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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고 경청하는 CEO보다 전투력 있는 CEO가 성공한다 外

이창민 | 107호 (2012년 6월 Issue 2)


Finance&Accounting

겸손하고 경청하는 CEO보다 전투력 있는 CEO가 성공한다

 

Based on “WHICH CEO CHARACTERISTICS AND ABILITIES MATTER?” by Steven N. Kaplan, Mark M. Klebanov, and Morten Sorensen (Journal of Finance, Forthcoming)

 

무엇을 연구했나?

어떤 조직이든 리더(Leader)가 있기 마련이다.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 특성 또는 능력이 무엇인지는 학문의 여러 분야에서 매우 흥미롭게 다뤄지는 주제다. 최근 파이낸스 분야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기 시작했는데 이는 기업의 리더인 CEO가 갖고 있는 권한이 크고 그들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CEO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가져간다는 사실에 많은 토론이 이뤄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특정한 하나의 사례(case)를 연구하는 방식에 치우쳐 왔기 때문에 사실 알려져 있는 지식은 그다지 폭이 넓고 깊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어떤 능력을 가진 CEO가 성공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들어 할 수 있는 대답이 별로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다시 말해 많은 CEO들의 샘플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계량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적다는 것인데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이런 면에서 놀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먼저 Steven Kaplan(미국 시카고대 교수) 2명의 학자들은 전문 경영진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ghSMART라는 회사로부터 약 300명의 CEO에 대한 평가 자료를 구했다. 이 평가 자료가 흥미로운 것은 우선 사모투자자(LBO와 벤처캐피털)들이 CEO로 고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가를 ghSMART에 의뢰해서 수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항목이 매우 자세해서 일반적으로 CEO에 대해 궁금해 할 만한 항목들을 거의 다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Personal) 항목에는 조직과 계획을 효과적으로 잘 짜는지(Organization and Planning), 얼마나 추진력이 있는지(Aggressive but respectful or Moves fast) 등이 있으며 상호관계(Interpersonal) 항목에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지(Listening Skills), 다른 사람들과 협동을 잘하는지(Teamwork),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지(Open to Criticism and Ideas)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많은 항목들이 있는데(항목이 40개가 넘는다) CEO 개인의 추진력이 중요한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의 융화가 중요한지, CEO의 지적인 능력이 중요한지, 감성적인 측면이 중요한지 등 일상에서 부딪치는 고민을 모두 포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Steven Kaplan 교수 등은 이들이 CEO로 성공했는가 아닌가에 대한 3가지 지표를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다소 주관적인 지표(사모투자자들이 그들이 고용한 CEO에 대해 사후적으로 내린 평가)로부터 객관적인 지표(기업의 시장가치, 언론의 평가 등)까지 들어갔다. , 어떤 CEO가 성공했을까?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선 gsSMART가 평가한 항목 중 상당히 많은 것들이 CEO의 성공 여부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언뜻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뒤집어 보면 CEO에게는 상당히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업은 General한 능력을 가진 리더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최근 CEO 연봉이 급등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크다. 시장에는 General한 능력을 가진 CEO가 희소할 것이고 모든 기업이 (산업과 관계없이) 이러한 CEO를 잡으려고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놀랄 만한 결과는 다음이다. LBO와 벤처캐피털 샘플을 나눠봤을 때 LBO 회사의 경우 공격적이고 추진력이 있는(‘aggressive’ ‘fast mover’ ‘persistent’ ‘proactive’) CEO가 성공할 확률이 높았고 벤처캐피털 기업의 경우 상호관계를 중요시하는(‘teamwork’ ‘listening skills’ ‘open to criticism’ and ‘treats people with respect’) CEO가 성공할 확률이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단순화하면 강한 CEO가 필요하고 부드러움은 성공에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기존에는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특성에 따라 CEO에게 다른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 연구가 통념을 일거에 뒤집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력 있는 CEO가 성공한다는 일관된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불어 리더는 조직원들을 잘 소통시키고 융화시켜서 team 중심으로 이끌어 갈 줄 알아야 한다는 일종의 상식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매우 도발적인 발견이 될 수도 있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Psychology

