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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기술

소설같은 증강현실, 공간을 확장하라

최형욱 | 128호 (2013년 5월 Issue 1)

 

 

기술의 발전은 실생활에 선행한다. 그러나 진화된 기술은 완만한 수용곡선을 따라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기술의 변화를 느끼는 일은 드물다. 현실에서 우리는 변화의 추이에 민감하지 않다. 요즘 우리가 손바닥 위나 호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1969년 미국 항공우주국이 인간을 달에 보낼 때 사용했던 정도의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온 것처럼 태연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시간의 트랩에 빠진 사람이 10년이나 20년을 앞질러 미래에 도착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간의 단절로 인해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돼 있음을 느끼고 기술이 만들어 낸 여러 가지 변화를 경이롭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사회학자 게르하르트 슐체는 미래의 새로운 모습들은 과거에 있었던 것들의 재조합일 뿐이라고가장 좋은 세상에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재조합의 양상과 다양성은 상상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경제 산업 구조와 라이프스타일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긴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견인했고,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정보사회로, 인터넷의 탄생이 그 다음 지식기반의 사회로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식기반의 사회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구체화되고 변모될지 예측해보는 일은 커다란 담론을 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선 미래 변화의 동인(動因)이 될메가트렌드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그리고 트렌드에 따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2020년에는 어떤 기술들이 우리의 하루를 지배할지 예측해본다.

 

2020 메가 트렌드

1. 저출산과 고령화가 유발하는 인구 구조의 변화

2. 대기온난화와 같은 기후문제와 환경문제

3. 화석연료의 고갈, 식량과 물 부족, 신재생에너지 같은 자원의 가치변동

4.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야기되는 국제 정세와 체제의 변화

5.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을 통해 분출되는 사회적 욕망이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 사회의 진화

 

이상의 다섯 가지는 현재 사회의 변화 양상에서 추측해볼 수 있는 2020년의 트렌드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사회적 욕망의 진화는 인간의 삶을 연장하고 가치를 극대화하고 싶은 의지로 이어진다. 이는 바이오/의료 분야와 여러 가지 융합기술의 발전을 가속시킬 것이다. 또한 환경문제와 자원의 가치 변동이 함께 부각되면서 에너지와 환경 관련 분야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IT 서비스와 콘텐츠가 서로 연결돼 가치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온·오프라인의 공간융합이 진행되고 그 위에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데이터들이 본격적으로 결합될 것이다.

 

이런 트렌드들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혁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2020년을 지배할 유망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물론 셀 수없이 많은 기술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내겠지만 여기에서는 특별히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기술들을 골라 소개한다. 특히 개인화, 융합, 스마트이라는 키워드를 지향하는 10가지 유망기술들을 선정했다.

 

1.오직 나만의 것들이 만들어지는 세상: 3D 프린팅

2020년 어느 날. 필자는 집에서 쓸 거실 등을 만들기 위해 앱스토어에서 몇 가지 부품과 케이스 도면을 다운로드받는다. 이를 시뮬레이터에 넣고 가상으로 조립을 하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동작도 시켜본다. 부품의 사이즈가 맞지 않아 정확하게 원하는 크기로 바로 수정한 다음 프린트 버튼을 누른다. 10분 후, 3D 프린터에서는 실제 3D 프로토타입이 완성된다. 맘에 드는 문구도 추가해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앱스토어에도 등록한다. 3D프린터가 가정마다 한 대씩 보급돼 있고 컬러 레진 카트리지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마트에서 공산품을 구매하는 대신 나만의 제품들을 직접 출력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블록 장난감 회사인 레고(Lego)는 일반형 레고 블록의 오프라인 매장 판매량보다 개인화된 주문형 레고 판매량이 앞선 이후 아예 인터넷에 오픈마켓을 연다. 그곳에서 사용자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업로드하는 수만 종류의 레고 블록을 사용자 7: 회사 3의 수익모델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도 높아서 합성수지 계열의 레진 대신 친환경 레진이나 재활용 레진 카트리지 제품들이 대세를 이룬다.

