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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창출 방법론

고객의 고충에서 출발하고 저항 못할 치명적 매력 갖춰라

| 123호 (2013년 2월 Issue 2)

 

 

들어가며

“이번 불황이 언제쯤 끝날지 예측하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더욱 더 심각한 침체를 야기할 시한폭탄들이 전() 세계 곳곳에 널려 있으니까요. 2008년 이후 지난 4년간 우리에게 닥쳐온 것들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만성적 상시 불황의 시대란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올리버와이만의 시니어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로 손꼽히는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경고다. 그의 지적대로 오늘날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한마디로시계 제로(zero visibility)’ 상황에 직면해 있다.

 

2∼3년 단위로 경기 호황 및 침체가 반복되던 과거에는불황 땐 생존 중심, 호황 땐 성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경기 침체기에는생존을 지상 목표로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통해 기초 체력을 충실히 다졌다. 호황기가 도래하면 M&A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애용해왔다. 그러나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가 규정한 바와 같이 기업들에 불황은 더 이상우발 변수가 아닌상수(常數)’. 따라서호황기가 도래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전략은 기업의 본원적 대안이 될 수 없다. 바야흐로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수익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전략이 요구되는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가져다줄 새로운 전략의 핵심 요체는 무엇일까?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수요 창출(Demand Creation)’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던 수요를 확인하고 이에 대응하는(find a need and fill it)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고객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수요 창출의 전문가(Demand Creator)에게는 불황이 오히려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본적으로꼭 필요한 곳에만, 가장 비용 효율적 방식으로소비하고자 하는 강한 니즈를 갖고 있다. 따라서 품질 혹은 가격 매력도가 높지 않은그저 그런제품, 혹은딱히 대안이 없어서 마지못해 구매해 왔던 제품등은 자연히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생겨난 공간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어 고객의 선택을 이끌어 내는 접근이 바로수요 창출이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최근 발간한 저서 <디맨드(Demand)>를 통해 성공적 수요 창출의 6가지 비결을 제시한 바 있다. 과연 이 6가지 비결이 무엇인지에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수요 창출의 시작은 언제나

고객의 고충(hassle)으로부터

성공적 수요 창출의 첫 번째 비결은고객의 고충(hassle)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고충이란 기존의 상품 및 서비스로부터 고객이 체험한 각종 시간··에너지 낭비 및 실망 등을 의미한다. 첫 번째 비결 치고는 다소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다수 기업들이 목청 높여고객 중심 제품혹은고객 지향형 서비스등의 구호를 외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호는 어디까지나 구호일 뿐 실제로 고객들의 고충을 심도 깊게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인터넷 기반의 혁신적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DVD 대여 사업의 본질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넷플릭스(Netflix)의 사례를 살펴보자. 넷플릭스는 한때 미국 전역에 걸친 광범위한 DVD 대여점 체인을 보유하고 있던 거대 기업블록버스터(Blockbuster)’구시대의 퇴물로 전락시킨 기업이다. 흥미롭게도넷플릭스의 아이디어는 창업자 리드 해스팅스(Reed Hastings)가 블록버스터의 서비스를 이용하다 직접 겪은 대단히 불만스런 상황에서 시작됐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던 것일까? 다름 아닌연체료였다. 깜빡 잊고 6주 동안 반환하지 못한아폴로 13비디오 테이프에 붙은 연체료는 무려 40달러. 원본 테이프를 사고도 남을 만큼의 큰 금액이었다. 여기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불 같은 잔소리까지.

