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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추워, 로맨스가 그립네…마음이라도 따뜻하게”

여준상,이승윤,이동현,안도현,이창민 |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아 추워, 로맨스가 그립네마음이라도 따뜻하게

Warm It Up with Love: The Effect of Physical Coldness on Liking of Romance Movies” by Jiewen Hong and Yacheng Sun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August, pp.293 - 306)

 

연구의 배경

이 연구는 최근 소비자행동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체감(bodily feeling) 효과에 대해 다뤘다. 체감은 신체적, 감각적 경험을 의미하는데 최근 여러 연구에서 소비자 판단과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원으로 활용됨을 보여주고 있다. 슬픔, 기쁨, 화남 등과 같은 감정적 느낌이 이후 다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가벼움, 부드러움, 차가움 등과 같은 몸의 느낌이 이후 선택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전 연구들을 살펴보면 소비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체감 정보로 온도, 무게, 질감, 근육움직임, 좌우 방향 지각, 공간 지각 등 다양한 체감이 중요한 판단 정보로 활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딱딱한 타일 또는 부드러운 카펫 위에 서있는가, 좁은 공간 또는 넓은 공간에 앉아있는가, 손가락 마디에 느껴지는 감촉이 어떠한가, 주변에 풍기는 냄새가 어떠한가에 따라 타깃제품에 대한 판단,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몸의 느낌이 특정 생각을 활성화해 판단이나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며 우리의 행동은 무의식 중에 우리 몸이 느끼는 바에 따라 영향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이 느끼는 온도가 이후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차가운 몸의 느낌이심리적 따뜻함(psychological warmth)’이라는 동기를 작동시켜 이후 영화 선택에 있어 따뜻함과 연결된 로맨스 영화를 선호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체감효과는 왜 작동하며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규명하고 있다. 우선 체감효과의 발생 이유는 동기(motivation) 작동에 있음을 보여준다. 슬픔을 느끼면 그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로 인해 이후 선택 행동이 영향을 받는 것과 같다. 이는 최근 한 실험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좁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초콜릿 선택 시 더 다양한 초콜릿을 선택했다. 공간제한이라는 체감이 심리적 반발 동기를 일으켜 좀 더 자유롭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는 이러한 체감효과가 무의식 중에 발생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체감을 인지하게 되면, 즉 내가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의식하게 되면 이후 선택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기에, 체감은 무의식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첫 번째 실험에서 우선 한쪽 그룹은 따뜻한 차를, 또 다른 그룹은 차가운 차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동안에 제목, 시놉시스, 평가 등이 포함된 영화정보를 들려줬으며 이후 각 영화에 대한 7점 만점의 선호도 평가를 했다. 그 결과, 로맨스 영화에 대한 선호는 따뜻한 차를 마신 그룹(3.80)에 비해 차가운 차를 마신 그룹(4.57)에서 더 높은 선호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액션, 코미디, 스릴러 장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실 실내온도에 따른 영화 선호 차이를 살펴봤다. 한쪽 그룹은 섭씨 15∼16도 실내 온도에, 또 다른 그룹은 22∼23도 실내 온도의 실험실에 앉아 있게 했다(바깥 온도는 18∼20; 참고로 실험이 진행된 홍콩의 연평균 최저기온은 15도임). 이후 영화를 소개하고 0에서 200홍콩달러 범위 내에서 관람을 위해 지불하고 싶은 가격(willingness to pay)을 선택하도록 했다. 로맨틱 영화의 경우 실내온도가 높은 그룹(36.55달러)에 비해 낮은 그룹(48.99달러)에서 더 높은 지불의향 가격을 선택했으며 이러한 차이는 다른 장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첫 번째 실험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 다음 실험은 로맨스 영화와 심리적 따뜻함 간 연결 인식의 개인차 측정이 추가됐다. 실험 결과, 평소 로맨스 영화에서 따뜻함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의 경우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로맨스 영화와 따뜻함의 연결 인식이 약한 사람의 경우 그 효과가 사라졌다. 이는 낮은 체감 온도에서의 로맨틱 영화 선호가심리적 따뜻함 욕구(need for psychological warmth)’에 기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 다음 실험에서는 체감 온도 질문과 영화 선호도 질문의 순서를 서로 달리해 비교했다. 그 결과, 영화 선호도를 먼저 질문한 경우 이전 실험과 같은 체감효과가 나타났지만 체감 온도를 먼저 질문한 경우에는 체감의 영향을 인지함으로 인해 그 효과가 사라졌다. 이는 체감효과가 의식이 아닌 무의식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 마지막으로는 미국의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의 2002년에서 2005년 사이 데이터와 같은 기간 미국의 기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기온과 로맨스 영화 선호 간에는 반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즉 기온이 올라갈수록 로맨스 영화 선호가 낮아지고 기온이 내려갈수록 선호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로맨스 영화를 많이 찾게 된다는 것을 실제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다. 다른 장르의 영화는 기온과의 상관성이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의 시사점

