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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함정에서벗어나려면?

이동현 | 122호 (2013년 2월 Issue 1)

 

 

다양성 함정에서벗어나려면?

Based on “How to Escape the Differentiation Proliferation Trap” by Richard D’Aveni (2010, Strategy & Leadership, Vol.38, No.3, pp.44-49)

 

왜 연구했나?

초경쟁으로 상징되는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제품, 서비스 차별화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혁신능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다. 예컨대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차별화를 추구하지만 결과는 신제품들이 중복되고 브랜드가 모호해지면서 유사한 일상품으로 전락해버린다. 미국 호텔 산업의 경우 한 해 동안 24개의 새로운 호텔 브랜드가 등장해 시장을 교란시켰다. 각 호텔들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시장점유율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호텔 산업은 기업들의 차별화 노력이 일상품 지옥으로 바뀌는다양성 함정(proliferation trap)’이라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소개하는 것이 본 논문의 주제다.

 

무엇을 연구했나?

미국의 호텔 산업 사례연구를 통해 다양성 함정이 생성되는 과정과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유용한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홀리데이인은 합리적 가격과 표준 서비스를 앞세워 별 3개로 상징되는 중급 호텔 시장의 지배자였다. 58 50개에 불과했던 홀리데이인은 10년 후에는 1000개로 급격히 성장했다. 홀리데이인은 고급 호텔과 싸구려 호텔 사이의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 중급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양한 형태의 호텔과 모텔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텔 6’는 더 저렴한 가격과 적절한 품질로 홀리데이인이 지배하고 있던 시장을 공략했다. 힐튼의햄튼인처럼 별 4개 이상의 호텔들도 홀리데이인에 맞서 별도의 서브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홀리데이인의 위상은 흔들렸고 급기야 88년 영국 기업에 인수됐다. 90년대 들어 더욱 다양한 호텔들이 확산됐고 이들은 과열되는 초경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들을 선택했다. 초경쟁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전략은 기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고 현명한 전략을 선택한 호텔들만이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었다.

 

무엇을 발견했나?

다양성 함정에서 빠져 나오는 첫 번째 전략은 위협을 한정시키는, 즉 특정 세분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초이스는 별 1개 혹은 2개로 평가되는 저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컴포트인, 퀄러티인, 클레리언, 에코노로지 등 저렴한 모텔들을 공급함으로써 초경쟁에서 자신의 경쟁 포지션을 공고히 했다. 반면스타우드는 별 4개 이상의 고급 호텔 사업에 집중했다. 스타우드는 웨스틴, 셰러턴 등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포지션을 확고히 차지하고 있었다. 경쟁자들의 위협을 극히 제한시키는 집중화 전략에서는 매력적이거나 위협 요소가 적은 사업 영역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 충분한 자산과 역량을 가진 호텔은 초경쟁에 맞서 다수의 호텔 브랜드를 출시하는 전면적인 대응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힐튼호텔의 경우는 모든 세분시장을 커버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2개의 저가 모텔인햄튼인’, 3개의 중급 모텔인힐튼가든인’, 4개의 중상급 호텔인더블 트리엠버시 스위트’, 5개의 고급 호텔인힐튼’, 가장 가격이 비싼 럭셔리 호텔인월도프 아스토리아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 힐튼은 초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세분시장을 모두 대응하는 풀라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전면적인 대응전략에서 주의할 점은 자원 배분과 타이밍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특히 진입시기의 경우 순차적으로 브랜드를 출시할 것인지,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 전략은 측면공략(outflank) 전략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통한 풀 라인업 전략이나 특정 세분시장을 찾아 집중하는 전략이 기존 시장에 주력하는 것이라면 측면공략은 새로운 시장이나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이다. 90년대 중반 인터콘티넨털은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장기투숙이 가능한(extended stay) 새로운 유형의 호텔을 개발했다. 주로스위트라고 불리는 이러한 유형의 호텔은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좀 더 길게 투숙하는 대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공했다. 혹은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호텔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우드는 X 세대를 겨냥해서 아방가르드한 디자인과 최고급 레스토랑, 갤러리를 포함한 새로운 성격의 럭셔리 호텔인더블유(W)’를 선보였다. 측면공략 전략의 경우는 근본적으로 틈새시장인 경우가 많고 경쟁자에 의해 재빨리 모방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초경쟁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전략 이론이 조언하는 것처럼 한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일이 대단히 힘들다. 지속성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자신을 급속도로 둘러싸는 경쟁자의 움직임을 놓치고 다양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때는 오히려 일시적인(temporary) 경쟁우위를 연속적으로 창출하는 노력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전략이 아니라 다양한 경쟁에 대응한 다수의 전략을 추구할 수도 있다. 비록 호텔 산업에 한정된 사례연구였지만 본 연구에서 제시한 세 가지 전략 유형은 최근 여러 산업에서 확산되고 있는 초경쟁 상황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dhlee67@catholic.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평생 함께 연구한 학자들이노벨상 받는 까닭은?

