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신감이 인맥 활용 수준 높인다

이승윤,안도현,이주성,강형구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Human Resources

 

Based on “Status Differences in the Cognitive Activation of Social Networks” by Smith, E. B., Menon, T., & Thompson, L. (Organization Science, 2012 vol. 23: 67-82)

 

 

 

왜 연구했나?

 

최근의 주요 화두 중의 하나는 단연코 소셜네트워킹 또는 사회적 네트워킹이라고 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하건, 통하지 않건 다른 사람들과의 인맥을 유지하고 넓혀가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 또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네트워크 및 인맥은 구직 등 주변의 도움이나 정보가 절실한 경우에 그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다. 예전에 비해 실직 및 이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사회적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이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그러한 개인차 중에서도 자신이 인식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정도에서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새로운 직장에 대한 정보의 차이를 낳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논문은 두 개의 대조적인 사례로 시작된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빈 파웰(Marvin Powell)이라는 디트로이트의 생산직 근로자의 실직 사례가 첫 번째다. 파웰은 제너럴모터스(GM)에서 근무하다가 실직했는데 그는 실직 후에 가까운 친구들이나 가족, 친지하고만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그들과 더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사례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크 고햄(Mark Gorham)이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의 이야기다. 고햄은 휴렛패커드(HP)의 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실직했는데 그의 실직 후 모습은 첫 번째 사례의 파웰과 매우 대조적이다. 고햄은 실직 후 8년간 연락이 없던 예전 동료에게 연락을 하는 등 매일 3명의 새로운 인맥을 형성해 나갔다. 고햄의 목표는 그 달 말까지 모두 60명의 새로운 인맥을 만드는 것이었다.

 

위의 두 사례에 등장하는 파웰과 고햄 모두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두 사람의 구직 전략은 매우 다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할 수 있는 생산직 근로자인 파웰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사회적 네트워크로 관계의 범위를 축소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화이트칼라 근로자인 고햄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장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자신이 인식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는 권력의 유무에 관한 인식과 직결된다. 자신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실직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사회적 네트워크의 확장 전략을 채택한다. 반대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낮게 인식하는 사람은 권력으로부터도 멀어져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실직 등의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주변의 가까운 친구와 가족, 친지들과의 네트워크로 사회적 관계를 한정 짓고 그 안에서 위안을 찾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인식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회적 네트워크의 활용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문과 실험 연구를 통해 살펴봤다.

 

어떻게 연구하고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설문연구를 위해 1985년도 General Social Survey(GSS)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설문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대표성을 띠는 미국인 1395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80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실직의 위험을 느낄 경우 더 광범위하고 많은 사회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GSS 데이터가 한 시점에서 이뤄진 설문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고 어쩌면 예상했던 관계와 반대방향의 관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이미 협소하기 때문에 실직 위험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는, 역방향의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실험연구를 추가로 진행했다.

 

실험연구를 위해 미국 중부의 한 대학교 학생 108명을 모집해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측정했다. 미국 내 사회적 계층을 나타내는 피라미드를 보여주고 자기 가족이 피라미드상 어디에 위치하는지 선을 그어 표시하도록 했다. 학생이 응답한 가계수입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학생들을 두 개의 실험 집단으로 나눴는데 한 집단은구직을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생각해 보라고 함으로써 안정적인 직업의 느낌을 가지도록 했다. 다른 집단은실직을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생각해 보라고 함으로써 불안정한 직업의 느낌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측정하기 위해중요한 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주고 최대 10명의 이니셜을 적도록 했다.

