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스타벅스, 프랑스에선 쓴 잔!

156호 (2014년 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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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Article at a Glance- 인문학

한국인들은 주로 문화를외국/한국또는서양/동양의 차이로만 나누어 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계의 문화는 여러 방식으로 나뉜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 국가지만 제국들이 식민지 개척 경쟁을 하던 19세기에 유럽 제국에 정복을 당하는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을 침략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한 면이 많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한국이나 프랑스처럼 역사가 긴 나라는 미국 같은 신개척지보다 오히려 서로 더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 문화적 동질감이 더 큰 측면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륙별 구분법에 따라 신대륙 사람들의극단적 개인주의와 평등의식, 구대륙 사람들의문화적 보수성계급의식의 이면을 파고드는 것 역시 각 대륙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편집자주

인종, 문화, 종교, 정서, 안목 등이 각양각색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호감을 얻고 수익을 만들려면 인문학적 식견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고객에게는 최고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이 다른 나라 고객에게는 혐오감을 주거나 엉뚱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미 지역과 동남아 문화에 정통한 언어 전문가이자문화 전략가인 조승연 작가가문화 DNA와 글로벌 전략을 연재합니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문을 연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커피 체인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 약 12000여 개, 전 세계에 약 2만여 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전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 경영진은 2013 3분기에 25%의 수익 신장률을 기록해 커피 사업이 포화 상태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1

 

스타벅스는 자국 내 성공에 힘입어 2004년부터구대륙진출을 모색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8년 간 프랑스에 진출해 63개의 체인점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2

프랑스에서도 젊은미드(미국드라마)’팬들, 현지 음식에 적응 못하는 외국인들,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려고 노트북 가지고 매장에 와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프리랜서 등은 스타벅스를 찾았지만 프랑스 주류 커피시장에서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구대륙의 심장부에서는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스타벅스의 프랑스 진출 실패에 대해서는 미국 신문에서 여러 가지 분석 자료들을 내놓았다. 그간의 분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프랑스인들의 60%가 에스프레소 원액을 마시는데 스타벅스 커피는 여러 가지 크림과 시럽을 섞어 만들기 위한 원액이어서 원액 그대로 마시기에는 너무 쓰다. 둘째, 프랑스인들은 카페를 친구들과 긴 시간 동안 마주 앉아서 마음껏 수다를 떠는 장소로 이용해 왔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주 수입원인테이크아웃사업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셋째, 프랑스인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설치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 밖에도 유럽의 비싼 인건비와 임대료도 이윤을 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걸으면서 음식을 먹지 않는 전통이 있다. 아주 오래된 문화다. 따라서 스타벅스의 아이콘인큰 잔을 들고 다니면서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는트렌디 피플의 이미지가 판매에 도움을 주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 모든 분석들을 종합해 보면, 프랑스인들은 워낙 오랫동안 커피를 즐겨왔던 까닭에커피는 이런 것이다’ ‘카페는 이런 곳이다라는 고정관념이 강해서 스타벅스 같은 혁신적인 영업 방법을 정착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스타벅스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역사가 짧은 나라인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둔 비즈니스 모델을 오랜 역사를 가진 구대륙 국가에 옮겨 심을 때마다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편리와 실용을 중요시하는 신대륙 기업이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고정관념과 전통을 이해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사례는 상당히 많다.

 

혁신적 미국 기업에게 프랑스는 구대륙 국가 중에서도 가장 적응하기 힘든 시장이다. 자국의 생활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1997년 미국 햄버거 체인 버거킹 역시 프랑스 진출 후 수익이 저조한 나머지 손실이 큰 체인점 39곳의 문을 닫은 적이 있다. ‘디즈니랜드 파리는 프랑스 사람들의 고용 문화와 교육 환경을 이해하지 못해 1990년대부터 프랑스인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에 시달려문화 체르노빌이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디즈니사는 와인 없이는 식사를 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의 취향에 맞춰 장내 식당에서 알코올 금지를 해제하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디즈니랜드 파리 오픈 20주년인 2012년에 수익을 내기는커녕 빚만 19억 달러( 23000억 원) 지게 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3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신대륙 개척으로 만들어진 나라들은 몇 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구대륙과 매우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경험들은 문학, 예술, 영화 등 인문학적 자료로 축적돼 후세들에게 전파된 일종의 후천적 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신대륙/구대륙 문화 DNA 차이를 생성시켰다. 문화적 차이를 감수하고 글로벌 규모의 사업을 해야 하는 경영인 중에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문화 DNA 차이를 간과해 자주 소비자, 고용주, 직원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앞에서 소개했던 사례들처럼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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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