본 연구는 소비자의 선택행위를 영화 선택에 국한해 실증한 점이 다소 아쉽지만 온도 체감의 효과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그 작동 메커니즘까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영화 관련 기업들에 장르별 개봉 시기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로맨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 장르는 기온에 별 영향을 받지 않으니 계절에 무관하게 개봉해도 상관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로맨스 영화는 낮은 온도와의 높은 상관성으로 인해 개봉을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와 맞춰 진행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한편 로맨스 영화 외에도 심리적 따뜻함, 훈훈함과 연결된 상품이라면 동일하게 응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부행위는 심적 따뜻함과 연결돼 있을 것이다. 기부행위 프로모션이 기온이 낮은 시기에 실행된다면 심리적 따뜻함 추구 동기와 강하게 연결돼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마음의 따뜻함, 훈훈함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즉 사랑, 우정, 가족애, 미담 등을 소재로 하는 마케팅 활동은 추운 계절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겨울이 되면 친구들과의 모임이 많아지고 기부행사도 많아지며 연애도 많아진다. 어쩌면 이 모든 행동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라는 시간적 효과에 기인하기보다는 추운 겨울이 만들어내는 우리 몸의 신체적 차가움이 심리적 따뜻함이라는 반발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여준상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무례한 상사, 부정적 분위기의 악순환 부른다

Based on “Overlooked but not untouched: How rudeness reduces onlookers’ performance on routine and creative tasks” by Porath, C. L., & Erez, A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2009 vol. 109: 29-44)

 

왜 연구했나

요즘 신문을 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언어적, 물리적인 폭력에 관한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직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 실시한 미국의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직장에서 무례하거나 모욕적인 언사가 일어나는 것을 매일 본다고 응답한 사람이 25%에 달했다고 한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취급을 당한 경험은 피해자에게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의 행동이 피해자뿐만 아니라 무례한 언사를 목격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팀장과 팀원들 간의 상호작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팀 내에서 이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상사나 동료의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무엇을 연구했나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의 대상인 된 피해자에게 초점을 두고 상사의 학대나 무례함이 부하 직원의 과업 성과를 저해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감소시키며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밝혔다. 반면 포라스(C. Porath)와 에레즈(A. Erez) 교수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의 피해자 대신 이를 목격한 주변 사람들에게 초점을 두고 이들에게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지를 탐색했다. 우선,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무례하고 모욕적으로 행동했을 때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과업 성과, 창의성, 이타적 행동의 수준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다음으로 동료가 동료에게 무례하고 모욕적으로 행동했을 때 목격한 사람들의 과업 성과와 생각,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효과가 피해자와 목격자가 서로 경쟁관계인지 협력관계인지에 따라 달라지는지, 즉 피해자와 목격자가 협력관계일 때 목격자에게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어떻게 연구했나