 

그가 겪은 경험 그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지만 대개는 그저 자신의 부주의를 책망하거나 불평 가득한 혼잣말 몇 마디를 늘어놓곤 돌아서서 잊어 버리기 마련이다. 리드 해스팅스는 달랐다. 그는고객을 짜증나게 만드는 연체료를 받지 않고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할 수는 없을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일 고객들에게 제때 쉽고 간편하게 반납할 수 있는 수단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연체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나아가 월 정액 기반의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면서 이전 DVD가 반납된 후에만 새 DVD를 대여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리드 해스팅스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 아이디어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고 이 메모 속 내용들은 결국 그를 통해 현실로 이뤄졌다. 금세기 미국에서 가장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 기업 중 하나인 넷플릭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누구나 무릎을 치며 좋아할 만한 기발한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오랜 시간 동안 DVD 렌털 사업을 해왔던 블록버스터조차 이 같은 사업 기회를 생각해내지 못한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바로 고객의 일상 속에 마치 당연한 듯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고충을 고객의 입장에서 깊이 있게 파고들어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오늘날에도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실제로 그들이 소비하는 것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한 간극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 수요 창출의 첫걸음이다.

 

2.치명적 매력을 지닌 제품 만들기 (Magnetic)

성공적인 수요 창출의 두 번째 비결은치명적(magnetic)’ 매력을 지닌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고객들이 가진 고충(hassle)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면 단지 그러한 고충을 적정한 수준에서 해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도저히 사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엄청나게 매혹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치명적 매력을 지닌 제품들을 관찰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적 특징들이 발견된다.

 

첫째, 제품 자체가 일상의 자연스런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미국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단순히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기 위해스타벅스에 들르는 것이 아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스타벅스 커피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이들에게 스타벅스는사교’, ‘휴식’, 혹은문화 생활과 동의어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권 국가에서구글은 이미검색이란 단어를 대체한 지 오래다. 그들에게 구글은 특정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넘어인터넷 활동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모든 것을 비교하는 척도 혹은 기준점이 된다는 점이다. 전 세계 어느 휴대폰 업체에서 어떤 신제품이 출시되든 대다수 휴대폰 사용자들은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아이폰(i-phone)보다 좋아?”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보유자 혹은 구매 희망자들도 흔들림 없는 비교의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도요타가 만든 전기자동차의 대명사프리우스(Prius)’.

 

셋째, 제품 사용자 간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사용자들은 자부심 및 우월감을 갖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 중 하나를 구성하고 있다. 남성적 매력을 극대화한 오토바이의 대명사할리데이비슨(Harley Davidson)’의 오너들 역시 남다른 소속감으로 굳게 뭉쳐진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강력한 구전 효과를 전파하는 효과적 마케팅 채널이기도 하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치명적매력의 공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그림 1)

 

M = F × E (M= Magnetic, F=Functionality, E=Emotional appeal) , 탁월한 기능성(F)과 강력한 감성적 어필(E)이 조화를 이룰 때 치명적 매력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E’, 즉 감성적 어필이다. 그는단지 기능성(F)만으로는 good, 혹은 잘해야 better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 Best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객과 긴밀한 감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감성적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앞다투어 디자인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단지 디자인 측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다양한 접점에서 이뤄지는 고객 경험(user experience), 커뮤니케이션 등을 망라하는 포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치명적’ 매력을 지닌 제품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올리버와이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치명적매력으로 무장한 제품들은 경쟁 제품 대비 약 10배 이상의 판매 성과를 달성했다. 고객 만족도 및 충성도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나아가 낮은 광고비, 소규모 영업 인력, 높은 가격 프리미엄, 후속 제품의 성공 가능성 제고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수요 창출경쟁의 승자는최초 진입자 (first mover)’가 아니라 ‘치명적 매력의 제품 개발자임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3.탄탄한 배경 스토리의 중요성 (Backstory)

