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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태계와 동반 성장 정책

길게 보고 파트너 키우는 젊은 생태계를…

김기찬 | 76호 (2011년 3월 Issue 1)
 

 
기업 생태계의 오너스 현상과 동반 성장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가 늙어가고 있다. 과거가 기업 생태계의 보너스(bonus) 시대였다면 지금은 기업 생태계의 오너스(onus, 부담) 시대다. 매년 80만여 명의 소상공인이 창업하지만, 이 중 75만여 명이 폐업하는 다산다사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창업 평균 수명은 1년 정도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로도 닫혀가고 있다. 한국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Healthiness of Ecosystem)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특별한 대책 없이는 머지 않아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창출의 주역인 중소기업의 사회경제적 역할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복지 및 경제 발전에도 심각한 여파가 예상된다.
 
생태계 내에서 생산적 개체의 증가율이 비생산적 개체의 증가율보다 떨어지면 생태계는 보너스의 시대에서 오너스의 시대로 바뀐다.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은 수익성 및 생산성(productivity), 강건성(robustness), 혁신성(niche creation)의 3요소(Iansiti, 2004, Kim, Song, Rhee, 2010)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기업 정책은 지금까지 수익성이나 생산성과 같은 개별 개체의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해왔다. 개체 수와 관련된 강건성, 창조적 틈새 제품 개발을 통한 새로운 혁신 영역 개척과 같은 장기적 성과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산업화 초기의 창업 및 성장 중심의 정책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면서 기업 생태계의 위기에 둔감했던 결과다.
 
기업 생태계의 노쇠가 왜 문제일까. 일본 경제가 보여주듯 생산 인구보다 피 부양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 기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중소기업 도산이 이어져 중소기업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 한국의 기업 생태계도 급격한 추락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출생률 제고에 사활을 걸었듯,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관리청 또한 중소기업의 개체 수 관리에 미래를 걸어야 한다.
 
인구 감소에 대한 선진국 가족 복지 정책은 기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영국은 개인 빈곤층을 위한 개인 중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반면 프랑스는 자녀 수 기준의 가족 수당 지급 및 탁아 시스템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출산율 증가에 실패했지만 프랑스는 출산율 상승에 성공했다. 즉 노쇠화된 한국 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보다 중소기업의 개체 수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반 성장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혁신 주도 성장(innovation-led growth)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중소기업의 공헌이 날로 주목 받고 있다. 중소기업 특히 젊은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고 제품을 고객 요구에 맞게 적응시킴으로써 혁신 시스템에 점점 더 기여하고 있다(Seoul G20 ,Business Summit)’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업 규모 및 수익성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은 심각한 의욕 저하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고도성장기에 창업한 중소 기업가들이 대거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0년간이 중소기업 개체 수의 결정적 고비다. 이런 중소기업들이 후계자 승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폐업한다면 기업 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인 중소기업의 붕괴는 물론이고,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전체 고용의 88%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이라도 동반 성장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의 재정렬을 시작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사라지지 않도록 살려내는 일은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에 좋은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경제 정책의 큰 틀도 주주자본주의 중심에서 기업 생태계 자본주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산업계 패러다임에서 기업 생태계 패러다임으로
과거 많은 사람들은 기업 간 경쟁을 종종 명확하게 정의된 특정 산업계의 테두리 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며, 경쟁은 반드시 동종업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산업계라는 용어 대신 기업 생태계(business eco-system)가 등장한 이유다(Moore, 1993, 1997, Iansiti,2004). 즉 기업 생태계란 다양한 종(기업)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곳이다. 또 고객, 공급자, 유통업체, 아웃소싱 기업, 관련제품 및 서비스 메이커, 기술제공 기업 및 여타 조직들의 유연한 네트워크(Iansiti & Levien 2004a, b)를 말한다.
 
왜 동반 성장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업 생태계 관점을 도입하는 일이 중요할까? 생태계의 세계에서는 지금 개체들 간 단기적 먹거리를 위한 경쟁보다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들 간 상생 가치사슬, 종들의 탄생, 진화에 초점을 둔다. 그래야 개체들의 짝짓기와 수분 활동을 통한 생태계 번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생태계의 핵심은 수분 활동(pollination)과 짝짓기(mating)다. 수분 활동은 열매를 맺고 또 다른 꽃을 피우고 다음 세대의 생태계로 진화시키는 힘이다. 꽃 주변에 벌떼가 많이 몰릴수록 꽃은 많은 열매를 맺고 생태계는 더욱 건강해진다.
 
기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기업 생태계의 꿀벌은 중소기업, 꽃은 대기업이다. 꿀벌인 중소기업과 꽃인 대기업이 생산적 교환관계를 통해 열매를 만들어내야 기업 생태계가 진화하고 더 건강해진다. 동반 성장 및 상생 정책은 바로 이 좋은 꿀벌들을 더 많이 모으는 역할을 한다. 꿀벌들이 많아지면 꽃의 수분 활동도 활발해지고 결국 그 과실을 꽃도 누릴 수 있다.
 
