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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적 인재 영향력 커도 비호감

안도현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위압적 인재 영향력 커도 비호감

 

Based on “Two Ways to the Top: Evidence that Dominance and Prestige are Distinct yet Viable Avenues to Social Rank and Influence” by Joey T. Cheng, Jessica L. Tracy, Tom Foulsham, Alan Kingstone, Joseph Henrich (forthcom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왜 연구했나?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수직적인 위계질서도 필수다. 자원배분, 갈등해결, 집단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수평적인 사회라고 알려진 수렵집단에서도, 비록 사회적 규범을 통해 특정인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도 위계질서는 존재한다. 달리 말해 어느 사회건 지도자는 있기 마련이다. 위계질서는 너무나 명백한 사회현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떤 과정을 거쳐 위계가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역량설과 폭력설 등 두 견해의 대립이 좋은 예다. 역량설은 뛰어난 기술과 능력 및 이타적인 경향이 있는 사람이 구성원들의 신망을 얻어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반면 폭력설은 구성원에 대한 위협과 폭력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쟁취한다는 설명이다. 역량설과 폭력설은 상반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두 가지 현상을 모두 찾아 볼 수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CEO인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를 꼽을 때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투자가로서의 뛰어난 능력과 안목 때문에오마하의 현인이라고까지 불린다. 그의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지도자가 버핏처럼 존경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재자 소리를 듣는 CEO가 더 많은 편이다. 실제로 지도자들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독단적이고 공격적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과정은 어느 이론이 더 적절할까? 구성원의 신망을 얻어 높은 지위에 올라간다는 역량설인가, 아니면 구성원들을 제압한다는 폭력설인가?

 

무엇을 연구했나?

 

상반된 역량설과 폭력설을 하나로 통합한 이론이 위압-신망 모델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류는 진화적으로 2가지 계통의 유산이 있다. 하나는 영장류(primate)의 유산이다. 비록 진화를 거쳐 현생 인류는 유인원과는 전혀 다른 종이 됐지만 그 유산마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힘의 우위로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영장류 사회의 유산 역시 인류 사회에 남아 있다. 다른 하나는 문명을 이룩하면서 생긴 현생 인류 고유의 유산이다. 전자는 지위 상승의 수단으로 강압과 공포를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후자는 신망을 통해 지위 상승을 도모한다. 기존 폭력설과 역량설은 인류의 2가지 유산 중 하나만을 강조한 반쪽짜리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장류 사회에서 지위 상승은 적대적 경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제한된 자원에 우선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경쟁상대를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폭력이 사용되기고 하고 심리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힘의 우열이 가려지면 지배와 순종의 질서가 형성된다. 인류는 지위 상승과정에서 위압뿐 아니라 신망을 얻는 방법도 함께 사용한다.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사회학습능력을 터득한 덕이다. 이런 능력 덕에 저비용으로 유용한 정보와 능력을 확보하게 됐고 능력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모델로 떠오르게 됐다. 구성원들은 능력 있는 사람과 연줄을 대기 원하고 이 과정에서 능력 있는 사람은 구성원들의 신망을 얻어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게 된다. 비록 신망이 인류사회 고유의 지위상승 과정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위압이 완전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압과 신망은 인류가 지위상승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와 영국 에섹스대 공동연구진은 2차례의 실험을 통해 신망과 위압이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실험1에서는 191명의 대학생들을 4∼6인으로 구성된 36개 집단으로 나눠 상호작용하도록 한 뒤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실험실에 모여 테이블에 앉았다. 서로 이름을 알 수 있도록 이름표를 사용했다. 참가자들은 우선달에서의 실종과제를 풀었다. 달에 비상 착륙한 상황을 가정하고 산소탱크, 열기구, 신호탄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 15가지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과제다. 같은 과제로 20분간 집단토의를 했다. 토론에는 각자가 미리 작성한 목록을 이용하도록 했다. 20분간의 토론 장면은 2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녹화했다. 집단토의를 마친 후 구성원들에 대해 서로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내용은 토론과정에서 보여준 영향력, 통제력, 신망, 위압, 호감도 등 5개 요소였다. 이와 함께 개별적으로 작성한 목록과 집단토의를 통해 만든 목록을 비교해 영향력을 발휘한 정도도 측정했다. 개인적으로 작성한 목록과 집단 토의를 통해 작성한 목록이 비슷할수록 그 사람의 영향력과 통제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참가자들의 토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 내용을 분석해 외부인의 시각에서 토론 참가자들의 영향력, 통제력, 신망, 위압, 호감도를 분석했다. 실험2에서는 시선추적기를 사용해 신망과 위압감이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시각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지 검증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시선추적기를 쓰고 실험1에 녹화한 토의 장면을 보았다. 동영상을 본 다음에는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의 영향력, 통제력, 신망, 위압, 호감도 등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실험1: 다른 사람에게 신망과 위압 정도가 크다고 느껴질수록 그 사람의 영향력과 통제력도 역시 크다고 지각됐다. 그러나 신망이 높은 사람과 위압감이 높은 사람의 호감도는 크게 달랐다. 신망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이 높았지만 위압감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흥미로운 부분은 위압감이 높은 사람에 대한 비호감의 판단이 내부자의 평가와 외부자의 평가가 다르다는 데 있다. 동영상을 녹화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구성원들은 위압적인 사람에게 비호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정작 내부 구성원들의 주관적인 평가에서는 비호감이 나타나지 않았다. , 외부인이 보기에는 구성원들이 위압적인 사람을 싫어하는 기색을 나타냈지만 내부인은 본인이 비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 실험2: 신망과 위압이 높은 사람 모두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 호감 혹은 비호감 정도는 주목을 받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인간 사회의 위계구조는 다면적이다. 지위 상승의 방법으로 위압과 신망이 함께 존재한다.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위협적이거나, 독단적이고, 권력지향적이며, 화를 잘 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지위 상승과정에서 위압전략과 일맥 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지도자들이 지적이고, 실력 있고, 전문적인 지식을 과시하고, 이타적이며, 관대하고, 정직하고, 공평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경우는 신망을 통해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반돼 보이지만 위압과 신망은 인류 사회에서 지위 상승의 방법으로 서로 독립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 위압과 신망은 전혀 다른 작용이지만 사회 구성원은 이 2개의 전략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