연구자들은 세 번의 실험연구를 통해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이 목격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다. Study 1에서는 권력/권위가 있는 사람(상사)이 그렇지 않은 사람(부하)에게 보이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의 효과에 초점을 뒀다. 미국의 대학생 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으로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가 일어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실험 장소에 늦게 도착한 사람(부하)과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상사)이 연극을 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실험 장소에 7분 정도 늦게 도착한 사람이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과를 함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은대체 뭡니까? 무책임한 사람 같으니라고. 자신의 꼴을 좀 보세요. 그래가지고 나중에 직장이나 제대로 다니겠습니까와 같은 반응을 보임으로써 실험 장소에 있던 나머지 피실험자들로 하여금 무례한 장면의 목격자가 되도록 만들었다. 이어서 피실험자들은 뒤죽박죽 섞여 있는 영어 철자들을 배열해 단어를 맞추는 단순한 과업(anagram)과 벽돌 한 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많이 떠올리도록 하는 창의적인 과업을 수행했다.

Study 2에서는 동료가 동료에게 모욕을 주는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지를 보고자 했다. 미국의 대학생 68명이 실험에 참가했는데 무례하고 모욕을 주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두 명의 학생이 실험참가자로 가장해 연극을 했다. 실험 시작 전에 모든 실험 참가자들로부터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데 두 명 중 한 학생이 지나치게 시간을 오래 끌어 나머지 실험 참가자들 모두가 기다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때 두 명

중 나머지 한 학생이 그 학생에게빨리 좀 해라. 뭣 때문에 그렇게 오래 걸리냐? 너 바보냐? 읽을 줄도 몰라? 별것도 아닌데 너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기다리는 것 안 보여?”라고 말함으로써 무례한 상황이 연출됐고 나머지 피실험자들은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의 목격자가 됐다.

Study 3은 미국의 대학생 80명이 참여한 실험연구인데 무례한 상황을 연출한 방법은 Study 1과 같다. 주요한 차이점은 Study 3에서는 모욕적인 언사의 피해자와 목격자가 서로 경쟁관계인지 협력관계인지에 따라 목격자가 받는 영향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다. 경쟁상황 및 협력상황을 만들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을 의사결정 게임에 참여시켜 타인의 희생이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경쟁관계와 희생해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협력관계 두 상황을 조성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Study 1 연구의 결과, 권력/권위 있는 사람(상사)의 무례한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은 단순한 과업과 창의적인 과업에서 모두 낮은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상사의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던 목격자의 성과마저도 저하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실험 종료 후에 잠깐 남아서 간단한 추가 실험에 참여해 달라는 실험자(상사)의 요청에 대다수의 목격자가 응하지 않음으로써 이타적인 행동 역시 감소함을 보였다. 무례함의 목격자들이 벽돌 한 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많이 생각하라는 질문에 응답한 내용을 보면실험자의 얼굴을 벽돌로 부수고 싶다” “무기로 사용한다” “누군가에게 던진다등 공격적인 생각이 증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tudy 2의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동료가 동료에게 보이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 역시 단순한 과업과 창의적인 과업 모두에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Study 1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타적인 행동이 감소했고 공격적인 생각은 증가한다는 것 역시 밝혀졌다. 결국, 상사의 무례한 행동이건 동료의 무례한 행동이건 간에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tudy 3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무례함의 피해자와 목격자가 서로 경쟁관계인 경우에는 무례함을 목격한 사람일지라도 과업성과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목격한 뒤에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도 피해자와 목격자가 서로 경쟁관계인 경우에는 감정의 강도가 그다지 크지 않음을 볼 수 있었다. , 무례한 행동을 목격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피해자를 걱정하거나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경쟁관계에 있는 피해자의 경우에는 그 마음이 약화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서로 협력하는 관계에 있는 피해자가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본 목격자는 과업성과와 이타적인 행동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부정적인 감정과 공격적인 생각이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현재 많은 기업들이 팀 제도를 근간으로 해 운영되고 있고 팀 성과 향상을 위해 팀워크, 팀 내 응집력 및 팀원들 간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팀 제도하에서 더 큰 중요성을 띠게 되는데 부정적이고 무례한 팀원 하나만으로도 팀원들 간의 협력과 응집력이 크게 저하돼 팀 성과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속담같이 무례하고 모욕적으로 행동하는 상사나 팀원은 팀 내에 적대감과 부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상사나 동료 팀원이 보이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은 그 행동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목격자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쳐 이들의 과업성과와 이타적 행동 의지를 저하시키고 부정적인 감정과 공격적인 생각을 증가시킨다. 이는 상사나 동료 팀원의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또다시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팀 분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업과 일선 관리자들에게 본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주시하라는 것이다. 기업은 다면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의 평가 결과를 취합,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우하는지, 존중하는지, 또는 무례하게 대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문제는 상사의 이러한 행동이 대개 보고되지 않은 채로 묻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익명성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다면평가 시스템이 효과적일 수 있다. 상사는 부하 직원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사들의 무례한 언사를 주시하고 이를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결국 기업과 관리자들이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보다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업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승윤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syrhee@hongik.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미국 미시간대에서조직행태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경영학회 조직행태론 분과에서 수여하는최고박사학위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UC-Irvine 방문교수 등을 거쳐 현재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종업원의 감정 및 정체성, 사회적 네트워크, 회사에 대한 애착감 형성, 기업 및 종업원의 덕이 있는(virtuous) 행동의 효과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은행에도프로슈머의 힘은 엄청났다