몸으로 익히면 무의식 중에도 창의력이 발휘된다

 

Based on “Embodied metaphors and creative acts” by Angela K.-y. Leung, Suntae Kim, Evan Polman, Laysee Ong, Lin Qiu, Jack A. Goncalo, Jeffrey Sanchez-Burks (in press Psychological Science)

 

왜 연구했나?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능력이다. 창의성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새로움과 유용성이다. 새롭기만 하고 유용성이 없으면 기괴할 뿐 현실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유용한 데 새롭지 않다면 누구나 다 알고 활용하는 능력이기에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다. 창의적인 사고방식에는 수렴적(convergent) 사고와 확산적(divergent) 사고가 있다. 수렴적 사고란 문제해결을 위해 단일의 최적 해법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확산적 사고는 문제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는 이러한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를 나타내는 표현이 있다. 예를 들어 확산적 사고를 나타내는 표현으로는한편으로는…”이나틀에 박힌 생각에서 탈피등이 있다. 둘 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출과 관련된 표현이다. 수렴적 사고는중지를 모으다는 표현에서 나타난다. 여러 사람의 지혜, 즉 다양한 생각을 모아 단일의 최적 해법을 찾고자 하는 표현이다. 이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많이 쓰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표현이 실제로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만일 도움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창의성 향상에 도움이 될까?

 

무엇을 연구했나?

사람의 몸과 마음은 하나다. 데카르트가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며 마음은 몸의 기능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한다는 심신이원론을 주장했지만 현대 과학을 통해 제시된 근거는 데카르트식(Cartesian) 이원론과는 거리가 멀다. 체화 인지(embodied cognition)는 몸과 마음이 하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체화 인지란 말 그대로 사람의 생각은 몸의 작용의 결과라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마음의 작용인 기분 좋은 느낌은 몸의 기능을 통해 작동한다. 기분 좋은 느낌에 관여하는 몸의 작용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가 얼굴 근육이다. 기분 좋은 상태는 입술 양끝의 근육이 위쪽으로 살짝 들려지면서 미소 짓는 얼굴로 나타난다. 실제로 이 근육을 인위적으로 끌어 당기면 기분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반대로 끌어 내리면 기분이 부정적으로 바뀐다. 이런 이유로 얼굴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제거하는 보톡스 성형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눈 양쪽에 잡힌 주름이 보기 싫다고 보톡스로 얼굴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제거하면 미소 짓는 능력까지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얼굴 주름은 펴졌지만 그만큼 좋은 기분은 포기해야 한다. 이처럼 체화 인지 작용은 광범하게 관찰할 수 있는데 창의성의 발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창의성을 북돋기 위해틀에 박힌 사고를 탈피하라거나중지를 모으자와 같은 표현을 몸으로 나타낼 경우 체화 인지의 원리가 작동한다면 실제로 확산적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수렴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연구했나?

