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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와해적 혁신, 전기차 현대?기아차는 적응할 수 있을까

강진구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기차)는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노사분규와 파업으로 진통을 겪었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과 노사 간의 갈등은 현기차의 생산성에 적지 않은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노사갈등 이외에도 최근 현기차는 그랜저의 배기가스 실내 유입, 산타페의 트렁크 누수, 아반떼와 K3의 엔진룸 누수 등 크고 작은 품질 관련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기차의 일련의 문제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현기차의 잇따른 품질 문제와 고질적 노사갈등이 현기차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다. 물론 이 같은 문제들의 심각성에 대해 필자도 십분 동의하는 바이나 경영전략을 전공하는 학자의 관점에서 이들 외에 또 다른, 그리고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할지도 모르는 위협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위협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단 현기차뿐만이 아닌 국내외의 많은 완성차 업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협이라고 볼 수 있다.

 

 

1.전기차 기술의 위협

 

최근 친환경 자동차 기술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린디젤, 수소연료전지,그리고 가장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 기술 등이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수소연료전지기술을 제외한 다른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서 일본과 구미 업체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1  예를 들면,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한국 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에 비해서 비해 10년 이상 뒤져 있다고 보고 있으며 클린디젤 기술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독일 업체들에 비해 역시 상당한 기술적 격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테슬라모터스를 다수의 신생기업들과 구미의 완성차 기업들이 뒤늦게나마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전기차 기술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휘스커, GM과 노르웨이의 싱크글로벌, 영국의 라이트닝카, 독일의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중국의 BYD 등 다수의 업체들이 최근 전기차 기술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셰 등 내로라하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를 주력 전시 차종으로 내세웠다. 특히 BMW의 경우 이번에 내놓은 전기차 i3를 개발하기 위해 3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기차는 전기차가 아닌 수소연료전지차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전기차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엔진과 그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해주는 기술(트랜스미션)이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동력의 공급이 매우 단순한 디자인으로 이뤄진다. 전기차는 전체 부품 수가 200여 개에 지나지 않는 반면 내연기관(가솔린 엔진) 자동차의 경우 1500여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오늘날의 전기자동차 대부분은 1988년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교류모터방식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계적인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따라서 신생 자동차 업체라도 큰 어려움 없이 전기차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 기술의 핵심은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이 아닌 바로 전지의 품질이다. 현재 전기차의 상용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 역시 전지의 품질(용량과 가격)이다. 기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나 전지의 용량과 가격에 있어서 혁신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전기차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지 기술의 혁신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2  문제는 전지의 용량과 가격의 개선에 대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라는 점이다. 모든 기술은 특정한 궤적을 따라서 진보해 나간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의 궤적을 기술적 궤적(technological trajectory)이라고 칭한다.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회로기술은 2배로 진보해 나갈 것이라는 안정적인 기술 진보의 궤적을 제시하고 있는 무어의 법칙이 좋은 예다.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항상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는 미처 꿈꾸지 못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 혁신이 종종 등장한다. 기술적 진보의 속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반도체 기술을 다시 보면 1965년에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늘어나기 위해서는 18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이 분명 잘 맞았다. 그러나 2002년 시점에서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가 되는 데 12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황의 법칙이 이를 설명했다.

 

만약 전기차의 경우에도 전지 기술의 개선이 기존 자동체 업계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가능해진다면, 혹은 전기차 기술의 궤적이 갑자기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자동차 업계의 운명은 전기차 기술 궤적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용 전지의 성능 개선 속도에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있지만 이에 대해 낙관적인 전문가들도 역시 존재한다. BYD의 최고경영자 왕추안푸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런 머스크 같은 이들이다.