극단적 개인주의 

신대륙이라는 용어는아메리카라는 대륙 이름의 어원이 되기도 한아메리고 베스푸치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디딘 유럽인은 콜럼버스지만 그는 자기가 다녀온 장소를 인도라고 믿었다.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브라질 여행 및 포르투갈 해군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유럽의 서쪽에 어마어마한 신대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시 유럽 최고 재벌인 메디치에게 쓴 편지에 ‘Novus Mondus’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단어는 아직도 유럽인들의 언어 습관에 남아 유럽인들은 유라시아 대륙을 ‘Old World’, 미주·남미·호주 등을 ‘New World’라고 구분해서 부른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조국을 버리고 신대륙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대체로 정부의 보호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먼 땅에서 자력으로 땅을 일구고 마을도 세웠다. 땅은 넓고 노동력은 턱없이 부족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다. 농사 짓기, 가축 사육, 공구 제작하기, 집 짓기 등을 스스로 해냈다. 군대나 경찰의 보호가 전무했기 때문에 원주민들이나 옆 마을의 낯선 사람들이 집으로 쳐들어 오면 스스로 총을 들고 나가 자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대륙 사람들의 문화 DNA에 새겨진 인간의 기본 단위는 철저히개인이다. 정리해보면, 인구 밀도가 극도로 낮고 자연 재해의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던 개척 시대의 신대륙에서는 학벌, 나이, 혈통, 그 어느 것도 생명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었다. 따라서 오로지 혼자의 노력과 힘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신대륙에서는 지독한 개인주의가 발달했다.

 

네덜란드의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찰스 햄든-터너와 알폰즈 트랜포나의 연구는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두 교수는 여러 나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좋은 근무 환경에 대해서 연구해본 결과 구대륙과 신대륙 사람들의 사고와 문화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개인 실적 위주로 상벌이 주어지는 회사를 A라 하고, 사원들의 공동체로서 일과 이익을 나눠 갖는 회사를 B라고 한 후어떤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신대륙 사람들은 90% A를 골랐다. 그만큼 신대륙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는 뜻이다. 또 남들과 운명을 같이하기 싫어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등 구대륙 사람들의 경우 70% 정도가 A를 골랐으며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선 50%만이 A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이 연구결과를 정리해보자.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스스로집단주의가 강하다고 믿는다. 반면 서구인들은 모두 개인주의적 사고를 강하게 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를 보면, 동양인(50%)과 유럽인(70%)들이개인주의가 강한 회사 A’를 고른 비율의 차이(20%)와 유럽인(구대륙인)들과 신대륙 사람들(90%)의 답변(의식) 차이가 같다. 즉 동양인과 구대륙 유럽인의 차이만큼 신대륙과 구대륙 사람들의 성향 차이도 크다는 얘기다.

 

또 다른 재미난 결과도 있다. ‘15년 동안 한 회사에서 충성스럽게 일한 사람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 그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에 미국과 캐나다 사람 중 75%가 해고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에 비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사람들은 30% 정도만 해고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한국과 싱가포르 사람들은 25%만 해고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땅의 크기에 비해 인구 규모가 턱없이 적어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 했던 개척지에서는 단체 행동 중 한 사람만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해 이동 속도가 느려지거나 식량만 축내면 모든 사람이 죽을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신대륙 사람들이 자기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잔인할 정도로 매정한 이유다.

 

신대륙 사람들의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이해 못하는 기업은 신대륙 진출 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014년 미국의 직장 평가 사이트글래스도어에는 미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직장 만족도가 공개돼 SNS상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조사에서 트위터, 베인앤컴퍼니, 구글 등이 4.5 이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미국의 100대 기업 평균은 약 3.6 정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주 주재 삼성은 2.7을 받아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평균 이하인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끌었다. 신대륙 사람들은 개인의 아이디어와 성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개인 실적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그에 맞는 상벌을 원하기 때문에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는구대륙적 한국 기업 문화에 상당히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대륙

식습관도 바꾸지 않는 문화적 보수성 

긴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가진 우리 한국인들은 김치와 밥이 모든 음식의 기둥(staple)이다. 심지어 서양으로 조기 유학을 떠난 어린 한국인들도 부모님이 미국을 방문할 때 김치 싸오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고 밥 대신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면빵 쪼가리로 식사를 때웠다는 꽤나 비참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베이커리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의 식사용 빵인 호밀빵이나 바게트, 크루아상 등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 식사용 빵은 아예 판매하지 않는 베이커리도 많다. 그 대신 한국인의 간식 습관에 맞춰 칼로리가 높고 달콤한 빵이 많이 팔리고 그런 빵들마저 서양의 것들과 달리 떡과 밥에 익숙한 한국인의 식성에 맞게 떡처럼 질고 눅눅하다.

