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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Mark Gardiner ComputeNext 디렉터

“2020년 260억 대 기기, 인터넷에 연결 데이터 있는 곳에 컴퓨터가 가는 시대 온다”

조진서 | 159호 (201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운영, 혁신

IT 조사기관 가트너는 IoT의 보급으로 2020년에는 PC와 태블릿, 스마트폰을 제외하고도 약 260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정보는 기기 자체적으로 처리하기에 벅차다. 따라서 정보를 가진 기기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유휴 능력을 가진 기기들을 엮어주는 네트워크망과 마켓플레이스의 중요성이 크다. 환경만 조성되면 놀고 있는 IT 기기의 연산 능력을 클라우드상에서 유상 대여해주는 것이 일상이 될 수 있다. IoT 기기들이 늘어나도 인터넷 기업들의 꾸준한 투자로 인해 통신망, 서버용량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의 제약은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건 기기들을 효율적으로 묶어주고 또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통일된 마켓플레이스의 역할,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인식 변화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회사인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구글은 하드웨어 인프라 회사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태평양과 남중국해를 관통하는 수천억 원대 해저 광케이블망의 주요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통신사업자들과 각국 정부에만 케이블망 구축을 맡겨서는 e메일이나 유튜브(Youtube) 같은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위기감 때문에 이런 투자를 한 것이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의 대형 통신사들과 손을 잡고 대륙 간 해저 케이블망 구축 프로젝트에 투자해왔다. 지난 몇 년간 외국에서 올라오는 유튜브 비디오를 한국에서 볼 때 생기던 끊김 현상이 대폭 줄어든 것도 이런 과감한 인프라 투자 덕분이다.

 

인터넷의 발전은 물리적 인프라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은 유무선 망을 통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더욱 빠르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각종 기기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처리하려면 어딘가 있을 서버의 연산 능력과 데이터 저장공간 역시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의류, 가전제품, 에너지, 교통, 헬스케어 등 전통적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이 IoT 제품을 만들어 판다고 해서 이런 일반 기업들이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까지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IT 인프라와 운영 능력까지 단기간 내에 갖추기는 힘들다. 또 그렇게 하는 게 효율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IoT 시대에는 필요한 만큼의 CPU와 서버, 저장공간 등 IT 인프라를 클라우드상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산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IoT는 새로운 혁명인가, 아니면 한때의 유행에 그칠 것인가. 현재 기업과 각 국가가 보유한 IT 인프라가 IoT 시대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 것인가. IoT가 가져올 새로운 인프라 사업화 기회는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컴퓨트넥스트(ComputeNext)의 디렉터인 마크 가디너(Mark Gardiner)를 인터뷰했다.

 

Mark Gardiner ComputeNext 디렉터

 

컴퓨트넥스트는 클라우드컴퓨팅과 IaaS에 특화된 회사로 미국 시애틀에 본사가 있다. 가디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위트워터스란드대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케이프타운대에서 MBA를 받고 엑센츄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현재 컴퓨트넥스트의 제품 담당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는 e메일과 전화로 진행됐다.

 

 

IoT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어떤가? 이런 용어가 너무 과대포장돼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긍정적이다. 앞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기기들의 수를 생각해보면 IoT가 한때의 유행이라고 보지 않는다. IoT 산업의 성장세를 이해하려면 가트너 사의 전망을 참고하면 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까지 260억 대의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이는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같은 전통적 인터넷 기기들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엄청난 숫자다. 시스코 CEO 존 챔버스는 IoT하이테크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IoT 산업에서 발생될 매출은 2020년에 약 3000억 달러(300조 원)에 달하며 최종 소비자들에게는 19000달러(1900조 원)의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가 가치 창출은 주로 제조(15%), 헬스케어(15%), 보험(11%) 산업에서 나올 것이라 본다.