성공적 수요 창출의 세 번째 비결은 탄탄한배경 스토리(backstory)’를 만드는 것이다. 배경 스토리는제품 그 자체를 넘어서서 제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로 정의된다. 구체적으로는 사업 모델, 생태계(eco-system), 물리적 인프라, 고객 경험 관점의 제반 인프라 등 성공적 수요 창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항목들을 의미한다. 고객의 고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치명적 매력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수요 창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프레타망제(Pret a Manger)’는 영국을 대표하는 샌드위치 체인으로 맥도널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매장당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업체다. 이미 수시간 전에 만들어져서(ready-made) 냉장 보관된정크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기존 패스트푸드 체인과 달리 프레타망제는 고객 주문 직후 신선한 식자재를 활용한 건강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문제는 조리 시간이다. 다시 말해, 시간에 쫓겨 샌드위치로 식사를 해결하려는 바쁜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프레타망제는어셈블리 생산개념을 조리 프로세스에 적용했다. 다수의 요리사들이 효율적 분업을 통해 조리 단계별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식자재 또한 적정 신선도 유지가 가능한 분량 단위로 사전에 조리돼 각 조리 단계에 배치되며 총량은 항상안전 재고개념으로 관리된다. 뿐만 아니라 요리사들은 충분한 사전 교육 및 실습을 통해 레서피(recipe)에 따른 신속·정확한 조리법을 완전히 체화한 상태에서 주방에 투입된다. 이와 같이 조리 프로세스, 식자재, 요리사 전반에 걸친 정교한 배경스토리가 구비됐기에 프레타망제는건강한 음식짧은 대기 시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프레타망제의 모든 간부급 직원(최고경영진 포함)들은 연간 최소 4회 이상 의무적으로 매장 근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오늘날 프레타망제의 성공을 견인한 핵심 경쟁력은 바로 매장에서 나온다. 이런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프레타망제의 임원 회의에선 의미 없는 숫자놀음 혹은 진부한 탁상공론이 발붙일 여지가 없다. 누구보다 현장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임원들이어떻게 하면 보다 건강한 메뉴를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혹은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나누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실제로 2000년대 중반, 한 해 동안 피클 레서피가 총 15, 브라우니 레서피가 총 36회 바뀐 적도 있었다. 성공적 수요 창출을 위해 이 회사가 얼마나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4.수요 폭발의 실마리를 찾아라(Trigger)

성공적 수요 창출의 네 번째 비결은수요 폭발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Trigger’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방아쇠)처럼 제품에 호감을 느낀 잠재 고객들이 마침내 지갑을 열어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특정 제품에 대한 호감과 실제 그 제품을 구입하려는 의지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간극이 메워지게 된다.

 

수요 창출의 대표적 사례 중에는 아이폰과 같이 출시하자마자 소위대박이 터진 경우도 있지만 출시 이후 수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대규모 성공을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시간제 차량 렌트 서비스혹은카셰어링(car sharing)’ 분야를 개척한 미국의 집카(Zipcar)는 창업 이후 의미 있는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가정용/오피스용 에스프레소 기계의 대표주자 네스프레소(Nespresso) 및 세계 최대 온라인몰 업체인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월마트(Wal-mart) 1호점 출점 이후 첫 번째 성장 변곡점을 맞이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들의 사례는과연 수요 폭발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들을 제시한다.

 

