단순히 온라인으로만 게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이런 코너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객사나 잠재적 고객사가 종종 ‘3D프린팅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이러저러한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3D프린팅의 미래는 사실상 우리 같은 제조사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기업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수요에 맞춰 관련 기계나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3D프린팅으로 큰 성과를 낸 사례를 꼽자면.

 

현대모비스는 스트라타시스의 솔루션을 사용해 실제 크기의 계기판을 제작했다. 설계 검증 단계에서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평가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D프린터를 설치한 이후 복잡한 디자인을 적용한 콘셉트 모델을 매우 섬세하게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섬세한 디자인의 제품을 완성도 있게 출력했다는 뜻이다. 건축모형 제작 전문 업체인 모델지움은 3D프린터를 도입해 모델 제작 비용을 30∼50% 절감한 바 있다. 동시에 모델의 정밀함과 디테일도 함께 향상시켰다.

 

한국 정부는 3D프린팅산업이 창의적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기여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같은 노력을 하고 있나.

 

현재 한국 내 일부 대학에서는 3D프린팅에 대한 정규 강좌를 개설하고 관련 학위를 주기도 한다. 대학에서 정식 연구 과제로 채택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혁신 방안을 연구할 싱크탱크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정부들도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교육을 통해 3D프린팅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좀 더 속도를 낼 필요는 있다. 4년 전 호주의 로열멜버른 과학기술대는 적층가공을 위한 단지형 사무소를 열었다. 정부가 투자해 3D프린팅과 관련한 모든 기술을 전시했는데 학생들이 개인용 기기부터 전문가용 고()사양 기계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3D프린팅 기기를 구입하기 전 실제 체험을 할 수 있는 쇼룸 역할도 하면서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도 도움이 됐다.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나 발전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또 관련 업계가 좀 더 분발해야 할 점이 있다면.

 

시제품 제작으로 3D프린팅을 활용하는 데 있어선 상당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3D프린팅으로 완성품을 실제로 제조하는 데 대해선 인식제고 등 개선의 여지가 적지 않다. 시제품용이 아닌 실제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부품 개발도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 분야의 잠재력이 더 큰 만큼 이런 점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치과에서 쓰는 치공구들은 3D프린팅으로 제조한 제품들이 이제 주류로 떠올랐다. 의치를 제작하는 틀이나 툴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하는 기술이 광범위하게 채택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한국은 이런 분야에서 3D프린팅 선진국에 비해서는 초창기라 할 수 있다. 3D프린팅 접목이 쉬운 분야부터 적극적으로 관련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3D프린팅 업체들이 성장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하는 게 좋을까.

 

스트라타시스가 시장에 선도적인 업체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스트라타시스의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스트라타시스는 기술 및 재료 개발을 위해 영업이익의 10%를 재투자한다. 또한 시장의 수요가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단순히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3D 프린팅 생태계를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드(CAD) 파일을 공유하는 다양한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제조 공급원, 3D 프린팅 시스템 공급자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솔루션 제공을 통해 3D프린팅 도입을 고려하는 고객들에게 더욱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우리집에 프린터가 있으면 좋겠다생각한 적이 있고 프린터 보급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 꿈은 생각보다 빨리 실현됐다. 3D프린터도 2D프린터처럼 빠르게 보급될 수 있을까.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것으로 본다. 나도 2D프린터가 대중화하기 전, 디스크에 파일을 담아 인쇄업체에 가서 문서를 프린트했던 추억이 있다. 컴퓨터도 처음 개발됐던 때는저런 큰 기계를 누가 쓰겠느냐며 대중화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3D프린터도 같은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본다.

 

 

 

 

 Trek사의 바이크 헬멧을 ‘Object500 커넥스3’로 프린트한 것

 

 

 

 ‘프로덕션시리즈 제품군

 

 

3D프린팅 도입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도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3D설계도가 허가 없이 공유돼 제품 디자인의 특허 이슈가 발생하는 것 같은 법적 문제도 있을 수 있고 개인이 총기를 3D프린터로 제작해 불법 소지할 수 있게 되는 등의 범죄 이슈도 있다.

 

3D프린팅이 각 개인이 침실에서도 뭔가를 만들 수 있는사적 공장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 업체로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의 법적 규제에 적극 호응하고 범죄적 행위를 막는 데 힘쓰고 있다.

 

3D프린팅이 경제적 이익 차원을 넘어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인 것이 환경 분야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은 대부분 절삭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재료를 필요로 하며 이 가운데 90% 넘는 재료가 공정과정 중 폐기 처리된다. 반면 3D프린팅은 적층방식 기술이다. 폐기물을 최소화해 필요한 재료를 필요한 곳에만 사용할 수 있다.

 

3D프린팅은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조업을 보완하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제조업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데 3D프린팅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받아들인 3D프린터 활용 시제품만 놓고 봐도 시제품을 통한 샘플 작업을 좀 더 빠르게, 또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 제작 시 성공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3D프린팅과 제조업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직접디지털제조(Direct Digital manufacturing)는 실제 사용되는 부품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라면 이런 부품을 대량 생산해야겠지만 만약 자동차 레이싱용 특수 차량에 쓸 단 10개의 부품이 필요하다면 이 부품 제작을 위해 전체 제조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낭비가 크다. 이럴 때 3D프린팅이 훨씬 더 경제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완성품을 만들기 위한 틀 또는 보조구(예를 들어 Zig, Fixture)를 생산할 수도 있다. 이런 틀도 필요한 시기에 딱 맞춰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제작 공정에서처럼 미리 물건을 만들어놓고 어딘가에 저장해 놓느라 보관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 대량 생산이 필요한 영역이 있기에 전통적인 제조업에 대한 수요는 아직 강력하다. 그리고 3D프린터 대중화를 위해 좀 더 뚫어야 할 기술 장벽도 있다. 그래서 3D프린팅이 전통적인 제조업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3D프린팅의 매력은한계를 모른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을지 그 진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각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사소한 차이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D프린팅이 바로 그사소한 차이를 내게 할 도화선이 될 것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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