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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hinking 런던 올림픽 성화 제작한 Edward Barber와 Jay Osgerby 인터뷰

좋은 디자인의 핵심요소: 직관적 소통과 진실성

최한나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하시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런던 올림픽의 성화 제작을 맡았다. 다른 제품 디자인과 차이가 있었는지.
 
이제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다.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일단 관계자가 많았다. 정부와 올림픽 주최 측, 정치가, 운동선수 등 상대해야 할 고객군이 복잡했다. 실제 물리적인 작업보다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됐다. 우리는 전략가가 돼야 했다.
 
만약 디자인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나 지금보다 어렸을 때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처음 생각했던 디자인을 끝까지 밀어붙일 만한 지식과 역량이 모자랐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처음의 디자인이 사라지고 마지막엔 다른 디자인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디자인을 믿었다. 그리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원래 구상했던 디자인의 99%가 반영됐고 실제로 그 모습이 나왔다. 이는 오랜 시간 누적된 경험의 결과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수년간 일해야 얻을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이 런던에서 세 번째 열리는 것이라는 점, 올림픽 구호가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등 3가지라는 점을 감안해 숫자 3을 모토로 삼각형 모양의 성화를 만들었다. 삼각형 모양의 성화 겉면에는 구멍을 뚫었다. 성화 봉송자 중 어린 사람도 있고 나이 든 사람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 8000명의 봉송자들이 총 8000마일을 달리기 때문에 구멍은 8000개를 뚫었다. 이는 봉송자 한 명 한 명을 상징하는 것이다.
 
고도가 높은 산이나 비바람, 눈 등 다양한 환경적 제약에서도 불이 꺼지면 안 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영하 1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기온 격차에도 대비해야 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따져야 했지만 결국 우리는 해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 관심을 끄는 매력이 먼저겠지만 일단 관심을 끌고 난 후 그 관심을 지속시키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는 ‘직관적인 소통’이 반드시 들어간다. 한마디로 제품과 소비자가 서로 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가 ‘진실성’이다. 가구든 건물이든 제품은 용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합한 재료를 바탕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소비자가 언제 어떤 용도로 이 물건을 사용하며 그런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어울리는 재료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소비자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메시지는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모든 프로젝트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약 오랜 시간 책상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자를 만든다면 그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해해서 그들의 필요와 욕구에 부합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과정을 거쳐 앞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앉는 것이 자세에 좋고 오래 앉아 있어도 덜 피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토대로 팁톤(Tip Ton) 의자를 만들었다. 단순히 멋지게 보이는 디자인만 추구한다면 그 제품은 사용자에게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진실성이 없으며 소비자와 직관적으로 소통할 수도 없는 제품이다. 단순히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사고 싶어 하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왜 이렇게 보이는지, 어떻게 이런 모양이 나왔는지, 디자인에서 제시하는 이상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소비자는 더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메시지가 명확하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훨씬 수월해진다. 그리고 반드시 오래 유지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유행에 따라 자주 변하는 디자인보다는 사람들이 오래오래 지니고 싶어 할 만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모든 디자인은 다음 세대에 전해줄 만한 정도여야 한다.
 
이런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는 최대한 많은 질문을 해야 한다. 제품의 핵심 기능이 무엇인지, 누가 구매할 것인지, 누가 사용할 것인지,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등이다. 이제까지 그 제품이 갖고 있는 기능과 역할을 상세히 이해하고 그 범주를 깨고 나갈 수는 없는지를 고민하며 도전하는 것이다.
 
 
디자인 경영을 하고 싶은 기업에 조언을 해준다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영국의 산업 디자인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상품 판매를 촉진하고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고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발달했다. 이전에는 장인들이 제품 하나하나를 손수 만들었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똑같은 제품이 다량 생산되기 시작했고 여기서 산업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등장했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됐고 자국 디자인이나 소비자 취향을 읽어내는 분야도 발달했다.
 
디자인이 발달하면서 산업도 크게 변했다. 디자인은 산업 발달을 촉진한다. 영국 디자인원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나스닥에 상장된 200위 기업들 중 90% 이상이 수익의 30%를 디자인과 제품 개발에 사용한다. 디자인이 산업을 변화시키고 또 다른 수익원을 만들어내며 이런 경험을 가진 회사들이 또다시 디자인에 투자하는 구조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크게 성공하려면 디자인에 투자해야 한다. 디자인은 회사를 성공하게 하는 강한 요소다.
 
 
디자인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디자이너에게 최고경영자에 대한 접근권이 있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가 최고경영자와 직접 얘기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 대기업은 많은 경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고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은 하위 부서에 속해 있거나 외부에 존재한다. 이럴 때 디자이너들은 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 자신이 속한 팀의 수장과 얘기하고 그가 다시 상사에게 가서 보고하고, 또 다른 단계를 거치고, 올라가고, 보고를 반복하는 중에 원래의 취지와 의도는 사라지고 만다. 중간관리자들은 디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며 원래 만든 디자이너보다 열정도 부족하다. 어디서 그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는지, 어떤 의도로 그와 같은 디자인을 고안했는지도 모른다.
 
애플은 커뮤니케이션의 위계질서가 없는 좋은 예다. 애플의 경우 디자인을 전사적으로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디자이너는 직접 CEO에게 가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디자인 총책임자와 CEO가 단 둘이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이런 과정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서도 달라질 텐데 유럽이나 미국은 상대적으로 위계질서가 약한 데 비해 동양권 국가들은 회사 안에 여러 가지 복잡한 계층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회사들과 일할 때 특히 이 부분이 까다로웠다. 디자인을 단지 마케팅 효과의 하나로 이해하는 CEO는 절대 이런 과정을 압축할 수 없다. 하지만 디자인은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 그 자체이므로 사업의 핵심에 있어야 한다. 이것이 디자이너와 최고경영자의 거리가 가까워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도 같은 맥락인데 디자이너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해야 한다. 이미 제품의 사양이나 고객군 등을 설정해놓고 외부 모양을 만드는 단계에 가서야 디자이너를 부르는 회사들이 있다. 이것은 전략적으로 실패다. 회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품을 설계하는 초기에서부터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디자이너는 좀 더 창의적인 접근이나 통찰력을 회사에 가져올 수 있다. 우리처럼 항상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디자이너라면 이미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예가 있었다는 조언을 들려줄 수도 있다. 회사가 프로젝트의 멤버로 디자이너를 더 일찍 영입하면 할수록 더 좋은 디자인을 얻을 수 있다. 파나소닉이 이런 점에서 좋은 예다. 파나소닉에는 개방적인 디자인팀과 그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는 경영진이 있다. 그들은 초기부터 디자이너를 참여하게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에게 최대한 자유롭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디자인이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 않다. 디자이너에게 묻고 디자이너와 함께 고민하며 디자이너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신뢰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dward Barber and Jay Osgerby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The Royal College of Art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1996년 그들의 이름을 딴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첫 번째 스튜디오인 이곳에서 1977년 Isokon을 통해 생산된 첫 번째 작품 Loop Table을 디자인했다. 2004년 Jerwood Applied Arts Prize에서 수상했고 이는 Bexhill에 있는 De La Warr Pavilion에서 제작 의뢰를 받는 계기가 됐다. 2009년에는 Murano glass makers Venini와 계약을 맺고 독특한 꽃병들을 만들었으며 이는 Milan, Porto Cervo, London 등에 소개됐다. 이후 Vitra, Cappellini를 비롯해 Venin, Magis, Swarovski 등과 컬렉션을 진행했다. 2001년에는 Universal Design Studio를 세웠으며 이는 현재 건축, 인테리어, 전시회 등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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