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중 낙담한 표정 동정을 끌어낼 때도 있다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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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y

협상 중 낙담한 표정 동정을 끌어낼 때도 있다

 

Based on “Does Communicating Disappointment in Negotiations Help or Hurt? Solving an Apparent Inconsistency in the Social-Functional Approach to Emotions” by Gert-Jan Lelieveld, Eric Van Dijk, & Ilja Van Beest (2013,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5, 605-620).

 

왜 연구했나?

협상은 치열한 경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상대에게 유약하게 보여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낙담하는 모습이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협상 상대가 낙담하는 모습을 보고 좀 더 관대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실제 협상과 권력에 대한 이전 연구들은 두 가지 상황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힘을 갖고 있는 협상자는 상대가 유약하게 보였을 때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려고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약한 상대에게는 협상에서 오히려 관대하게 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협상에서 낙담을 표현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연구했나?

낙담의 표현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감정의 사회적 기능이란 감정표현의 사회소통 기능을 말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감정표현을 통해 신속하게 서로의 의도를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서로의 행동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한다. 느낀다는 것은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그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실행할 것인지와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 예를 들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이후 이를 회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분노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 경험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감정표현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감정 경험은 본인의 행동경향을 결정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행동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표현을 신속하게 잡아내 상대의 의도와 행동을 판단하는 데 이용한다.

 

협상과정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행위 의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낙담표현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유약한 행동을 할 것이란 신호가 된다. 반면 분노표현은 강경한 행동에 대한 신호가 된다. 협상에서 낙담의 표현이 유약함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협상결과에 유리하게도 작용하기도 하고 불리하게도 작용하는 이유는 낙담이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담이 죄책감을 유발하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죄책감을 유발하지 않으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죄책감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감정이다. 죄책감을 느낀 사람은 상대에 대해 보다 많이 배려하게 된다. 협상에서 낙담의 표현이 죄책감으로 이어질 때는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은 협상 상대와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동질감이 있을 때 가능하다. 상대방과 같은 소속이라면 죄책감을 느낄 개연성이 높지만 속한 집단이 다르면 죄책감을 느낄 가능성이 줄어든다.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에 대해서는 처지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협상이 집단의 대표로서 이뤄질 때 두드러진다. 집단의 대표로서 협상할 때는 자신이 대리하는 집단의 이해관계에 더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네덜란드 라이덴대와 틸뷔르흐대, 암스테르담대의 공동 연구진은 네 차례의 실험을 통해 협상과정에서 낙담을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협상상대의 감정(낙담 대 분노) 지각 및 협상 상대의 소속(내집단 대 외집단) 등을 기준으로 4개 집단으로 구분한 뒤 모의 협상을 하도록 했다. 협상상황은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으로 만들었다. 최후통첩게임은 두 명(X Y)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 갖도록 하는 게임이다. X Y와 나눠 가질 금액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Y는 단지 배분에 동의하거나 거절할 수만 있다. 이때 Y가 배분에 거절하면 X Y 모두 한 푼도 가질 수 없다.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최후통첩게임의 방식을 설명한 뒤 참가자들이 분배자인 X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100개를 주고 Y와 나눌 금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협상규칙(최후통첩게임 방식)에 대한 설명을 마친 이후 참가자들에게 상대방이 낙담이나 분노하는 것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소속감은 소속 대학교를 통해 이뤄졌다. 내집단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상대방이 같은 대학교 소속 학생이라고 했다. 외집단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상대방이 다른 대학교 소속 학생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협상 상대의 역할에 따른 차이도 구분했다. 협상이 집단을 대표하는 것인지, 혹은 개인적인 협상인지 구분했다. 집단대표로서 협상할 때는 참가자 3명을 한 개 조로 묶은 다음 1명이 다른 2명을 대신해 칩을 분배하도록 했다. 개인적인 협상일 때는 참가자가 모두 직접 칩을 분배하도록 했다. 금액 분배 협상을 마친 다음에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경험의 정도(낙담 혹은 분노)와 상대방이 얼마나 약해 보이는지, 상대방과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드는지, 금액 분배에 어느 정도 죄책감이 드는지, 그리고 얼마를 상대에게 배분했는지 등을 측정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참가자들은 대체로 상대방에게 2할에서 3할 정도의 칩을 나눠줬다. 상대방이 분노를 표현했다고 느낄 때는 소속감(내집단 혹은 외집단)이나 역할(집단 대표로서의 협상 혹은 개인적 협상)과 무관하게 칩을 3할 정도를 제시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낙담을 표현했다고 느낄 때는 소속감 혹은 협상역할에 따라 분배비율이 달랐다. 같은 집단일 때는 3할 정도, 다른 집단일 때는 상대방에게 2할 정도만을 나눴다. 유사하게 개인 대표일 때는 3할 정도를 나눴지만 집단대표로서 협상할 때는 상대방에게 2할만 제시했다. 참가자들이 나눈 금액에 대한 죄책감은 같은 집단인 상대방이 낙담했다고 느꼈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 죄책감은 분배금액을 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 같은 대학교에 속한 상대방이 낙담을 표시했다고 느꼈을 때 참가자는 분배금액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고 이 죄책감이 참가자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조금 더 많이 배분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감정표현을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지닐 필요가 있다. 감정표현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도나 역량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협상할 때 낙담하는 감정표현은 대체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협상 상대에게 유약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한 모습을 확인한 상대방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해 협상을 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협상할 때는 낙담보다는 분노를 표현하는 게 유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분노 등의 감정표현은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강함은 역량과 우월함의 신호가 된다. 그러나 때로는 유약함을 나타내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낙담과 같은 감정표현은 유약하게 보이지만 동시에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느끼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협상상대가 같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 불공평한 자원배분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 죄책감으로 이어져 협상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연구는 협상의 주도권이 상대방에 있는 협상에서 참고할 수 있다. 협상 상대와 같은 소속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 상대방에게 하여금 죄책감을 일으키면 협상을 좋은 결과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협상일 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SNS에서의 루머 흐름 불안에 둔감, 소스에 민감!

