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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리 팀장만들기] 체험한 아이디어 잔뜩 썼는데... 아차! 내 의견이 빠졌네

강효석 | 5호 (2008년 3월 Issue 2)
“딩동, 아기천사님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출근과 동시에 나를 부르는 임 주임의 메일. 나를 위해 자료까지 찾아 주다니,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제 하루는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신제품 구상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는 내게 먼저 다가온 것은 임 주임이었다.
 
“강 대리님, 독신을 위한 생활 가전에 관심 많다고 하셨죠? 저도 같은 생각이거든요. 감성적인 면을 찾아서 부가가치를 높이면 승산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이렇게 해서 제품 컨셉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시장 조사를 임 주임과, 아니 그녀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하루 종일 그녀와 단 둘이…
 
현장 조사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했다. 지하철역에서 만나 역 입구에서 파는 김밥을 산 후 일단 회사로 들어와 하루의 계획을 세웠다. 사무실에서 김밥을 먹는 것이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이것도 조사의 일환”이란 임 주임의 말을 듣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극장. 평일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좀 있는 편이다. 다음은 인근 공원. 여기에서 임 주임이 직접 싸온 도시락을 먹게 됐다.
 
“이거, 나 먹으라고 싸온 거야? 너무 고마운데.”
“제 것 싸면서 같이 준비한 거에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혼자 드시고 계시면 안 될까요? 근처에서 급한 약속이 있어서요. 이거 다 드셔야 해요.”
 
이런 난감한 순간이 있을까. 이 드넓은 공원에서, 나 혼자 점심을 먹으라고? 어쨌거나 싸준 성의를 생각해서 먹긴 먹어야겠는데 몇 술 뜨다보니 너무 처량하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임 주임에겐 미안하지만 반쯤 먹고 난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몰래 버릴 수밖에 없었다.
 
돌아온 임 주임과 사무실 밀집지역과 전자상가를 누비고 다녔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온 직장인들에게 간단한 설문을 하기도 했다.
 
길가 벤치에 앉아 지친 발을 쉬고 있는데, 임 주임이 이제는 근사한 저녁을 사 달라고 한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스카이라운지. 우리 둘 앞에는 와인까지 있다. 왠지 어색하다.
 
‘가만, 극장에, 공원에, 이젠 저녁식사까지…. 이 여자, 시장조사를 핑계로 나랑 데이트하자는 것 아냐? 헉! 나를 좋아했었나? 그러면 어떡하지? 어떻게 하긴, 임 주임 정도면 괜찮지. 그래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이집 조명, 너무 예쁘지 않아요? 분위기도 너무 좋고.”
“(갑자기 왜 이러지?) 그러게. 뭐랄까 왠지 로맨틱해지는 것 같기도 하네.”
“오늘 저랑 다녀보니까 어떠세요?”
“!!!(올 것이 온 건가?) 그, 글쎄. 나는 아직…. 임 주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 생각을 좀 더 해봐야할 것 같은데.”
 
“독신자를 위한 가전제품을 만들겠다고 하셨잖아요? 오늘 보셔서 아시겠지만 아침을 못 먹고 나온 사람들이 김밥이나 토스트를 사도 회사에서 마음 편히 먹기 어려워요. 그리고 아까 공원에서 도시락 혼자 드신 거, 편하셨어요? 아니죠? 어디를 가든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은 불편해요. 지금 이 식당 안에도 혼자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사람들 시선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본인이 느끼는 외로움이 아닐까요? 그래서 전 식사를 챙겨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가전제품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
 
“그리고 가끔 분위기 잡고 싶을 때 있잖아요. 그럴 때 여기 이 조명처럼 스스로 알아서 정서적인 안정과 위안을 줄 수 있는 그런 제품 없을까요?”
한방 먹은 기분이다. 게다가 민망하기까지. 임 주임이 시장성 검토를 위해 통계청 조사 자료 몇 가지를 메일로 보내준다는 약속을 한 후 우리의 시장 조사는 끝났다. 임 주임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이번만큼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리라.
정성껏 보고서(박스 기사 참조)를 작성하고 드디어 회의 시간. 아니나 다를까, 박 차장님이 내 보고서에 딴죽을 거신다.
 
“20∼4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감성을 터치하는 신개념 프리미엄 생활 가전을 개발하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식사 친구’ 로봇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조명 시스템이라고?”
 
“예, 보고서에 나와 있듯이 집에서 밥 먹을 때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겁니다.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서 식사하는 동안 날씨나 뉴스를… (중략) 개발했을 때에 회사 인지도는 물론… (중략)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조명 시스템은… (중략) 기술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서 장기적인 효자 상품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 문제죠.”
 
“나름대로 생각을 한 것 같긴 한데. 그래서 강 대리 자네는 어떤 제품을 개발하자는 거야?”
“그러니까 두 가지를 다 생각한건데요.”
“그러니까 이 둘 중에 뭐가 낫겠냐고! 자네 생각을 얘기해보라고! 여기엔 그게 없잖아. 그리고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적지 않았구만.”
“그게 저…. 죄송합니다.”
 
휴∼ 오늘도 그냥 넘어가질 않는구나. 그런데 왜 자꾸만 임 주임이 신경 쓰이지?
 
[Y전자 미래상품 개발 계획안] 

개발 개요: 20∼4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이들의 감성을 충족해 주는 신개념 프리미엄 생활가전 제품 개발
 
제1안: ‘식사 친구’ 로봇
독신자가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외로움을 달래주는 로봇.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 식사하는 동안 날씨와 정치, 경제 등 뉴스 기사를 읽어주며 간단한 요리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음. 단순한 애완용 로봇 개념을 벗어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실용 로봇.
장점: 미래 유망 제품으로 개발시 회사의 인지도와 신뢰도 상승효과
단점: 상당한 개발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Y전자의 기술력과 자본력으로는 개발이 어려울 수도 있음. (후략)
 
제2안: 시간에 따라 변하는 조명 시스템
아침에는 활기찬 태양광, 퇴근한 저녁에는 편히 쉴 수 있는 따뜻한 황혼빛, 심야 시간에는은은한 푸른빛 등 기상에서 취침시까지 시간과 날씨에 따라서 스스로 색을 바꿔주는 조명 시스템
장점: 제품 컨셉트나 시제품 개발이 쉬워 빠른 시일 안에 상용화 가능
단점: 본사 생산 제품 라인과의 연관성이 적으며,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서 장기적인 매출 증대 효과가 작을 수도 있음. (후략)
 
 
  • 강효석 강효석 | - (현) 골프존 상무
    - (현) 네이버 블로그 'MBA에서 못 다한 배움 이야기' 운영자
    - 삼성에버랜드 신사업추진팀
    -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환경R&D센터 사업기획팀
    truef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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