 

이스라엘의 한 회사에서는 도전성 배선을 함께 프린팅할 수 있는 고급형 3D프린터의 발매를 개시했다. 내부에 전기가 흐를 수 있게 설계돼 불이 들어오거나 전기적 동작이 가능한 복잡한 형태의 프로토타입도 쉽게 프린팅할 수 있다. 초소형 마이크로 프로토타입을 출력할 수 있는 초정밀 3D 프린터가 출시돼 고가지만 정밀제품이 필요한 기업들이 구비하기 시작했다. 3D프린터로 작품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출현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한정수량만 출력할 수 있는 다운로드형 작품을 판매한다.

 

가상의 시나리오이지만 이렇듯 3D프린터의 보급은 대량 생산 체계의 산업사회가 가진 가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개성과 다양성이 극대화되는 신경제의 도래를 요구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제 소유보다는다름공감에 방점이 찍힌다. 언제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꼭 원하는 것만 가지게 되는 선택적 풍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3D 프린팅은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시장 규모가 향후 3년 동안 2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재나 자동차부품, 시제품 제작 등에 주로 응용이 되겠지만 장기, 혈관, , 임플란트, 보청기와 같은 의료목적으로도 이용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CAD 설계툴, 시뮬레이터, 렌더링 툴 등의 지원 산업도 동반 성장할 것이다. 현재 이 산업에는 Stratasys(Objet합병), Delabots, Adafruit, ThingLab, Makerbot Industries 등 많은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3D 프린팅 방식을 개발해 경쟁하고 있다.

 

한국도 캐리마, 로킷 등 몇몇 중소기업이 이 분야에 진출해 있기는 하나 국가 전반적으로 원천기술이나 소재응용 쪽에 투자와 연구개발이 미약한 편이라 경쟁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대기업과 정부의 투자, 기술 중심 대학원 랩들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총기 제작이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범국가적인 협의와 준비도 필요하다. 통제받지 않는 소규모 제조가 가능해지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2.외롭지 않은 사람들:

라이프케어 서비스 로봇/근력지원 로봇 슈트

초고령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버인구들을 위한 라이프케어(돌보미) 서비스 로봇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가사를 보조하는 로봇에서부터 정신적인 교감을 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감정적 로봇까지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나타난다. 서비스로봇은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돕거나 위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집안일들을 수행한다. 밤에는 일하지 않는 인간 가정부와는 달리 취약시간대가 존재하지 않고 24시간 밀착해 주인을 돌봐준다.

 

 

 

로봇은 IT 융합플랫폼이다. 기계, 전자, 컴퓨터 기술의 종합적인 완성체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해 급격한 기술 발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프케어 서비스 로봇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감 기능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마치 사람처럼 이야기를 듣고 기억해주고 대답을 해주는 로봇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용도의 로봇이나 가정용 펫 로봇, 이벤트 목적의 특수 로봇들이 가장 먼저 대중화돼 본격적인 로봇 시대를 열 것이다. 또 컴퓨터와 자동차가 만나 무인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듯이 로봇의 발전 역시 기존의 다른 산업과 섞이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로봇 기술이 가져올 또 하나의 혜택은 인간 육체의 한계 극복이다. 로봇 기술을 응용해 개발한 근력 지원 슈트는 인조 외골격(exo-skeloton)으로서 거동이 어렵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을 돕는다. 군사용으로 적용돼 병사 1인의 살상력이 커지는 역효과도 생기지만 신체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이, 혹은 일반인보다도 더 우월한 신체능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용 로봇은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활약을 하고 있는 분야다. 유진로봇, 로보스타, 동부로봇, 퓨처로봇, 로보티즈 등 중소기업의 비중이 90%를 넘는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이다. 정부에서도 ‘2013-2022 로봇미래전략을 선포하고 육성을 꾀하고 있다. <그림3>에서 보듯이 세계 시장의 규모가 660억 달러( 7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향후 제조용 로봇 중심의 시장을 나노 로봇, 서비스 로봇, 헬스케어 로봇, 지식기반형 로봇 등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으로 확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전략과 투자가 중요하다.