싱가포르경영대, 난양기술대, 미국 미시간대, 뉴욕대, 코넬대 등 공동연구진은 모두 다섯 차례의 실험을 거쳐 체화된 인지작용을 통해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험1에서는한편으로는또 다른 한편으로는…”의 표현을 몸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실험조건의 참가자는 대중연설을 하면 양손을 쓰도록 했고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은 한 손만을 사용하게 했다. 실험2와 실험3에서는틀에 박힌 생각에서 탈피를 체화했다. 실험2에서는 상자를 놓고 그 바깥 혹은 상자 안에 앉아 생각을 하게 했고, 실험3에서는 자유롭게 걷거나 네모난 줄을 따라 걷도록 하면서 창의성을 검사했다. 실험4에서는 몸을 직접 움직이는 실험1, 2, 3과 달리 가상현실을 이용해 심상(mental imagery)만으로도 체화 현상이 나타나는지 검증했다. 실험5에서는중지를 모은다의 표현의 체화를 통해 창의성의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의 차이점을 규명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실험1: 40명의 실험참가자들에게 2가지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제와 체화 인지작용에 관련된 과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과제는 대학교 빌딩의 새로운 용도를 찾도록 하는 과제다. 체화 인지과제는 건물의 새로운 용도에 대한 생각을 발표하면서 대중연설을 하는 것처럼 양손을 앞쪽으로 들어 쭉 뻗으면서 두 손을 마주잡도록 했다. 두 손을 잡을 때 한 번은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하고, 다른 한 번은 왼손이 위로 가도록 했다.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오른쪽 손만 들어 쭉 뻗으라고 했다. 참가자들의 발표 내용은 모두 녹음해서 분석했다. 분석내용은 용도에 대해 도출해낸 아이디어의 수였다. 분석결과 오른손만 들고 발표한 참가자들보다 양손을 들면서 발표한 사람들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 실험2: 102명의 대학생들이 실험에 참가했다. PVC파이프로 가로x세로x높이 1.5m 크기의 상자를 만든 다음 실험조건의 참가자들은 상자 바깥에서 창의력을 검사했고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은 상자 안에서 창의력을 검사했다. 창의력은 원격연결검사(Remote Associates Test: RAT)를 이용해 검사했다. RAT는 제시된 단어 3개를 본 후 제시된 단어의 공통되는 단어를 제시하도록 하는 과제다. 서로 다른 것을 연결시켜 단일의 해결책을 찾는 수렴적 창의성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분석결과 상자 안에서보다 바깥에 있던 참가자들의 창의성이 높게 나타났다.

 

● 실험3: 102명의 실험참가자들을 3개 집단으로 나눴다. 창의조건의 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창의성을 검사했고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은 실험실 바닥에 그어 놓은 사각형 모양의 줄을 따라 걷거나 가만히 앉은 채로 창의성을 검사했다. 창의성은 애매한 모양의 그림을 보여준 뒤 그 그림에 대한 설명문을 작성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가만히 앉아 있거나 줄 위를 따라 걸어 다닌 참가자들보다 자유롭게 걸어 다닌 참가자들의 창의성이 더높게 나타났다.

 

● 실험4: 35명의 실험참가자들에게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3D가상현실프로그램에 접속하도록 한 뒤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조작하도록 했다. 실험조건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아바타가 자유롭게 걷게 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도출하도록 했다. 대조집단의 참가자들은 아바타를 실험3처럼 사각형 모양의 줄을 따라 걷도록 했다. 분석 결과 아바타를 자유롭게 걷도록 조작한 참가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더 많이 도출해 냈다.

 

● 실험5: 39명의 실험참가자들에게 체화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뒤 수렴적 창의성과 확산적 창의성을 측정했다. 창의성 측정에 앞서 실험을 위해 둥근 모양의 컵 받침을 반으로 잘라 양쪽에 쌓아 놓았다. 수렴적 사고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양쪽에 쌓인 반달모양의 컵 받침을 가운데로 이동시켜 원래의 둥근 모양으로 맞추어 쌓아 놓도록 했다. 수렴하는 행동을 하도록 한 것이다. 대조 집단의 참가자들은 양쪽에 쌓아놓은 반쪽 컵받침을 조합하지 않고 단지 가운데로 이동만 하게 했다. 분석결과 조합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들은 대조집단에 비해 수렴적 창의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확산적 창의성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의 극복이 필요하다. 그러나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명시적 지시나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지라는 의식적인 의도로 고정관념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고정관념의 장벽은 무의식 수준에서 형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고정관념에 대해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고정관념이 강화되는 역설적 현상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고정관념의 극복은 고정관념에 대한 부담감 없이 무의식적 수준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체화 인지를 활용하면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창의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거나 대안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확산적 사고를 나타내거나 기존에 도출된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공통점을 찾아내 단일 해법을 찾아내는 수렴적 사고를 나타내는 신체활동을 함으로써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확산적 창의성을 북돋기 위해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사용하거나 제약된 물리적 공간에서 빠져나가는 행위를 시도할 수 있다. 또 이 연구는 창의성을 북돋기 위한 실용적 해법뿐 아니라 체화 인지 이론의 지평을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게 아니라 긴밀히 연결됐다는 또 하나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체화 인지가 지식의 활성화뿐 아니라 지식의 생성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이 안될 때,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때, 즉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할 때는몸의 틀을 바꾸도록 해보자. 다양한 아이디어나 대안적 해법이 필요할 때면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사용해 보거나, 거꾸로 서보거나, 사무실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으로 이동해 볼 수 있다. 이런 행동은 확산적 사고에 도움을 준다. 반면 이미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된 상황에서 단일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중지를 모으는 행동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연구에서 사용한 것처럼 반달 모양의 컵받침을 원래의 모양으로 맞추기 등의 행동이 수렴적 사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안도현 성균관대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Marketing