 

Based on “Users as Service Innovators: The Case of Banking Services” by Pedro Oliveira and Eric von Hippel (2011, Research Policy, Vol.40, pp.806-818)

 

왜 연구했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3의 물결에서 생산자를 의미하는 용어인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용어인 consumer를 결합해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소비자가 재화를 단순히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생산, 유통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본 논문의 공저자인 Eric von Hippel 교수도 선도사용자(lead user)에 대한 연구를 통해 소비자가 혁신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예컨대 현미경 같은 주요 과학적 기구의 80%는 사용자에 의해 개발됐다. 오픈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인 리눅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분명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혁신자 혹은 공동개발자(co-creator)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본 연구는 제조업에서 확인됐던 사용자 혁신 개념을 서비스 업종, 그중에서도 은행산업에 적용시켜 제조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에서도 사용자들이 혁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본 연구는 서비스 개발에서 사용자 혁신을 최초로 계량 분석한 논문이다. 1975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소매은행(retail bank)에 도입된 주요 서비스 혁신을 파악한 후 이러한 혁신의 원천이 누구인지를 추적 조사했다. 혁신의 주체는 사용자(거래 기업이나 개인), 생산자(은행), 그리고 사용자와 은행이 공동으로 개발한 경우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75년 이후 은행의 주요 서비스 혁신은 주로 전산화를 기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산화된 서비스가 정식으로 은행에서 제공된 경우에 초점을 맞췄으며 전산화 이전에 수작업(manual)으로 서비스가 이뤄진 경우는 별도로 조사했다. 텔레뱅킹의 경우 사람과 직접 통화해 서비스하는 경우와 자동 응답하는 서비스하는 경우를 구분했다는 의미다.

 

 

어떻게 연구했나?

자료 수집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 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웰스 파고,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 등 미국에서 가장 큰 5대 은행 중 적어도 한 군데 이상의 웹사이트에 포함된 서비스에 국한해 서비스 혁신을 도출했다. 그 결과 기업금융(corporate banking) 서비스에서 20, 소매금융(retail banking) 서비스에서 16개 등 총 36개의 서비스 혁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도출된 서비스들은 유형에 따라 단순 정보 제공에서 거래, 접근 채널에 이르기까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서비스 혁신의 원천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금융 관련 도서나 잡지는 물론 온라인 검색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주관적인 오류를 줄이기 위해 14명의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정보와 조언을 구했다. 이들 중 6명은 은행 서비스에 관한 책이나 논문을 쓴 저자였고 다른 6명은 크고 작은 은행의 경영자였으며 나머지 2명은 금융 분야의 전문 시니어 컨설턴트로 구성됐다.

 

 

무엇을 발견했나?

