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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기술력이 실패로 이어지는 이유

김남국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강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 성공한다.” 많은 기술 기반 기업들이 갖고 있는 통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쇠락한 기업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노키아, 코닥, 모토로라 등은 기술력의 대명사였고 엄청난 특허도 갖고 있었지만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기술력의 하나로 승부해온 일본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력의 일본이 사업에 실패하는 이유>라는 책이 나올 정도입니다.

 

기술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든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예측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에디슨은 축음기를 개발하고 나서 시장에서의 활용도가 다음과 같은 순서가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1) 속기사 역할을 대신할 받아쓰기 도구 2) 맹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기계 3) 스피치 교육을 해주는 기계 4) 음악 재생기 5) 통화 내용 녹음기.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에디슨은 1순위로 꼽은 용도부터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축음기 기술은 무려 20년 동안 상업적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다른 발명가가 에디슨이 불과 4순위로 예측했던 용도의 제품을 개발하고서야 축음기 기술이 빛을 봤습니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통찰이 기술력과 반드시 결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탁월한 기술력은 안정적 환경에서 경쟁 우위의 원천이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최근 몰락한 기술기반 기업들의 대부분은 과거 자신들이 최고 수준으로 일궈놓았던 기술을 맹신하다가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경영학자들의 실증 연구 결과,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일수록 이미 보유한 역량을 활용하는 활동에는 능했지만 새로운 역량이나 자원을 찾는 탐색(exploration) 활동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소비자들의 사고와 행동 변화를 많이 요구하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기술자들은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소비자, 규제당국, 기존 기술로 사업하는 생태계 등은 신기술에 저항합니다. 소비자들은 익숙한 사고나 행동 패턴의 변화를 싫어하고 기존 기술 생태계는 생존의 위협을 가할 잠재적 경쟁자의 약점을 집중 공략합니다. 이런 저항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혁신적 기술이라도 좌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과거 한 전자업체가 세제 없이 세탁이 가능한 혁신적 세탁기를 개발했지만 기존 생태계의 암묵적 저항과 세제를 넣어야 빨래가 잘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넘지 못해 대중화에 실패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소비자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여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한 친환경 주방세제 업체는 독성이 전혀 없는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는데 재료의 특성상 식기 세척 과정에서 거품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거품은 세척력과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지만 소비자들은 거품이 나야 그릇이 깨끗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문제였습니다. 고심 끝에 이 업체는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 그들의 인식에 맞추기로 하고 억지로 거품을 내도록 제품을 만들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 탁월성만 강조하는 접근은 시장 안착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현실적 인식과 행동 패턴에 맞추고 기존 생태계의 저항과 당국의 규제 등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전략이 없으면 탁월한 기술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분명 중요한 경쟁 우위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사업 전략을 잘 지원하는 기술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기술전략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치열한 기술경쟁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최신 트렌드와 기술전략 수립 방법론, 실전 사례, 중소기업의 기술전략, 기술 M&A 방법론 등을 모았습니다. 기술전략과 관련해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교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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