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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첫인상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

박미라 | 78호 (2011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How Snap Judgemnets Lead Negotiators Astra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콘텐츠 공급(NYT 신디케이션 제공)
 
타인에 대한 평가는 당신이 이들의 인간미와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에이미 커디, 프린스턴대 수전 피스케, 로렌스대의 피터 클릭 교수로 이뤄진 연구진은 즉각적 판단(snap judgment)의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잘 이해해서 활용하면, 긴박한 협상 장소에 나가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충분한 사고를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나아가 협상장에서 마주 앉은 상대에게도 이러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사실 타인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는 요인 중 80%는 인간미와 능력이다. 특히 우리는 능력에 앞서 인간미를 먼저 감지한다. 또 대부분 능력보다 인간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들은 사람들이 채용이나 승진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만 인간미보다 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즉시 적인지 아군인지를 가늠하려고 애쓴다. 길에서 만난 이방인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이 내게 접근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인간미에서부터 냉정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속성에 대한 고려가 작용하게 마련이다. 인간미는 신뢰, 성실, 친밀성, 친절함과 같은 성향을 모두 아우른다. 반대로 냉정함은 속임수에서부터 잔인함에 이르는 성향을 포괄한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면, 우리는 그 의도를 실행에 옮길 능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평가한다. 능력에 대한 평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뤄진다. 이 사람이 나를 해칠 능력이 있을까?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얼마나 능수능란할까? 영리하거나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일까? 이런 생각이 스친다는 뜻이다.
 
협상 자리에서 인간미와 능력에 대한 판단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방이 공동의 가치 창출을 위한 이쪽의 시도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줄까? 아니면 그러한 노력을 이용하려고 할까? 만일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해 하는 인물로 보일 때는 그가 과연 알짜를 차지할 능력이 되긴 할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이러한 질문에 대해 판단을 내려버린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외가 없진 않지만, 사람들은 보통 인간미와 능력, 냉정함과 무능력을 상호배타적 요소로 생각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따뜻하고 붙임성이 좋으면, 우리는 그가 자신의 부족한 지성을 감추기 위해 그러한 성향을 과도하게 드러낸다고 판단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일을 해내는 수완이 대단히 좋으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은 떨어질 거라고 단정하기 쉽다.
 
커디, 피스케, 글릭 교수가 제시한 정형화된 모델을 분석해 보면 인간미와 능력에 대한 인간의 판단은 특정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기폭제다. 가령,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인들과 같이 따뜻하지만 무능력하다고 여겨지는 하위 계층 집단을 동정하고,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반면 능력 있고 차가운 집단으로 정형화된 상위 계층 집단은 부러워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냉정한’ 하위 계층 집단에 대해서는 경멸과 증오의 감정을 가지고, 이들을 무시하는 편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속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갖고 존중해 준다.
 
우리 선조들은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이방인을 만나게 됐을 때, 상대방을 특정 집단에 속하는 사람으로 판단해버리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 방식을 취하고 싶어 했다. 과거에는 이 방식이 유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정형화된 사고 방식을 고수하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 수 있다. 협상 자리에서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즉각적인 판단 때문에 별의별 실수를 저지른다. 기만적인 사람을 신뢰하기도 하고, 우리 편에 서서 도와줄 능력을 가진 상대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실수는 상대방이 차가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싫어하고 믿지 못하는 상태에 처할 때다. 어쩌면 상대방과의 공조를 통해 획기적인 공통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리고, 협상을 교착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일은 우리가 인간미나 능력에 대해 판단을 내린 후, 이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해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협상 장소에 나가서도, 상대를 정형화해서 받아들이기보다 남다른 개성과 욕구를 지닌 하나의 독립된 개인으로 바라보고 그에 맞게 대우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마주하고 앉은 우리의 판단은 너무나 순식간에 발생해서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려 든다.
 
따라서 우리는 이 즉각적 판단이 우리의 이성적 사고를 흐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에 관한 커디 교수의 조언은 상대방을 너무 일찍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한편 상대방이 이쪽을 너무 일찍 판단하지 않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1.시간을 충분히 들인다 시간과 관심을 충분히 쏟아 붓지 못하면 즉각적 판단에 의존하고자 하는 유혹에 더 많이 빠진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협상 상대방을 개성을 가진 개인으로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상대를 점점 알아가면서, 자기 생각을 수정할 줄 아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따뜻한 인간미와 능력은 공존할 수 있는 속성이란 점을 잊지 말자.
 

2.자신의 숨겨진 강점을 강조해서 보여준다 상대방이 나를 판단할 때, 그의 판단에 정형화된 선입견이 파고들 틈을 줄이려면 간과되기 쉬운 나만의 개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진정한 자신’의 매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절묘한 방안을 찾아 보자.
 
3.내용보다 ‘포장’에 신경 쓴다 타인을 평가할 때는 따뜻한 인간미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따뜻함보다 능력 있어 보이기 위해 더 노력한다. 커디 교수는 할 말을 다듬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가꿔야 한다는 점은 잊어버린다고 지적한다. 상대방과의 대화 태도야말로 대화 내용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큰 실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협상 장소에 나가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들어줌으로써 마음이 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편이 뛰어난 지성과 능력을 통해 상대방을 감탄시키려는 전략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번역 |박미라 mira_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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