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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한국만의 가치 제안은 무엇일까

김남국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DBR은 가끔 국가적 이슈를 스페셜 리포트로 다뤄왔습니다. 국가경영컨설팅(DBR 15), 경제민주화(122)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경영학 지식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도 훌륭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물론 국가적 이슈에 대해 경영학적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좋은 통찰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국가브랜드 이슈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국가브랜드는 국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외교 통상 등의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관광과 같은 산업에는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글로벌화를 추진 중인 기업들의 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파급효과를 끼칩니다. 국민 통합이나 갈등 해소 등 사회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브랜딩과 관련해 가장 앞선 프랙티스와 사례를 연구해온 학문이 경영학이기 때문에 DBR은 경영 전문가들의 지혜와 통찰이 국가브랜드 전략에 대한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이미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는 17위로 경제력(13)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더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과거 한국의 국가브랜드 전략은 우리의 자랑거리를 골라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습니다. IT 분야의 강국이고 훌륭한 한류 콘텐츠를 갖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도 만들었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알리고 홍보하면 세계인들이 훌륭하고 대단하다고 인정해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란 반응을 얻기 십상입니다. “금속활자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는데 이게 인류에 어떤 측면에서 기여했느냐는 의문을 가진 외국인도 있다고 합니다. 기업에서도 자사 제품의 장점만 집중 홍보하는 식의 마케팅은 하수(下手)로 분류됩니다.

 

새롭게 국가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려면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선 당장 눈에 보이는 우리의 자랑거리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우리의 삶과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으며, 어떤 역사를 살아왔고, 이 과정에서 한국인은 어떤 철학을 갖게 됐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렇게 담담하게 우리를 돌아보면 그 다음으로 고객이라고 볼 수 있는 세계인들에게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 제안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독특한 사유 체계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우리라는 단어를 심지어 와이프를 지칭할 때도 사용하는 유일한 민족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를 한 차례도 침략하지 않은 것도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는 철학 때문이었습니다. ·현대 격랑의 역사 속에서 식민지배와 전쟁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놀라운 경제 성장의 기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실이나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니,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우리는 남과 나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을 중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저개발국 상태를 경험해본 세대와 첨단 IT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인만큼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용광로인 셈입니다. 저개발국가의 경제발전을 도울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이자 선진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의 철학과 경험은 세계의 발전과 평화에 당연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 같은 브랜드 포지셔닝을 한다면 세계인은 진심으로 한국의 가치를 인정해줄 것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국가브랜드 전략과 관련한 새로운 논의의 좋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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