 

이런 보고서와는 별도로 나는 개인적으로 전기공학도 출신으로서 IoT가 접목된 기기들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할지도 잘 알고 있다. IoT 기기들이 잘 구성된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면, 그리고 이것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 수만 있다면 데이터와 통신, UI 측면에서 막대한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다. 물론 단순히 인터넷망에 연결되는 것으로는 IoT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충분치 않다. 우선 IoT 기기들은 데이터에 대해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서 적절한 권한을 부여받아야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사실 많은 IoT 기기들은 이미 우리 주위에서 사용되고 있다. 달라지는 점은 이들이 일관성 있고 통합적인 시스템을 갖춘 네트워크와 시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통합적인 시장(federated marketplace)에서는 IoT와 관련된 새로운 수익 모델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데이터 수집, 데이터 통신(telemetry), 지역단위의 의사결정(local decision-making), 인공지능이 발전할 것이다.

 

IOT 기술로 발전기 터빈 상태를 분석한 화면 출처: GE

 

IoT의 발전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클라우드 컴퓨팅은 IoT에 연결되는 모든 기기와 모든 데이터, 모든 트래픽, 여기에 필요한 연산, 분석, 저장 용량을 감당하기에 적당하다. 예를 들어 가정에 있는 냉장고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고 센서가 부착돼 있어 여기서 끊임없이 정보가 발생한다고 하자. 이 정보를 굳이 냉장고 자체 내에서 분석하고 처리하게 하려면 추가 장비가 필요하고 냉장고 설계가 복잡해지지만 인터넷망을 통해 클라우드에서 분석하게 하면 훨씬 편리하다.

 

기업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있는 발전소가 IoT를 적용했다고 하자. 발전기마다, 송전선마다, 각 가정에 들어가는 전기 계량기마다 센서가 달리고 인터넷에 연결돼 여기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매 초 쌓이게 된다. 이 정보를 과연 발전소 자체 내의 IT 역량으로 처리하고 계산하고 저장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클라우드의 힘을 빌릴 수 있다.1

 

인터넷이 그렇듯이 IoT와 클라우드의 핵심도공유(sharing)’. 폐쇄적인 네트워크들도 있긴 하지만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개방적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IoT 역시 클라우드를 통해 컴퓨팅 자원을 공유할 때 더욱 효율적이 될 것이다. 우리 회사가 하는 사업이 바로 이렇게 남는 컴퓨팅 자원을 가진 사람, 기기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 사람과 기기를 연결시켜주는 일이다.

 

 

지역 단위에서 데이터 처리와 연산이 이뤄진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매우 재미있는 포인트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IoT 시대에는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보다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컴퓨터를 가져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앞서 들었던 한국 발전소의 예를 생각해보자. 발전소가 보유한 발전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여기서 전기 생산과 관련해 매분 2테라바이트( 2000기가바이트)의 데이터(raw data)가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발전소 내에는 이만한 규모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IT 인프라가 없다. 따라서 미국이나 기타 지역의 대형 클라우드 데이터 처리시설로 정보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만한 양의 정보를 인터넷 망 위에 올리는 것부터가 엄청난 일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이라고 해도 많은 데이터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송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반응시간(latency)도 길어진다. 발전소처럼 비용에 민감한 분야에선 얼마나 빨리 정보를 분석해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가도 중요하다. 정보처리에 드는 반응시간은 결국 돈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정보를 미국까지 보내서 분석해 왔을 때 최종적으로 사용자에게 보여져야 하는 결과물은 어쩌면 한두 줄짜리 텍스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한두 줄짜리 리포트를 얻기 위해 분당 2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한국의 발전소에서 미국에 있는 대형 데이터센터까지 전송시키는 게 과연 효율적일까. 그보다는 발전소 인근에서 사용 가능한 IT 인프라들을 찾아내 데이터의 이동을 최소화한 후에 분석까지 마치는 것이 낫다. 인근에 있는 IoT 기기들을 클라우드상에서 묶어서 연산/분석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그렇듯이 IoT와 클라우드의 핵심도공유(sharing)’. 폐쇄적인 네트워크들도 있긴 하지만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개방적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IoT에 클라우드 개념이 더해지면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한 IoT 기기들도 클라우드 시장에서 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스마트TV를 보지 않을 때 이 TV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 처리 능력을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클라우드 환경이 좀 더 통합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조직된다면, 그래서 누구나 쉽게 클라우드에 접속할 수 있고 자유롭게 그 기능을 빌려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새로운 수익사업 모델이 나올 것이다. 이것을 ‘federated marketplace’라고 부른다. 이를 위해선 각 기기가 가진 자원을 표준화시켜 측정 가능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TV PC는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르다. TV도 모델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 다르다. 이것들을 어떻게 비교하고 가격을 매길 것인지, 그 기준이 필요하다.