 

2.현재 기술 표준의 점진적 개선에 몰두하는 기존 기업들

 

1)전기자동차 기술진보의 궤적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성 개선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의 하나가 바로 자동차의 연비 개선이다. 연비 개선을 위해 자동차 업체들은 파워트레인의 성능 향상, 즉 엔진의 효율 증가와 트랜스미션 기술 개선을 통한 동력의 손실 최소화, 그리고 차체의 경량화 및 공기저항성 감소 등에 기술 개발의 초점을 맞춰왔다. 이론적으로도, 그리고 실제적으로도 이러한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연비 개선의 기술적인 궤적은 지속적인 진보를 보여왔으며 앞으로도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연비 개선은 지속적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기술적 궤적은 최근 하이브리드 및 클린디젤 기술의 등장으로 다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클린디젤의 경우도 비록 친환경기술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으로 구동되고 화석연료를 주된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연기관 기술의 일부로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러한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술의 궤적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3

 

 

<그림 1>의 파란색 화살표는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의 시간의 흐름에 상응하는 비용 대비 성능의 진보 혹은 기술적 진보의 궤적을 나타낸다. 그리고 녹색 화살표는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자동차 기술의 기술적 궤적을 보여준다.4  그렇다면 전기차 기술은 이 자동차 기술의 기술적 궤적을 나타내는 <그림 2>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림 2>에서 붉은색 화살표는 전기차 기술의 기술적 궤적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시점에서 전기차 기술의 효율성(비용 대비 성능/연비)은 내연기관 기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언젠가 전기차 상용화의 핵심 관건인 전지의 용량은 증가할 것이고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미래 어느 시점에는 전기차 기술의 비용 대비 성능이 기존의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술을 추월하게 된다.그림상에서는 붉은색 화살표가 녹색 화살표와 교차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전기차의 기술적 궤적이 과연 미래 어느 시점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술적 궤적을 추월할 것인가다. 전기차 기술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기업들이나 전기차 업체의 예상 주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아마도 <그림 3>과 같은 전기차 기술의 궤적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전기차 기술이 내연기관 기술을 따라잡는 시점은 앞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미래에나 도래하게 된다.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현재의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에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까지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당분간 자동차 산업구조가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라는 점도 시사한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전기차 혹은 전지 기술의 진보에 대한 예상이 틀리다면? <그림 4> <그림 3>에서 예상하는 전기차 기술의 궤적과는 상당히 다른 미래를 예상한다. <그림 4>에서 제시하는 전기차 기술의 궤적은 매우 가파른 기술적 진보를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파른 기술적 궤적은 전기차의 효율성과 성능이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능가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의 경우가 그러했듯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들조차도 기술적 진보의 속도에 대해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예측을 하곤 한다. 현재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테슬라모터스다.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폭등에 가까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이는 적어도 시장이 예상하는 전기차 기술의 진보의 궤적이 현재 자동차 업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음은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가 최근 Barron’s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말이다.

 

“기자 양반, 이런 뻔한 얘기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소. 전기차의 전지 가격은 조만간 대폭 하락하게 될 거요. 당신은 전기차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것 같군요. 인터뷰는 이만 마칩시다.”

 

이 작은 사건을 그저 일런 머스크의 괴팍한 성격의 발현으로 치부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다. 그러나 여러분이 신중한 투자자이거나 자동차 업계의 이해 관계자들이라면 이 에피소드가 무엇을 시사하는가에 대해서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만하다. 머스크의 과도한 자신감은 어쩌면 전기차 기술의 진보 궤적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외부의 제3자들 중에도 전기차 전지 기술의 진보에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이미 2008년에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23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했을 정도다.

 



2)기술 혁신 이외의 요인과 규제

 