Based on “Where do creative interactions come from?: The role of tie content and social networks” by Sosa, M. E. (Organization Science, 2011 vol. 22, no. 1: 1-21)

 

왜 연구했나?

창의성 경제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어떻게 하면 창의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역시 창의성과 창조경영을 새해의 화두로 내걸고 있다. 그렇다면 조직구성원의 창의적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너드(D. Leonard) 하버드대 교수는 창의적 발견이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이 혼자서 해내는 고독한 작업에서 나온다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하며 창의성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집단협력(group collaboration)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최근 기업들이 천재적인 직원을 뽑는 방식에서 평범한 직원들도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창조경영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디오(IDEO), 픽사(Pixar), 레고(LEGO)와 같은 세계 유수의 창의적 기업들 역시 직원 간 협력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 내에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야 창의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는 창조경영을 지향하는 모든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소사(M. Sosa) 인시아드(INSEAD) 교수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대상으로 직원들이 어떠한 상호관계와 네트워크 구조를 가질 때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산출하는가를 연구했다. 창의성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개인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창의성이 증대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강한 관계보다는 약한 관계로 연결되고 폐쇄적인 네트워크보다는 연결의 밀도가 낮은 네트워크 내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창의성 연구의 권위자인 아마빌(T. Amabile) 하버드대 교수는 창의적 발견이란 결국 기존의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새롭게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관련 분야의 풍부한 지식이고 이것에 자신의 업무에 대한 내재적 동기부여와 창의적 스킬(skill)이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 구성원의 다양성과 다양한 연결관계가 중시됐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사 교수는 두 직원이 맺는 양자관계(dyadic relationship)의 성격과 이 양자관계를 통해 어떠한 지식과 정보가 교환되느냐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 연구는 강하고 친밀한 관계를 가진 동료 한 사람으로부터 넓은 범위의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약한 관계로 연결된 많은 사람들로부터 각각 다양한 지식을 얻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왜냐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는 생산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동료집단과 회사 내에서 유용한 것으로 평가되어야만 실행에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생산자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해도 동료집단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강하고 친밀한 관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새롭고 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아이디어 생산자가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내재적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또한 친밀한 관계는 보통 긍정적 정서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창의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연결 정도가 창의성에 미치는 효과는 다소 복잡하다. 이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는 협력적인 환경을 만들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소속집단에 헌신하도록 하기 때문에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고 예측했다. 기존 연구에서 중복되지 않는 다양한 지식을 얻기 위해 구성원 간 연결 정도가 낮은 네트워크가 좋다는 결론과는 다르다. 그러나 지나치게 연결이 높은 네트워크는 다른 동료들의 생각에 동조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과 집단사고(group thinking)가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네트워크의 연결 정도가 높아짐에 따라 창의적 성과도 어느 수준까지는 높아지다가 다시 낮아지는 역U자형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이 연구는 지금까지 창의성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됐던 약한 관계와 서로 연결되지 않은 네트워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강한 관계와 중간 정도의 네트워크 연결 정도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입증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본 연구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개발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 6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 회사는 총 7개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6개 제품은 기존 제품을 개선 및 향상시키는 것이 주업무다. 나머지 하나는 신제품 개발이 업무였다. 각각의 제품은 각기 고유한 기술과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본 연구에서는 7가지 제품 관련 지식을 직원들이 얼마나 서로 교환하는가를 지식의 범위(breadth)로 측정했다. 이어서 각 직원 간에 실제로 맺어진 총 609개의 양자관계를 대상으로 관계의 특성을 살펴봤다. 측정된 변수는 각 직원이 상대방을 얼마나 친밀하게 생각하는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얼마나 자주하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제3의 직원들이 서로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네트워크 밀도로 측정했다. 창의성 성과로는 상대방으로부터 지식이나 정보를 받은 직원(recipient)이 각각의 관계를 통해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얼마나 용이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를 7점 척도로 평가했다. 이 밖에 양자관계를 맺은 각 직원이 공통의 지식배경을 가졌는가, 교환되는 지식이 형식화하기 용이한가, 창의적 성과를 평가한 직원의 전문성은 어느 정도인가를 함께 포함해 그 효과를 통제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결과는 소사 교수의 예상과 일치했다. 먼저 동료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광범위한 제품군의 지식을 전달받은 직원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중요한 요인은 지식의 다양성과 범위였다. 새로운 지식을 전달받았느냐의 여부가 아니었다. 이것은 지식의 원천이 한 사람의 동료였더라도 여러 종류의 광범위한 지식을 전달받을 수만 있다면 서로 다른 지식을 가진 여러 명의 동료에게서 지식을 얻은 것 이상으로 창의성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업무 관련 친밀성(closeness)은 창의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의사소통의 빈도(frequency)는 그렇지 않았다. 관행적으로 업무상의 보고나 의견을 나누는 피상적인 관계보다는 각자가 상대방을 업무 관련 문제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강한 관계라고 생각할 때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산이 증가했다. 자신의 업무에 대한 내재적 몰입이 높아지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상대방 동료가 지원할 것이라는 확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의 연결 정도가 창의성에 미치는 효과는 직선적 관계가 아니라 역U자의 곡선형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 정도가 평균 이하에서는 창의적 성과가 증가하다가 평균 이상으로 높아지면 오히려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산이 감소했다. , 동료들 간의 연결 정도가 평균 주위의 적당한 수준일 때 창의적 성과는 극대화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창의성을 촉진하는 조직설계에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개발 부서는 각자 전공지식과 전문성이 다른 직원들을 프로젝트에 따라 배치해서 상호 경쟁하는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것은 각자가 가진 다양한 지식과 전문성이 서로에게 전달되고 약한 관계로 연결된 다른 팀 직원끼리도 효율적으로 지식교환이 이뤄진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이와 다르다. 이질적인 직원 간의 지식교환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극단적으로는 각 프로젝트 팀이 전혀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채 거의 비슷한 솔루션(solution)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사례도 있었다. 본 연구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강하고 친밀한 관계도 광범위한 지식을 교환할 수만 있다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것은 마치 전송속도가 떨어지는 통신망을 여러 개 갖는 것보다는 텍스트, 음성, 영상이 동시에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광대역(broadband) 통신망 하나를 갖는 것이 더 나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각 직원이 충분히 다양한 지식 레퍼토리(repertory)를 가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IDEO와 같은 기업에서 다양한 전공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관련된다.