 

실험연구의 실증분석 결과 또한 설문연구 결과와 일관되게 나타났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낮게 인식할수록 실직 등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더 협소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생각해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게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실직과 같은 상황에서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생각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사회적 네트워크가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실직 같은 위협적이고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이들이 활용하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다르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게 인식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인정받고 확인받기 위해 오히려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낮게 인식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더 협소하고 가까운 관계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효용에 대해서는 기존 많은 연구와 경영 관련 서적, 잡지에서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특히 첫 직장을 찾는다든지 실직 후 다음 직장을 찾는 등의 상황에서는 유용한 정보의 원천으로서 사회적 네트워크의 효과적인 활용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안다고 해서 모두가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본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낮게 인식하는 사람의 경우는 어쩌면 다음과 같은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실직 후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가지고 위축돼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그 안에서 위안을 찾다 보니 새로운 정보나 기회로부터 멀어져 결과적으로 실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업과 일선 관리자들에게 본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종업원들에게 새로운 직무 관련 기술을 교육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이들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종업원들이 자신과 가까운 친구나 동료들과의 사회적 네트워크에만 집중하지 않고 인맥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링크트인(LinkedIn)이나 페이스북(Facebook)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활용하도록 장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들 SNS의 장점 중의 하나는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비주얼화해준다는 것이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관계도 쉽게 찾아내고 관계를 재구축하기도 용이하다. 종업원들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면 새로운 정보와 지식, 조언을 구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종업원들이 가까운 동료들과의 관계에만 집중할 경우 끼리끼리 뭉쳐 팀 내 팀이 형성되는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볼 때도 기업과 관리자들이 종업원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승윤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syrhee@hongik.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미국 미시간대에서조직행태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경영학회 조직행태론 분과에서 수여하는최고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종업원의 감정 및 정체성, 사회적 네트워크, 회사에 대한 애착감 형성, 기업 및 종업원의 덕이 있는(virtuous) 행동의 효과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Psychology

 

화부터 내지 말고

감정조절 방법 익혀라

 

Based on “Turn Down the Volume or Change the Channel? Emotional Effects of Detached Versus Positive Reappraisal” by Michelle N. Shiota & Robert W. Levenson (2012,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3(3), 416-429)

 

 

왜 연구했나?

 

살다 보면 좋은 일만 겪을 수는 없다. 마음 상하고 고통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분통 터져도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다. 그런데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면 해롭다. 몸과 마음이 상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조절해야 한다. 감정조절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할지, 감정을 어떻게 경험할지, 혹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등을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감정조절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대표적인 방식이 재평가(reappraisal). 감정경험은 상황과 대상에 대한 인지적 평가(appraisal)의 결과인데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생각을 바꾸거나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 재평가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보다 인지적 재평가에 의한 감정조절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유익하다. 인지적 재평가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 초연적 재평가(detached reappraisal)와 긍정적 재평가(positive reappraisal)가 대표적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부정적인 감정경험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어느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는 이전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을 연구했나?

 

인지적 평가이론에 따르면 감정을 경험하는 데 두 종류의 평가작용이 있다. 하나는 자동적인 평가다. 주어진 상황에 우호적인지, 혹은 적대적인지에 대한 평가작용이다. 우호적일 때 긍정적인 감정을, 적대적일 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주로 뇌의 편도체의 작용으로 평가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또 다른 평가작용은 의식적인 평가다. 주어진 상황이 확실성이 높은지 낮은지, 책임의 소재가 상대방에게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 등에 대한 평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부정적인 감정경험이라도 공포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지만 분노는 확실성이 높다. 상황 발생의 책임소재 역시 다르다. 공포는 책임소재가 모호하지만 분노는 상황 발생의 책임이 전적으로 타인에게 있다. , 인간의 감정경험은 1차적으로 편도체에서 상황이 위협적이라고 평가한 다음 2차적으로 전전두엽의 인지적 평가에 따라 경험하는 감정의 종류가 세밀해진다. 인지적 평가는 편도체에서 자동적으로 이뤄진 평가를 후속적으로 전전두엽에서 해석하는 과정이라 2차적 평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2차적 평가가 역으로 편도체에서 1차적으로 이뤄지는 자동적 평가를 바꾸기도 한다. , 편도체에서는 1차적으로 위협이라고 평가했지만 전전두엽에서 편도체의 작용을 제어하면서 상황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할 때 부정적인 감정경험이 크게 완화된다. 뇌영상 연구에 따르면 주어진 상황에서 인지적 재평가를 할 때는 전전두엽이 활성화하고 편도체는 전전두엽의 활성화 정도에 반비례해서 비활성화한다. 재평가는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유익하다. 위협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을 억제하기보다 재평가를 할 때 삶의 만족도가 더 높고, 인간관계도 좋으며, 우울증 등의 위험도 낮다. 감정경험의 재평가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이 중 초연적 재평가는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것을 말한다. 주어진 상황을 위협으로 해석하지도 않고 기회로도 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라디오에서 싫어하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 볼륨을 줄이는 행위에 해당한다. 긍정적 재평가는 초연적 재평가와는 달리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난치병에 걸린 배우자와 함께 살아 가는 사람의 경우 주어진 상황에서 난치병에 집착하기보다 배우자와 함께 난치병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친밀감이나 신뢰에 주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싫어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채널을 바꾸는 행위에 해당한다.

