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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의 발상전환, 16년 수배범을 하루 만에 잡다

임정욱 | 89호 (2011년 9월 Issue 2)














지난 6월 22일 흥미로운 보도가 미국 언론을 장식했다. 1995년부터 잠적해 16년 동안 FBI가 쫓던 “America’s 10 most wanted“ 중 한 명인 제임스 ‘화이티’ 벌저(James ‘Whitey’ Bulger)가 잡혔다는 것이다. 솔직히 처음 듣는 이름이라 누구인가 했다. 알고 보니 그는 보스턴의 갱스터로 19명의 살인을 사주한 보스턴에서는 그 이름만 들으면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는 전설적 인물이었다. 81세의 ‘초거물 갱(gang)’인 그는 영화 ‘디파티드(Departed)’에서 잭 니컬슨이 연기한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다. 친동생이 매사추세츠 주의원, 매사추세츠주립대 총장을 지낸 빌 버저라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FBI는 그를 오사마 빈 라덴과 동급의 ‘최대 중요 지명수배 용의자’로 지목해 오랫동안 행방을 쫓아왔다.주요 외신에 따르면 FBI는 유력 정보 제공에만 2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어뒀던 제임스 ‘화이티’ 벌저를 지난 22일 로스앤젤레스 근교 산타모니카에서 체포했다. 벌저는 한 3층 건물 아파트에서 제보를 받고 현장을 덮친 FBI 요원에게 붙잡혔으며 도피 생활을 도왔던 애인(60)도 함께 체포됐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그는 마약이나 도박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으며 일단 적(敵)으로 간주한 인물은 미간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잔인한 모습을 보여 현지에서는 공포의 대상으로 통해왔다.
필자의 관심을 끈 점은 16년 동안 감쪽같이 사라졌던 그가 하루아침에 보스턴의 반대쪽 LA의 산타모니카에서 잡힌 이유였다. 보스턴의 FBI지부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2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세계 각국의 인터폴과 공조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해서도 못 잡던 화이티 벌저를 FBI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지 겨우 하루 만에 잡았다.
발상의 전환은 무엇일까.  FBI는 화이티 벌저의 여자친구 캐서린 그레이그가 그와 동시에 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치과에서 일하던 그녀가 자주 치과, 뷰티 살롱, 성형외과에 다닌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60대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미국 14대 도시에서 월요일부터 광고캠페인을 시작했다. 평일에 주부들이 TV를 즐겨보는 낮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내보냈다. 예산은 겨우 5만 달러였다. FBI는 캐서린에게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화이티 벌저를 대상으로 한 200만 달러에 비하면 아주 적은 액수다. 30초 분량의 광고에서는 화이티 벌저가 아닌 여자친구 캐서린 그레이그의 사진을 주로 노출했다.
FBI는 여성층이 주로 시청하는 ‘엘렌(Ellen)’ 같은 쇼에 광고를 내보내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놀랍게도 FBI가 광고를 내보낸 지 단 하루만인 화요일, 산타모니카의 한 아파트에서 “그녀를 본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FBI는 잠복 끝에 수요일 산타모니카의 아파트를 급습해 그곳에서 14년간 가스코(Gasko)라는 이름으로 숨어산 화이티 벌저와 그 여자친구 캐서린을 체포했다. 본부의 부정적인 의견을 무릅쓰고 발상의 전환으로 접근한 보스턴 FBI지부의 에이전트는 영웅이 됐다. 그는 CBS뉴스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We’re trying to think out of the box. Really be creative and use the power of world wide web internet and social media. It was money well spent. It was appropriate utilization of resources.  … That was correct decision to go forward with this campaign.”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하려고 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 결과 예산과 리소스도 적절하게 쓰였다. 이후 벌저를 이렇게 빨리 검거한 것을 보면 이 광고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TV광고를 전개하는 데 5만 달러면 정말 적은 예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가 정확히 효과적으로 타깃층(60대 이상 주부)을 겨냥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화이티 벌저 검거 사례는 벽에 부딪혔을 때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타깃 광고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임정욱 LYCOS INC 대표이사 http://estima.wordpress.com
 
임정욱 대표이사는 미국 UC버클리대 하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다음커뮤니케이션 서비스혁신본부장, 글로벌센터장을 거쳐 현재 미국 보스턴에 있는 라이코스 INC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인터넷, IT에 대한 블로그(http://estima.wordpress.com)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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