다음으로, 적절한 정도의 연결성과 함께 직원들 간의 강하고 친밀한 관계는 창의성을 만드는 또 다른 토양이다. 약한 관계만이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평생을 함께 공동연구를 해 만년에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는 학자들처럼 강한 관계는 함께 일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제공한다. 스티브 잡스(S. Jobs)는 생전에혁신은 연구개발비 규모와 무관하다. 혁신은 당신과 함께하는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와 관계가 있다(Fortune, 1998)”고 말했다. 관계갈등이 최소화된 강한 관계는 업무에 대한 근본적인 동기부여와 헌신을 가져다줄 것이다. 구글(Google)이나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기업이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환경과 함께 강하고 끈끈한 동료의식(camaraderie)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자원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목적을 위해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실패에 대한 포용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역시 이러한 관계의 효과로 추가하고 싶다. 창의성과 혁신은 많은 실패로부터 나온다. 동료의 실패나 어설픈 성과를 비난하거나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로 이용하려는 곳에서 진정한 창의성이 꽃피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myhoc@ewh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메릴랜드대 방문교수 등을 거쳐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된 연구 분야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네트워크, 인력다양성 관리, 창의성과 집단성과 등이다.

 

 

 

신뢰와 불신,두뇌활동 영역이 전혀 다르다

Based on “What does the brain tell us about trust and distrust? Evidence from a functional neuroimaging study” by Angelika Dimoka (MIS Quarterly, Vol. 34, No. 2 (June 2010), pp. 373-396)

 

왜 연구했나?