전기차 기술의 기술적 궤적은 기술적 혁신 외에 다른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이러한 다른 중요한 요인들 중에 먼저 주목할 만한 것은 석유 가격이다. 석유 가격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승세가중동 위기등과 같이 예기치 못한 외부 환경요인 변화로 인해 가파르게 전개된다면 전기차의 상대적인 경제적 가치는 크게 상승할 것이다. 이는 결국 전기차 기술의 궤적이 가파르게 진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온다. 또 각국의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정책적 규제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장려정책도 전기차 기술의 상대적 경제성과 기술적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만약 정부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강화한다면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환경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많은 기술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격을 증가시켜서 비용 대비 성능을 하락시킬 것이다. 그 결과 전기차 기술의 상대적 경제 가치가 높아질 것이며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의 궤적을 보다 빠른 시간에 따라잡거나 추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존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용 전지의 기술적 궤적에 대해 정확히 예측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석유의 미래 가격, 그리고 정부의 환경 규제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각국의 정책적 규제와 전기차 장려 정책은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2013 924일자 중국 <신징바오(新京報)>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시는 날로 심각해지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180조 원을 5년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오염의 주 원인 중의 하나인 자동차 배기가스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제시됐는데 2017년까지 전기자동차를 20만 대 이상 보급(현재 1600)한다는 계획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베이징 시는 차량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 승용차 번호판을 추첨을 통해서 허용하고 있는데 번호판 추첨 경쟁률은 2013 8월 기준 약 801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베이징 시는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이렇게 얻기 어려운 승용차 번호판을 추첨 없이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다른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와 미 연방정부는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1만 달러까지 보조금을 이미 지급하고 있으며 2012 1월에는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zero emission vehicle) 의무판매 규정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됐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연간 6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자동차업체는 2018년부터 전체 자동차 판매의 4.5%를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으로 채워야 한다. 게다가 2020년에는 9.5%, 2023년에는 17%, 2025년에는 22%를 배기가스 무배출차량으로 판매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전기차를 상당 비율 판매하지 않으면 캘리포니아 시장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3. 와해적 혁신이론과 전기차 기술

 

어쩌면 상당수 현존 자동차 업체 경영자들 혹은 연구원들은 전기차 기술 궤적이 매우 가파른 진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신생 전기차 업체들과 맞붙어서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을 것 같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의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설령 전기차 기술 진보의 가파른 궤적을 제대로 예측하더라도 전기차 기술 분야에 충분한 자원을 적절한 시기에 투자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5 ( 1) 와해적 혁신이론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절대 진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건 아니다. 단지 기존 업체들이 신생 기업들에 비해서 전기차 시장에 상대적으로 늦은 시점에 진입하고, 또 진입하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차 분야의 선두주자인 테슬라모터스는 2003년에 전기차 기술에 투자를 시작했고 2006년에 첫 번째 양산차인 테슬라 로드스터를 내놓았다. 그리고 최근 테슬라 열풍의 주인공인 테슬라 모델S 2009년에 최초 공개됐으며 2012년부터 시판됐다.6  반면 다른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망설였다. 기존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중에 유일하게 테슬라 모델S와 경쟁할 만한 전기차는 BMW i시리즈인데 이 모델은 일러야 2013년 하반기에나 출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기술 진보의 가파른 상승 궤적을 제대로 예측했으나 전기차 기술 분야에 충분한 자원을 적시에 투자하지 못했는가? 크리스텐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존재하는 기술에(예를 들면 내연기관) 기반해 성공한 기업들은 현재의 자신의 주 고객층의 요구에 종속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기존의 기업들은 현재 자신의 주력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고 전혀 새로운 기술에 충분한 자원을 투자할 수 없다. 만약 어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기술의 임박한 위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해 대비하려고 한다고 하자. 이미 BYD, 테슬라 등 현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기차 업체들은 기업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전기차 기술의 개발과 응용에 모두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현기차 혹은 다른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자동차 업체가 이러한 정도의 자원과 역량을 전기차 기술 개발에 투입할 수 있을까?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구축하고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갖추는 것은 제 아무리 현기차와 같은 대기업이라 하더라도어느 정도수준의 투자로는 불가능하다. 막대한 투자비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현기차가 전기차 기술에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쏟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자. 먼저 기업 내부적으로 큰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기업의 모든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전기차 기술의 가파른 상승 궤적에 공감한다면 이러한 전격적인 변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마도 소수의 경영자나 연구원들 정도가 전기차 기술의 가파른 궤적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경고는 가파른 상승의 기술 궤적을 믿지 않는 다수의 경영자들이나 연구원들에게 무시당하고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전기차 기술에 회의적인 다수의 경영자들과 연구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전기차 기술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곧 현재의 주력 제품인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의 개선에 쓸 자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는 안 그래도 매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경쟁자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술적 개선에 전적으로 집중해야만 한다. 만약 현존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기술에 눈을 돌리고 그 위협을 인식해 상당한 자원과 역량을 전기차 기술 개발에 할당한다면 그 업체는 자신의 현재 주력 분야인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시장에서 다른 경쟁자들에게 뒤처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로서는 많은 자원을 전기차 기술에 투자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 두 번째, 기업의 외부에서도 상당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존 자동차 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주주들의 경우 아마도 내연기관 기술에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이미 주식을 처분하고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주식을 매입했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이들 투자자가 전기차 기술의 가파른 궤적을 예상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들은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를 통해서 내연기관 기술 기반 자동차 업체와 신생 전기차 업체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주주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든지 상관없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현재의 내연기관 기술의 개선에서 새로운 전기차 기술의 개발로 자원과 노력을 할애한다면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하락할 것이며 시장에서 상당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내연기관 기술의 우월성을 신뢰하고 전기차 기술에 회의적인 투자자들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내연기관 기술의 개선에 투자를 소홀히 하고 전기차 기술에 적지않은 자원을 할애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주식을 처분할 것이다. 또한 전기차 기술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음에도 포트폴리오 관리의 목적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가 현재의 핵심역량 분야에서 벗어나서 전기차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주식의 최대 기대수익률(위험)을 저해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세 번째, ‘선택과 집중의 문제도 제기된다. 다양한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은 여러 친환경 기술에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자동차 기술의 후보군은 전기차 기술 외에도 하이브리드, 디젤, 수소연료전지 등으로 너무나 다양하다. 예를 들어 현기차의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기차는 전기차 기술보다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을 차세대 자동차 기술로 선정하고 이 분야에 상당한 물적, 인적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에 있어서 현기차는 세계 자동차 업체들 중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소연료전지차 기술 역시 전기차 기술 만큼이나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불확실한 기술에 이미 상당한 자원을 할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기차가 전기차 기술에까지 신경을 쓰기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요약하면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가 상당한 자원을 전기차 기술에 투자하게 될 경우 다른 내연기관 기술 기반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투자자의 외면을 받아 주가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제언