1975년부터 2010년까지 기업금융에 도입된 20개의 서비스 혁신 중 11개는 사용자, 4개는 은행, 5개는 사용자와 은행 공동으로 제안한 것으로 조사돼 사용자 혁신이 전체 55%의 비중을 차지했다.예컨대 급여(payroll)나 송장(invoice) 처리 서비스 같은 경우는 은행이 정식으로 전산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훨씬 이전부터 사용자(기업)들이 자신만의 처리방법을 이미 활용하고 있었다. 급여 처리는 80년대 초반, 송장의 경우는 2006년에야 전산화된 은행 서비스가 제공됐지만 이미 기업에서는 각각 50년대 초반과 68년에 자체적으로 이들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었다. 반면에 텔레뱅킹이나 온라인 뱅킹 서비스 같은 경우는 생산자인 은행에 의해 주도적으로 도입된 서비스였다.

● 같은 기간 소매금융에 도입된 16개의 서비스 혁신 중에서는 7개가 사용자, 9개가 은행에서 제안된 것으로 조사돼 사용자 혁신이 전체 44%의 비중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모바일뱅킹의 경우 미국 은행들이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으로 조사됐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99 10월 노키아 7110 모델부터 휴대폰을 활용한 은행 서비스를 사용했다.

● 기업금융 서비스의 13, 소매금융 서비스의 10개는 은행이나 사용자가 전산화된 서비스를 활용하기 이전에 수작업으로도 서비스를 사용한 경우였는데 이들 서비스를 조사해보면 압도적으로 사용자 혁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컨대 13개 기업금융 서비스 중 12개가 사용자 혁신으로 92%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10개 소매금융 서비스의 경우에도 10개 중 8개가 사용자 혁신으로 80%의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비록 은행산업에 국한된 조사였지만 서비스 업종에서도 사용자 혁신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진국의 경우 GDP의 약 75%가 서비스 업종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 연구는 향후 서비스 산업의 다양한 혁신에 사용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용자들은 생산자들보다 자신의 욕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용자 수가 적어 생산자가 혁신적인 서비스에 별로 관심이 없을 때 사용자나 사용자 커뮤니티는 중요한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비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하고 그러한 혁신의 내용을 무료로 공개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선도사용자들을 적극 활용한다면 생산자 중심의 혁신 프로세스를 보완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사용자들에게 자신만의 메뉴를 구성하거나 자료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도구(toolkits)들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의 한계 및 제안

은행에 의해 상업화된 서비스만으로 국한돼 조사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개발했지만 아직 상업화되지 않은 서비스나 실패한 서비스는 추가적으로 분석되지 못했다. 서비스 혁신의 원천도 주로 문서나 전문가 인터뷰에 의존했다는 점이 연구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데 일부 한계가 있다.

 

 

 

이동현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흥분은 잠깐, 친밀한 브랜드가 오래간다

 

How we relate to brands: Psychological and neurophysiological insights into consumer-brand relationships” by Martin Reimann, Raquel Castaño, Judith Zaichkowsky, Antoine Bechara” (2012)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2, 128-142.

 

왜 연구했나?

사람들은 늘 상품을 소비하지만 모든 상품이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 상품 중에는 그저 소비하는 물품이 아닌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특별한 브랜드가 있다. 소비자-브랜드관계는 브랜드애착, 브랜드헌신, 브랜드사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소비자-브랜드관계는 소비행동을 잘 설명해주고 소비자의 구매 및 만족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만큼 소비자-브랜드관계에 대한 연구도 많이 축적된 편이다. 전통적인 자술 보고방식이나 관찰 등의 방법뿐 아니라 뉴로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와 브랜드 관계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접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형성에 따른 심리작용 및 신경생리작용의 과정이나 구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게 많이 남아 있는 상태다. 과연 소비자가 브랜드와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심리과정을 동반하는 것일까?

 

무엇을 연구했나?