정보시스템이든 마케팅이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영자는 고객의 정확한 생각이나 심리상태를 알고 싶어 한다. 어떤 신기술에 대해 고객이 어떤 인식을 할지 궁금해 한다. 이를 위해 설문지, 인터뷰, 관찰 등 다양한 조사 방법이 개발되고 발전돼 왔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고 복잡한 고객의 심리상태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MRI를 활용해서 뇌를 통해 사람의 심리상태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돼 연구에 이용되고 있다. 본 논문은 이 방법으로 전자상거래에서 고객의 신뢰 정도를 측정하는 연구를 했다.

 

무엇을 연구했나?

논문 저자들은 고객의 신뢰(trust)와 불신(distrust)에 대해 연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상거래에서 구매자가 처음 보는 판매자가 있을 때 이 판매자의 정보(profile)를 보고 이 판매자에 대한 신뢰나 불신이 어떻게 형성되고, 이것이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했다. 일반적 연구와 다르게 신뢰나 불신의 정도를 설문지 등의 방법으로 측정하지 않고 MRI로 뇌를 직접 촬영하고 뇌의 활성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해서 측정했다.

과거에도 신뢰에 대한 연구는 많이 했지만 불신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신뢰와 불신은 같은 차원(변수)의 연속된 양쪽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신뢰와 불신이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뇌신경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서 신뢰를 관장하는 부분과 불신을 담당하는 부분은 다르다. 관장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은 사람의 심리에서도 신뢰와 불신이 서로 다른 차원일 가능성이 많다.

이 논문에서는 신뢰와 불신이 같은 차원인지, 다른 차원인지를 MRI를 사용한 뇌의 직접관찰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를 위해 가상으로옥션과 같은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다양한 판매자의 프로파일을 만들어서 피실험자에게 제시했다. 이때 신뢰와 불신의 차원을 분리해서 프로파일을 작성한다. , 각 판매자에 대해서 믿을 만하다는 자료(예를 들어, “문의하면 즉각 답을 해 주었다)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자료(예를 들어, “설명 없이 사이트에 있는 제품정보와 다른 제품을 배송했다)가 섞여 있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정보의 비율을 조정해서 다양한 판매자 프로파일을 작성했다. 그 결과, 신뢰와 불신의 정도가 다 높은 판매자, 둘 중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은 판매자, 둘 다 낮은 판매자 등의 다양한 프로파일 작성이 가능했다.

피실험자는 이들 판매자의 정보(프로파일)를 사전에 읽고 MRI 기계에 들어간다. MRI 촬영 중에는 움직일 수 없으므로 피실험자의 눈에 부착돼 있는 표시장치를 통해서 판매자의 정보가 하나씩 표시된다. 피실험자는 제시된 판매자를 판단하고 이 판매자에 대해서 얼마의 가격할증(혹은 할인)이 있는 경우 구매를 할 것인지를 손에 쥔 버튼으로 응답하게 된다. 보통 믿을 만한 판매자에게는 높은 가격을 주고라도 구입하려는 가격할증이 발생하고 믿기 어려운 판매자에게는 가격이 낮아야만 구입하는 가격할인이 발생한다. 이와 동시에 판매자의 뇌를 MRI로 촬영해서 각 판매자의 정보를 볼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 되는지를 분석했다. 또한 MRI 촬영이 끝난 후에 사후 설문을 통해서 MRI 분석의 결과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분석해서 타당성을 검증했다.

 