 

주로 이런 한국인 취향에 맞는 빵을 판매하는 파리바게트가 서양 시장인 미국 뉴욕에 진출해 선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미국을 빵의 본고장처럼 여기는 한국인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일 수 있지만 사실 미국인들은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별로 없다. 모든 음식을 가격, , 실용성만으로 판단하는 신대륙식 문화 DNA를 가지고 있어서다. 그런 미국인들은 빵 하나에 치즈, 소시지까지 모두 들어 있거나 안에 크림이 채워져 있어 빵 하나로 간식이나 식사를 해결하도록 하는 한국식 빵을 저렴하고도 실용적인 빵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프랑스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집안 거실에 걸어 둔 그림의 종류나 손님 접대에 사용하는 도자기의 품질과 희소성, 그리고 방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의 종류 등으로 자신의 계급을 은밀히 알린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음식을 싸고 편리하게 먹기를 원한다. 그래서 편리성 위주의 여러 혁신을 이뤄냈다. 걸으면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소위스트리트 푸드’, 자동차 탄 채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 차로 이동하며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드라이브 스루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고기 값이 뛰자 고기 값이 더 많이 오를 것에 대비해 곤충의 흉한 외형을 완전히 없애 평범한 과자처럼 보이도록 만든 메뚜기 쿠키 회사가 캘리포니아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음식에 관한 혁신이라면 혁신이다. 초기 개척 시대에 처음 신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당연히 새로운 땅과 새로운 환경에 맞춰 식습관도 바꿔야 했을 것이다. 호주로 떠난 사람들은 단백질 보충 방법이 딱히 없어 캥거루나 악어 고기도 먹어야 했고,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칠면조와 버팔로, 토마토, 고추, 옥수수 같은 원주민들의 농작물로 새로운 레서피를 개발해서 전에 먹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음식을 발명해 먹어야 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신대륙 사람들은 실험적인 식품뿐 아니라 새로운 도구, 기계 등 혁신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문화 DNA를 갖게 됐다.

 

그에 비해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으며 비슷한 음식만 먹고 자란 구대륙 사람들의 식성이나 취향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신대륙이 발명한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와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이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면서 알려준 교훈이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우리나라 음식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의 이틀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면 미국 사는 딸 집을 방문한 프랑스인 아버지가 냄새가 지독한 치즈와 발효 소시지를 바지춤에 넣어 몰래 들여오려다가 공항 세관에 들켜서 억류 당하자 아버지를 모시러 온 딸이 그런 아버지를 창피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일 사람들은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라고 불리는 양배추로 담근 백김치를 즐겨 먹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인근 국가 사람들이 독일인들을 비하할 때 ‘kraut’이라고 부를 정도다. 프랑스에서 지독한 실패를 맛본 버거킹과 달리 맥도널드는 크게 성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본래 프랑스 특유의 발효음식인 머스터드와 치즈를 완전히 프랑스식으로 바꾸고 고기의 질감을 프랑스 전통 햄버거인 Steak haché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문 닫은 프랑스 음식점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 같은 구대륙 소비자 공략은 신대륙 국가의 기업들이 유럽이나 아시아의 구대륙으로 진출할 때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구대륙으로부터 온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에도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프랑스의 샤모니-쉬르-몽블랑(Chamonix) 지역은 2005년 발리우드 영화바아다 (Vaada)’의 배경이 됐다. 인도의 톱스타인 아미샤 파텔과 아르준 람팔이 출연한 이 영화 덕분에 인도에서 많은 부유층 관광객들이 유입됐다. 하지만 인류 문명 발상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구대륙문화 DNA를 가진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아침 식사로 항상 먹는 카레 요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샤모니의 호텔들은 아침 식사로 반드시 카레 요리를 먹어야 하는 인도 고객들과 아침 식사로는 버터와 커피 냄새만 맡아야 하는 구대륙 프랑스 고객들 모두를 만족시켜야 했다. 유럽 구대륙과 아시아 구대륙 취향의 충돌이었다. 궁리 끝에 분리된 공간을 만들고 인도 고객들이 아침 식사로 편안하게 카레를 먹을 수 있도록 별도로 아침 식사 공간을 준비했다. 인도 관광객들의 오래된 식습관을 존중한 결과 샤모니 지역의 관광은 큰 부흥기를 맞을 수 있었다. 2012년 발리우드 파워 커플 아미르 칸과 키란 라오가 샤모니 관광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의 경기 침체로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 대부분이 부진의 늪에 빠진 동안에도 샤모니는 제2의 인도 관광객 호황기를 맞았다. 구대륙 고객을 상대로 하는 기업가들이 고객들의 오래된 생활 습관을 존중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다.