 

Based on “Community Intelligence and Social Media Services: A Rumor Theoretic Analysis of Tweets during Social Crises,” by Onook Oh, Manish Agarawal, and H. Raghav Rao, (MIS Quarterly, Vol. 37, No. 2 (2013), pp.407-426)

 

왜 연구했나?

트위터와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빨리 전하는 새로운 매체가 됐다. 예를 들어 중동의 시위사태나 미국의 총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 SNS는 기존 매체보다 더 빨리 소식을 전하는 또 다른 매체의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서 SNS에서 확산되는 정보는, 특히 큰 사건에 대한 정보는, 조작된 것이거나 근거 없는 소문이 대부분이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 논문은 SNS와 같은 온라인상에서의 루머가 오프라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하고 있다. 과거에 발생한 큰 사건을 사례로 삼아서 어떤 경우에 SNS상에서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연구했나?

테러나 기업과 관련된 대형사건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생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 이러한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이나 응급 대응팀은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 중 유용한 정보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2008년의 뭄바이 폭탄테러 사건 때 응급 대응팀은 멀쩡한 호텔에서 폭탄이 터졌다는 등의 수많은 잘못된 정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대로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해서 혼란을 겪는다. 특히 전통적인 대중매체의 경우 뉴스가 주로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정보에 집중하다 보니 일반 시민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예를 들어, 어느 특정 지역의 상황이 어떤지,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 모델은 영향을 받는지 등)가 부족해서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현상이 생긴다.

어떤 큰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특히 그 사건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감정적이 되고 정보에 대한 갈증이 커지게 된다. 그래서 우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만일 공식적인 채널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으면 정보의 격차(information gap)가 생기게 된다. 사람들은 이 정보의 격차를 비공식적인 채널(SNS, 친구, 이웃 등)을 가동해서 메우려고 한다.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가 루머이며 루머는 사람들이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 대처해서 현재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루머의 발생상황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보통의 행동과는 다른 일종의 예외적인 집단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머의 발생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요인이 루머의 발생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보면 필요 없는 루머의 발생과 확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환경에서의 루머에 대한 사회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루머의 생성과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몇 가지 있다.

1.불안 (Anxiety)

특정 사건에 대해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 루머가 더 많이 생성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많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루머에 대해서 말하면서 상대방의 관심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감정적인 긴장(불안)이 완화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특정 사건에 대해서 더 불안해 하고 있는 사람은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루머를 더 확산시킬 것이다.

