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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과 미래 사회

김남국 | 173호 (2015년 3월 Issue 2)

 

수많은 신기술 가운데 일부는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기술을 개발했을 당시 사회적으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미 정교한 주화 제작이 가능했던 시절이었기에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었다는 것이 기술의 진보성 측면에서 큰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실제 금속활자 개발 과정에 대한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이 기술에 대한 당대의 낮은 평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금속활자 기술은 지식과 아이디어의 생산과 유통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고 1000년간 지속됐던 중세 암흑기의 종지부를 찍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세탁기 기술도 사회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세탁기 보급으로 시간이 많아진 여성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시키면서 여권 신장은 물론이고 현대 사회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분석입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가장 중요한 이유를 틀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나이가 들어 치아가 없어지면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힘들어 질병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틀니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씹는 행위는 영양분 섭취뿐만 아니라 뇌 혈류 증가로 인한 두뇌 활성화, 면역력 증가 등에 기여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미래 사회의 변화를 가늠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때 기술에 대한 고민이 빼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변화를 촉발할 확률이 높은 기술들의 파괴력을 점검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DBR는 독자 여러분들의 이런 노력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최근 부상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의 잠재력을 집중 분석하고 활용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인터넷과 SNS 기술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한 상황에서 3D프린팅 기술까지 보편화하면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정보혁명으로 데이터와 지식, 아이디어가 제한 없이 유통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물이 중요한 부분에서는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이 있습니다. 생각이나 정보, 사상 등은 모두 비트(bit)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실물 제품은 여전히 컨테이너 박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D프린터가 보급되면 이런 제약이 상당 부분 없어집니다. 따라서 시공을 초월한 대규모 협업과 아이디어 유통, 새로운 시장 형성 등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 모두가 자유로운 제품 창조자이자 가치 창출의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도 무수히 탄생할 수 있습니다.

 

3D프린팅은 일반 소비자 누구라도 자신의 상상이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초대형 소비시장과 쉽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유력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개인이 전 세계에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시대인데 3D프린팅은 그나마 남아 있던 물리적 장벽마저 없앨 수 있습니다. 실제 제조업체들은 3D프린터를 제품 설계나 부품 복제 등에 활용해 직접적인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신체 구조에 정확하게 맞는 인공 피부나 관절 등을 만들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3D프린터로 건축 구조물을 만드는 등 활용도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좋은 연필을 갖고 있다고 모두가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 고객들이 선호할 만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3D프린팅 기술이 가져올 미래상을 점검하시면서 우리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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