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경주에서 배우는 승계의 지혜

98호 (2012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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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과를 내는 경영자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늠하는 저만의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사석에서 대화할 때 과거와 관련한 이야기와 미래와 관련한 이야기의 비율을 추산해보는 것입니다. 편안한 대화에서도 시장이나 기술의 변화, 향후 사업 전략 등 미래와 관련한 이야기를 줄곧 화제로 올리는 경영자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경영자의 상당수는 성과가 좋지 않다는 게 경험칙입니다. 성공 이력이 많은 한 CEO는 과거 그가 이룬신화에 대해 묻자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라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곧바로 미래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시장 및 고객의 변화와 더불어 미래에 관심이 가있는 경영자들의 주요 고민거리 중 하나는승계 계획(succession plan)’입니다. 훌륭한 CEO가 되려면 취임하자마자 후임으로 누구를 앉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승계 문제를 연구해온 경영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실제 승계 계획을 잘 세워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성과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문제는 선진국 기업조차 3분의 2가 체계적인 승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효과적인 승계 계획 수립과 실행의 출발점은대체 계획(replacement plan)’과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체 계획은 단순히 전임자 자리를 대체할 후임자를 정해놓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승계 계획은 모든 리더십 레벨에서 고성과를 내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조직을 영속적으로 만드는 활동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력 육성 계획과 향후 요구되는 포지션별 역량 지도 작성,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인재 수요 예측, 리더십 모델 정립 등의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대체 계획과 달리 승계 계획이 이사회와 CEO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과 관련,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릴레이 승계 계획(relay succession plan)’입니다. 릴레이 경주에서 바통을 넘겨줄 때 두 선수가 함께 일정 구간을 달려가듯 조직의 핵심 포지션 승계과정에서도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릴레이 승계 계획을 실행하는 기업은 후임 CEO 지명자를 COO나 사장 자리에 앉혀 조직 내외부 사람들이 모두 알 수 있게 하고 현 CEO와 함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임자는 자연스럽게 CEO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으며 조직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릴레이 승계 계획을 실천할 때 주주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E가 대표적 모델입니다. GE는 잭 웰치 회장의 사임을 10년 앞둔 시점부터 20여 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6년여 동안 수천 시간 토론을 벌여 3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습니다. 또 잭 웰치 퇴임 이전에 후계자에게 바통을 넘겨줬습니다.

 

승계 계획과 관련해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항은다원성(diversity)’입니다. 학계의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원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성과가 향상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직책일수록 여성이나 외국인 등이 진입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원성을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는 펩시는 서로 다른 인종의 멘토를 지정해주는 등 여성이나 외국인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배려했습니다. 이런 조직 문화는 미국 이민자 가족 출신도 아닌, 인도에서 대학원까지 다닌 여성 인드라 누이가 CEO로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승계 계획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과 실전 솔루션을 망라했습니다. 특히 2세에서 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기업이 많은 한국 상황을 감안해 가족 기업의 승계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 조명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신한 및 하나금융의 승계 문제가 조명을 받는 등 승계 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조직의 영속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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