외로운 소비자는 특이한 것을 찾는다! 자기 처지랑 비슷해서

 

Based on “The Lonely Consumer: Loner or Conformer” Jing Wang, Rui Zhu, and Baba Shiv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pp.1116 1128)

 

연구의 배경

갈수록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인구 구조의 고령화, 조기 은퇴 등 우리 사회에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회적 변화 요소들이 많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평소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1980년대 중반과 비교했을 때 2000년대 중반에 약 2.5배 정도 높아졌다. 사회적 관계 형성을 돕고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촉진한다는 소셜 네트워크가 많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관계의 양은 늘었지만 질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소비 행동적 측면에서 어떤 특성을 보일까? 과연 그들은 어떤 제품을 선호할까? 논문에 소개된 연구를 통해 다소 의외의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사회적 컨센서스(social consensus) 효과를 주로 보여줬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사회적 컨센서스 단서(예를 들어 70%에 이르는 다수 소비자가 코카콜라를 찾는다)’에 기반해서 자신의 선호를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외로움 지수가 높은 소비자도 이런 특성을 보일까? 혼자일 때 더 편하게 느끼고 자신을 남들과 다르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컨센서스에 반하는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이 연구는 바로 이런 질문을 갖고 출발한다.

 

이 연구에서는 현대인의 외로움이 다양한 소비 상황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제품 선호가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관찰한다. 또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도 개인적 소비를 위한 상황과 남들에게 인식 또는 평가되는 소비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포착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에는자신의 외로움과 타깃 제품 간의 매치’ ‘남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두려움 지각이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연구1에서는 피험자들에게 넷플릭스(Netflix·미국의 DVD 대여 사이트)에서 주말에 자기 혼자 볼 영화를 선택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다. 이때 영화마다 표시된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평점을 다르게 보여줬는데 2.5개 별 표시는 소수자 지지(minority endorsement) 조건, 3.5개는 다수자 지지(majority endorsement) 조건으로 구분했다. 실험 결과, 외로움 지수가 높은 집단은 소수자 지지 영화를 선호, 외로움 지수가 낮은 집단은 다수자 지지 영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운 사람일수록 다수자 선택을 피하고 소수자 선택을 취하는 특이성 선호를 보인 것이다.

 

● 연구2에서는 연구1의 결과가 사적 소비(private consumption) 상황과 공적 소비(public consumption)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폈다. 피험자들에게 벽에 걸어놓을 미술품을 구입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는데 자기 침실 벽에 걸어놓기 위한 그림을 고르는 상황(사적 소비 상황)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동아리 방에 걸어놓기 위한 그림을 고르는 상황(공적 소비 상황) 등 상황을 다르게 제시했다. 그림에 대해서는 어느 조사에서 참가자의 20%가 지지하는 미술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소수자 지지 조건)과 같은 조사에서 참가자의 80%가 지지하는 미술가의 작품이라는 사실(다수자 지지 조건)을 제시했다.