 

 

연구방법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소재) 146명의 참가자를 2개 집단(초연적 재평가 vs. 긍정적 재평가)으로 나눈 뒤 각각 6종류의 동영상을 보도록 했다. 동영상은 3분 정도의 길이였다. 처음 3종류의 동영상을 볼 때는 단지 보기만 하라고 했다.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상태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에 슬픔을 유발하는 동영상(어머니가 사고로 두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과 역겨움을 유발하는 동영상(동물의 내장을 생으로 먹는 장면)을 보았다. 이후 초연적 재평가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동영상을 보면서 초연하고도 비정서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장면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라고 했다. 긍정적 재평가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동영상을 보면서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다. 두 집단 모두 가능하면 부정적인 정서를 덜 느끼라고 했다. 참가자들의 감정경험은 자술식 보고와 함께 생리적 반응(혈압, 심장박동, 호흡, 피부전도 등)과 얼굴표정(감정을 나타내는 미세근육의 움직임 측정)을 통해 측정했다. 예를 들어, 얼굴표정의 경우 안면 감정 부호화 체계(FACS·Factial Affect Coding System)와 정서적 안면 작용 부호화 체계(Emotion Facial Action Coding System)에 따라 얼굴의 미세근육 움직임을 부호화했다. 역겨움의 경우 AU9(코주름에 작용하는 얼굴 근육), AU10(위쪽 입술을 끌어올리는 얼굴 근육, AU23(입술을 당기는 얼굴 근육), AU24(입술을 누르는 얼굴 근육) 등이 함께 움직인다. FACS 훈련과정을 수료한 분석가들이 얼굴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측정했다.

 

연구결과

 

초연적 재평가와 긍정적 재평가 모두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경감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연구자들은 긍정적 재평가가 초연적 재평가보다 더 효과적으로 부정적 감정경험을 완화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론은 반대로 나타났다. 초연적 재평가가 긍정적 재평가보다 감정적인 고통을 더 누그러뜨렸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나타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감정을 무작정 억제하기만 하면 부작용이 크다. 만성적으로 감정을 억제하면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나빠진다. 따라서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조절해야 한다. 감정조절에는 상황에 대해 초연적으로 재평가하는 방식과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방식이 있는데 초연적 재평가가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특히 복합적인 상황에서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감당하기 어려울 때 효과적이다. 긍정적인 구석을 찾기 힘들 때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초연적 재평가는 처한 상황을 개선하도록 이끄는 측면이 있다. 반면, 긍정적 재평가는 처한 상황에 안주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긍정적 재평가가 초연적 재평가보다 나은 점도 있다. 감정적 고통을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긍정적인 감정경험을 하도록 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감정조절과 감정억제는 운전에 비유할 수 있다. 감정조절은 기어를 조절해 속도를 줄이는 것에 해당한다. 반면 감정억제는 기어는 그대로 둔 채 브레이크만 밟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감정을 억제해야 할 때가 많지만 이때 무작정 억제만 하면 자동차 엔진이 망가지듯 사람의 몸과 마음과 인간관계 역시 함께 망가진다. 기어를 적당히 낮은 단계로 조정하듯 감정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주어진 상황에서 초연해지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의 비감정적인 요소에 의도적으로 주의의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달리 말해, 마치 본인이 제3자인 양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때 상황을 굳이 긍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마치 시끄러운 라디오의 채널을 바꾸지 않고 단지 소리를 줄이듯 말이다. 일반적으로 감정을 경험할 때는 편도체가 감정경험의 방향(긍정 vs. 부정)을 정한 다음 전전두엽이 이를 보다 세밀하게 해석하지만 감정경험의 재평가는 반대 방향이다. 편도체가 정한 감정경험의 방향을 전전두엽이 달리 해석해 편도체의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작용이다. , 감정경험의 재평가는 전전두엽이 능동적으로 활성화했을 때 보다 효과적이다. 전전두엽은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보다 글을 쓸 때 효과적으로 활성화한다. 분통 터지는 일이 있다면 감정을 일단은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상황에서 셋을 세면 일단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감정을 억제하는 데서만 그치면 해롭다. 억제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감정을 조절해 분통터지는 상황에 대해 초연해질 필요가 있다. 초연해진다는 것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 상황을 경험하는 당사자이지만 마치 제3자인 양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때 그 상황을 글로 쓰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안도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Technology Management

