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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Leadership

CEO의 인센티브? 연봉 vs 안정성

정재승 | 88호 (2011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창조•혁신 DNA를 지닌 경영자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21세기 리더에게 요구되는브레인 리더십함양 방안을 뇌공학 전문가이자 이 시대의글쟁이인 정재승 교수가 제시합니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뇌공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도 함께 전해드립니다.

 

신문에서 종종 보는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과 인센티브 소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잘나가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수백억 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도 월스트리트의 금융기업 CEO들이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아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과연 그들은 그만큼의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일까? 좀더 솔직히, 우리는 과연 월급이나 인센티브를 더 많이 받을수록 그만큼 더 많이 일을 하고 회사에 공헌할까? 현재 미국 주요 기업이나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CEO의 엄청난 인센티브와 연봉은 과연 신경과학적으로 바라봤을 때 효과적인 제도일까?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ceo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먼저 현재 CEO의 연봉과 인센티브를 알아보자. 얼마 전 국세청이 수입금액 100억 원 이상 법인의 CEO를 조사했다. 우선 그들의 평균 연령은 51.6. 베이비붐 세대인 50대가 전체의 38.9% 8632명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중 남성(21129, 평균 51.7)이 여성(1074, 49.5)보다 20배 이상 많았다.

 

그들의 평균 연봉은 약 18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근로자 평균(2500만 원)보다 7.4배 정도 많았고 중앙부처 장관 연봉(9600만 원)보다 2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상장법인(668) CEO의 평균 연봉은 55000만 원으로 일반법인(21804) CEO 연봉(16000만 원)보다 3.4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2010년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CEO 103명을 대상으로 연봉, 자사주 매각차익, 배당금 등 회사에서 벌어들인 연간 소득을 조사한 결과, 평균 소득은 1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 평균의 90배에 달한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 심한 편이다. 지난해 조사된 미국 100대 기업 CEO의 연간 수입이 평균 148억 원으로 한국 대기업 CEO의 평균(17억 원)보다 8.7배나 많았다. 미국 100대 기업의 총 매출은 6023조 원으로 한국(1174조 원)보다 5.1배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미국 대기업 CEO의 수입은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두 나라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 CEO는 연봉보다 성과급 형태의 스톡옵션이나 배당금 등이 전체 수입의 78%를 차지했고 한국은 72%가 연봉이었다.

 

이런 소득 불균형 현상은 우리나라도 심각하지만 미국이 더 심각하다. 뉴욕타임스를 살펴보니 연봉분석업체 에퀴라의 자료가 인용돼 있는데 미국 200대 기업의 CEO 평균 연봉이 1970년대에 비하면 약 10배 정도 증가한 추세라고 한다. 일례로, 미국 대기업 CEO 평균 소득은 현재 돈가치로 환산했을 때 약 100만 달러(108300만 원) 정도였고, 회사에서는 캐딜락 차량을 제공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요즘 미국 대기업의 CEO절대 환대를 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EO의 소득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난 데 비해 안타깝게도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 20년간 크게 오르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기업 경영인의 연소득은 지난 1970년부터 2005년까지 430%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기업의 수익 증가율(250%)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할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빈부격차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이었으나 이 자리에서 논할 내용은 아닌지라 더 깊게 들어가진 않겠다.)

 

인센티브와 업무성과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이처럼 미국의 CEO들이 받는 거액의 연봉은 과연 합리적인 액수일까? 인센티브가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대부분의 신경경제학적 연구는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우리에게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으로 잘 알려진 미국 듀크대 댄 애리얼리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인도의 피험자들에게 월급의 1, 2, 5배만큼의 인센티브를 주면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실제 업무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과제에서 적은 액수의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 업무성과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나타냈으나 금액이 커질수록 오히려 업무성과가 낮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다시 말해 적절한 수준 이상의 인센티브는 오히려 독이라는 얘기다.

 

이런 실험결과는 신경과학자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진 쥐 실험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미로를 빠져나오는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과제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전기자극을 주는 실험에서 더 강한 전기자극을 줄수록 학습효과는 더 높아져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벌이 가혹할수록 학습효과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반대로 미로를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먹이를 더 많이 주는 실험에서도 많은 먹이가 더 빠른 학습효과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창의적인 업무일수록 인센티브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단기적인 금전적 보상은 창의성을 떨어뜨린다는 실험 결과도 여럿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단기적인 인센티브의 형태로 보상받기보다는 인정이나 명예에 더 민감하다.

 

이 일련의 실험은 인센티브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과감히 깬다. 실제로 CEO에 대한 과도한 인센티브는 CEO로 하여금올해 인센티브에 집착하게 만들어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된 사고에 빠지게 하고 불필요한 경쟁심으로 인해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데 실패하게 한다.

 

게다가 인센티브의 절대 액수는 실제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절대 금액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곧바로 우리의 뇌가 그 금액에 적응해 인센티브의 절대 금액보다 상대적 증액·감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엇보다도 CEO의 지나친 인센티브는 고액의 연봉이 자신의 가치라 믿게 만들어 적은 월급을 받는직원들의 가치와 소중함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게 하거나 폄하하게 만든다. (연봉을인간의 가치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CEO들이 모인 최고경영자과정이나 CEO 포럼 같은 곳에서 전하면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실제로 자신들은 높은 인센티브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CEO에서부터 높은 인센티브는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나온다. 이 또한 자연스런 반응이다.

 

실제로 CEO의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는 직원들에게나도 열심히 일해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 많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고야 말겠다는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설령 이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역효과 역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CEO가 자신의 월급만큼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직원들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CEO나 임원들에 대한 대우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강한 자극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CEO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인센티브가 되기 위해서는 연봉이나 인센티브의 금액 자체는 지나치게 높지 않게 하고, 대신 현재의 자리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면서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직업의 안정성, 풍요로운 생활과 더불어 개인적인 시간적 여유를 통한 자기 계발의 기회,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과 경험의 기회 등을 갖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성장하는 자리, 책임지고 자신의 뜻을 펼 수 있는 자리, 안정적으로 회사와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자리를 CEO들은 더 원하며 직원들도 그런 CEO가 되길 원한다. 단기적인 평가와 과도한 인센티브는 CEO에게 스트레스와 상실감을 안겨주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jsjeong@kaist.ac.kr

 

필자는 KAIST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컬럼비아대 의대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창의적인 문제 해결, 뉴로 마케팅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2009년 다보스 포럼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됐다. 저서로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등이 있다.

  • 정재승 정재승 |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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