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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경쟁력

CO2 1톤이 60달러? 저탄소가 힘!

조지 레이스 | 56호 (2010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베인앤컴퍼니 매거진에 실린 조지 레이스, 커트 젠즈 하우스의 글 ‘The Green Edge: Why Carbon Competitiveness Matters’를 번역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구 온난화와 지속가능성, 탄소 배출과 같은 문제를 걱정한다. 이들은 큰 그림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들은 업계 포럼에 참석하고 정부의 정책 개발에 참여한다. 경우에 따라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리더십을 행사하기도 한다. 많은 CEO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관심을 갖는다. 특히 관련 규제를 준수하고, 환경 운동 단체의 악평을 피하고,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동종 업계 내 경쟁 업체를 관찰하며 ‘경쟁 업체에 비해 우위를 얻기 위해 탄소 경쟁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CEO는 드물다.
 
앞으로는 모든 업계에서 각 기업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편집자 주: 한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의 상대적인 크기가 업계 내 핵심 비교 우위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들이 향후 2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은 산업 차원에서뿐 아니라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하나의 금융 부채가 될 수 있다. 탄소 규제는 많은 업계의 경쟁 환경에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각 업계 내 개별 기업의 경쟁 위치마저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CEO가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세상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뜻하지 않게 회사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CEO가 탄소 규제의 영향을 주시하고, 미래 경쟁에 대비해 자사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평범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많은 전력 생산 업체들이 매년 경상이익을 훨씬 웃도는 수준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 하지만 일부 전력 업체들은 효율성이 높은 운영 방식 덕에 경쟁 압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전력전기회사, 엔터지 등의 업체는 설비 용량 1000MW당 각각 2.14MT과 1.71M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력 업체 중 어떤 곳은 설비 용량 1000MW당 무려 5.86M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 오바마 행정부가 제안한 새로운 연료 효율성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 업계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 이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정부 규제와 관계없이 규제 압력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연료 효율성이 우수한 자동차를 선보여 미국 업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그림1) 외국 업체가 2008년 미국에서 판매한 전체 자동차 중 3분의 2가 2020년에 시행될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이었다. 반대로, 미국 자동차 업체가 자국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 가운데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은 5%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 업계 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다른 업체들에 비해 규제 강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2008년에 판매한 차량 중 2020년에 시행될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현재 상정된 탄소 배출권 거래법이 시행되면 석유·가스 기업들이 연간 68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해당 업계 내 모든 업체가 탄소 배출권 거래법으로 인한 고통을 골고루 분담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석유·가스 업계 내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1배럴의 석유를 시장에 내놓을 때마다 엑슨모빌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상대적인 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앞서 과거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기업들은 ‘탄소에서 자유로운’ 구시대적인 환경하에서 생산 자산을 확보하거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따라서 같은 업계 내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각기 다른 저마다 탄소 발자국을 갖게 됐다. 이와 같은 환경 요인을 고려했을 때, 동일한 업계 내에 속해 있는 기업이라 해도 탄소 규제가 각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 다르다. 대신, 탄소 규제가 경쟁 규칙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동일 업계에 속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경쟁 업체에 비해 이산화탄소 집약도가 높은 부실 자산 및 제품의 비중이 큰 편이라면 심각한 경쟁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반대로 경쟁 업체에 비해 이산화탄소 노출 수준이 낮은 기업은 업계 내에서 입지를 매우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취약점 확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탄소 노출도를 평가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업계를 아우르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자들은 기업 경영진이 자사의 탄소 경쟁력 취약 분야를 확인하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업이 자사의 취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와 실제 취약한 분야 간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사례도 자주 나타난다. 