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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경영, 이제 눈을 떠야 한다”

하정민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한국에도 본격적인 MBA스쿨 시대가 열렸다. MBA 스쿨 간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MBA 졸업장이 ‘범용 상품’화하고 있어 앞으로는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화를 가능하게 할 요소로 ‘기술경영’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 대학이 있다. 건국대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0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010학년도 경영전문대학원 설치 인가를 받은 건국대는 내년 초부터 기술경영을 가르치는 ‘MOT(MANAGEMENT of Technology) MBA’(정원 20명)와 일반 경영을 다루는 ‘General MBA’(정원 48명) 등 두 분야에서 경영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특히 MOT MBA는 국내 최초로 이공계 인재를 위해 기술경영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한국 기업이 더 발전하려면 기술과 경영 능력을 제대로 겸비한 경영자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오세경 건국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을 만나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기술경영이 생소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MOT는 기술과 경영을 결합해 실무 능력을 갖춘 기술사업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198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밀러 교수가 기술경영 강좌를 개설한 것이 효시입니다. 저희는 오래전부터 MOT 과정을 준비해왔습니다. 이미 2007년 기술경영의 창시자인 밀러 교수를 초빙했고, 학부에 기술경영학과도 만들었습니다. 밀러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 벤처기업론, 정보기술(IT) 전략, 기술 정책 등을 강의했고, 80대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러 벤처 사업 및 리서치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술경영의 산증인입니다. 올해부터 1년에 4번씩 한국을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게 기술경영이 왜 중요합니까.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만들어놓은 기술을 사업에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의 기술 전문 인력들은 경영을 잘 몰라서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서도 시장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건 최고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인데 무조건 최고 기술만 찾다가 화를 입는 거죠.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경영 인재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일보다 기술 인재에게 경영을 가르치는 일이 훨씬 쉬운데도 말이죠.
그간 몇몇 한국형 MBA가 기술과 경영을 접목해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만 공학의 기반에서 경영학적 색채를 덧칠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건국대는 경영의 기반에서 기술의 요소를 가미해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만들어낼 줄 아는 인재들을 양성하려 합니다. 커리큘럼도 기술과 경영을 접목하는 과목을 대거 개설하고, 재무관리도 특허 기술의 가치 평가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졸업 때는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만 졸업시킬 예정입니다.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 실제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밀러 교수를 비롯한 교수진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기술은 학부에서, 경영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처럼 기술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경영자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교수진은 어떻게 영입하실 계획입니까.
밀러 교수처럼 기술경영의 산증인이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차별화가 가능할 겁니다. 정선양 교수, 임채성 교수처럼 아예 기술경영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분들도 더 많이 영입할 겁니다. 그 외에 영어권 교수, 중국어권 교수 등 외국인 교수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 영국 SPRU,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등 기술경영 전문 대학들과 다양한 교류 협력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대학 내 자원 배분이나 우수 인재들이 경영대에만 지나치게 쏠린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경영대만큼 피해를 보는 곳도 없습니다. 대학처럼 결과의 평등주의가 만연한 조직이 많지 않습니다. 조교만 몇 명 더 주는 식의 혜택으로는 우수 인재를 제대로 양성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경영대로 몰리는 현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오히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아야죠.
저는 사람들이 경영의 중요성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과거 삼성은 다른 재벌과 비슷한 규모였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새로운 경영 기법을 도입하고 위험 관리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체계화했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적 요소를 잘 활용했기에 오늘날의 삼성이 있었고, 삼성 같은 기업이 더 나와야 한국 경제가 사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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