 

국제화 잘된 기업

혁신 성과도 크다

 

Based on “The role of internationalization in explaining innovation performance” by Kafouros M.I., Buckley P.J., Sharp J.A. and Wang C. Technovation (2008) Vol. 26, issue 7, pp. 827-836.

 

 

왜 연구했나?

 

혁신은 기업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실증적 연구에서는 혁신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가 어떤 회사에서는 실패를 야기하고 어떤 기업에서는 큰 이득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원인이 분명하지 않았다. 본 논문은 기존 연구에서 상충됐던 요인들을 함께 연결 지어 바라볼 수 있는 분석틀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을 연구했나?

 

혁신과 기업 성과의 관계를 기업의 국제화 정도(degree of internationalization)를 매개변수로 해 그 중간 역할을 관찰했다. 본 연구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통해 충분한 혁신성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일정 수준의 국제화 정도(some threshold of internationalization)를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 국제화 정도와 혁신 역량의 연결성

기업이 국제화되면 기업의 혁신 역량이 증가한다. 새롭고 다양한 자원과 아이디어 노하우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다양성을 가진 기업일수록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다양한 자원에 대한 접근 채널이 넓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나 혁신역량이 높아진다. 기업의 국제화가 기업 혁신 역량을 높이는 또 다른 이유는 조직의 학습역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Hitt et al.(1997)에 따르면 기업이 국제화돼 있을수록 여러 지식과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다양한 시장에 대해 기회를 포착하게 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조직의 학습역량이 증가하고 기업의 혁신역량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 밖에 기업 내부의 다양성을 가진 연구원들로부터 얻는 이득, 지역 산학기관과의 협업관계로부터 얻는 이득, 다양한 국가에 속한 부서로부터 R&D에 쓰이는 자원을 저가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다.

 

2. 혁신의 전유성 이용과 기업의 국제화의 연관성

기업이 국제화되면 혁신에 대한 전유성도 증가한다. 국제화를 통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다양한 외국 소비자의 필요에 응답할 수 있게 되며, 여러 지역의 시장에서 사업활동을 함에 따라 특정한 시장에서만 활동을 할 때보다 시장의 격동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국제기관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보완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돼 경쟁사 대비 전략적 우위를 점령할 수도 있다. 반면 국제화된 기업이 접하는 어려움으로 기업 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과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이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UK R&D Scoreboard Survey and Firms’ Financial Reports에서 얻은 데이터 중 84개의 큰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1989년부터 2002년간 조사돼 온 패널 데이터(각 기업의 성과, 유형자산, 근로자 수 혁신 수, 국제화 정도)를 사용해 실증적 연구를 진행했다. 기업의 성과와 혁신활동(Innovative activity) 간의 상관성을 측정하기 위해 콥-더글라스 생산함수(Cobb-Douglas production function)를 연구 목적에 맞게 보완해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기업의 국제화 정도라는 요인이 기업의 성과와 혁신활동 사이에서 어떠한 조절효과를 가지는지 살펴봤다.