소비자가 브랜드와 관계를 형성한다는 생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사람과 브랜드의 관계에 적용한 것이다. 인간관계의 이론인 자기확장이론(Self-expansion theory) 역시 소비자-브랜드 관계를 설명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자기확장이론이란 사람들이 자아의 범주를 한 개인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까지 자아의 범주를 확장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듯이 가까운 사람은 남이 아닌 확장된 자아라는 설명이다.사랑에 빠지기 전과 이후로 구분해 자아의 범주를 원으로 그려서 표현하라고 하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나타내는 원과 사랑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원을 상당 부분 겹쳐 그린다. 또한 사랑 초기에는 상대에 대해 흥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흥분은 수그러든다. 대신 두 사람의 친밀감 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이런 관계는 소비자와 브랜드관계에도 적용 가능하다. 처음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봤을 때 흥분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흥분은 잦아드는 대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일체감이 증가한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맥시코 몬테리기술대, 덴마크 코펜하겐경영대, 캐나다의 맥길대 공동연구팀은 3차례의 실험을 통해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에 대한 심리작용을 조사했다. 실험1에서는 실험참가자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게 했고, 실험2는 참가자들의 피부를 통해 생리반응을 측정했다. 실험3은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참가자 두뇌의 신경세포 활동을 측정했다. 실험1에서는 소비자-브랜드 관계형성이 초기일 경우 소비자의 자아가 브랜드로 확장하는 속도가 빠른지와 소비자-브랜드 관계형성이 오래됐을 경우 소비자의 자아가 브랜드로 확장하는 범주가 더 큰지 등을 탐구했다. 참가자들에게 사랑에 빠진 브랜드를 적게 하고 그 브랜드를 사용한 기간을 제시하게 했다. 그리고는 그 브랜드를 보면 얼마나 흥분되는지,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물었다. 또 그 브랜드에 대해 얼마나 자아와 일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개의 원(하나는 소비자 자신, 다른 하나는 브랜드 상징)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6개월 후에 같은 질문을 다시 했다.

실험2에서는 소비자가 사랑하는 브랜드를 보여주면서 그 브랜드를 보는 순간 소비자가 얼마나 생리적으로 흥분하는지 측정했다. 흥분 정도는 피부전도반응(SCR: Skin conductance responses)으로 측정했다. 실험3에서는 소비자가 오랜 기간 관계를 형성했다고 선택한 브랜드(디즈니, 인앤아웃 버거, 스타벅스 커피 등)를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자기공명영상장치 안에 누워서 해당 브랜드가 보이면 그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에 대해 버튼을 클릭해 결정하게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실험1:브랜드와 관계형성이 초기인 경우 브랜드를 볼 때 흥분하는 정도가 컸다가 6개월 후에는 브랜드를 보고 흥분하는 정도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브랜드와 관계형성이 오래된 경우에는 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6개월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아와 브랜드와 일치도 정도는 흥분 정도와 반대였다. 브랜드와 관계형성이 초기인 경우 6개월 후 자아와 브랜드의 일치도 정도가 더 증가했다. 브랜드에 대한 호감 정도는 시간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었다.

실험2:브랜드와 관계형성이 초기인 참가자들이 관계형성이 오래된 참가자들에 비해 브랜드를 보고 흥분하는 정도가 컸다.

실험3:참가자들이 관계를 형성한 브랜드를 선택할 때 활성화한 두뇌의 영역은 뇌섬이었다. 반면 전두엽은 활동이 둔화됐다. 뇌섬은 몸에 대한 감각을 감정 경험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맥락에 따라 뇌섬은 부정적인 감정경험을 나타내기도 하고 긍정적인 감정경험을 나타내기도 한다. 뇌섬의 기능은 대단히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대체로 자아에 대한 성찰과 몸에 대한 감각이 감정경험으로 이어질 때 활성화한다. , 특정 브랜드에 대해 뇌섬이 활성화했다는 것은 그 브랜드를 선택할 때 아무런 거리낌이나 주저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그 브랜드에 끌렸다는 것이다. 뇌섬과 달리 전두엽은 친근한 브랜드를 볼 때 활동이 둔화됐다. 전두엽은 실행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무엇인가 결정할 때 이것저것 생각하고 비교할 때 전두엽은 활성화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람들이 상품을 소비할 때는 단지 상품의 직접적인 효용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간접적이며 장기적인 효용도 함께 고려한다. 즉 브랜드 소비를 통해 얼마나 친밀감을 느끼고 가깝게 느껴지는가 역시 브랜드 선택의 중요한 동기다. 이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이용가치가 있는지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이 연구는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론이 소비자-브랜드 관계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대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만남은 흥분되고 바로 그 흥분을 통해 두 사람의 만남은 지속된다. 일정시간이 흐르면 흥분은 가라앉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친밀감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도 비슷하다. 처음 브랜드를 접했을 때는 그 브랜드를 통해 짜릿한 경험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짜릿함은 사라지고 친밀감으로 브랜드를 소비하게 된다.