2.정보의 모호성 (Information ambiguity)

극단적인 상황에서 정보매체가 정보를 소화할 수 없는 경우에 정보의 모호성이 발생한다. , 쏟아지는 정보를 매체가 전파하면서 미처 정보원천이나 내용의 신뢰성을 검증하지 못하면 정보의 모호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정보의 모호성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내용(content)이 모호한 경우가 있고 정보원천(source)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정보가 모호한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인지적 부담(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주관적인 예측이나 상상을 말하게 되고 이것이 루머가 되는 경향이 있다.

3.개인의 관여도 (Personal involvement)

루머가 많이 퍼지기 위해서는 루머를 말하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그 루머가 중요해야 한다. 루머를 들은 사람은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다른 사람에게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루머가 어떤 집단에 널리 퍼졌다는 것은 그 집단이 그 루머가 다루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의미가 된다.

4.사회적 연결 (Social ties)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서 루머를 들은 경우 그것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더 신뢰하는 루머를 사람들은 더 많이 전할 것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온 루머는 더 많이 퍼지게 된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이 논문에서는 과거에 발생한 3개의 큰 사건을 둘러싼 SNS상에서의 루머의 발생과 확산을 연구했다. 첫째 사건은 2008년에 발생한 뭄바이 폭탄테러로서 165명이 사망하고 304명이 부상한 인도 역사상 최악의 테러다. 두 번째 사건은 2009년 말에 발생한 도요타의 리콜 사태다. 일부 자동차 모델에서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장치의 문제가 차례로 발견되면서 도요타는 결국 4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하고 명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 세 번째 사건은 2012년에 발생한 시애틀의 총기사고로 한 카페에서 범인이 총으로 5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자살한 사건이다.

위의 세 사건에 대해서 각 사건이 발생한 직후의 트윗을 수집하고 그중에서 3500개의 트윗을 표본추출해서 그 내용을 분석했다. 트윗 중에서 루머라고 생각되는 메시지를 분류하고 이 메시지가 생성되고 전파되는 데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요인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세 가지 사건을 분석해 본 결과 불안은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SNS를 통한 루머의 확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결과는 정보 원천이 모호한 경우는 SNS를 통한 루머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내용이 모호한 경우는 영향이 없었다. , SNS에서는 정보의 내용이 모호하더라도 정보 원천이 확실하면 루머가 생성되지 않지만 정보의 내용이 명확해도 그에 관련한 정보원천이 모호한 경우에 이에 대한 루머가 더 많이 생성되고 확산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관여도도 유의미한 영향이 있지만 사회적 연결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SNS에서는 자신과 관계가 있는 루머는 오프라인과 다르게, 그것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왔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분석결과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오프라인의 경우와 다르게 SNS에서는 불안이 루머 확산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대신에 정보원천의 모호성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오프라인의 경우 루머가 제한된 지역 내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정보를 주는 사람(정보원천)을 잘 아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보원천의 모호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고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에 비해 SNS에서는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보원천의 모호성이 크게 부각되고 불안의 영향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 빈도를 비교해 보면 도요타 리콜의 경우 불안을 표현하는 트윗의 빈도가 다른 두 사건들보다 낮았다. 이것은 기업이 관련된 사건의 경우에는 테러 등의 사건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안함의 정도가 적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연구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이 연구는 SNS상에서 루머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오프라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함으로써 여러 가지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SNS상의 루머의 확산에는 정보원천의 모호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어떤 기업에 대한 온라인상의 루머가 생길 조짐이 있다면 기업은 우선 신뢰성이 있는 정보를 전파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사건이 심각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그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고객과 빨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진상파악이 확실히 이뤄지고 대책이 정해진 다음에 확실한 내용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루머를 더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이런 점이 오프라인 루머에 대응하는 방법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임 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보기술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시스템 등이다.

