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 지역발전위원회 공동 기획: 한국의 지역 경쟁력 조사

지역도 ‘경영’으로 승부하라

배극인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경기도 용인시가 전국 163개 기초생활권 시군 가운데 지역 경쟁력이 가장 높은 도시로 뽑혔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최상철)와 공동으로 전국 163개 기초생활권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 경쟁력 지수(RCI·Regional Competitiveness Index)와 생활 여건 지수(LCI·Living Condition Index)를 평가한 결과를 11월 30일에 발표했다. 지수 개발과 평가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오세익)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원장 유정석)이 참여했다. 국내 인구의 53.9%가 거주하고 있는 163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 경쟁력과 생활 여건을 종합 분석하고 순위를 매긴 사례는 이번이 국내 최초다.
 
 
 
 
용인시에 이어 지역 경쟁력이 가장 높은 도시로는 경기 성남시와 경기 과천시가 뽑혔다. 경기 지역을 뺀 나머지 시군 가운데는 경북 경주시가 가장 좋은 성적(5위)을 거뒀다. 경남 창원시(7위), 경북 구미시(8위), 제주 서귀포시(9위), 경남 양산시(10위) 등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군 지역 기준으로는 울산 울주군(전체 16위)과 충북 단양군(전체 21위)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지역 경쟁력 최하위 50위권(114∼163위)에는 농업 등 1차 산업 의존도가 큰 군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해 한국의 ‘도농(都農) 격차’가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줬다.(표1)
 
 
 
 
RCI 종합 순위 상위 50위권에는 경기도 내 시군이 21곳이나 포함돼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과 경남 각 6곳 △경북 5곳 △충북 4곳 △전남과 전북 각 2곳 △대구, 울산, 충남, 제주 각 1곳의 순이었다.
 
LCI 자녀 교육 부문 상위 50위에는 경북이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과 전북이 각각 9곳 △경기 8곳 △충남 4곳 △충북과 전남 각각 3곳 △강원 2곳의 순이었다. LCI 은퇴 후 생활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역은 전북 전주시였다. 이어 전북 익산시, 경기 성남시 등이 뒤를 이었다.
 
163개 기초생활권은 전국 230개 시군구 가운데 서울과 6대 광역시의 69개구를 제외한 161개 시군(75개 시, 86개 군)에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더한 지역이다. 정부의 3대 공간 정책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의미한다. RCI와 LCI는 지역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역 경제력 △생활 서비스 △주민 활력 △공간 자원이라는 4개 항목 31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했다. LCI는 주민 관점에서 △자녀 교육 생활 여건 △은퇴 이후 생활 여건 등 2개 분야의 생활 여건을 각각 분석한 지수다.
 
시군 경쟁력 어디서 나오나: 참외사업 다각화한 성주, 도시와 대등한 경제력
주민 소득 수준, 산업 구조, 지방자치단체 재정 능력 등을 종합한 지역 경제력 지수 항목에서는 경기 과천시와 화성시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 와중에 ‘성주 참외’로 유명한 경북 성주군은 지역 경제력 지수에서 쟁쟁한 도시들을 제치고 18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경북 울릉군도 RCI 종합 지수는 50위권 밖이었지만 고소득 농수산물과 관광으로 소득을 다각화해 지역 경제력 순위에서는 45위를 차지했다.(표2)
 
 
 