또한 이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소비자-브랜드 관계를 측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원 두 개를 그려보게 함으로써 소비자와 브랜드가 얼마나 일체감을 느끼고 있는지 측정했다. 실험에 참가한 소비자들이 자신과 브랜드의 일체화 정도를 높게 표시할 수록 그 브랜드에 대한 뇌섬의 활성화 정도가 더 컸다.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에게 흥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흥분은 가라앉는다. 대신 둘 사이의 친밀감이 높아진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 보았을 때 흥분하도록 하는 매력이 있어야 하고 그 매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친밀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도현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은 지분에 큰 권력 가진 총수는 위험하다

 

Based on “Ownership Structure and the Cost of Corporate Borrowing” Chen Lin, Yue Ma, Paul Malatesta, Yuhai Xua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011

 

무엇을 연구했나?

기업의 소유구조(Ownership Structure)를 주제로 기업에 주인이 있는 편이 좋은가, 없는 편이 좋은가에 대한 논쟁은 경영학에서 오래된 문제 중 하나다. 주인이 있어야 기업에 책임을 갖고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논리는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반대로 흔하게 보도되는 기업총수의 전횡은 기업 소유구조가 잘 분산돼야 경영이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쪽의 근거로 활용된다. 일종의 기업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논리다.

하지만 소유구조와 관련된 문제는 이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의 유무 또한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의소유지배 괴리도. 예를 들어 A라는 주주가 B라는 기업의 주식 5%를 갖고 있다면 그의 투표권(Voting Right)도 당연히 5%가 돼야 하는데 다양한 방식을 통해 20%가 넘는 투표권을 행사할 때 파이낸스 용어로 소유와 지배가 괴리됐다고 표현한다.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을 통제하는 상황을 일컫는데 이는 자원의 전용(tunneling)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법률 용어로는 배임, 횡령이다. 아마 이 용어에 익숙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A라는 주주가 B기업의 자금을 C라는, 자신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로 옮기는 문제다. B기업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지만 지분이 적기 때문에 그 기업의 자원을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로 옮길 만한 인센티브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유지배 괴리도라는 것이 기업의 가치나 실적 및 각종 의사결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가 파이낸스 분야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기존 연구가 많이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약간 관점을 달리했다. 외부 투자자들, 특히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인 은행이 소유지배 괴리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Paul Malatesta(미국 워싱턴대) 3명의 학자들은 유럽과 아시아 22개의 나라(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유지배의 괴리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35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은행에서 이 기업들에 행한 대출 자료를 모은 다음 대출 금리를 분석했다. 은행들이 기업의 소유구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 논문의 발견은 소유지배 괴리도가 큰 기업일수록 은행에 내는 대출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이를 파이낸스 용어로 재해석하면 자본조달 비용(Cost of Capital)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연구에서 주로 관심을 뒀던 것은 예를 들면 A라는 주주가 B기업의 자원을 C기업으로 돌리면 B기업의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이른바 대주주와 소액주주와의 이해갈등이었다. 그런데 이 연구는 기업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채권자들도 소유지배 괴리에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채권자들은 왜 소유지배 괴리가 큰 기업이 더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것일까?

이번 논문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첫째, 앞서 말했듯 적은 지분을 갖고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지배주주의 인센티브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 입장에서는 감시비용(Monitoring Cost)이 더 들어갈 수 있다.경영 자료들을 더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것이다.

둘째, 왜곡된 인센티브로 기업의 파산확률(Default Probability)이 높아진다. 은행으로서는 당연히 대출 금리를 높게 매길 수밖에 없다. B기업의 자원을 C기업으로 돌리면 B기업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해석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은행은 소유지배의 괴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changmin0415@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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