 

평가 결과, 외로움 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 침실 벽에 걸어놓는 상황에서는 20% 지지 미술가의 작품을 선호했고 동아리 방 벽에 걸어놓는 상황에서는 80% 지지 미술가의 작품을 선호했다. 사적 소비 상황에서는 자신의 외로움과 매치되는 소수 지지 작품을 선호한 반면 공적 소비 상황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고려해 다수 지지 작품을 선호한 것이다. 외로움 지수가 낮은 사람은 모든 조건에서 80% 지지 작품을 선호했다.

 

● 연구3에서는 좀 더 다양하게 조건을 배치했는데 요약하면 2가지 선택 상황으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자신의 선택이 쉽게 인식되고 평가되는 상황이다(identifiable context·침실용 물병 구입이라도 친구나 지인이 집에 자주 들리기 때문에 자신의 물병 선택이 쉽게 인식되는 상황, 여행용 물병 구입인데 주변 사람과의 동반 여행이 많아 자신의 물병 선택이 쉽게 인식되는 상황). 반대로 두 번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다(anonymous context·타인에게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침실에서 사용할 물병 구입 상황, 혼자 여행이 잦아 지인들에게 자신의 물병 구입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평가 결과, 외로움 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선택의 익명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외로움과 잘 매치되는 20% 소비자 지지 물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택의 공개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를 의식해서 80% 소비자 지지 물병을 선호했다. 외로움 지수가 낮은 사람의 경우 모든 조건에서 80% 지지 물병을 선호했다.

 

 

연구의 시사점

사회적 양극화 심화, 인간관계 실패, 질 낮은 자기 감정지향적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상처를 받고 고립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럴 때 마케터는 타깃 소비자의외로움 지수(loneliness index)’를 파악해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제품만 제공하기보다는 부합되지 않는, 즉 소수자에게 선택될 만한 옵션이나 버전도 제품 라인 내 포함하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수가 찾는 제품으로만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외로운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포트폴리오 내 독특하고 특이한 라인도 포함하는 것이 외로운 현대 소비자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영화나 광고, 게임, 스포츠 경기를 보는 동안에는도취(삼매경) 효과로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실의 고독에서 도피해서 즐겁고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에 도취해 있는 동안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기업의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소비자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외로운 소비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고독한 소비자가 늘어가는 추세에 비춰볼 때 분명히 도취, 삼매경을 제공하는 스토리텔링은 고독의 좋은 대응 전략으로 환영받을 것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Human Resources

개인보상 or 팀 보상, 지혜로운 접점찾기

 

Based on “Mixing individual incentives and group incentives: Best of both worlds or social dilemma?” by Barnes, C., Hollenbeck, J., Jundt, D., DeRue, D. & Harmon, S.(Journal of Management, 2011. 37:6, 1611-1635)

 


왜 연구했나?