 

 

 

3.선 없는 자유: 무선 전력

이미 데이터 통신에는 선이 필요하지 않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LTE 등의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원(power)을 연결하는 선만큼은 불편하지만 필수적인 요소로 남아 있다. 2020년 즈음엔 새로운 배터리 기술과 무선 전력 기술이 이 불편함마저 없애 버릴 것이다. 연료전지나 수소전지,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고효율 전지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것이고 전원선을 통하지 않고 고주파를 이용해 근거리에서 전기를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된다. 모바일 디바이스들은 무선 전력을 수신할 수 있는 리시버를 내장해 24시간 내내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환경이 만들어 진다.

 

전원선이 없는 세상이 되면 커넥터와 케이블은 급격히 사라질 것이다. 고효율 배터리를 내장한 채 하루 종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수많은 디바이스들에 생명을 줄 수 있게 된다. 무선 전력의 전송 효율과 거리도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면서 더 이상 전원선을 거추장스럽게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모바일의 시대를 열 것이다.

 

무선 전력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WPC (Wireless Power Consortium) PMA(Power Matters Alliance)라는 국제단체가 주도하고 인텔, IDT, 퀄컴 등이 활동하고 있는 무선 충전(wireless charging)이 하나의 진영을 형성하고 있고 A4WP(Alliance for Wireless Power)가 주도하는 무선 전력 송신(wireless power)이 또 다른 진영을 이루고 있다. 기반 기술의 측면에서는 두 진영 모두 자기유도방식(magnetic induction)과 자기공명방식(magnetic resonant)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실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두 방식 모두 전자기공학의 아날로그 원천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처럼 디지털 기술이 주력인 경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될 때: Internet of Things

진정한 모바일의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가 맞게 될 미래의 모습은 바로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세상이다. 2020년이 되면 500억 개가 넘는 디바이스들이 인터넷에 연결된다. 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보다 거의 9배나 많으며 이 500억 개의 디바이스들이 서로 수많은 데이터들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한다.

 

500억 개의 디바이스들은 센서를 이용해 정보를 생성하고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보들을 인터넷에 쏟아낸다. 기후, 온도, 기상상황, 오염도 같은 환경적인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디바이스들, CCTV, 교통, 범죄, 사람과 상품의 흐름 등의 사회적인 데이터들을 생성해 주는 디바이스들까지 모든 것들이 연결된 시대가 된다. 스마트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기기들이 소통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할 통신사들에는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사회적 인프라의 관점에서는 스마트 시티(Smart City)를 운영하는 운영주체(정부, 지방자치기관이나 대리업체)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 15000억 개의 전자기기 중에 인터넷에 연결된 것은 100억 대 수준이며 99% 이상이 아직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시스코는 2020년 이후 ‘Internet of Things’ 시장과 관련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144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클라우드, 모바일컴퓨팅, 소셜네트워크, 빅데이터 등의 복합적인 발전이 이 시장을 계속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정보보호 및 사생활 침해에 위협이 될빅 브라더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발적인 정화 작용과 도덕적 균형을 맞추려는 사회의 노력을 통해 ‘Internet of Things’ 시장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보호할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것들이 연결될 때는 역설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도 함께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5.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지구가 가지고 있는 화석에너지 잔존량이 줄어들고 석유와 가스 채굴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2020년에는 많은 국가들이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이를 것이다. 그리드 패리티란 화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비용과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을 말한다. 이는 결국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사용을 가속화해 대부분의 기업이나 가정들이 자체 태양에너지 변환 장치를 가지게 하는 동기가 된다.

