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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_108호

최철규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박동국 DBR 3기 독자패널(나루아토)

평소 ‘Strategic Communication’ 코너를 열심히 보고 있다. 최근 협상 관련 책들을 많이 읽다 보니 다른 사람이 협상을 위해 일종의 기술을 사용하는 게 눈에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 협상에 대한 패턴을 공부하다 보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모습이 상대방에게 비춰지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협상 상대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지 않으려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내 입장에서의 진정성이란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돼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지 않기 위해선 우선 협상에서 활용되는잔기술(dirty trick)’원칙(principle)’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잔기술이 아닌 원칙을 활용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

 

흔히 협상전술로 불리는 니블링(nibbling), 미끼전술, 벨리업(belly-up) 기법, 굿가이-배드가이(good guy bad guy) 전술 등은트릭에 해당된다. 이런 전술들은 정해진 틀(파이) 안에서 더 빼앗고 덜 주기 위한 잔기술로서 역효과를 가져오기 쉽다. 나의 협상상대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트릭들을 눈치 챌 때가 많다. 백 번 양보해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내가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는 향후관계 중심의 협상(지속성이 유지되는 협상)’에서 큰 손실을 초래한다.

 

그래서 중요한 게 기술이 아닌 원칙 중심의 협상이다. 내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이슈와 인간관계를 분리하고 숫자(position)가 아닌 스탠더드(standard)부터 합의하면서 상대의 욕구(needs)를 파악해 창의적 대안(creative option)을 만들려는 일관성 있는 모습이 중요하다. 내가 갑이든 을이든, 이런 협상의 원칙들을 지켜갈 때 상대는 나를 신뢰하게 되며 적이 아닌 파트너로서 나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다.

 

물론 이런 원칙 있는 협상의 밑바탕에는 협상에 대한 올바른 철학이 깔려 있어야 한다. 분배적협상(협상 1.0), 경제적 파이에 집중하는 윈윈협상(협상 2.0)을 뛰어넘어야 한다. 나와 상대의 가치(values)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더 큰 가치(value)를 키우는 협상 3.0의 철학이 필요하다.

 

김성희 DBR 3기 독자패널(딜로이트컨설팅)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이 여성 CEO를 기용했다는 기사를 보고 여성 리더십이 그 기업에 가지고 올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DBR 104여성 리더의 진입장벽이중 유리천장’, 열정과 실천력으로 여성이 깨라기고문을 읽었다 창조경제의 시대, 여성이 가지고 있는 개방성, 유연성, 감성, 수용력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HP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케이스가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있다. 당시 피오리나가 HP에서 쫓겨난 이유는 HP가 여성 리더십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인가? 혹은 피오리나의 리더십이 오히려 더 남성적인 측면만을 강조했기 때문인가? 의견을 듣고 싶다.

 

김선혁 고려대 경상대학 교수

피오리나가 대표적인 여성 CEO로 손꼽히지만 과거 HP에서의 피오리나 퇴출을 반드시 여성 리더십의 이슈와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피오리나가 사임하던 당시 HP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 예를 들어 컴팩과의 인수에 대한 조직 내외에서의 부정적인 평가나 PC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 등을 고려해 본다면 전반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 당시 HP의 최고경영자가 피오리나가 아닌 남성이었다고 하더라도 퇴출 가능성은 높았을 것이다.

 

다만, 그 당시 피오리나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 중 한 명으로 인식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높은 가시성(visibility)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남성 CEO보다 더 높은 퇴출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있다. ‘토크니즘(Tokenism)’ 논의에서 봤듯이 여성 리더들은 성과 평가 시에도 남성 리더들에 비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피오리나의 퇴출을 리더십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 of leadership)적 관점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리더십 귀인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조직의 성과가 매우 높거나 낮을 때 그러한 성과의 원인을 리더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리더십 귀인이론에 기반한 실증연구들에 따르면 리더십은 조직의 실제 성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리더십 귀인이론에서는 리더에게 중요한 건 실제 업무 능력 자체보다도 조직 구성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시 피오리나가 전격 사임한 과거 HP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위기 상황에 직면한 HP의 조직구성원들은 당연히 HP가 직면한 위기의 원인을 찾고자 시도했을 것이고 최고경영자인 피오리나에게 그 위기의 원인을 돌리고자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 HP에서의 피오리나의 상징성과 대표성이 매우 높았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실패의 원인을 개별 CEO에게 돌리고자 하는 동기는 더욱 강력했으리라 추정된다. , HP의 부정적 성과의 원인을 최고경영자에게 돌리고자 하는 귀인 과정에서 높은 상징성, 대표성, 가시성을 갖는 피오리나가 좋은 타깃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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