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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에게 배우는 리더의 도(道)

박재희 | 65호 (2010년 9월 Issue 2)
‘기업은 반드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며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때로는 불의(不義)와 타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얼핏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원칙과 정도(正道)를 부정하고 이익과 불의(不義)와 타협할 때 그 성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 이룬 성공이 반칙을 통해 얻은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승리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원칙을 어기고 반칙을 통해 이긴 승리, 그것은 한때의 승리일 뿐 영원한 승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역사가 우리에게 늘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난세를 살았던 맹자(孟子)는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반칙을 강요하더라도 원칙을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원칙을 포기하고 반칙까지 써가며 자신을 섬긴다면 부와 명예를 주겠다”는 유력 지도자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맹자는 다음과 같은 우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조(趙)나라에 유능한 사냥꾼 왕량(王良)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함께 나간 사람이 누구든지 최고의 사냥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능한 사냥꾼이었다. 조나라 모든 귀족은 왕량과 함께 사냥을 나가는 것을 꿈꿨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냥에 능한 그는 1순위 사냥 파트너였다. 당시 조나라 왕의 총애를 받던 신하 폐해(嬖奚)가 왕에게 그를 데리고 사냥을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다. 조나라 왕은 총애하는 신하의 청을 들어주며 왕량에게 그를 도와 사냥을 나가도록 명했다. 그런데 폐해는 종일토록 그와 사냥을 다녔지만 웬 일인지 단 한 마리의 사냥감도 잡지 못했다. 폐해가 돌아와 왕에게 보고하기를 “왕량이란 사람은 천하의 수준 낮은 사냥꾼이다(天下之賤工也)”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누군가 왕량에게 전했다. 왕량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조나라 왕에게 나아가 “폐해와 한 번 더 사냥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청했다. 그런데 이번 사냥에서는 아침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폐해가 잡은 사냥감이 10마리가 넘었다. 폐해는 이번에는 임금에게 다시 나아가 “천하 최고 수준의 사냥전문가라(天下之良工也)!”하며 왕량을 칭찬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전속 사냥꾼으로 지정해달라고 간청했다. 왕이 왕량을 불러 폐해의 전속 사냥꾼이 되기를 명했으나 왕량은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나는 처음 폐해란 신하와 사냥을 나갔을 때 원칙대로 수레를 몰아 사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하루 종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더군요. 그 다음 사냥에서는 온갖 변칙으로 수레를 몰아주었는데 한나절에 10마리의 사냥감을 잡았습니다. 저 사람은 원칙대로 모시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오로지 반칙으로 모셔야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반칙으로 모셔야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고 싶지 않습니다.” 왕량은 이렇게 대답하며 부귀가 보장된 실세의 하수인이 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맹자>는 이런 우화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한다. “일개 사냥꾼도 반칙으로 일관하여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꺼리는데 하물며 내가 원칙을 버리고 반칙을 강요하는 주군을 모실 수는 없는 것이다.”
 
맹자가 참으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칙을 일삼는 리더는 영원한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맹자의 외침 역시 그대로 흘려보낼 소리는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인생이라면 그렇게 암담하지만은 않다. 아무리 세상이 난세고, 모든 사람이 반칙을 통해 성과를 내더라도 결국은 원칙과 기본이 승리할 것이란 믿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 박재희 박재희 |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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