연구결과

신뢰의 정도와 불신의 정도에 따라서 뇌의 서로 다른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신뢰는 뇌에서 보상, 예측, 불확실성 등을 관장하는 부분과 관련이 있는 반면 불신은 감정, 손실에 대한 걱정 등을 관장하는 부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신뢰에 대한 정보와 불신에 대한 정보가 뇌에서 처리되는 과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문 등을 통해서 신뢰에 대한 연구를 할 때 신뢰와 불신을 다른 차원의 심리상태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에 비해 MRI를 사용한 연구는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두뇌활동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뇌활동의 분석을 통해서 예측한 피실험자의 가격할증(혹은 할인)은 실제 피실험자의 응답과 비교했을 때 정확도가 높았다. 두뇌활동의 분석을 활용한 예측이 피실험자가 응답한 사후설문지로 측정한 정보를 활용한 예측보다 정확도가 월등히 높았다. 설문지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응답자 자신도 자신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것과 무의식적인 도덕적, 사회적인 압력(예를 들어, “이렇게 응답하면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두뇌활동을 직접 분석하면 다른 측정방법보다 사람의 행동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이 연구에서는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의도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의학적으로 사용되는 MRI를 활용해서 사람의 두뇌활동을 분석하면 심리상태와 행동의도 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런 분석방법의 한계도 있다. 첫째로 MRI를 사용한 분석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모든 분석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로는 이 방법을 잘 활용하려면 어떤 심리 상태(예를 들면 신뢰, 불안, 만족, )가 뇌의 어떤 부분과 관련이 있는지 명확히 정립돼야 하는데 수많은 심리변수 모두에 대해 이런 연구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셋째로 MRI를 활용한 연구결과를 적용하는 데 있어 현실의 실제 고객의 뇌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개별고객이나 세그먼트에 분석결과를 차별화해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MRI 분석 결과 특정 고객집단은 어떤 제품에 대해서 다른 고객 집단보다 월등히 더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를 실제 고객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고객의 뇌활동을 측정해야 하는데 그것은 현재로는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MRI를 활용해서 사람의 두뇌활동을 직접 분석하는 것은 분명히 고객에 대한 연구에서 커다란 진전이다. 이 연구방법을 활용하면 우리가 몰랐던 고객의 심리상태나 두뇌의 정보처리과정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정확한 고객 행동 예측이나 전략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경영자라면 MRI를 활용한 연구의 진전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보기술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시스템 등이다.

 

 

 

입소문 어디에 뿌리느냐가 도달고객수 100배 차를 만든다

Based on “An Empirical Study of Word-of-Mouth Generation and Consumption” by Sha Yang, Mantian Hu, Russell S. Winer, Henry Assael, and Xiaohong Chen (2012, Marketing Science 31 (6) pp. 952-963)

 

왜 연구했나?

최근 구전(입소문)만큼 마케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가 있을까? 1940년대부터 이뤄져 온 다양한 구전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구전이 다른 마케팅 소통 수단(: 광고)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고객들이 온라인상에서 연결되고 있는 SNS 세상에서는 구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 컨설턴트는해당 기업이나 제품을 친구나 친지에게 얼마나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를 기업의 장기적 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궁극적인 질문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Net Promoter Score(NPS)라는 형태의 지표로 소개했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구전을 통한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구전의 생성 즉, 얼마나 소비자들이 남들에게 추천하고 소개하는 구전을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구전의 소비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의사결정에 있어 얼마나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을 참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구전 관련 연구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구전의 생성과 소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 두 가지 구전 관련 활동 사이에는 긍정적인 보완 관계를 통한 시너지가 있을 수도 있고 부정적인 대체 관계가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남가주대(USC)의 샤 양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구전의 생성과 소비 간의 관련성을 밝힐 수 있는 계량적 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실증해 봄으로써 마케터들에게 구전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하고자 했다.

 

무엇을 연구했나?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던졌던 핵심 질문은 간단하지만 매우 본질적인 것들이었다.

● 구전의 생성과 소비에는 과연 연관성이 존재하는가? , 구전을 많이 일으키는 것이 구전을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행위와 관련돼 있는가?

●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연관성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 , 구전의 생성과 소비 사이의 연관성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긍정적이라면 구전을 많이 일으키는 소비자가 구전도 많이 참조한다는 의미일 것이고 부정적이라면 구전을 일으키는 소비자들과 구전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은 따로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 경험이나 미디어에 대한 노출은 이러한 구전의 생성과 소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위에 열거한 모든 관련성에 있어 고객들 간의 차이는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구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가?

 

어떻게 연구했나?

저자들은 마케팅 학술연구에서 소비자들의 선택 행동을 설명하는 데 많이 사용되는 계량적 분석법인 이산선택 모형(discrete-choice model)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구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고 상정하고 이 선택들 간의 관련성 정도를 측정하고자 했다.

저자들은 이 모형을 영국 자동차 산업에서 취합된 자료에 적용해 실증했다. 이 자료는 2007년 이후 1년 이내에 자동차를 구입한 4544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자료이며 각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타인의 구전을 활용했는지(구전의 소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구전 활동을 했는지를(구전의 생성) 측정했다. 이 두 가지 핵심변수 이외에도 최초 구매 여부, 연간 운행거리, 해당 구매 이전 보유 자동차 수 등의 제품 사용과 관련된 변수와 신문, 인터넷, TV 등에 대한 미디어 노출 관련 변수, 수입, 성별, 나이 등의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이 측정됐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들을 도출했다.