500년 경주 최부자 가문의 장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최부자가 꽃이라면 소작농과 과객은 꿀벌이다. 최 씨 일가는 원래 소작농과의 배분 비율을 7:3으로 정했지만 이를 5:5로 바꾸면 오히려 생산성이 더 높아지는 점을 확인하고 배분 비율을 조정했다. 소작농의 주인의식을 자극한 결과다. 지나가는 과객들 역시 후하게 대접했더니 전국 각지의 유용한 정보가 쏠쏠하게 모였다. 이처럼 최부자는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상생경영을 했기에 오랫동안 만석꾼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애플 또한 인터넷업체들과의 성과 배분 비율을 기존 8:2에서 3:7로 대폭 바꿨다. 아이튠스(itunes)에서는 음원 제공업체가 70%, 애플이 30%의 수익을 가져간다. 이러한 상생관계가 다음 세대의 생태계 진화를 앞당기는 힘이다.
 
과거 한국 경제는 수렵형 패러다임 모델에 근거해 왔다. 수렵형 패러다임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1회성 거래의 파트너에 불과하다. 단 한 번의 거래에서 단기적 이윤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니, 갑을관계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 단가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나홀로 모델(stand alone model)’은 결국 단절형 경제를 만든다. 이렇게 해서는 순환형 경제, 지속형 경제로 발전하기 어렵다.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생태계 플랫폼 모델(eco-platform model, 김기찬, 2009)이 필요한 이유다.
 

AOL과 야후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사업 분야에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고객자산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무기로 단기간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수렵형 패러다임을 선택했다. 그 결과 야후는 단기적으로 매우 높은 성과를 올렸지만, 닷컴 파트너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다. 수익 모델이 약해진 파트너 업체들의 콘텐츠 개발 능력도 크게 저하됐다. 이는 AOL과 야후를 중심으로 한 기업 생태계의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결국 이 여파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이었던 AOL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한때 구글과 검색업체 1위를 다투던 야후는 큰 어려움에 처했고 구글의 경쟁자라는 명성도 퇴색했다. 나홀로 사고(stand alone)와 수렵형 패러다임 모델을 버리지 못해 스스로 위기 상황을 자초한 기업들이다.(그림1)
 
기업 간 생태계 자본의 진화와 동반 성장 모델
기업 생태계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핵심 역량에 대한 정의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개별 기업의 역량인 물리적 자본, 인적 자본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진다.(그림2) 1세대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물리적 자본은 기업의 생산성을 대폭 높인 수단이자 산업 혁명을 탄생시킨 힘이었다. 이후 경영에서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2세대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인적 자본의 개념이 등장했다.
 

하지만 기업 생태계에서는 3세대 핵심 역량, 즉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은 개체 즉 개별 기업의 역량보다 개체 간 사슬과 연결 경쟁력을 강조한다. 자연계에서 멸종하는 종의 대부분은 종 스스로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멸종하는 게 아니라 먹이사슬의 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에 멸종할 때가 많다. 기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은 각각 하나의 기업과 하나의 사람 에 투자하는 형식의 자본이다. 하지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사람과 사람 사이, 조직과 조직 사이의 협력을 촉진하는 관계적 자산이다. 즉 생태계에 소속된 모든 개체가 서로 공생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자본이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그림2)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 평가와 동반 성장 정책의 방향
1) 기업 생태계 건강성 평가의 3요소 미국 하버드대의 마르코 이안시티(Marco Iansiti, 2004) 교수는 기업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하려면 생산성, 강건성, 혁신성이라는 3가지 요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태계 생산성(productivity)이란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개체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나타낸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원가 혁신에 따른 비용 절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강건성(robustness)이란 생태계 내 개체의 유입자 수와 퇴출자 수에 의해 결정된다. 유입자 수가 증가하면 생태계 성장이 촉진되는 ‘생태계 보너스(Bonus)’ 현상이, 퇴출자 수가 늘어나면 생태계 부담이 증가하는 ‘생태계 오너스(Onus)’ 현상이 발생한다.
 
셋째, 혁신성(niche creation)이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다.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결합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창조하여 틈새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혁신성을 높이려면 융합(convergence)에 의한 끊임없는 세포 분열(cell division), 즉 변종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Chesbrough 2003; Huston & Sakkab 2006; Rigby & Zook 2002).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신제품과 신기술의 수가 많아질수록 생태계 혁신성은 높아진다.
 

이 3대 요소를 실천하기 위해 김기찬 외(2006)의 연구에서는 다음의 방안을 제안했다. 즉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역량 개발의 길’, 강건성 향상을 위한 ‘신뢰 구축의 길’, 혁신성 향상을 위한 ‘열린 혁신의 길’이다.(그림3)
 
2)기업 생태계 건강성 평가의 부등식 모형과 동반 성장 앞서 살펴본 기업 생태계 건강성의 3대 지표를 다른 말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즉 수익성은 생존 엔진, 강건성은 유지 엔진, 혁신성은 성장 엔진이다. 수익성은 지속 가능 생존의 필요 조건, 강건성은 지속 가능 생존의 충분 조건, 혁신성은 지속 가능 생존의 장기적 충분 조건이다.
 