 

 

 Finance&Accounting

투자자나 편드운용사의 이해 간접투자자에서 종종 어긋난다

 

Based on “Disclosure and agency conflict: Evidence from mutual fund commission bundling”, Roger M. Edelen, Richard B. Evans, Gregory B. Kadlec,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Volume 103, Issue 2, February 2012, Pages 308–326

 

대리인 문제는 경제학의 고전적 주제 중 하나다. 뮤추얼펀드(이하펀드’)의 운용에서도 대리인 문제는 중요하다. 펀드투자자의 관심은 수익률이다. 하지만 펀드운용사의 관심은 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윤이다. 이 두 가지 사이에 얼마든지 괴리가 발생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펀드운용사의 이익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펀드의 이윤은 펀드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펀드운용사 입장에서는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익률을 거두는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스타펀드와 실패 펀드로 극단적인 성격의 펀드들을 운용하는 것(펀드 양극화)이 좋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스타펀드로 몰리기 때문이다. 스타펀드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면서 실패 펀드는 조용히 퇴출시키면 된다. 스타펀드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이 마케팅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를 먼저 선택하고 그 다음에 개별 펀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보다는 이윤에 관심을 두고 펀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행하는 사례를 위험전이(risk shifting)라고 한다. 리스크가 큰 펀드를 여러 개 운영하면 그중 하나는 스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전략은 적절한 리스크를 가진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펀드 양극화에 유리하다.

양극화를 추구하는 또 다른 전략으로는 상호 보조(cross subsidization)가 있다. 상호 보조는 스타펀드나 수수료율이 높은 펀드를 위해 다른 펀드를 희생시키는 행위다. 예를 들어 IPO M&A 같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 좋은 주식(hot stocks)을 특정 펀드에 먼저 배정할 수 있다. 내부 핵심 인재들을 특정 펀드 관련 업무에 배치할 수도 있다. 상호 보조에서 혜택을 받는 펀드는 수수료율이 높거나, 성과가 좋았거나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펀드들이다. 피해를 보는 펀드는 수수료율이 낮거나, 최근 성과가 안 좋았거나 오래된 펀드들이다. 상호 보조 문제는 특히 여러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마켓타이밍(market timing)이라는 행위도 있다. 펀드 성과는 종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종가가 반드시 가장 최근의 가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는 시장 마감 시점이 서로 다르다. 이때 펀드운용사는 가격은 이미 올랐지만 종가에 기술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자산에 투자해 마치 수익률이 좋은 것처럼 포장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대리인 문제는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희생시키지만 펀드운용사의 이윤을 늘린다. 그렇다면 어떤 펀드에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까?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펀드는 어떤 투자 성과를 보일까?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 문제를 연구했다. 특히 펀드의 판매 관련 비용에 주목했다.

 

 

연구방법

저자들은 대리인 문제가 심각한 펀드일수록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라고 연역했다. 따라서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펀드일수록 대리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투자성과는 낮고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유입은 클 것이라고 추론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미국 펀드산업에서 판매 관련 비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법이 개정되기는 했으나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판매 관련 비용 정보를 개별 공개할 수도 있고 다른 비용과 묶어 별도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자와 후자의 각종 성과를 비교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계 기술을 활용해 펀드 비용 가운데 자산 거래 등과 관련된 필수 비용과 그렇지 않은 비용을 분해해서 해당 부분들의 영향을 분석할 수도 있다.

데이터

저자들은 미국의 개방형 국내 주식형 펀드를 조사했다. 펀드 데이터는 모닝스타에서 얻었다. 분석기간은 1996 1월부터 2009 6월이다. 펀드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N-SAR 데이터도 같이 활용했다. (N-SAR Semi-Annual Report filing with 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SEC))

 

결과

분석 결과는 저자들의 가설과 일치했다.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펀드일수록 성과가 낮았다. 낮은 성과는 대리인 비용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컸다.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각종 비용이 큰 펀드일수록 수익률이 낮았다.

- 비용을 통계학적으로 필수적인 비용과 그렇지 않은 비용으로 나눌 때 후자만 펀드수익률을 낮춘다. 필수 비용은 커도 수익률을 낮추지 않는다. 하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비용이 크면 수익률은 유의하게 낮아진다. 예를 들어 필수적이지 않은 비용이 1% 늘어나면 위험을 고려한 펀드의 초과 투자수익률은 2% 이상 낮아진다.

- 특히 판매에 관한 비용이 중요하다. 판매와 관련되지 않은 비용은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높일 수도 있다. 판매 관련 비용은 수익률을 크게 낮춘다.

