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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놓인 한강의 기적

리처드 돕스 | 62호 (2010년 8월 Issue 1)
한국은 수십 년 전 경제 발전의 동력을 제조업에서 찾았다. 그리고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수출 중심의 제조업이 견인해온 한국 경제의 기적이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한국은 미래를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민 생활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면 미래의 경제 발전이 물리적 재화보다 서비스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외부 수요의 변동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한편, 일반 가정의 불편(‘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낮은 교육 서비스 문제 등)을 해소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은 다행히도 풍부한 고급 인력 등을 갖추고 있어 서비스 생산성 강화 역량이 충분하다. 한국 고학력 노동력의 근면성, 서비스 지향성,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이러한 기회 포착을 위한 핵심 성공 요인이다. 한국 경제는 과거 제조업 부문에서 그랬듯이, 고품질 서비스 부문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줄 수 있다.
 
그렇다면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변화 추진을 위해 정·재계 지도자 간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기업과 근로자도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변화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해 더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 증가와 제조업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과거의 사고방식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과 자동화에 따라 제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일자리의 감소가 수반된다. 19952002년 세계 제조업 부문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약 2200만 개에 이른다. 한국의 제조업 부문에서도 19952008년 약 74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반면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의 조사 결과 지난 25년간 고소득 선진국 GDP 성장의 약 85%가 서비스 부문에서 창출됐다. 여기서 서비스 산업이란 구두 수선공부터 회계사에 이르는 광범위한 직종이 포함된다. 한국 경제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58%인 반면 일본은 73%, 독일은 72%다.
 
둘째, 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 및 정책을 과감히 폐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의 규제로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 휴대전화 모델의 국내 시장 진입이 상당 기간 지연된 결과 막강한 경쟁력과 잠재력을 보유한 한국의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거대한 아이폰 게임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를 놓쳤다. 서비스 부문 내 경쟁을 저해하는 정책의 대수술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비스업과 제조업 부문 간 세율 및 보조금은 동일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 의료서비스 부문 역시 비영리법인에만 의료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현 규제를 폐지하고 경쟁과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서비스 부문은 제조업보다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유연한 노동 정책도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수출 및 제조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상위 30대 기업 중 서비스업 분야의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30대 기업 중 12개가 서비스업에 진출해 있다. 대기업들은 광고, 정보기술(IT), 물류 등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인재 집약적 사업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들이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확보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국내 인재의 꿈을 실현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서비스 산업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정부, 기업 등 범국가 차원의 노력이 수반될 때 달성될 수 있다. 물론 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단기적으로 고통과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이를 통해 얻는 장기적인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이 이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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