 

고효율 태양에너지 변환과 축전기술의 발전으로 햇빛이 풍부한 지역의 가정과 기업에서는 자급자족을 넘어서는 잉여 에너지를 만든다. 범국가적인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에 연결돼 남는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거래소를 통해 부족한 곳으로 판매할 수 있다. 즉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역할 변화가 자유롭게 이뤄진다. 이는 국가적으로 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 또 에너지 생성에 들어가는 국가적 비용을 다른 가치 창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마트그리드 중 특히 지역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분산 발전하는 모델을 따로 마이크로그리드라 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Internet of Things’와 상호 연관관계가 있다. 특히 핵심 인프라 장비인 스마트 미터(Smart Meter)의 보급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2020년까지 전체 가정에 50%의 보급을, 유럽의 경우 80%의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로 ABB, GE, 지멘스, Itron 같은 대기업들이 정부와 함께 주도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 미터, HAN(Home Area Networks), 스마트 네트워크, 스마트 가전, 실시간 감시 및 스마트 배전, 스마트 계통운영, 전력저장 기술, 신재생에너지의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커버하는 대규모 사업영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400개가 넘는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지자체 및 공익사업 부문, 군용, 연구기관 및 산업용 부문을 통틀어 약 400억 달러의 시장 잠재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1

 

6.새로운 공간의 탄생: 증강현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에메타버스(metaverse)’라는 새로운 공간의 개념이 더해진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는 공간을 의미한다. 2020년의 메타버스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깊숙하게 결합된다. 물리적 현실은 온라인 가상공간 속으로 확장되고 가상공간은 반대로 물리적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프로젝터, 홀로그램 등의 기술을 이용해 현실에 무한한 가능성을 입힌다. 이것이 그대로 가상세계에도 반영돼 끊임없는(seamless) 한 경험체계와 공간이 만들어 진다.

 

메타버스 기술 중 하나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마케팅이나 게임에 사용되던 한계를 벗어나 가상체험, 콘텐츠 제작, 교육, 비즈니스에도 활용될 것이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MIT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GPS를 활용한 증강현실의 응용기술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는 모바일 증강현실 분야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점차 프로젝터나 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융합공간의 진화로 변모할 것이다.

 

7.먹는 컴퓨터의 시대:생체 전력/생체 신호 인터페이스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ing)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수많은 가능성이 논의돼 왔지만 실용성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경에는 생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생체 신호 인터페이스의 체계가 만들어지고 심지어 생체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 입는 컴퓨터의 시대에서 먹는 컴퓨터의 시대까지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우선 뇌파 스캐너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생각으로 컴퓨터를 제어하고 생각을 원격으로 전송하는 기술적인 텔레파시가 가능해진다. 지체가 부자유스러운 사람들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며 여러 사람들의 뇌파 에너지를 원격으로 모아서 아직은 알 수 없는 특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기술과 결합해 자동차 안전장치, 교육 효율을 배가시키는 시스템,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 등에도 적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현대인에게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압박감, 대인관계에서 오는 불안감 등을 분석하고 치료하는 힐링 비지니스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이다.

 

또 뇌파뿐 아니라 심전도, 심박 수, 체온, 혈압, 기타 생체 신호들을 활용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로봇과 같은 외부 장치도 조작할 수 있다. 뇌파 연구의 실용화는 현재 호주의 Emotive System, 미국의 NeuroSky, Cyberkinetics, Wild Divine이 주도하고 있다.