첫째, 고객을 100% 만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한 제품 자체의 매력도를 획기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핵심 실마리일 수 있다. 집카의 경우시간제 차량 렌털이라는 상품 개념은 대단히 참신하고 매력적이었지만 차량 및 주차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관계로 이용 가능한 고객 규모를 늘리는 데에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집카의 경영진은 타깃 고객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 내 주요 거점별 주차장들을 대상으로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각 주차장들은 집카 차량 전용 주차 공간을 빌려서 유휴 공간 활용 및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해졌고 집카는 보다 많은 고객접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윈 파트너십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에 따라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 중심가에 매우 촘촘한 격자 모양의 집카 거점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폭발적 고객 수요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원하는 곳 어디서든 쉽게 차량을 빌릴 수 있고, 어디에든 쉽게 반납할 수 있다는 점은 단기 차량 렌트를 원하는 잠재 고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출시 초기 실적이 저조하다고 해서 제품 콘셉트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단정짓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부족한 2%가 무엇인지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유통 채널을 포함한 고객 접근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수요 폭발의 실마리일 수도 있다. 고급 에스프레소 커피를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즐길 수 있게 해준네스프레소(Nespresso)’가 대표적 사례다. 네스프레소가 최초로 공략했던 고객은 이미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던 카페와 레스토랑이었다. 네스프레소는손님들에게 에스프레소 커피를 제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특히 네스프레소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가로챌 것이라 느낀 바리스타들은 이 제품의 도입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이에 네스프레소는 가정용 고객으로 공략 대상을 전환하고 백화점 등 주요 가전 제품 판매 채널을 통해 기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가전 매장 판매사원들에게 네스프레소 기기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운 천덕꾸러기 같은 제품일 뿐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 네스프레소가 선택한 마지막 시도는직접 판매였다. 커피 제조회사가 최종 고객을 상대로 직접 판매에 나서는 것은 수백 년에 걸친 커피 산업의 역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과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자사 고객의 절대 다수가 고소득 상류 계층임을 파악한 네스프레소는 이러한 상류 계층의 취향에 부합하는 직접 판매 전략을 수립했다. 먼저 명품 매장이 즐비한 주요 도시의 번화가에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를 개설했다. 제품 체험 및 구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형 매장이었다. 아울러 멤버십 형태의네스프레소 클럽을 개설해서 고객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네스프레소 기기를 직접 사용해 보고 시음한 매장 방문객들의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구매를 결정할 정도로체험 마케팅은 효과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고객 베이스가 넓어지면서 엄청난 구전 효과가 발생했다. 나아가네스프레소 클럽의 맞춤형 고객관리는 고객 이탈을 방어하는 효과적 장치임이 확인됐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다. 매력적인 제품도 그 가치를 인정하는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될 때에만 그 가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 초기 시장 공략이 무위로 돌아갔다면 한 발자국 물러서서타깃 고객 선정 및 접근 방식상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5.지속적 향상 (Trajectory)

수요 창출의 다섯 번째 비결은지속적 향상 추구(trajectory)’.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이를수요 창출 궤도 유지라 표현했다. 쉽게 말하면 제품 매력도(magnetic)를 포함한 제반 수요 창출 요인이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애플의

i-제품들은 (i-pod, i-phone, i-pad) ‘수요 창출 궤도를 가장 모범적으로,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애플은 2007년 출시한 아이폰 3G를 앞세워 세계 스마트폰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이래 3Gs, 4, 4s를 거쳐 최근 5에 이르기까지 총 5개의 모델을 내놓았다. 주지하다시피 모든 모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단순히 제품명 뒤에 붙는 숫자만 바뀐 것이 아니라 새 제품에 대해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혁신을 지속하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아이팟과 아이패드 역시 세대를 이어 성공의 역사를 이어 나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요 창출 궤도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재 눈앞에 놓인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다. 기업 경영은 본질적으로 단판 승부가 아닌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기업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이번에 출시할 제품에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남김없이 쏟아붓는 것이다.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 A부터 Z까지 모두 현재 자사가 동원 가능한 최상의 것으로 구성하겠다는 접근법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당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이번 제품이 성공한다 해도 다음 세대 제품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 수준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뿐만 아니라 이러한 접근법에 기반해 만들어진 제품은 캐릭터가 불명확한애매모호한 제품이 되기 십상이다. 이 제품 자체의 성공 여부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애플의 사례를 들어 보자. 2011년 아이패드2 출시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신제품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이폰을 통해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탁월한 경쟁력이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전작 아이패드1의 해상도 문제가 빈번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이패드2는 전작과 동일한 IPS TFT LCD를 채용했다. 디자인, 처리 속도, 앱 등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다른 측면에서 전작 대비 괄목할 만한 향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굳이 디스플레이까지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만일 아이패드2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더라면 타 분야에서의 향상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패드3에 마침내 채용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수요 창출 궤도는 절대적 기준을 향한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경쟁이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경쟁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얼마나 가파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는 의미다. 요약하면 R&D를 포함한 자사의 중장기적 제품 경쟁력, 경쟁사의 역량 수준 및 고객의 기대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궤도 유지 방안(trajectory plan)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6.평균화의 함정을 넘어서서 (Variation)