쇠퇴하는 생태계는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생존의 필요조건에만 지나치게 급급한 나머지 미래 생존의 충분 조건인 강건성 및 혁신성을 중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즉 성장하고 진화하는 생태계는 수익성보다 강건성을, 강건성보다 혁신성을 강조하는 특징을 지닌다. 물론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를 부등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쇠퇴하는 생태계: 혁신성<강건성<수익성
성장하고 진화하는 생태계: 혁신성>강건성>수익성>0
필자는 성장하고 진화하는 생태계의 부등 관계를 기업 생태계 부등식(business ecosystem inequality)이라 부른다(Kim, Song, Rhee, 2010).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단기 성과가 아닌, 강건성과 혁신성을 추구해 진화의 원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 생태계 부등식 모형에서 각 요소의 역할에 관한 실증 연구에 의하면, 강건성은 수익성과 상관 관계를 가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수익성 제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 혁신성은 일정 수준까지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수익성과 상관관계를 지닌다.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해보자. 생태계의 강건성과 수익률을 나타내는 <그림4>를 보면, 일정 기간까지는 수익성과 강건성이 상관관계를 가지지만, 변곡점을 지나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업 생태계에서 구성원들의 유입이 구성원들의 퇴출보다 많을수록, 즉 생태계의 강건성이 높아질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수익성 증가 효과가 없다. 이를 포화 효과(saturation effect)라 한다.
 

생태계의 혁신성과 수익성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그림5>를 보자. 강건성과 반대로 혁신성은 일정 기간까지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변곡점을 지나면 혁신성은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바로 문지방 효과(threshold effect)다. 즉 혁신의 성과는 일정 수준의 성숙 기간을 거쳐 나타난다.
 
강건성의 포화 효과와 혁신성의 문지방 효과의 특성을 정리하면 <그림6>과 같다.
 

3)생태계 부등식이 동반 성장에 주는 시사점 동반 성장 정책은 기업 생태계 부등식의 강건성과 혁신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국가경제의 기반 구축을 위한 과정이다. 즉 동반 성장을 추진하려면 협력업체와의 건강한 관계를 지향하는 강건성 정책과, 협력업체와의 열린 혁신을 통해 혁신성을 제고하는 혁신성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전자는 공정성을 중심으로 하는 공정거래 및 거래 선진화 정책이 중심이다. 후자는 공동 연구 개발을 통해 혁신성의 성과를 공유하는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나타난다. 공정 거래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시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정책, 경쟁력 제고 정책은 파이를 키워서 중소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이다. 공정 거래 정책의 주요 이슈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 발주 및 취소, 과도한 납품 단가 인하 압력, 중소기업의 영역 보호, 대기업의 기술 탈취 등이다. 경쟁력 제고 정책의 이슈는 동반 성장 체제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 협력, 기술 개발 지원, 성과공유제 인센티브 등이다. 이런 동반 성장 정책은 중소기업에 성장의 동기를 부여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빠른 속도로 노쇠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들의 뼈를 깎는 혁신 노력도 필요하다. 공정 거래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자사의 혁신성 제고를 통한 성과 향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통치권자나 정부의 의지에만 의존하는 동반 성장 정책은 결코 장기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헤르만 지몬 박사가 주창한 독일의 강소기업, 즉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들은 대부분 고유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기업보다 수익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긴 하지만 아직 연구개발 강국이라 할 수는 없다. 이는 한국 기업 생태계에 존재하는 중소기업들의 연구 개발 역량이 그만큼 뒤떨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큰 분야라 할 수 있다.
 
시사점
한국 기업 생태계를 재정렬하려면 다음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단기 수익 중심의 경영관과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사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가 낮은 생산비를 강점으로 한 생산 기반의 생태계를 개발 중심의 생태계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한국의 연구 개발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히든 챔피언처럼 고유의 세계적인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이 여럿 나와야만 개발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동반 성장의 이슈가 생산 중심에서 연구 개발로 바뀔수록 어떤 경제 활동이 다른 경제 주체에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주는 ‘외부 경제 효과’ 및 기술 융합의 승수 효과가 커진다.
 
둘째, 기업가정신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애플 수준의 세계적 기업은 아니더라도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모바일 벤처가 없다는 점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 활성화와 벤처 생태계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대기업 경영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들이 해당 대기업의 생존만이 아닌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를 좀 더 높은 시각에서 내려다보고 설계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해당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가 생산에서 개발로, 닫힌 정원에서 열린 정원으로 바뀌어 많은 중소기업들이 건강한 생태계를 마련하는 기틀을 잡아주기를 기대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kckim@catholic.ac.kr
김기찬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도쿄대 경제학부 및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1989년부터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상생 및 동반 성장 분야를 집중 연구해 왔다. 저서로 <상생 협력 : 지속 성장의 길 상생 경영> <상생 경영> 등이 있다. 2010년 세계 3대 인명 사전 ‘Who’에 등재된 바 있으며, 한국 중소기업학회 차기 회장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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