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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살기

김남국 | 126호 (2013년 4월 Issue 1)

참 복잡한 세상입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수많은 주체들이 복잡한 관계를 맺고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구성원들의 활동 모두 복잡해졌습니다. 파생상품처럼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극도로 복잡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넘쳐납니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경영 툴도 현실을 반영해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복잡해야 첨단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함이 더 매력적이라고 주장하는 사상가들이 많습니다. 주목할 만한 학문적 업적을 내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캐슬린 아이슨하트(Kathleen M. Eisenhardt) 교수 등에 따르면 탁월한 기업들은 의외로 매우 단순한 몇 가지 원칙을 토대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시스코처럼 ‘75명 이하 규모이며 연구개발 인력이 75% 정도인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삼는다는 단순한 원칙으로도 얼마든지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단순성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단순성은 복잡성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아주대 최희갑 교수에 따르면 무수히 많은 새가 바람과 날씨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엄청난 거리를 비행하는 비결은다른 새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되고이웃의 행태를 모방하며가능한 무리 중심부를 지향하고확실한 조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4가지 단순한 원칙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원칙을 지키면 환경이 급변하고 참가자가 돌발 행동을 하더라도 집단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원칙이 명확하게 지켜지면 오히려 불확실성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복잡한 거대 기업도 대여섯 가지 정도의 단순한 원칙만으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단호한 단순함은 오히려 유연성과 창의성을 보장해줍니다. 단순한 몇 가지 원칙만 알고 있다면 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 있는 어떤 창의적인 대안도 수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이슨하트 교수가 연구한 한 브라질 철도회사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매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고기존 자원을 재사용해 원가를 절감하며즉각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한다는 아주 단순한 원칙을 조직원들이 공유했습니다. 이후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는 전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부서는 아프리카에서 운행되는 객차를 싼값에 사들여 부품을 재활용했고 유휴 철로를 재활용해 보수가 필요한 선로를 정비해 크게 원가를 절감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단순한 전략은 판단을 쉽게 하고 실행도 촉진합니다. 단순한 몇 가지 원칙은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해 줍니다. 복잡한 일이 매일 발생하지만 단순한 원칙에 비춰보면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손쉽게 내릴 수 있습니다. 한 스포츠용품 업체 관계자에게 워킹화 열풍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꽤 복잡한 전략적 이슈일 것 같지만 이에 대한 답이 나오기까지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의 단순한 원칙 중 하나는 스포츠용품을 잘 만든다는 것이기 때문에 워킹화는 사업 영역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단순한 원칙이 확고하다면돈이 될 것 같은데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야, 선발 업체가 있어 아류가 될 수도 있어같은 복잡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단순한 목표가 정해지면 사람들은 해당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때문에 실천력도 강해집니다.

 

마케팅에서도 효과가 큽니다. 단순한 메시지는 소비자들의 회상 용이성을 증가시켜 선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디자인에서도 단순한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오프 버튼마저 없앤 스티브 잡스는 단순함의 신봉자였습니다.

 

미니멀리즘은 전 경영 분야에 적용해야 할 가장 주목할 만한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Managerial Minimalism’을 다뤘습니다. 디자인과 마케팅, 조직운영 등 다양한 관점에서 미니멀리즘을 적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동양 사상의 관점에서 단순성의 가치를 조명한 이기동 성균관대 대학원장의 글은 기존 DBR 아티클의 스타일과는 다른 문학작품 같은 느낌을 주는데 무척 흥미롭고 신선합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현대사회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을 경영 분야로 접목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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