 

종속변수인 기업의 성과(P)는 기업 직원당 판매수익(sale revenue/employee)으로 측정됐다. 독립변수인 유형자산(K)은 각 회사의 직원들이 사용 가능한 capital service로 측정됐고 노동 투입(L)은 기업의 인력 수, 혁신(I) R&D intensity로 측정(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됐다. 기업의 국제화 정도는 총 기업 판매량 중 국외 판매량으로 측정됐다. 통제변인으로는 기업의 high tech/low tech의 유무, 기업의 사이즈, 업력, 기업이 속한 산업군이 사용됐다.

 

무엇을 발견했나?

 

혁신(I) 계수를 살펴보면 기업이 혁신행동에 대한 투자를 늘릴수록 기업의 성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의 혁신행동과 기업의 성과 사이에서 기업의 국제화 정도가 조절효과를 가진다. 기업의 국제화 정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혁신행동과 기업의 성과 간의 영향력이 높아진다. 본 연구에서는 조사대상 기업의 국제화 레벨을 0.20∼0.95로 나누고 0.69를 중간값으로 해 국제화가 낮은 그룹과 높은 그룹으로 나누어 기업의 혁신행동과 기업의 성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기업의 국제화 정도가 낮은 그룹에서는 기업에서 혁신활동에 투자하는 게 기업의 성과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로부터 기업의 혁신활동에 대한 투자와 기업 성과 간의 관계에서 기업의 국제화 정도가 그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국제화 정도가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같은 비용으로 하나의 시장에 투자하는 기업과 다양한 시장에 투자를 하는 국제화 기업을 비교해 봤을 때 국제화 기업이 더 많은 혁신적 성과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둘째, 국제화 정도가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그 성과가 뛰어났다. 그 이유로 본 연구에서 제시한 다양한 지역의 산학 협력 관계, 저가의 R&D 자원의 충당 가능성, 새롭고 다양한 정보와 아이디어 기술에 대한 이득 등이 발견됐다. 셋째, 국제화 정도가 2배 더 뛰어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2배나 높은 혁신 성과를 가진다는 실증적인 결과가 관찰됐다. 넷째, 흥미로운 것은 국제화 정도의 영향의 한계 문턱(threshold)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국제화 정도가 어느 한계 문턱을 넘지 않을 경우, 국제화로 인한 효과를 혁신에 대한 성과로 얻어내기가 힘들었다. 다섯째, 기업의 크기와 국제화 정도는 예상한 대로 큰 연관성이 발견됐다. ,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기업의 국제화 정도가 커야 기업의 혁신 성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기업의 혁신 성과를 언급할 때 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참조해야 하는 중요성을 보여줬다. 또한 기업에서 혁신의 경제적 성과를 논할 때 국제화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 결과가 과소평가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은 경영자는 기업규모에 따라 국제화 정도를 진전시켜 나가야만 혁신의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국제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본 연구결과를 기업전략에 응용해볼 만하다.

 

 

이주성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jooslee@kaist.ac.kr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대(UIUC)에서 공학사, MIT에서 기술정책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도쿄대 경제공학연구센터 연구원, 엔트루(Entrue)컨설팅 파트너스 선임 컨설턴트,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 연구 분야는 개방형 연구개발 전략, 친환경 기술혁신, 하이테크 산업정책 등이다. 저서로 <기술경영전략 Plus> <미래경제와 사회적 기업> 등이 있다.

 

 

Finance&Accounting

 

서브프라임 이후

금융혁신을 선순환시키자

 

Based on “Securitized banking ang the run on repo” by Gary Gorton and Andrew Metrick,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Volume 104, Issue 3, June 2012, p.425-451

 

연구배경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2007년 여름에 발생했다. 사태 발생 초기, 많은 전문가들이 서브프라임 시장의 부실 규모가 작아서 파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메릴린치 CEO 스탠리 오닐이나 골드만삭스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 등도 낙관적인 예상을 내놨다. 언론에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표현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서브프라임 사태는 전 세계적인 금융 및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CEO가 낙관론을 폈던 메릴린치는 BOA에 인수됐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잘 극복하고 있다며 훌륭한 위험관리 체계를 가진 것으로 칭찬받던 리먼브러더스도 결국 파산했다. 미국 전체 금융시장의 1.4%에 불과한 서브프라임 시장의 부실은 어떻게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산됐을까? Gary Gorton Andrew Metrick은 이를 유동화은행 시스템(securitized banking), 특히 리포시장(Repo market)에서의 뱅크런(Bank run)으로 설명했다.