 

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의 진보 속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또한 이들 기업은 과거와 현재의 주요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 데 치중한 나머지 현재 기술의 개선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고 새로운 차세대 기술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 필자는 크리스텐슨의 와해적 혁신이론을 바탕으로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업들이 (1) 현재 주 고객층의 성능개선과 가격하락에 대한 요구에서 한눈을 팔기 어렵고 (2) 전기차 기술에 대한 조직 내부적인 회의와 (3) 단기적 재무성과의 하락과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서 과감하게 전기차 기술에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몇몇 기존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뒤늦게나마 뛰어들어서 선두기업인 테슬라 모터스를 추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업들의 뒤늦은 전기차 시장 진출은 글로벌 톱 자동차 업체 중 하나로 성장한 국내 내연기관 기반 완성차 업체 현기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현기차를 비롯한 (만약 현기차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터스와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기차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우면서도 또한 여전히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현기차의 경우 다른 기업들에 비해 굉장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현기차가 정몽구 회장이 회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지적한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업들의 한계점은 이들 기업이 단기 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단기 수익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전문 경영인의 입장에서는 현재 주 고객의 요구에서 한눈을 팔거나 주가 하락의 위협에 초연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조직 내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기차 기술에 대한 반발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현기차는 정몽구 회장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조직 내부의 반발을 극복하기가 보다 수월할 것이며, 또한 단기 수익과 주가의 하락도 전문 경영인보다는 훨씬 더 감내하기가 쉬울 것이다. 차세대 자동차 기술로서 전기차 기술의 위협을 고려할 때 다소 늦은 감이 있음에도 필자는 현기차가 수소연료전지 기술뿐만 아니라 전기차 기술에도 추가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수소연료전지 기술에서의 우위만을 믿고 있기에는 전기차 기술이 현기차에 가하는 위협이 너무도 크다고 본다. 만약 전기차 기술이 차세대 자동차 기술로 기울어진다면 현기차의 경쟁우위는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 현기차의 강력한 소유 경영인 체제가 어쩌면 현기차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열쇠일 수도 있다.7

 

 

강진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jg20605@kore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기포르 난양경영대(Nanyang Business School) 교수를 거쳐 현대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심 분야는 경영전략, 혁신과 경쟁우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자 의사결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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