- 판매 관련 비용도 다시 필수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눴을 때 후자의 부정적 영향이 두 배 정도 크다. 후자의 비용이 1% 늘어나면 성과는 4% 이상 하락한다. 이 같은 현상은 판매 관련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은 펀드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한편 투자자들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펀드들에 오히려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규모 확대와 그에 따른 이윤을 추구하는 펀드 운용사들은 정보공개에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 판매 관련 비용의 비중이 클수록 투자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즉 마케팅이 투자자 모집에 효과가 있다.

- 특히 필수적이지 않은 판매 관련 비용의 비중이 클수록 투자자가 몰리는 경향이 더욱 심해진다.

- 투자자가 몰리는 경향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펀드일수록 더욱 심하다.

- 즉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펀드가 운용에 필수적이지 않은 판매 관련 활동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반응한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 이런 펀드일수록 수익률이 안 좋은 경향이 크다.

 

시사점

이 논문은 학문적으로 재무와 마케팅 간의 융합 연구에 시사점을 준다. 미국시장에 대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국내 간접투자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과 많은 투자 전문가들은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를 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간접투자에는 중요한 문제가 따른다. 펀드운용사의 이해와 투자자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펀드운용사들은 자사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런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펀드 정보가 더 많이 공개돼야 한다. 하지만 펀드 정보가 지나치게 공개되면 펀드운용사들이 스스로 열심히 연구해 투자전략을 개발하기보다는 다른 펀드를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 펀드의 정보 공개와 투자전략 보호 간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투자자들은 다른 펀드에 비해 유난히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펀드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펀드운용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거나 규모가 작거나 오래된 펀드인데 정보공개마저 불투명하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런 펀드에는 투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펀드 마케팅에도 지나치게 현혹돼서는 안 된다. 이런 마케팅 비용은 낮은 수익률로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펀드산업에서 판매채널과 유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논문에도 소개됐듯 판매 및 유통채널이 펀드 규모를 키우는 마케팅 역할만 하고 수익률에는 궁극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hyoungkang@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장교 근무 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본부 퀀트전략팀, 삼성자산운용, 국제통화기금, 액센츄어 등에서 재무와 금융에 관한 교육 및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주 연구 분야는 금융 혁신, 비기술적 혁신, 자원배분과 전략에 대한 프로세스, 행동재무 등이다.

 

 Political Science

독일기업의 복지정책 타협전략 파국적 혼란 피하는 지혜 됐다

 

Based on Thomas Paster, Business and Welfare State Development: Why Did Employers Accept Social Reforms?, World Politics, Vol. 65, No. 3 (July 2013), pp. 416–51.

 

왜 연구했나?

최근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먼저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교육의료급식보육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제도와 지원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저소득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선택적 복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논쟁은 복지정책에 소요되는 예산 문제와 연계돼 더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 재정 상태로는 보편적 복지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재정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선에서 선택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치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복지정책 논쟁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경제적 관점에서 복지의 확대는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노동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기업은 복지국가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런 경제적 손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스웨덴과 독일에서 기업은 복지 확대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으며 때에 따라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왜 기업들은 복지정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줬는가? 복지국가로부터 기업이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연구했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재정 적자 때문에 사회복지를 대폭 축소했던 반면 독일은 기존 복지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비교적 건전하게 균형예산에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떻게 복지와 성장을 조화시키는 선순환 체제를 만들 수 있었는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복지정책 결정과정에서 정치경제 엘리트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화해이며 다른 하나는 억압이다.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는 화해와 억압 두 가지 전략을 모두 구사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억압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정책의 범위와 혜택을 봉쇄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기업의 대응은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정치적 상황은 혁명적인 것과 개혁적인 것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반자본주의적 성향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정치적 불안정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반면 후자는 노동비용의 증가 또는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적 개혁의 결과이기 때문에 정치적 불안정성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자본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혁명적 상황에서 기업은 최선이 아니라 차선책으로서 복지제도의 확대를 지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기업의 선택은 경제적 손익계산 혹은 경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우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복지정책 결정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분석하기 위해 두 가지 연구방법을 채택했다. 먼저 저자는 독일 사례를 시기별로 구분해 역사적으로 분석했다. 그 다음 독일 사례를 스웨덴 및 미국 사례와 비교했다. 기업의 정책 선호를 경험적으로 증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정책 선호를 명시적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추론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정책결정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경영자 단체가 공간한 문서를 분석했다. 특히 이 단체의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논의 시간과 내부 문건을 활용했다. 기업의 역할을 판단하기 위해 이 연구는 기업이 정책결정의 어느 단계에서부터 개입했는가를 살펴봤다. 만약 적극적 역할을 하려고 했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논의에 참가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통시적 관점에서 기업의 역할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천했는가를 분석했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상황이 혁명적에서 개혁적으로 변화할 경우 기업의 전략이 화해에서 봉쇄로 변화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이 분석이 경제적 계산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주목하기 때문에 산업별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발견했나?

