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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경쟁력을 낳는다.

이재욱 | 60호 (2010년 7월 Issue 1)
한 시중은행의 회장 선임이 금융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한 은행의 CEO를 뽑는 일이 아니라 국가의 성장 동력이라는 금융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경제를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선진국 대열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산업 구조 재편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금융 산업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 산업별 1인당 부가가치 금액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1차 산업(농림어업, 광업 포함)의 1인당 부가가치 금액은 1100만 원에 불과하다. 2차 산업(제조업 포함)은 5500만 원, 금융을 제외한 3차 산업(전력, 가스, 수도, 건설, 서비스업 포함)은 3300만 원이다. 반면 금융업(보험업 포함)은 1인당 부가가치 금액이 무려 6200만 원에 이른다.
 
현재 한국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종종 등장하는 화두는 민영화와 대형화다. 은행, 보험, 투자은행(IB) 등 업종을 불문하고 한국 금융회사 중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거의 없다. 세계적 금융회사들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우선 국가대표 금융회사부터 만들어야 한다. 내수 시장에서는 건전성을 담보하는 다수의 중견 금융회사들이 필요하지만 국제 시장에서는 일단 규모가 경쟁력이다. 국제 시장에서 덩치 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소수의 국가대표급 금융회사들이 필요하다. 금융업계에서도 제조업에서 삼성, 현대, LG, 포스코의 역할을 수행할 만한 회사가 나와야 한다. 그 첫 단추를 민영화와 대형화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민영화와 대형화라는 외형적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경쟁이다. 금융시장이 경쟁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민영화와 대형화가 의미를 지닌다. 한국 통신업체들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민영화와 대형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질적 경쟁보단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니 민영화와 대형화를 이뤘음에도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통신업체들의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도 줄어든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 제조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이유는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점은 삼성전자라는 초일류 기업도 잠깐의 안심을 할 수 없는 초경쟁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즉, ‘갤럭시S’로 대표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금융시장은 어느 산업보다 초경쟁 구도가 뚜렷한 시장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금융회사들은 이런 식의 초경쟁에 익숙지 않다. 경쟁이 아닌 규제가 개별 금융회사의 성과를 좌지우지했던 시절을 오랫동안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외형적으로 민영화와 대형화를 이뤄낸다 해도 형식적 변화가 나타날 뿐, 실질적인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긴 어렵다. 이번 CEO 선임을 통해 정부 정책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한국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이 국제 수준으로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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