 

19세기 미국 뱅크런과의 비교

 

저자들은 최근의 금융위기가 본질적으로 19세기 미국이 경험한 뱅크런 및 은행 위기와 동일하다고 봤다. 당시 예금자들은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은행들은 예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 대부분 현금은 대출로 나갔고 대출채권은 유동성이 낮아 쉽게 현금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현금 대신 일종의 어음을 공동으로 발행해서 인출을 요구하는 예금자들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 위기의 척도는 어음들이 시장에서 얼마나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느냐였다. 어음 거래가 중지되는 상황은 할인율이 100%인 최악의 은행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금융위기도 이와 비슷하다. 유동화은행 시스템에서 예금과 대출은 주로 리포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리포계약은 담보를 단기로 제공하고대출을 받은 후 담보를 돌려받기 위해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는 계약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된 위기가 전이되면서 유동화은행 시스템에 뱅크런이 발생했다. 모기지 파생상품들은 리포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담보자산 중 하나였다. 모기지 사태는 담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그로 인해 예금자 즉, 리포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구했고 이에 대응해 금융회사들은 리포를 회수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리포시장의 유동성이 급감하고 남은 리포계약에서도 대출자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결국 리포 이자율은 물론 리포계약에서 대출 대비 담보가치의 할인율(헤어컷이라고 한다)이 치솟게 된다. 헤어컷 상승은 19세기 금융위기 때 어음 할인율과 동일한 현상이다. 리포거래의 중지는 헤어컷이 100%인 최악의 유동성 위기 상황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림1>은 금융위기 당시 헤어컷이 50%까지 급등했던 리포런(Repo run) 상황을 보여준다.

 

 

 

 

유동성 은행 시스템과 전통적 은행 시스템

 

최근 금융위기를 이해하려면 금융혁신으로 탄생한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그림자 은행 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이라고 한다. 전통적 은행에는 지급불능 사태에 대비한 지급준비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비상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부족한 지급준비금을 공급해준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는 리포 헤어컷(Repo Haircut)이라는 비슷한 제도가 있다. 이 제도하에서 금융회사는 담보자산의 일정 부분을 지급준비금으로 설정하고 그 외 금액 가치만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전통적 은행에는 예금자보호제도가 있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는 담보가 예금자 보험 역할을 한다. 전통적 은행들은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 이자율을 조절한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서는 리포 이자율이 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 은행에서 대출은 장부에 자산으로 기록된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서 대출은 대체로 단기 계약이고 대출 자산들은 다시 패키지로 묶여서 다른 금융회사에 판매된다. 이런 자산들 중 일부는 다시 리포 거래를 위한 담보로 활용된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의 확장과 위기의 잉태

 

 유동화 은행 시스템의 폭발적인 성장은 정부 규제와 금융 혁신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이런 성장의 요인들은 이후 위기를 잉태하는 모순의 씨앗이 된다. 2004년 당시 대통령이던 조지 W. 부시는 소외계층이 집을 살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대출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금융 혁신으로 대통령 요구에 응답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들 덕분에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도 주택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많은 모기지 자산들이 형성됐고 이는 다시 급격히 팽창하는 유동화 은행 시스템의 담보로 사용됐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다양한 자산들은 다른 모기지 자산들과 섞여 포트폴리오를 형성했다. 이런 포트폴리오들은 고도의 신용파생기법을 거쳐 신용등급 높은 채권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리포계약의 중요한 담보로 사용됐다. 당시 예금자 보호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대형 금융회사들은 유동화된 자산을 담보로 하는 리포 거래를 통해 단기자금을 운용하려 했다. 이를 통해 유동화 은행 시장이 발달했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의 발달은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들을 담보로 요구하게 됐다. 모기지를 활용한 금융혁신은 이에 대응한 담보를 충분히 공급했고, 이는 다시 유동화 은행 시스템을 성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유동화 은행 시스템, 금융혁신, 모기지 시장은 선순환을 이루며 발전했으나 그 과정에서 붕괴의 조짐이 싹트고 있었다.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모기지 관련 자산들이 부실화했다. 날로 발달한 금융혁신은 전문가들조차 각종 금융상품의 가치와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했다. 서로 맞물린 모순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폭발했다. 결국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 위기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전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까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위기의 진행과 결론