1880년대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을 도입한 비스마르크의 결정이나 1918년 슈틴네스- 레기엔 협약(Stinnes-Legien Abkommen)은 자본주의체제 유지에 위협을 느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비스마르크가 사회정책을 도입한 정치적 목적은 1871년 출범한 독일 제국에 반대하는 사회민주당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었다. 비록 사회민주당이 의회 내에서 소수당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중화학 기업들은 사민당의 반자본주의적 성향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런 공동의 정치적 목표는 사회정책 결정과정에서 양자가 연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수적인 독일산업협회(Centralverband deutscher Industrie) 1879년 총회에서 노동조합에 반대하는 비스마르크의 사회정책을 지지했다. 1918년 슈틴네스- 레기엔 협약도 화해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당시에는 사민당이 주요 정당으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운동도 활성화된 상태였다. 1917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볼셰비키혁명은 사회주의의 위험을 더욱 증폭시켰다. 반대로 제1차 세계대전 패배로 독일 제국이 해체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은 거의 소진됐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경영자협회(Vereinigun deutscher Arbeitgeberverbände)조차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그 결과로 등장한 협약에는 일일 8시간 노동, 노조 승인, 직장협의회(Works Councils) 설립권 및 산업별 단체협상 등이 포함돼 있었다. 1920년 바이마르공화국 성립 후 사회주의 혁명의 위협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경영자협회는 기존 입장을 바꿔 직장협의회에 반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이 본격화된 1950년대 말 이후 사회민주당과 노동조합이 사적 소유권을 부정하는 집단화 강령을 포기했다. 즉 정치적 상황이 혁명적에서 개혁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은 화해보다 봉쇄를 우선적으로 채택했다. 여기에는 1927년 실업보험, 1957년 연금개혁, 1994년 장기 요양보험이 포함된다.

북유럽에서 가장 포괄적인 복지제도를 가진 스웨덴의 경우에도 기업이 봉쇄전략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 기업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의 위협이 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복지 확대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보다는 봉쇄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59년 보조 연금제도 결정 과정에서 기업은 적극적 반대 대신에 조건부 지지를 통해 개혁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공황 직후 도입된 미국의 1935년 사회보장법 역시 봉쇄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 전국제조업자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가 뉴딜에 반대했지만 소수지만 찬성하는 기업들도 존재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기업의 목표는 전면적 반대가 아니라 개혁의 부정적 영향을 제한하는 데 있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복지국가 발전에 대한 독일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한 분석은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독일 기업은 단기적인 경제적 손익 계산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반자본주의적 정서가 만연한 상황에서 경제적 논리를 근거로 복지 확대에 반대했다면 기업은 사회주의 혁명- 설령 실패했더라도 -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꺾고 재산권 침해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과 협상을 통한 타협이라는 기업의 화해 전략은 단기적으로 경제적 손해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정치사회적 기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계급의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뉴딜 정책을 추진한 것 역시 사회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독일 기업은 개별 또는 산업별 차원이 아니라 재계 전체 차원에서 대응전략을 준비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복지정책의 분배적 결과는 모든 기업 또는 모든 산업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업종과 규모에 따라 복지정책의 이익과 손실이 크게 다르게 배분될 수 있다. 만약 자기 기업 또는 산업만을 우선해 재계 전체의 입장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기업이 정책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제한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재계를 대표하는 이익집단들이 합의를 도출해 정책결정에 선제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에 재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복지정책 논쟁에서 기업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독일 사례는 복지국가를 손익계산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제도적 기초 강화라는 정치적 고려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또 다른 교훈은 화해든 봉쇄든 빨리 재계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입장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정책결정 과정에서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필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런던 정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주대 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금융통화체제, 기업지배구조 등이며 등 국내외 정치경제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1호 감성 분석 2018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