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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ulumn

린 스타트업의 지혜

문지원 | 110호 (2012년 8월 Issue 1)



Lean start-up

 

2000년 초 학생 신분으로인터넷 가상 월드를 창업했다. 인터넷에 3차원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였고 큰 자본을 투입해 오랜 기간 개발을 해야 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벤처 버블 붕괴라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투자 유치는 날로 어려워져만 갔다. 하루하루 외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연구를 계속해오다 결국 회사를 헐값에 매각해야 했다. 첫 창업의 실패를 뒤로하고 2006년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그리고 1년 후 2007, 실리콘밸리에서 Viki.com을 창업했다. Viki.com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잠재 고객, 투자자, 다양한 창업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했다. 그리고 오픈할 때에는 프로토타입, 즉 가장 핵심적인 기능만으로 시장에 내놓았지만 유저들의 의견을 들으며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했고 현재는 여러 번의 해외투자를 유치하며 전 세계로부터 월 1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2008년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Lean Start-up이라는 경영 트렌드가 유행했다. 이는 제조업 생산 방식의 혁명을 일으켰던 도요타의린 생산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방법론인데 소비자의 잠재 Needs를 실시간으로 테스트하고, 즉각적으로 반영하며,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방법론이다. 전통적인 인터넷 Start-up에서는 ‘3개월 사업 검토, 3개월 서비스 기획, 6개월 구현 후 Grand Open 및 마케팅과 같이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론칭했었는데 이 방식은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전제에 기반해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All or Nothing의 게임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심혈을 기울여 (하지만 소비자와의 소통 없이)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시장에 내놓으니 대대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쓰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1년 동안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어 그랜드 오픈한 서비스들이 한 달 만에 뼈대만 만들어 론칭한 후 소비자와 소통하며 서비스를 진화시켜나간 서비스들에 밀리는 사례들은 셀 수도 없다. 세계인의 비디오 포털이 된 유튜브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얼마나 벌거숭이 모습이었는지를 기억하는 이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니즈를 추측해 비용을 집행하기보다는 어떠한 제품이 가장 큰 잠재 고객군을 만족시킬 최적의 제품인지를 신속히 학습해 적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은 서비스의 개념을 정의하는 등의 큰 문제를 풀기 위해 일회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며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가볍게(Lean)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개월간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것보다는 제품을 고객의 필요를 학습할 수 있는 단위로 잘게 쪼개어 자주 출시해야 신속히 가설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을 통해 학습한 결과를 적용해 수정, 보완, 강화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다. 때로는 과감히 포기하고 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출시의 단위가 가벼워질수록 포기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희생의 무게 또한 줄일 수 있다. 1년을 고생해 만든 서비스보다는 반나절을 투자해 만든 기능 하나가 포기하기 쉽다. 또한 버릴 것을 버리며 서비스를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방향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Sunk Costs(이미 투자한 것)가 아까운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비대해 지면 새로운 계획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지기 마련이고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제품이건 아이디어이건 지나치게 풍요롭고 많은 공급 과잉의 세상에 살고 있다. 과거,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잘 돌아가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희소성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도, 아이디어도, 제품을 만드는 기술도 이미 너무 많은 이들에게 공유돼 있다. 풍요의 시대에는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버릴 것을 버리고 가벼워져야 비로소 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지원 대표는 남편 호창성 씨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07년 한국 드라마 등 다양한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Viki.com을 창업해 월 1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키웠다. 세계적인 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매년 20개 부문에 걸쳐 유망한 벤처기업과 창업자에게 주는 크런치어워드 2010을 수상한 바 있으며 올해 6월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인 Vingle.net을 창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교육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지원 Viki 창업자 겸 Vingle 대표 www.twitter.com/Jiwon_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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