대부분의 CEO가 직접 배출이나 간접 배출, 혹은 양쪽 모두로 인해 자사가 탄소 노출과 관련한 취약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여기서 직접 배출이란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뜻하며 간접 배출이란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뜻한다. 대부분의 업계에서 CEO들은 직접 노출이건 간접 노출이건 자사 비즈니스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 CEO들은 경쟁 업체와 비교한 자사의 상대적인 입지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쟁 업체가 자사와 같은 유형의 노출을 겪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업계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개별 기업의 상대적인 탄소 경쟁력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3개 산업과 관련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①직접 노출:발전 업체들은 자사의 자산 믹스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다양한 직접적 책임을 지게 된다. 각 기업은 사용하는 연료 및 연료 효율성이 다양한 여러 대의 발전 설비를 갖고 있다. 필자들은 이해를 높이기 위해 1M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하고 이산화탄소 집약도에 따라 발전 장치를 다음과 같은 네 부류로 나누었다. 1M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1.1톤을 초과하는 경우는 ‘매우 높음’, 1.0톤에서 1.1톤 사이인 경우는 ‘높음’, 0.5톤에서 1.0톤 사이인 경우는 ‘중간’, 0.5톤 이하인 경우는 ‘낮음’으로 분류했다. 원자력, 재생 가능 에너지, 수력 에너지는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범주에 속했으며 가스 복합 화력 발전소가 중간 범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범주와 매우 높은 범주의 경우 석탄 발전 시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플로리다 전력전기 회사, 프로그레스 에너지, 엔터지 등 일부 기업들은 ‘좀 더 깨끗한’ 생산 자산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경쟁 업체들에 비해 이산화탄소 규제에 적응하기 유리한 입장이다.(그림2) 이산화탄소 규제는 이런 기업들이 상대적인 비용 지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며, 비용 지위가 개선되면 일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 시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의 상대적인 비용 지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될 것이다. 탄소세가 톤당 60달러를 넘어서면 대형 전력 업체 중 일부 업체의 운영비용이 70∼9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운영비가 증가하면 전력 사업 자체에 심오한 변화가 나타나게 되며 경영진은 자본 배분 계획을 세울 때 자사의 직접 이산화탄소 노출을 고려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물론, 이런 방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사의 설비 믹스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용 지위가 약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제한적이며, 선택 가능한 방안 중에서도 신속하고 쉽게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이런 기업의 CEO는 설비 믹스에 변화를 주는 방법과 기존 설비를 보강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하거나 두 가지 방법 모두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전략이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선 순위를 분명하게 결정해야 하며 투입되어야 할 자본의 금액, 투자 수익, 운영비 관련 문제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②간접 노출:자동차, 제트 엔진, 발전 장치, 화학 플랜트 등을 생산하는 장비 제조업체는 간접 배출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거나 탄소 배출권 거래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거래 가격이 정해지면 장비 제조업체의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장비를 요구할 것이다. 이런 기업의 CEO들은 머지않아 자사에서 생산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근거로 일부 장비 제조업체들이 어떻게 더 나은, 혹은 못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각 기업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갖고 있는 상대적인 이산화탄소 집약도가 업계 내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자동차 제조 업체를 생각해보자. 사실상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이산화탄소 규제가 시행되면, 가장 연비가 우수한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업체의 실적이 급격히 호전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에 가격이 매겨지는 규제 방안이 도입되면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높아진다. 이산화탄소 1톤당 60달러라는 탄소 가격이 책정되면 사실상 1갤런당 0.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가격이 상승하면 좀 더 효율성이 뛰어난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하지만 탄소 가격이 톤당 60달러를 넘어서지 않더라도 다른 규제들로 인해 좀 더 효율성이 높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6대 주요 자동차 업체의 연비 가중 평균치를 고려해보면 미국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미국 기업평균연비(US CAFE)는 1980년대 초반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일본 및 유럽 자동차 업체들과는 매우 다른 제품 개발 전략을 추구했었다. 미국 업체들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연비 기준에 순응하는 전략을 취한 반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연비 개선에 주력했다. 유럽 및 일본 시장에서는 해외 자동차 업체와 미국 자동차 업체 모두가 높은 수준의 연비 기준을 요구받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해외 자동차 업체들만이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효율성을 지닌 자동차를 판매했다.(그림3) 지난 30년 동안 각기 다른 제품 개발 전략을 추구해온 결과, 미국 이외의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어떤 형태의 이산화탄소 규제가 가해지더라도 미국 자동차 업체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됐다.
 