 

일단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그때부턴 많은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정보를 생성하는 기기와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기기들을 엮어줄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수익도 자동적으로 분배될 수 있다. TV라면 클라우드 시장을 통해 TV 안에 내장된 그래픽 처리 능력을 다른 기기에게 빌려줄 수도 있고, 또 센서로 측정한 기온 같은 유용한 데이터도 시장에서 팔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은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것들이 IoT가 가져올 새로운 수익화 기회다. IoT 기기들은 각각의 특성이 있고 또 자신들만의 권리를 갖게 된다. 네트워크에 접속될 권리, 전원에 연결된 권리, 정보를 팔 권리, 정보를 살 권리 등이다. 기계는 사람도, 법인도 아닌데 이런 얘기를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IoT 기기는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순간 독립적인 개체(actor)가 된다. 네트워크상에서 이 개체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빌려줌으로써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삼성 같은 회사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만일 삼성이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싶다면, 그래서 그 솔루션을 IBM이나 셸 같은 회사들에 팔고 싶다면 이미 자신들이 만들어 팔고 있는 IT 기기들을 이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만 되고 적당한 마켓플레이스만 만들어주면 된다. 기술적으로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만 있다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는 사업이다.

 

한국은 IoT 산업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 주요 국가 20개국 중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IoT 준비가 잘된 나라라고 말했다. 인터넷 보급률과 네트워크 속도도 훌륭하다. 한국의 18∼24세 인구 중 97.7%가 스마트폰을 쓴다는 연구결과도 봤다.

 

 

정보를 생성하는 기기와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기기들을 엮어줄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수익도 자동적으로 분배될 수 있다.

 

현재 IT 인프라 수준이 IoT의 확대와 보급을 받쳐줄 수 있을까? 가장 장애가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연산, 저장, 네트워크 등에 관련된 하드웨어 인프라가 가장 중대한 제약조건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구글 등 대형 인터넷 회사들이 효율성을 계속 높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이에 따라 클라우드 컴퓨팅과 저장 비용이 무어의 법칙2 에 따라 떨어지고 있다.

 

하드웨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자원을 이어줄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유즈 케이스(use case)3 . 소프트웨어 개발도 모바일과 PC, 기업용 IT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조금 쉽게 이뤄질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다가 클라우드 OS와 통합개발환경 등을 포함하도록 확장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려운 부분은 일반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IoT와 클라우드의 개방적인 문화를 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IoT와 클라우드에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고 수익화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지원할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일 등이 가장 어려우면서 또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엔지니어들의 문화가 바뀌어야 가능하다. 전통적인 기계, 전자 엔지니어들은 자원의마켓플레이스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만드는 기기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다른 기기에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엔지니어들은 천성적으로 가진 자원을 보호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혁신과 공유라는 철학을 엔지니어들에게 이해시키고 인터넷 문화와 엔지니어링 문화가 잘 섞이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줄 기술 중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것 하나가 있다. ‘컨테이너라고 부르는 오픈소스 도구모음(toolset)이다. ‘도커(Docker)’라는 서비스가 가장 유명하다. 이런 도구를 사용하면 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앱과 서비스들을 쉽게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다. 구글, 아마존AWS 등 대부분의 대형 클라우드 환경에서 적용 가능하다. 이런 오픈소스 도구모음으로 만들어지는 앱과 서비스들은 특정 업체의 클라우드 환경에 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용성이 더 크다.

 

이런 도구들을 이용해 클라우드 자원들이 조직화되면 스마트TV, 카메라 등 다른 IoT 기기들을 클라우드 시장에 연결하기가 더 쉬워지고, 더 다양해지고, 더 유연해진다. IoT기기들을 통한 수익화와 새로운 가치 창출도 가능해진다. 당신의 TV, 그리고 당신의 TV가 가진 기능들이 클라우드의 통합 자원이 되는 것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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