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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왜 교차점에서 나올까

김남국 | 114호 (2012년 10월 Issue 1)

 

위대한 혁신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수십 년간 한 산업에 종사해온 최고전문가가 실험실에서 고독과 싸우며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혁신은 다른 영역과의 교차점에서 나옵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의자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허먼 밀러는 편안한 의자를 만들기 위해 의자 업계 장인들의 아이디어를 빌리지 않았습니다. 신발 업체 나이키에서 지식과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신발 회사는 신체 가운데 가장 큰 무게를 지탱하는 부위인 발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앞선 기술력을 축적했습니다. 이런 지식들은 의자의 혁신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네일아트 분야의 혁신 기술은 대부분 치과 의료 기술에서 나왔습니다. 손톱보다 더 딱딱한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 축적한 기술이 네일아트 산업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BMW가 차량의 수많은 전자 장치를 손쉽게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찾은 곳은 자동차 업계가 아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게임 업체였습니다. 다양한 동작을 손쉽게 조작하기 위해 게임 업체는 이전부터 진지하게 고민했고 좋은 대안을 개발해왔습니다. 덕분에 BMW iDrive를 장착해 고급 자동차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드는 회사는 등산용 로프 업체의 기술을, 스키복 제조업체는 NASA가 개발한 우주복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큰 혁신은 다양한 배경과 지식의 결합으로 탄생합니다. 메디치가문은 철학, 역사, 예술, 과학, 의료,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르네상스를 일궈냈습니다. 2차대전 때 연합군은 암호 해독 전문가뿐만 아니라 컴퓨터 과학자, 수학자, 체스 대회 우승자, 고전 연구자, 단어 퍼즐(crossword puzzle) 중독자까지 포함한 팀을 만들어 독일의 암호 체계인에니그마(enigma)’를 해독, 반격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기업들도 이처럼 다양한 배경과 지식,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점이 있는 사람에게 끌리고 마음의 문도 쉽게 열어줍니다. 실제 혈연, 학연, 지연뿐만 아니라 외모나 이름만 비슷해도 상대를 훨씬 호의적으로 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이에게는 마음의 문을 잘 열어주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을 모았다는 것만으로 혁신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갈등이 커져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기업 조직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여러 유형의 다양성 가운데 기업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양성 관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다양성 관리가 어렵다고 피해서는 안 됩니다. 게리 하멜 교수는미래의 경영 시스템은 합의나 응집력, 일치단결 못지않게 다양성, 반대의견, 일탈 등을 중시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글로벌화가 급진전되고 혁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다양성 관리에 실패하는 조직은 성장의 동력을 찾기 힘들 것이란 주장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성 관리 방안을 집중 탐구했습니다. 경영진의 다양성, 종업원의 다양성은 혁신 성과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극화 시대에 다양성은 선택이 아닌 경영의 필수 요소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다양성 관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지혜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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