업무가 개인단위로 분장돼 개인들 간의 업무 경계가 명확한 경우에는 보상이 그리 힘들지 않을 수 있다. 개인들이 투여한 시간 대비 또는 산출한 성과 대비 보상을 공정하게 제공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 단위의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동시에 팀원들 간 업무가 서로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분담이 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이럴 때 개인성과 위주로 보상을 하면 팀원들 간의 이질감, 경쟁심을 유발해 팀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팀 단위의 업무 수행 시에는 팀 단위의 보상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겨졌다. 예를 들어, 사회적 상호의존 이론(social interdependence theory)은 팀 내 보상의 차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보상을 할 때 팀원 간 협력과 협조가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각 개인들의 노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보상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들이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다른 동료들의 성과에 묻어가게 되는 현상, 즉 무임 승차 (free-riding) 또는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학자들이 팀 단위 보상과 개인 단위 보상을 적절하게 혼합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가지의 보상 방식을 혼합함으로써 팀 단위 보상 제도의 장점과 개인 단위 보상 제도의 장점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개인 단위 보상이 가미되면 대부분은 팀 단위 보상의 장점은 상실되고 개인 단위 보상에서와 같이 팀원들 간 보상액 차이가 중요해진다. 팀원들은 개인의 이해관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단위 보상이 가미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보를 공유한다거나 동료들을 지원하는 활동들이 약화된다. 이와 같이 혼합형 보상제도(팀 단위 보상과 개인 단위 보상의 혼합)가 갖는 효과성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한다.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에 기반해 혼합 보상제도가 가져오는 효과들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한 제도가 효과가 있는지 또는 없는지에 대한 막연한 결과 예측을 넘어서서 정확도, 속도, 동료 지원 행동, 자신의 업무 수행 행동들에 대해 갖는 효과들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고, 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를 위해 저자들은 미국에서 30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실험실 실험이 그러하듯이 본 연구에서도 가상의 상황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몇 가지 상황 조작을 통해 행동을 관찰하고 결과들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했다. 이러한 실험실 실험은 업무 내용에 있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선 혼합 보상제도를 활용하는 경우 팀 단위 보상제도에서 보다 팀원들의 업무 속도가 증가했지만 정확도는 감소했다. 또한 혼합 보상제도의 경우 자신의 업무를 보다 많이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동료들에 대한 지원 행동은 감소했다. 팀 성과 면에서 보면 팀 단위 보상보다 혼합형 보상 경우가 전체적으로 팀 성과가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혼합형 보상제도가 팀 단위 보상제도와 개인 단위 보상제도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 때문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기존의 믿음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혼합 보상제도하에서 팀원들은 개인 이해 추구와 팀 이해 달성 간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업무 속도 증가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확도 감소 같은 부정적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논문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에 위치한 Merck라는 의약 공장 사례가 소개됐다. 이 공장에서는 팀워크를 강조하는 조직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 단위, 팀 단위, 사업장에 기반한 보상 제도들을 혼합해 활용하고 있다. 우선 개별 구성원들은 매일의 성과 수준과는 상관없는 기본급을 받는다. 팀의 품질 향상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탁월한 고객 서비스를 보였다는 등 기타 노력이 출중하다고 동료들이 판단하는 팀원들에게는 비금전적인 보상이 주어진다. 이들은 팀의 성과에 따라서 각 팀에게 배분하는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다. 또 사업장 전체의 성과에 준해 매년 금전적인 보상이 모든 팀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된다. 본 연구에서 간단하게 제시되는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혼합형 제도가 바로 우리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팀 활동을 강화하려는 모든 기업들이 혼합형 보상 제도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집단주의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두레나 품앗이 같은 상호 협조적인 노동의 방식에 익숙한 사회이며 개인이 팀이나 회사를 위해 다소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지만 집단주의적 가치가 곧 팀 단위 보상의 효과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즉 팀워크를 효과적으로 배양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보상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상 제도를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본 연구 결과는 몇 가지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 팀의 목표나 업무 특성상 업무 처리 속도가 매우 중요한 변수라면, 그리고 개별 팀원들의 성과의 양이 팀의 전체적인 성과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팀 단위 보상보다는 혼합형 보상 제도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속도보다는 정확도가 더 중요한 변수이며 팀원들 간의 지원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면 혼합형 보상제도보다는 팀 단위 보상 제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장은미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mchang@yonsei.ac.kr

필자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미국 매릴랜드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동기부여 및 인적자원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Strategy

통합 or 차별화:두 시각으로 혁신 보기

 

Based on “Exploitation-Exploration Tensions and Organizational Ambidexterity: Managing Paradoxes of Innovation” by Constantine Andriopoulos, Marianne W. Lewis (2009, Organization Science, Vol.20, No.4, pp.696-717)

 

왜 연구했나?