마지막으로 소개할 수요 창출의 여섯 번째 비결은다변화(variation)’.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다변화의 핵심은 평균화의 함정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평균화의 함정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전형적(typical) 고객을 상정하고 만든 제품은 실상 그 어느 고객의 니즈도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60억 개가 넘는 고객 세그먼트가 존재한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독자적 기호, 취향, 니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표준적, 평균적, 전형적 고객을 정의하고 그들에게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고객의평균적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수록 보다 넓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가장 우월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일견 그럴 듯한 논리다. 하지만 이 믿음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정의한전형적 고객이란 현실 세계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 고객의 니즈에 맞춰진 제품이 현실 세계의진짜고객들에게 제공될 경우 언제나 두 가지 본원적 문제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특성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과잉의 문제, 혹은 정작 필요한 특성은 빠져 있는부족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접근 가능한 시장 범위를 넓히기 위해 다수의 고객 세그먼트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각 세그먼트별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적 제품들을 다수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에 비례해 2, 3 배 이상의 자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고객 세그먼트별 다양한 니즈에 최적으로 부합하는 제품을 가장 효율적 비용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다변화의 핵심 과제라고 말한다. 앞서 소개한 집카(Zipcar)는 비용 효율적 다변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도시 거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집카는 기존 사업의 지역별 특성을 활용한 고객 다변화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주간 시간대에 고객의 차량 이용이 뜸한 지역의 경우, 유휴 중인 차량을 활용해 비즈니스 고객에게 업무용 차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Zipcar for business) 기업 입장에서는 Hertz 등 일반 렌트 서비스 대비 저렴한 가격(오전9오후5시 업무시간에 한해 렌트)에 차량 임대가 가능하고 집카는 보유 차량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오후5시 이후에는 해당 지역 일반 B2C 고객 대상 렌트로 전환) -윈 거래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광활한 캠퍼스를 가진 대학교 대상의 렌털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Zipcar for Universities) 주간 시간대에는 대학생들의 통학 및 교내 이동 수단으로 제공하고 야간 시간에는 일반 시간제 렌트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모두 대단위 추가 투자 없이 효과적으로 고객군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프레타망제의 다변화 방식도 흥미롭다. 뉴욕 패션 중심가 및 월스트리트에 각기 위치한 프레타망제 매장은 동일한 원재료를 공급받지만 메인 메뉴가 다르다. 동일한 양상추와 닭가슴살을 가지고도 패션가 매장에선 가벼운 샐러드를 메인 메뉴로 판매하는 반면 (닭가슴살은 삶아서 지방을 완전히 제거한 후 얇게 잘라 사용) 월스트리트에서는 기름에 튀긴 두꺼운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를 중점적으로 판매한다. 패션가 매장엔 다이어트와 미용에 민감한 젊은 여성 고객들이, 월스트리트 매장엔 인근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직장인 남성들이 주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프레타망제 역시 비용 효율적 방법으로 차별적 고객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며

이상을 통해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가 제안한 수요 창출의 6가지 비결들을 구체적 기업 사례와 함께 살펴봤다. 올리버와이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요 창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이 중 어느 한두 가지 분야에서만 탁월했던 것이 아니라 여섯 가지 비결 전부를 충실하게 지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 기업 조직 구조 및 운영 프로세스, 구성원 자질 및 역량 등 모든 것이혁신적 수요 창출에 최적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접근으로는 부분적,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만성적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 모두불황이 오히려 수요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6가지 비결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승풍파랑(乘風破浪)’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항해를 할 때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수요 창출이라는 바람을 타고불황의 높은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신우석 올리버와이만 서울사무소 팀장 Wooseok.Shin@oliverwyman.com

신우석 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현재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와이만 서울사무소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이테크, 신재생 에너지, 리테일 분야의 국내외 유수 기업을 대상으로 중장기 경영전략, 신제품 개발 전략, 글로벌라이제이션 전략, 신규사업 추진 전략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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