 

결론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진화한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를 담보로 사용하던 거래 상대방의 파산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이는 리포시장에서 중개 역할을 하던 금융회사들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 이는 리포 거래에서인출사태를 촉발시켰다. 이 때문에 리포계약 이자율과 헤어컷이 상승했다. 즉 정해진 담보가치에서 리포계약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신용의 양이 크게 감소했다. 이를 리포런(Repo run)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마치 전통적 은행에서의 뱅크런과 비슷한 현상이다. 전반적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리포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담보 가치가 공급될 리 없었다. 결국 담보를 찾지도 못하고 계약을 이행할 유동성도 없는 많은 금융회사들이 파산에 직면했다. 이는 다시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리포런과 담보가치의 처분 및 하락을 가속시켰다. 유동화 은행 시스템 붕괴는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됐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과정은 전통적 은행 시스템에서 나타났던 뱅크런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뱅크런이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서 발생했다는 것에서만 차이가 있다. 결국 금융위기의 책임은 유동화 은행 시스템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투자은행과 모기지 관련 회사들뿐 아니라 금융감독기관에도 있다. 본질적으로 은행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나 시장이 있다면 은행처럼 규제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 감독기관들은 금융혁신의 과정과 결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고 적절히 규제할 역량은 더욱 부족했다.

 

금융혁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유동화 은행 플랫폼 같은 혁신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닐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각종 규제들은 이런 규제를 극복하기 위한 더 많은 금융혁신을 야기할 것이다. 민간 경제주체들은 금융혁신이 창출하는 기회와 위험을 이해하면 엄청난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감독기관은 전문적 이해를 바탕으로 규제 역량을 강화해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배경지식

 

모기지와 서브프라임 시장:모기지 대출(mortgage loan)이란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후 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나눠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상품의 한 종류다. 미국 모기지 시장은 크게 대출시장과 유동화시장으로 구분된다. 대출시장은 차입자 신용도를 기준으로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prime) 시장, 저신용-저소득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브프라임(sub-prime) 시장, 그 중간 단계의 Alt-A 시장으로 분류된다.

 

리포(Repo): Repurchase Agreement의 약자다. 우리말로 환매조건부 채권매매라고 한다. 리포계약에는 현물로 증권을 매도(매수)하면서 동시에 사전에 정한 기일에 증권을 환매수(환매도)하기로 하는 두 개의 매매 계약이 동시에 이뤄진다. 주로 단기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 225일 증권거래소에 Repo시장이 열렸다. 매도와 환매수의 차액이 리포이자다. 현물가치 대비 대출액(매도액) 간 차액 비율을 리포헤어컷(Repo Haircut)이라고 한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hyungkang@gmail.com

필자는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 경영전문대학 투자금융 MBA와 재무금융 트랙 주임교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듀크대 퓨쿠아 경영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장교 근무 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본부 퀀트전략팀, 삼성자산운용, 국제통화기금, 액센츄어 등에서 재무와 금융에 관한 교육 및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주 연구 분야는 비기술적 혁신, 자원배분과 전략에 대한 프로세스, 행동재무 등이다.

 

 

  • 이승윤 |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syrhee@hongik.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안도현 |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이주성 | - (현)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 일본 도쿄대 경제공학연구센터 연구원
    - 엔트루(Entrue) 컨설팅 파트너스 선임 컨설턴트
    -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등을 역임

    jooslee@kaist.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강형구 강형구 |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 경영학과 교수
    -현재 하버드대 Edmond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
    -공군장교 근무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