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짐 스캐파 알테어 회장 인터뷰

"시뮬레이션으로 디자인에 창의 입혀라"

이방실 | 166호 (2014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

 

디자인이 끝난()’ 제품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뿐 아니라 디자인()’ 제품 기획 단계부터 적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인 컴퓨터응용공학(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은 미래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 혁신적 기술이다. 특히 위상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기술과 접목할 경우 주어진 공간 제약하에서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을 컴퓨터가 제안해 줄 수 있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위상 최적화 기술을 통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과거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는 일도 가능해진다.

 

“시뮬레이션 기술인 컴퓨터응용공학(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이야말로 미래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 혁신적 기술이다.”

 

세계적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알테어(Altair)의 짐 스캐파(Jim Scapa) 회장은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업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위상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형상 구조를 도출하는 접근법) 기술을 접목한 시뮬레이션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짐 스캐파 회장은 컬럼비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자동차 회사 포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지난 1985년 알테어를 설립했다. 현재 전 세계 22개국에 진출해 있는 알테어는 자동차, 항공, 중장비, 생명공학, 전자, 에너지, 정부기관 등 분야와 업종을 막론한 50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포드, GM, 에어버스, 알스톰, BASF, IBM, 엑손모빌, NASA가 모두 알테어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최근 한국 비즈니스 사업 점검 차 방한한 스캐파 회장을 만나 CAE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들어봤다.

 

 

짐 스캐파 회장

 

CAE가 왜 중요한가?

겨울에 인기 있는 스포츠 기구 중 하나인 봅슬레이를 예로 들어보겠다. 봅슬레이의 주행 속도를 높이려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외관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개 틈 하나 없이 매끈한 일체형 디자인으로 제작한다. 기본적으로 얼음 위를 미끄러지면서 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얼음과의 마찰계수를 고려해 최적의 썰매 날 형상을 설계해야 한다.

 

스포츠기구 제조업체에서 이런 봅슬레이를 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자면 디자이너가 그린 스케치를 바탕으로 봅슬레이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실제 작동했을 때 문제가 없을지 현장에서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다시 설계에 반영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너무오래걸린다는 것이다. 현장 테스트를 아무리 많이 해도 극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까지 모조리 잡아내기도 힘들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바로 CAE.

 

CAE는 제품디자인부터 설계, 분석, 성능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컴퓨터에서 구현해 주는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여러 가지 가상 환경을 설정해 놓고 그때마다 필요한 성능이 무엇인지 예측한 후 입력 값을 다양하게 조절해 이를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한다. 과거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주로테스트단계에만 국한돼 활용됐다. , 디자이너가 자신의 직관이나 상상에 의존해 특정 디자인을 스케치하면 그것이 실물로 구현됐을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단계에서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용했다. 내구성 측정을 위해 높은 곳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린다든지, 안전성 검사를 위해 고속 주행이나 충돌 실험을 진행하는 등의 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CAE의 특징은 시뮬레이션을 디자인()’ 단계에서뿐 아니라 디자인()’ 단계에서도 적용한다는 점이다. 완성된 디자인에 따라 제품을 만든테스트를 하는 단계에서뿐 아니라 아예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기도에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CAE를 활용하면 수천 번,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고 미세한 부분까지도 수치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제품 설계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결과물도 매우 수려하면서 공간 효율적이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컴퓨터가 최적의 디자인을 제안해 주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이나 직관으로는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도출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 개발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모든 테스트가 가상의 컴퓨터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비용도 줄어든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다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도출할 수 있나?