특히 성주군은 전국 163개 기초생활권 시군 가운데 연 농산물 판매 소득 3000만 원 이상의 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성주군의 고소득 농가 비중은 전국 평균의 3배 이상으로 높았다. 성주군, 강원도 평창군, 충북 단양군 등 일부 군 단위 지역은 대도시에 대한 접근성이 열악했지만 자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자립형 발전 모델’로 분석됐다. 이 모델은 낙후 지역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력 지수의 고소득(연간 3000만 원 이상의 농산물 판매 소득) 농가 비율을 분석한 결과 163개 시도별 평균은 10%였다. 앞서 언급했듯 1위는 고소득 농가 비율이 34.5%로 전국 평균의 3배 이상인 성주군이었다. 성주군은 대도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성주참외’라는 지역 브랜드를 육성해 극복했다. 최근에는 참외 와인, 참외 피클, 참외 씨를 이용한 식품 등 참외 가공식품 개발을 통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어 경기 과천시(29.8%), 강원 철원군(28.6%), 제주 서귀포시(26.4%), 경기 구리시(25.3%) 등의 순으로 고소득 농가가 많았다.
 
군 단위 지역 중에서는 성주군과 오대미로 유명한 철원군에 이어 경북 고령군(17.4%), 경북 영양군(17.1%), 경기 연천군(15.9%), 전남 영암군(15.4%), 전북 부안군(15.2%)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조사 대상 86개 군 중에서 고소득 농가 비율이 전국 평균(10%)을 웃도는 지역은 35개였다. 이 가운데 경북과 전남이 8개 군이 포함돼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6곳), 충남과 충북(3곳)이었다. 경기, 경남, 전북이 각각 2곳이었다.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 경기 과천이 최고
인구 증가율, 유출입 인구, 경제활동 인구, 교육 수준 등을 평가한 주민 활력 지수에서는 경기 용인시와 수원시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충남 계룡시가 3위를 차지해 경기 지역 이외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 과천시와 용인시는 주민등록 인구 대비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이 각각 35.1%, 28.0%로 전국 163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계룡시도 대졸 이상 학력자가 26%로 3위를 차지했다. 군 단위 지역에서는 부산 기장군(11.4%)과 울산 울주군(9.8%) 등 부산과 울산에 인접한 지역이 높았다. 이어 경기 양평군(9.5%), 전남 화순군(9.4%) 등이 군 지역 기준 3, 4위에 올랐다.
 
교육 여건, 생활 환경, 의료 및 복지, 문화여가, 주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생활서비스 지수에서는 경기 부천시, 안양시, 수원시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역 중에서는 전남 목포시가 5위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군 단위 지역에서는 인구 1000명당 문화시설 수, 사설학원 수 등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인 강원도 양구군이 17위로 가장 높았다. 경기 연천군은 컴퓨터 활용 농가 비율이 25.2%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 화천군(23.8%), 강원 인제군(21.4%), 경기 가평군(20.4%) 등의 순이었다.
 
단양-평창-무주, 대도시 안 끼고도 ‘자립형 발전 모델’ 구축
녹지, 문화재 등 자연 환경과 문화 자원을 보여주는 공간 자원 지수에서는 전남 진도군과 경북 경주시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경주시는 이 결과 RCI 종합 지수에서 경기 지역을 제외한 시군 중 가장 우수한 5위를 차지했다. 진도군, 강원 인제군, 전남 순천시, 전북 무주군 등은 지역 경제력 지수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최상위권의 공간 자원 지수 경쟁력을 보유해 종합 지수 50위권에 포함됐다.
 