 

생체 전력을 이용한 의료기기는 신체 내부의 열, 진동, 화학물질 등의 에너지원을 이용해 작동한다. 생체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몸 안에 들어가는 기기나 장치에 핵심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아주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로봇이나 알약을 만들어 인체의 특정 부위에 특정 약물을 전달해 국지적 효과를 노리는 치료가 가능해지고 먹는 내시경을 통해 불편함 없이 365 24시간 내내 몸의 내부를 구석구석 모니터링할 수 있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암이나 뇌출혈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정확하게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 핵심 기술이다. 100세 시대의 고령자들에게 사회 재진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와 사회에 주는 파급효과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이식형 생체 신호 센서, 무선 전력 모듈, 초소형/저전력 의료용 원격측정 모듈, 실시간 및 맞춤형 질환관리 솔루션 등의 요소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학계를 중심으로, 일본은 파나소닉 나노연구소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연구 실적이 많지 않아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가 시급한 기술 분야다. 특히 생체 신호와 생체 전원 기술은 인공심장, 펌프, 인공심박동기 등의 다양한 생체이식용 의료기기 산업에서 필수 요소다.

 

 

 

 

8.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비서: 대화형 자연어 처리 기술

2020년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2011년에 나온 애플 아이폰의 음성 명령 시스템 시리(Siri) 광고 영상을 보면 박장대소할 것이다. 그들에겐 10년 전에 만들어진 광고가 너무 어설프다. 2020년의 시리는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형 자연어 처리기술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는 음성인식, 음성합성, 데이터베이스 검색 및 매칭, 인공학습지능, 클라우드, 고속신호처리, 인지적 화법 재현기술 등이 하나로 결합돼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덕분에 무엇을 검색할 때 더 이상 불편하게 타이핑하지 않고 음성으로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다. 컴퓨터는 날이 갈수록 똑똑해진다. 인공지능 덕분에 나의 명령을 더 많이 받을수록 더욱 똑똑해진다. 심지어 내가 말을 하지 못한 것까지 미리 알려준다. e메일도 대신 보내주고 누군가와 약속이 있으면 상대방의 컴퓨터와 함께 자기들끼리 알아서 점심 약속 장소도 대신 잡아준다. 식당을 예약하려고 하는데 다른 고객의 평가가 좋지 않다며 다른 곳을 추천해준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무음으로 스크린에 지금 내용이 작년에 출제됐던 것이라고 알려준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나 대신 밤새 돌아다니면서 부장님이 올린 글에좋아요도 누르고 적당히 댓글도 달고 온다. 물론 내가 시킨 일이다. 또한 전 세계 주요 나라의 말들을 실시간으로 통역해 준다. 굳이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정부에서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의무교육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진지하게 논의한다.

 

가상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0년 페이스북 가입자는 20억 명이다. 그런데 접속된 사용자 중 10%는 실제 사람이 아닌 이런스마트 에이전트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덕분에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라고 만들어놓은 소통 채널에 가상의 아바타들이 소통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의 아바타가 온라인상에서 더 멋지고 능력 있는 내가 돼 활동한다. 이 때문에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오프라인 만남의 중요성이 다시 인정받기 시작한다.

 

위의 내용은 상상이지만 이렇게 자연어 처리 기술이 갖는 잠재력 때문에 이미 IT 기업들 간에는 가장 핵심이 되는 음성인식 기술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아마존이 이보나(Ivona)라는 기술 기업을 인수했고, 아이폰의 시리를 제작한 뉘앙스(Nuance)는 블링고(Vlingo)라는 회사와 합병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면서 준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음성인식 기능을 가전기기와 스마트폰에 적용해왔다. 핵심 기술은 전부 해외에서 아웃소싱해왔다. 기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전략적인 접근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9.진정한 100세 시대를 넘어서:

초고속 유전체 해독기술/맞춤 유전자 분석

2003년 인간 게놈의 분석을 위해 13년의 시간이 걸렸고 3조 원의 비용이 들었다. 2008년에는 한국인의 게놈 지도가 완성이 됐고 간단하게 상피세포나 혈액 한 방울로 검사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앞으로 더 초고속으로 유전체를 해석할 수 있는 기술과 DNA(DNA정보를 담는 반도체)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맞춤형 의료가 가능해 지고 있다. 유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주 세세한 차이를 알아내고 적절한 치료방법이나 건강관리 방법을 제공한다. 2020년의 병원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던 유전자 분석을 저렴한 비용으로 실현해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 유전적 결함을 사전에 관리하는 밀착형 의료기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줄기세포 치료기술이나 유전자 치환기술 등이 가능해지면 해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치료에도 응용이 가능해진다. 이런 맞춤형 관리를 통해 인류는 건강한 생활연령 평균이 100세가 넘는 시대를 맞이 할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2006년에 이미 구글은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인 23andMe에 투자했다. 이뿐 아니라 해외에는 아주 많은 유전자 분석 관련 기업들이 시장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선 인포피아, 테라젠이택스, 디엔에이링크 같은 전문기업들과 SK, KT 등의 대기업들이 손을 잡고 DNAGPS(개인 유전정보 분석 서비스)나 게놈클라우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2014년부터 2021년까지 5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 대비하기엔 작은 규모다. 2014 10조 원의 시장이 2020년에는 10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기업과 학계, 정부 모두에서 적극적인 진입을 모색해야 한다.

 

10.내가 바라보는 모든 곳이 스크린:

공간 디스플레이와 NUX(Natural User Experience)

예전엔 TV나 컴퓨터 모니터 같은 고정형 디스플레이가 있는 곳에 사람이 다가가 정보에 접근했지만 이젠 모바일 기기들처럼 점점 더 사람이 있는 곳에 다가오는 디스플레이가 많아지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사람이 바라보는 어떤 곳이라도 스크린이 되는 세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벽, 거울, 테이블, 빌딩의 외벽, 바닥, 천장, 자동차의 외부와 내부, 컵이나 작은 접시까지도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창이 된다. 수많은 스크린을 통해 수많은 인터랙션을 주고받을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곳이 스크린이 되면 우리가 쳐다보고 말하는 모든 것들과 제스처들까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된다. 이른바 NUX(Natural User Experience)로의 개념 확장이 이뤄지고 사람이 대하는 모든 것이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가 된다.

 

투명 디스플레이와 플랙시블 디스플레이가 공간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또 광학이나 정전기 방식의 터치스크린이 소형 기기에서 벽이나 거울 같은 대형 스크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카메라 기반의 행동 인식과 근육 인식 기술들도 이러한 공간 디스플레이를 통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핵심은 융합과 스마트

역사는 늘 변화와 발전과 쇠퇴의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미래 기술 예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10대 기술인가가 아니다. 왜 그렇게 바뀌어야 하고 어떻게 가치가 만들어 질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이제까지 살펴본 ‘2020년 미래를 주도할 10가지 기술은 서로 연관돼 있고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기술들이다. 이런 기술들을 관통하는 흐름의 핵심은 바로 융합과 스마트함이다. 엮어서(융합) 더 나아지게(스마트) 만든다는 의미다. 기술도 사회도 합쳐지고 융합될 때 그 가치가 증폭된다.

 

2020년이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다. 그러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2020년은 또 얼마나 많이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 손에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는 없어질지도 모른다.

 

 

REFERENCES

1.Observer, “Cisco outlines 2013 strategy for ME”, 2013.3.22

2.Internet of Things in 2020 Roadmap for the future, 2008

3.전종홍모바일증강현실표준화동향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저널Vol.139,2012.

4.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상현실 기반 체험형 콘텐츠 기술동향” 2012

5.ZDnet, “Cisco pegs potential profit value for Internet of Everything at $14.4 trillion”,

2013.3.14

6. http://www.dbguide.net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 huchoi@gmail.com

필자는 미래 혁신 플랫폼전략 컨설팅사인 퓨처디자이너스의 대표다. 공저로 <플랫폼을 말하다>, 역서로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가 있다. 남가주대(USC)에서 컴퓨터네트워크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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