 

구대륙의계급주의’ vs. 신대륙의평등주의

 

역사가 긴 구대륙은 대체로 오랫동안 왕정 국가들이었다. 왕정은 대부분 뚜렷한 계급 사회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3국에 사농공상 계급이 뚜렷하듯 인도에는 카스트제도가 있고, 유럽에는 3급 분리 제도(tripartite structure)가 있어서기도하는 사제, 전쟁하는 기사, 일하는 천민으로 계급이 분명하게 구분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통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왕실이나 뚜렷한 계급 구분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지만 지금도 영국과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대부분의 나라들, 스페인 등은 입헌 군주정이며, 중동의 산유국들은 대부분 왕국이다. 우리의 옆 나라 일본도 황실이 존재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구대륙 사람들은 이미 왕실과 귀족 계급의 특권이 사라졌어도 직업, 학벌 등으로 암묵적인 계급을 나누며 계급에 맞는품위 있는 소비를 하는 특징을 보인다. 즉 차별하기 위한 계급이 아니라차별화하기 위한계급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자기 계급에서 가져야 하는 물건과 가지면 안 되는 물건의에 대해서 예민하다.

 

영국의 경우 대대로 이튼, 윈체스터 같은 명문 사립 고등학교 출신과 이런 명문 학교에서 가르치는귀족영어가 예전의 철저한 계급 사회를 대신하고 있다. 프랑스는 어렸을 때부터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집안에서 자라지 않는 한 배우기 힘든 복잡한 식사 예절과 예술적 감성으로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계급을 나누고 구분 짓는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이른바구분 짓기가 바로 이것이다.4

 

그에 비해서 미국 등 신대륙 국가는 왕정이 존재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국가라는 것 자체도 정착민들의 합의에 통해서 시스템이 완성된 후 만들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급의 상하 관계보다는 이웃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이는 신대륙의 평등주의를 논의할 때 자세히 살펴보겠다.

 

계급주의가 뚜렷한 구대륙 부유층의 소비는신분 구매가 많다. 귀족의 신분이 분명하던 시대에는 의복 규정(Sumptuary Law)이 있었다. 평민과 귀족이 입을 수 있는 옷의 종류와 색상을 구분해 놓고 입은 옷만 보고도 한눈에 그 사람의 계급을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양반들만 쓸 수 있었던 도포와 갓, 프랑스혁명 전 유럽에서 귀족들만 허리에 찰 수 있었던 칼, 아랍 국가에서 귀족 여자들만 쓸 수 있었던 히잡이나 부르카 등이 신분을 상징하는 복장들이었다. 구대륙의 소비자들은 왕정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들어서면서 신분별 의복 구분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특정 브랜드나 스타일을 통해서 자기의 계급을 알리고 있다.5

 

프랑스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집안 거실에 걸어 둔 그림의 종류나 손님 접대에 사용하는 도자기의 품질과 희소성, 그리고 방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의 종류 등으로 자신의 계급을 은밀히 알린다. 이 때문에 구대륙의 경우 국가별로 부유층의 소비 과시 패턴이 서로 다르다. 예컨대 영국인들은 큰 농경지를 가진 지방 지주, 소위젠틀맨들이 오랫동안 럭셔리 상품의 주요 소비자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즐겨 사용해온 오프 로드 자동차인 Land Rover 브랜드가 큰 인기였다. 그러나 유럽 대륙 안에서는 Land Rover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비교문화심리학자이자 <컬처코드>의 저자 콜로테르 라파이유는 Land Rover가 프랑스나 유럽 대륙의 귀족들이 사는 동네의 비좁은 길과 주차장에 들어가지 않아 인기를 끌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하면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의 부자들은 길이 비좁고 주차장이 매우 작거나 아예 없는 도심 한복판에 사는 것을 높은 계급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에 높은 산과 험한 길에 유용한 대형 자동차인 Land Rover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럭셔리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은 구대륙 역시 다시 세분화해서 지역별로 다른귀족 코드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시장에 진출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구대륙과 달리 신대륙 국가들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으며 개개인은 스스로 일군 성과를 자랑할 수 있는 소비를 즐긴다. 신대륙 국가인 호주는 잘 알려져 있듯 1788 126일에 영국에서 범죄자를 실은 배가 시드니 코브에 도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1788년은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바로 전 해로 전 유럽에서 계급 반란의 냄새가 짙게 풍기던 시대다. 당시 유럽의 법은 대단히 잔인하고 철저히 귀족 편이어서 빵 한 쪽을 훔친 사람도 중범죄자로 몰려 호주로 쫓겨날 수 있었다.6