 

기존 리더십 연구에서는 위압과 신망 어느 한쪽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지도자의 이기적인 측면과 서번트적인 특성을 구분한다거나 전제적인 지도자와 민주적인 지도자를 대비시키는 접근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개념적인 구분이지 지도자의 실제적인 모습은 아닐 수 있다. 현실의 지도자는 이기적인 측면과 서번트적인 측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역량이 뛰어난 지도자는 강압에 의존할 필요성이 줄고 반대로 역량이 부족한 지도자는 강압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지도자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이유는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안도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은행이 위험? 투자자가 미리 돈 뺀다

 

Based on “Bank lending during the financial crisis of 2008” V. Ivashina and D. Scharfstei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010

 

무엇을 연구했나?

 

2008년 은행발 위기는 세계 경제의 침체를 불러왔다. 위기의 근원은 2007년 중반의 신용대출 붐이었다. 이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각종 파생상품의 부실로 이어졌고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파산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걱정이 현실화됐다.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와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이 파산하고 정부가 패니메이(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 AIG 등을 인수했다. 각종 자산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은행발 위기가 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많은 독자들이 고전적인 뱅크런(Bank-runs·예금자들이 은행위기를 예상하고 예금을 집단적으로 인출하는 현상)을 떠올리며 지루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일반적인 상식을 보기 좋게 뒤집고신종 뱅크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은행과 각종 금융기관, 기관투자가 및 채무자가신종 뱅크런을 둘러싸고 어떻게 얽혀 있는지 살펴보자.

 

어떻게 연구했는가?

 

Victoria Ivashina David Scharfstein(미국 하버드대)은 신디케이티드 대출에 주목했다. 이 시장의 규모는 지난 30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그리고 은행이 대기업에 대출하는 주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요한 것은 웬만한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들-예를 들어 투자은행,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s(CLO),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보험회사, 연기금 등-이 신디케이티드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 참가자들이라는 것이다. 분석을 위한 자료는 Reuters’ DealScan database of large bank loans을 사용했는데 여기에 속하는 거의 모든 대출이 신디케이티드 대출이었다. 2000∼2006년 사이의 평균 대출 규모는 46700만 달러였다. 대출의 90% 2000만 달러 이상이었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선 신디케이디드 대출은 2007년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은행 패닉이 본격화된 2008 9월부터는 감소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전체 대출 규모는 2008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47% 낮아졌다. 대출 규모가 피크에 달했던 2007 2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79% 감소했다. 대출 규모의 감소는 투자적격등급, 투자비적격등급, 장단기대출, 신용한도대출 계약, 기업구조조정, 기업일반용도의 대출 등 전 범위에 걸쳐 일어났다. 반면 은행의 일반적 대출(Commercial and Industrial (C&I) loans)은 증가했다. 이는 신규대출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기존 신용한도대출 계약의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기업 A와 은행 B 10억 원 규모의 신용한도대출 계약을 맺고 있었다고 치자. 기업 A 10억 원 중 5억 원만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위기가 발생하자 나머지 5억 원을 추가 대출해 버렸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고전적 의미의 뱅크런이 아닌 신종 뱅크런이다. 은행이 불안해지자 채무자들이 미리 은행의 유동성을 빨아들인 것이다.