● 소비자들은 구전을 생성하기도 하고 소비하기도 하지만 그 성향에 있어서는 차이점을 보인다. , 어떤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구전을 생성하는 데 비해 어떤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의 추천이나 의견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구전 소비 활동에 더 적극적이었다.

● 구전의 생성과 소비 활동 사이에는 강한 연관성이 존재한다.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두 가지 활동 사이에는 보완적 관계, 즉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데 비해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대체적 관계로 나타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남성, 젊은 고객, 교육 수준이 높은 고객, 수입이 높은 고객, 자동차 사용 경험이나 인터넷에 대한 노출 경험이 더 많은 고객들은 주로 보완적 관계를 보였고, 그렇지 않은 고객들은 주로 대체적 관계를 보였다. 대체적 관계를 보인다는 것은 구전을 생성할수록 남의 구전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반영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 경험이나 미디어에 대한 노출 정도는 구전의 생성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구전의 소비와는 일정한 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 더 많은 운전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구전을 생성하고 최초 구매자들은 구전 생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또한, 더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구전을 생성한다. 그러나 구매경험이 적을수록 더 많이 타인의 추천이나 의견에 의존하며 (음의 상관관계) 인터넷에 더 많이 노출된 소비자일수록 더 구전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의 상관관계)

제품의 사용 경험과 구전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는 소비자 간 이질성이 존재한다. 이는 구전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초기 타깃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구전 마케팅의 씨앗(seed)을 어떤 소비자 그룹에게 뿌리느냐에 따라 두 단계 정도의 구전을 거치면 총 도달 고객 수에서 3배에서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연구결과의 교훈은?

이 논문은 구전을 일으키는 생성 프로세스와 타인의 구전을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소비 프로세스 사이의 상호작용을 최초로 실증적으로 연구한 데 그 의의가 있다. 또 이 연구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등의 활용을 통해 구전 내용을 질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보완된다면 종합적인 구전 활동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유시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shijinyoo@korea.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UCLA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싱가포르 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재해로 신문배달 안되면 주식거래 줄어든다

Based on “The Casual Impact of Medial in Financial Markets” J. Engelberg and Christopher A. Parsons, Journal of Finance 2009

 

무엇을 연구했나?

언론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는 재무금융(Finance) 분야의 고전적인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컨센서스(Consensus)가 형성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소위 말하는 원인/결과(Causality) 문제 또는 내생성(Endogeneity)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어떤 사건을 생각해보자.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첫째, 언론에 의해 그 사건이 보도되면 투자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서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관찰할 수 없는 요인(unobservable factor)이 투자자의 행동 및 언론의 기사화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상존한다. 매우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언론도 다루고 투자자도 반응할 수 있는 경우다. 이럴 때는 언론이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그 사건 자체가 언론과 투자자에게 동시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후자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어떻게 분리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결론 자체가 침신하다기보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고전적인 주제에 좀 더 엄밀한 결과를 제시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J. Engelberg C. Parsons(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는 기업이익발표(earning announcement) 내용이 언론에 기사화됐을 때 투자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 우선 1991년부터 2007년까지 S&P500 회사의 기업이익발표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기업이익발표 전후의 언론 보도를 Pro Quest’s newspaper database를 통해 분석했다. 또한 약 78000가구(개인투자자)의 주식보유 및 거래 자료를 수집했는데 주로 Compustat/CRSP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했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 연구의 발견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량(trading volume)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인데 이들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사용했다. 1996년 전까지 미국은 인터넷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서 투자자들이 배달돼 오는 종이신문에 의존했다. 미국에는 눈(blizzards)과 폭풍(hailstorms) 같은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런 날은 종종 신문이 배달되지 못했다. 저자들은 1991년부터 1996년 사이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의 자료를 모아 분석했다. 즉 기업이익발표가 기사화됐지만 독자(투자자)들에게 정보가 전달되지 못했을 때 주식 거래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이렇게 하면 앞에서 말한 원인/결과 또는 내성성의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고 학문적으로 엄밀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자연재해로 신문이 배달되지 못했을 때 주식거래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론이 금융시장에서 유의미한 정보 전달자로 역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또한 언론이 사는 행위(buy)와 파는 행위(sell)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changmin0415@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 이동현 |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dhlee67@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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