 

이렇게 계급 사회의 피해자들이 세운 호주에서는 오늘날까지 Mr., Mrs. 같은 칭호보다 교수와 학생, 사장 직원 간에도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직업의 귀천이나 권력의 상하 관계 없이 서로를 Mate (친구)라고 부르는 평등주의 사상이 강하다. 신대륙인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대통령을 특별히 높이는 칭호 없이 그저 Mr. President라고 불러왔다. 위에서 소개한 네덜란드 교수들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회사에서는 나이와 관계 없이 능력으로만 대접을 받아야 한다라는 주장에 미국과 호주사람들 60%그렇다라고 대답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경우 50% 정도가,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40% 만이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역시나 동양과 구대륙 사람들의 의식 차이만큼 구대륙 유럽인들과 신대륙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의식 차이가 존재했다.

 

평등을 중요시하는 신대륙에서는 주변 사람들 간의 평등 관계가 깨지는 것을 극히 싫어하기 때문에 자기보다 학력이나 경제력이 너무 높은 배우자 선택을 꺼리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비싼 선물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선물 하나를 사더라도 이웃과의 평등관계가 깨지는 것을 항상 염려한다. 그런 미국인들은 ‘Keeping up with the Jones(존스네 따라잡기)’라는 독특한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옆집 사람이 사면 나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특정 계급이 특정 소비를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약한 대신옆집 사람에게 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강하다. 옆집에서 곡면 텔레비전을 사거나 비싼 승용차를 구입하면 자기도 비슷한 수준의 상품 구매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SUV, 게임기, 3D 텔레비전 같은 새로운 상품이 빨리 펴져나가기가 상당히 용이하다. 그에 비해서 프랑스 부유층에게 텔레비전은 아직도평민 엔터테인먼트라는 인식이 강해 텔레비전을 구입해도 그 위에다가 그림을 걸어 손님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한다. 또 파티에서나는 텔레비전이 없다라는 말을 자랑 삼아 하기도 한다. 이런 시장에서는 경제력이 높은 계층에서얼리어댑터의 수가 적다. 따라서 혁신적인 상품을 처음 유행시키는 데 적합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구대륙과 신대륙에 대한 이해 

한국인들은 주로 문화를외국/한국또는서양/동양의 차이로만 나누어 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계의 문화는 여러 방식으로 나뉜다. 지난 번 필자의 글에서 소개했듯 일본은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 국가지만 제국들이 식민지 개척 경쟁을 하던 19세기에 유럽 제국에 정복을 당하는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을 침략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점을 소개한 바 있다. 또 어떤 면에선 한국이나 프랑스처럼 역사가 긴 나라는 미국처럼 신개척지보다 오히려 서로 더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문화적 동질감이 더 큰 부분도 분명히 있다.

 

물론 이런 분류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컨대 우리나라도 역사가 긴 나라기는 하지만 한국전쟁 때 완전히 폐허가 돼 일종의개척자 정신이 생겨났고, 또 같은 시기에 미국의 영향을 받아 많은 면에서 신대륙과 비슷한 문화적 배경도 생겼다. 2차 세계대전 때 거의 피해를 보지 않고 예전 환경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프랑스를구대륙국가의 대표적 예로 사용한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류가 동양/서양의 대분류에 비해 시장 예측에 상당히 세밀한 접근과 참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문화 DNA 차이에 또 하나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종교다. 19세기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종교와 소비의 관계에 대한 책을 펴낸 이후 가톨릭 국가, 개신교 국가, 이슬람 국가 등 종교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 내용은 다음 호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조승연 문화전략가 scho@gurupartners.kr

필자는 고교 시절 미국전국라틴어경시대회에서 우수상(Magna Cum Laude)을 받았으며 미국 고등학생 문예지에 시와 단편소설이 실리기도 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NYU Stern School)을 졸업한 뒤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콜 드 루브르에서 2년간 수학했다. 영국계 컨설팅회사 UnfroZenMind에서 외부 상임이사를 지냈으며 한국무역협회 등 국제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현재 오리진보카 대표로 <피리부는 마케터> <이야기 인문학>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29호 Solo Economy 2017년 7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