공간 자원은 대도시권 이외의 지역이 가진 차별화 경쟁력의 원천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지역 경제력, 생활 서비스, 주민 활력 등은 도시 지역이 월등히 높았지만 장소가 가진 매력을 평가하는 공간 자원 지수 상위 50위권에 일반 시는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 경쟁력 종합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속한 군 지역 중 상당수는 공간 자원 부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를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공간 자산 등을 활용해 대도시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딛고 성장을 하는 ‘자립형 발전 모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충북 단양군, 강원 평창군, 전북 무주군, 경남 거제시 등 19개 시군은 대도시권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RCI 중위권 이상 순위를 차지했다. RCI 종합 순위에서 21위를 차지한 충북 단양군은 대도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지역 경제력과 공간 자원 항목에서 각각 41위, 5위를 차지했다. 종합 순위 25위의 강원 평창군도 대도시 연계성의 약점을 딛고 지역 경제력(49위), 생활 서비스(30위), 공간 자원(14위) 항목에서 50위권에 올랐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은 대체로 낙후 지역이라는 딱지를 쉽사리 떼지 못했다”며 “지역이 보유한 자연 환경, 문화재 등의 자원을 활용하는 자립형 모델이 낙후 지역의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범죄 수 가장 적은 곳은 군위, 장수는 ‘기초 질서’ 모범
전국에서 기초 질서를 가장 잘 지키는 곳은 전북 장수군이었다. 경북 군위군은 인구 대비 범죄 발생 건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 지역으로 조사됐다. 범죄 발생률은 비교적 외지인 유입이 적고 유흥가가 적은 군() 단위 지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군위군과 함께 경북 예천군, 전남 곡성군, 경북 영양군이 공동 1위에 올랐다. 인구 대비 범죄 발생률이 낮은 상위 10개 기초생활권 중 시 지역으로는 국방 도시인 충남 계룡시(6위)가 유일했다. 도농통합시인 계룡시는 육해공군 3군 통합 기지가 있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에 비해 범죄 발생률이 낮았다. 범죄 발생률이 높은 군은 주로 대도시 주변에 위치해 있거나 관광지, 신규 개발 지역 등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표3)
 
 
 
 
기초 질서를 잘 지키는 지역 상위권에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전남북의 군 지역이 다수 포함됐다. 장수군에 이어 전북 순창군, 전남 진도군 등 전남북 시군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타 지역 시군 중에서는 강원 양양군(8위)이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인구 대비 화재 발생 건수가 가장 적은 곳은 경기 부천시였다. 전북 전주시와 경기 의정부시는 근소한 차이로 ‘화재안전지역’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군 지역 중에는 전남 완도군이 경기 의왕시, 광명시 등과 함께 공동 23위에 올라 다른 군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률이 낮았다.
 
충북 청원, 군지역 중 인구당 박사 1위, “박사 많은 곳이 활력 높아”
인구 1000명당 박사 학위 소지자가 가장 많은 곳은 정부 청사가 있는 ‘공무원 도시’ 경기 과천시였다. 과천시는 인구 1000명 중 13명 정도가 박사였다.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가 각각 7명가량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성남시와 용인시는 신도시 개발, 서울 인접성 등 때문에 각종 연구소, 대학, 기업체가 많았다. 강원 춘천시, 전북 전주시, 충남 계룡시, 경기 고양시, 경남 진주시 등도 박사 학위 소지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군 지역 중에는 충북 청원군이 가장 많았다. 청원군은 군 내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의료·제약 관련 기업, 연구소 등이 대거 입주한 데다 군 단위로는 드물게 대학까지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DBR TIP 지역 경쟁력, 어떻게 조사하고 분석했나
RCI와 LCI는 국내 기초생활권 시군의 경쟁력과 생활 여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RCI는 농촌경제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지역발전지표(RDI)를 토대로 했다. △지역 경제력 △생활 서비스 △주민 활력 △공간 자원 등 4가지 항목 31개 세부 지표로 구성됐다. RCI는 각 지역이 산업화 도시를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각 지역별 차별화 역량과 자산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자료다. LCI는 수요자인 주민의 관점에서 개발된 지표로 주민들의 생애 주기에 따라 각 단계에 적합한 지역 환경을 평가했다. 또 주민들이 거주지 선택과 거주 지역 생활 여건 평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녀 교육을 하기 좋은 지역과 은퇴 이후 살기 좋은 지역을 집중 분석했다. 자녀 교육을 하기 좋은 지역 순위는 △교육 재정 △교육 인프라 △교육 성과 등 3개 항목 9개 지표로 구성됐다. 은퇴 이후 살기 좋은 지역 순위는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의료 △복지 △장수 △치안 소방 등의 4가지 항목 12개 지표로 평가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