위상수학(topology, 기하학처럼 도형에 대해 다루지만 길이나 넓이 같은크기측면이 아니라 점, , 면의 개수나 이들의 연결 상태에 초점을 두고 위치와 형상의 공간적성질에 초점을 두는 수학의 한 분야) 이론을 시뮬레이션 기술과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 인간의 골격 구조, 나뭇잎, 벌집 등 자연 구조물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구조로 발전됐다. 수백만, 수천만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외부로부터 어떤 하중이나 압력, 충격을 받았을 때 이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내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위상수학은 바로 이런 최적의 구조를 찾아내기 위한 수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직육면체 구조물 안에 들어갈 부품을 설계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이리저리 뒤틀려 있고 부위마다 굵기도 모양도 다른 파이프 같은 공간에 들어갈 부품을 설계하기란 매우 힘들다. 어떻게 설계해야만 한정된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위상수학에 기초한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 기술과 접목시킨 위상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기술을 활용한다면 이런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 아무리 제약이 많은 공간 안에서도 공식에 따라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구조를 도출해주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위상최적화 기술을 활용할 경우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기계나 기계부품 등 공학 디자인을 보면 대부분이 직선과 직각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도 속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중간에 구멍이 나 있다거나 비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인간의 갈비뼈라든가 나뭇잎, 벌집 등 자연적 구조물을 보자. 유려한 곡선과 격자형 그물망 구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때론 속이 비어 있는 구조가 외부 압력이나 충격을 견디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는 진화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켜 온 결과다. 이런 진화를 일으켰던 알고리즘을 기계나 각종 부품 설계에 적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존의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구조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직선은 곡선으로 대체될 수 있고, 속이 꽉 차 있던 부품도 격자 형태나 그물망 구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종전보다 훨씬 가벼운 제품을 설계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렇게 구조 최적화 기술에 따라 컴퓨터에서 제안해 준 형상대로 디자인을 하면 별다른 구조 타당성 검사를 할 필요 없이 3D 도면을 쉽게 만들어 제작에 나설 수 있다. 당연히 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되고, 제작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다품종 소량 생산도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CAE는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위상최적화 기술을 실제로 적용해 효과를 본 업체들이 많은가?

현재 많은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캐나다의 스노모빌 제작업체인 폴라리스의 경우 알테어의 위상최적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제품 내부 구조를 완전히 뜯어 고쳤다. 빈틈없는 육면체 형태의 부품들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격자형 구조로 대체됐고 이 과정에서 부품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절대 중량이 줄어든 만큼 스노모빌 탑승자 입장에서 운전과 조작이 훨씬 쉬워졌다. 알테어의 또 다른 고객사인 에어버스는 A380 기종의 날개 리브(wing rib)를 격자형으로 바꿔 비행기 한 대당 500㎏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그림 1)

 

 

이 밖에 빌딩을 세우거나 다리를 만드는 등 건축 분야에서도 위상최적화 시뮬레이션 기술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어찌 보면 건축 분야야말로 구조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경향이라고 보여진다. 건축 디자인 프로세스에 위상최적화 기술을 도입하면 튼튼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지금은 콘크리트로 무조건 튼튼하게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닌 시대다. 이는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친환경적이도 않다.

 

미래 제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기술이 3D 프린팅이다. 위상최적화 기술과는 어떤 시너지가 있나?

과거에는 위상최적화 기술을 통해 가장 최적의 구조물에 대한 디자인을 도출해 낸다고 해도 이를 실제로 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복잡한 그물망 구조라든가, 군데군데 속이 텅 비어 있는 구조가 최적의 디자인이라고 컴퓨터가 제안해도 일반적인 금형이나 사출 방식으로는 그 형상을 100% 완벽하게 구현해내지 못할 때가 허다했다. 하지만 재료를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는 적층제조기법인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이 같은 한계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위상최적화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면 구조물의 강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최소한의 재료만을 투입해 훨씬 가벼운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한국의 제조업체들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의 제조업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고, 또 발전 중이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의 추격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CAE를 잘 다룰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 기업 R&D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CAE를 활용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제조업 디자인 전() 단계에서부터 시뮬레이션을 능수능란하게 적용해 실제 설계 과정에 접목할 수 있어야 향후 제조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