경영에서는 오래 전부터 기업의 생존과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혁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조직 내에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두 가지 유형의 혁신이 공존하면서 긴장 관계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기존 지식을 잘 활용해서 효율성을 증대하고 각종 개선을 도모하는 점진적 혁신과 새로운 지식을 기반으로 실험과 모험을 감행하는 급진적 혁신은 상충된다. 점진적 혁신은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지만 급진적 혁신의 도움 없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 기존의 혁신 관련 연구에서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의 양면성(ambidexterity)을 강조했다. 구조적 양면성을 강조하는 연구에서는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복수의 조직 구조와 전략을 제안했다.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각각의 혁신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반면 상황적 양면성을 강조하는 연구는 두 가지 혁신을 통합하는 행동적, 사회적 수단을 강조했다. 이는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갈등 조정을 지원하는 조직 분위기 및 제도를 만들도록 해서 개별 구성원들이 양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끔 도왔다. 하지만 혁신의 긴장 관계와 조직의 양면성을 다룬 통합적 실증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무엇을 연구했나?

혁신의 패러독스는전략적 의지(strategic intent)’ ‘고객 지향성(customer orientation)’ ‘개인적 동인(personal drivers)’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략적 의지 측면에서는 검증된 방법으로 안정적 수익 확보에 주력하는 방안과 획기적인 시도를 통해 산업을 주도하는 방안 간 긴장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고객 지향성에서는 고객 요구를 충실히 맞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제안을 통해 고객 기대를 이끌 것인지를 분석했다. 개인적 동인 차원에서는 규율과 통제, 열정과 위험감수 사이의 갈등에 주목했다. 또한 이러한 혁신의 패러독스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통합(integration)과 차별화(differentiation)라는 기본 개념을 중심에 뒀다.

 

어떻게 연구했나?

제품 디자인 산업에서 주제에 적합한 5개 기업을 선별했다. 이들은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탁월한 디자인 실력으로 각종 관련 상을 수상한 신제품 디자인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다. 또한 이들은 모두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TOP10에 속하는 업체들로 확실한 경영 성과와 다양한 수상 경력, 특허 등으로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1969년과 1994년까지 설립된 연도는 각각 달랐다. 기본적인 연구방법은 비교 사례분석이었으며 5개 기업에 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경영자와 실무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사무실을 관찰하는 등 실증조사를 병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기업 내 혁신의 패러독스를 통합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전략적 의지 측면에서 긴장 관계는 기업 차원의 모순인 반면 고객 지향성은 개별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적 동인은 지식 근로자 당사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따라서 세 가지 차원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통해 혁신의 패러독스가 기업 전체 차원에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예컨대 최고경영진은 리더십과 자원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프로젝트와 위험을 감수한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포함하는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관리했다. 프로젝트 리더들은 사업별로 때로는 고객 요구를 수용하고, 때로는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끝으로 개별 종업원들은 언제, 어떻게 규율과 열정을 최적으로 조합해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 해당 기업들은 통합과 차별화라는 상호 보완적인 방법을 통해 혁신의 패러독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통합은 상호 모순적인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비전을 공유하거나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프로젝트에 접목시키는 의도적인 즉흥성(improvisation)을 실제 작업에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제품 디자이너는 이윤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맨이면서 창의성을 잃지 않는 통합적 마인드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차별화는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을 일시적으로 구분해서 각각의 특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뜻한다. 혁신의 특성이 다르므로 서로 다른 전략, 서로 다른 프로젝트 관리, 서로 다른 일처리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거나 고객 요구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일시적이지만 구조적으로 업무를 분리하는 방식 등이 차별화의 방안들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한 가지 혁신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경영자들의 문제의식은 이제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 같다. 문제는 혁신의 패러독스를 관리하고 조직의 양면성을 갖추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기업, 프로젝트, 개인 차원에서 혁신의 패러독스를 이해하고 통합과 차별화 방안을 통해 양면적 조직을 관리하는 요소들을 하나의 일관된 모델로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마지막 제안

제품 디자인 산업에 한정된 기업 사례 분석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다른 업종에 적용할 때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심층 사례 연구라고 해도 원리를 밝히고 모델을 제시한 것은 유의미하나 실무적인 지침까지 제안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 프로젝트, 개인 차원에서 자신만의 양면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은 현장 경영자들의 몫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MBA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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