 

이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이 도출된다. 우선 예금 의존도가 작은 은행들에서 신디케이디드 대출이 훨씬 크게 감소했다. 이건 기존 뱅크런의 역사를 생각해볼 때 일종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기존 뱅크런 구조에서는 예금 의존도가 높은 은행이 위기 때 더 강한 타격을 받았다. 두 번째는 리먼브러더스와 함께 신용한도대출 계약을 코신디케이티드(co-syndicated)했던 은행들이 신종 뱅크런을 더 많이 경험했고 그로 인해 대출을 더 많이 줄였다. 더 재미있는 것은 단지 리먼브러더스와 관계가 있는 은행들(예를 들어 리먼브러더스와 함께 장단기 대출을 co-syndicated했던 은행들)이 대출을 더 많이 줄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출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결국 신종 뱅크런에 대한 공포였다.

 

종합적으로 이 연구는 은행위기 시 뱅크런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대출의 감소 때문에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예금자 보호로 고전적 뱅크런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신종 뱅크런에 의해 발생했다는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中 낙후한 지배구조가 해외기업인수 촉진시킨다

 

Based on “The Global Strategy of Emerging Multinationals From China” by Mike W. Peng (2012, Global Strategy Journal, Vol.2, pp.97-107)

 

왜 연구했나?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새삼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중국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1990년만 하더라도 포춘(Fortune)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중국 기업은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2012년 현재 무려 73개 중국 기업이 명단에 포함됐는데 이는 132개 기업을 보유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68개 기업을 등재시킨 일본도 추월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대기업들의 부상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선진국 다국적 기업 외에 중국, 인도, 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흥 대기업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대거 등장한 것이다. GE 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향후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이들 신흥 대기업을 지목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이 추구하는 글로벌 전략은 과연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본 논문의 핵심이다.

 

무엇을 연구했나?

 

본 논문은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이론 연구이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 간과했거나 기존 연구와 다른, 혹은 기존 다국적 기업들과 구별되는 현상 등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기존 연구는 해외직접투자에서 본국(중국)의 역할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역할을 살펴봐야 한다. 둘째, 전통적인 글로벌 전략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뛰어난 기술이나 우수한 경영 능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들처럼 뛰어난 기술이나 관리 역량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 이론과는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셋째, 해외기업 인수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해외진출 방식이지만 확실히 중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 해외기업 인수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레노보의 IBM PC 사업 인수나 TCL의 톰슨 인수, 지리 자동차의 볼보 인수 등은 널리 알려진 사례다. 하지만 이들 해외기업 인수가 과연 성공적인지는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 선진국에서 해외직접투자에 관한 정부의 역할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미 오랜 투자의 역사와 경험을 갖고 있고 기업 주도적으로 해외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의 외환 규제 때문에 활발한 해외직접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90년대 말부터 중국 정부의 정책이 적극적인 지원으로 바뀌었고 2000년대 들어 저금리 정책, 유리한 환율 정책,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 수단을 통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정부 지원의 부작용도 있었다. 중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홍콩, 케이맨제도(Cayman Islands),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케이맨제도와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는 중국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로 적극 활용하면서 이들 지역을 경유해서 중국으로 재투자할 경우 외국 투자자로서 얻을 수 있는 정부 혜택을 챙기고 있었다.

 

● 중국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과 달리 해외투자의 기반이 되는 우수한 기술이나 경영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예컨대 반도체 웨이퍼 기술이나 자동차 엔진 기술에서 2세대 혹은 10년 정도 선도 기업에 뒤처져 있다. 중국 경영자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나 관리 역량도 아직은 불충분하다. 중국 기업이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 선진국에 투자한 비중이 9%에 불과하고 홍콩(67%)을 위시한 아시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아직은 지역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 이론과 시각을 달리하면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 원동력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압도적인 기술은 부족하지만 신속한 모방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해외진출을조직 학습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 중국 기업들은 해외기업 인수를 선호했다. 해외기업 인수는 시장진출을 빨리 할 수 있고 세계적인 수준의 기존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경영상의 오만(hubris)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대기업 중 상당수는 국영 기업들이다. 평등주의적인 보상구조를 감안할 때 이들 국영 기업에서 경영자 보수를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모순되지만 중국 국영 기업의 낙후된 지배구조가 오히려 해외기업 인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실제 M&A 협상을 성사시키는 비중도 낮은 편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인도 기업이 약 67%의 성공률을 보인 반면 중국 기업은 47% 수준이었다. 게다가 인수 후 통합작업은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톰슨과 IBM PC를 인수한 TCL과 레노보의 사례를 감안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여타 신흥 다국적 기업들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에서도 본국(러시아) 정부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대만의 다국적 기업들도 탁월한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중국과 더불어 인도 다국적 기업들도 해외기업 인수를 선호했다. 이는 향후 중국을 포함한 여러 신흥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나 경영자들에게 주는 정책적 시사점도 있다. 향후 국영 기업 외에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우회투자와 같은 부정적인 부분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해외기업 인수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를 유발하는 과도한 인수 금액을 피하고 인수 후 통합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자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이 일단 특정 시장에 진출하면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장기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던 협력하던 분명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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