CEO들은 탄소 규제가 강화됐을 때 제품 포트폴리오 믹스가 자사의 경쟁 위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업의 제품 포트폴리오 믹스를 개선하려면 여러 해가 걸린다. 제품 개발 및 연구개발(R&D) 과정만 하더라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신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신제품 수요를 창출하는 데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느라 제품 포트폴리오 믹스 개선 작업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도 있다. 우선 순위를 분명하게 결정해야 하며 적절한 자본 배치, 제품 개발 및 R&D에 투자했을 때와 비교한 투자수익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③직간접 노출:석유 기업들은 모두가 탄소 배출 제한 정책에 매우 취약하다. 석유 기업들은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및 간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한 규제에 모두 노출되어 있다. 간접적인 배출(최종 소비자가 석유 기업이 생산해낸 화석 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가장 중요한 노출 요소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우선 간접적인 노출을 생각해보자. 1배럴의 석유가 판매될 때마다 0.5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톤당 60달러라는 과중한 탄소세가 매겨진다면 1배럴당 유가에 약 30달러가 추가된다. 이렇게 가격이 인상되면 수요가 줄어들고 비용 구조가 가장 높은 업체가 고객을 잃게 된다.
 
이제 직접적인 노출을 생각해보자. 여러 석유 기업의 원유 생산 비용은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는 배럴당 2달러라는 한계 생산 비용 수준에서 공급되며 일부 특이한 유전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배럴당 30달러를 넘는다. 석유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석유 매장량)의 질은 부분적으로나마 기업의 녹색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산화탄소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 배럴당 생산비용이 높은 석유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외에 석유 기업들은 업스트림(석유 생산) 및 다운스트림(석유 정제) 부문에서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한다. 업스트림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는 석유 생산 시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석유 채굴 공정에서 연소되는 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이 있다. 다운스트림 부문에서는 정유 공장에서 연소되는 연료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6개의 석유 기업이 석유를 시장에 내놓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비교한 결과, 각 업체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대상 중 이산화탄소 집약도가 가장 높은 A라는 업체는 1배럴의 석유를 시장에 내놓을 때마다 F라는 업체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그림4)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대개 업스트림 부문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A와 B가 확보하고 있는 유전 중 상당 부분은 캐나다 앨버타 주 유사(油砂)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와 같은 특이한 장소에서 작업을 할 경우 유사에 엄청난 양의 증기를 투입해야 한다. 증기가 투입되면 점성이 높은 석유의 물리적 특성에 변화가 나타나 석유 채굴이 가능해진다. 일단, 채굴된 석유는 정제 과정에 앞서 선(先)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처리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양의 연료가 투입되기 때문에 1배럴의 석유가 생산될 때마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산화탄소 1톤당 60달러의 가격이 책정되면 A사는 배럴당 8달러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F사는 배럴당 약 3.5달러의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새로운 방식으로 석유를 채굴하는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A사는 생산 비용이 높은 기업으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석유 생산 비용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따라서 특이한 유전의 비중이 높은 석유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규제로 인해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에 가격이 부과되어 시장이 왜곡되면 고객들이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선택하게 되고 따라서 시장점유율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로 인해 직접적으로 져야 할 책임이 늘어나 전통적인 형태의 유전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석유업계 내에서 직접 배출에 가장 취약한 기업은 간접 배출에도 가장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 우위 구축
업계 내에서 탄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자산, 생산 공정, 제품 등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를 경쟁 업체의 탄소 발자국과 비교해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차원의 탄소 규제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CEO는 특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규제가 자사 및 경쟁 업체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신,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면서 경쟁력을 갖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업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비효율적인 공정 및 부실 자산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찾아내고 관련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세상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효과적인 변화 계획을 시행하든 CEO는 기업을 좀 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미래로 이끌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서 있다. 이미 여러 계획을 맡아서 진행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는 일부 CEO들에게는 이런 요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에너지 효율성을 위한 계획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도움이 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다음 이사회와 주주의 동의를 얻어내고 조직 내 모든 직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제대로 진행만 된다면 수익성 개선, 운영 효율성, 한층 뛰어난 시장 니즈 적응력, 미래에 실현될 규제 시나리오에 대한 철저한 준비 등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이점이 모두 실현되지는 않더라도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는 효과는 누릴 수 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이런 책임을 받아들이는 CEO들은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에너지 효율성 전략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출발점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것도 이 과정에 포함된다. 직접 노출, 간접 노출, 직간접 노출 중 어떤 유형의 배출에 자사가 가장 취약한가? 부실 자산을 기준으로 자사의 취약성과 경쟁 업체의 취약성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상대적인 탄소 경쟁력과 관련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기업이 거쳐야 할 중요한 이정표를 개발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사례를 통해 CEO들이 실제로 이런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EO가 특정한 사업 라인에 가장 적합한 지침을 직접 제시한 사례도 있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략적인 접근 방법이 아니라 수많은 계획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거의 항상 이 과정은 현재 자사의 에너지 소비를 초래하는 모든 과정을 검토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와 같은 검토가 끝나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찾는다. 동시에 모든 대안을 실행하는 방법은 실용적이지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은 만큼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져올 잠재적인 이점 및 감축을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을 기준으로 여러 가지 대안에 우선 순위를 매기는 것을 선호한다. 놀랍게도 이런 방식으로 재빨리 검토해보기만 하더라도 어떤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변화를 손쉽게 시행할 수 있을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어떤 부문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평가 작업을 벌여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바쁜 CEO라 하더라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최고 경영진은 탄소 규제가 강화될 미래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시기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 있다. 솔선수범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인가, 아니면 앞서 나가는 경쟁 업체의 뒤꽁무니를 쫓아갈 것인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 자산 및 제품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입지를 조정하려면 매우 힘이 들 뿐 아니라 문제를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CEO는 자신이 지휘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전임자의 잘못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어떤 역사를 걸어왔건, 어떤 부실 자산을 떠안고 있건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가능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현 CEO의 몫이다.

번역 | 김현정 – jamkurogi@hotmail.com
 
조지 레이스는 베인앤컴퍼니 댈러스 사무소의 파트너이며 베인앤컴퍼니의 북미 석유·가스 사업팀을 맡고 있다. 커트 젠즈 하우스는 과거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C12 에너지의 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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