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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Constant Gardener’와 제약업계

노한균 | 1호 (2008년 1월)
왜 제약업계는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구하는 사업을 하면서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을까? 지난 주 소개한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어려움에 이어 최근 개봉된 영화 ‘The Constant Gardener’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본다.
 
영화 ‘The Constant Gardener’는 John le Carré의 동명 소설을 ‘City of God’의 감독 Fernando Meirelles가 영화화한 것이다. 북부 나이로비에서 일어난 한 젊은 여성 활동가의 죽음과 이 원인을 찾아나선 남편의 힘겨운 노력이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House of ThreeBees란 제약회사가 자사 개발 결핵약을 아프리카 주민에게 임상실험한 사실과 아내가 이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는 게 점차 밝혀진다.
 
대규모 제약회사들의 많은 사회공헌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건 전문 작가 Ray Moynihan은 캐나다의 Alan Cassels과 함께 ‘Selling Sickness’라는 책에서 대규모 제약회사들이 회사와 친한 의사들과 환자그룹을 지원해서 인간 질병에 대한 정의를 넓힘으로써 두려움을 마케팅하고 약품시장을 넓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Chicago Tribune 출신 Merrill Goozner는 제약업계가 약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8억불이 들기 때문에 싼 값에 약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의약연구사업의 정부 지원을 통해 이미 개발비용의 많은 부분을 지불했음을 지적한다.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라는 영향력 있는 전문지 편집장이던 Jerome Kassirer는 의료진에 대한 의약업계 지원을 금지하고 의사가 받은 지원은 환자에게 알리는 등 의회 차원에서 강도 높은 감독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Steven Schwartz 박사는 최근 Financial Times 기고에서 제약업계 지원을 받은 연구의 98%가 약품 효과성을 보고한 반면 지원을 받지 못한 연구는 79%만 효과성을 인정했다는 스탠포드 대학 연구를 인용했다. 그는 또 2,200명 의학 연구진 대상 인터뷰에서 410명이 부정적 효과를 확인한 연구 발표를 보류했음을 시인했다고 했다.
 
반면 Financial Times 제약업계 담당 기자인 Andrew Jack은 최근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의약업계가 개발한 Herceptin, Exubera 등의 약이 없었다면 유방암, 당뇨병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며, 건강보다 돈 벌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Viagra마저도 사실은 심장병약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The Constant Gardener’에서 살인자가 범죄를 시인하면서 내뱉은 ‘큰 제약업체들이 무기 거래상들과 함께 저 위에 있다’는 대사가 제약업체를 무기 거래상과 같은 수준으로 본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했다.
 
Andrew Jack의 지적대로 본질적으로 이윤추구 조직이면서 공공의 권리로 널리 인식되는 약품을 제조한다는 것이 제약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난제일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도 최소한의 인권이라면 기본적 인권을 이용한 돈 벌이는 어디까지 정당화될까? 특허로 보호되는 개발자 재산권은 건강한 삶을 위한 의약품 접근권이라는 공중의 권리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과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 없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약들이 개발될 수 있었을까? © 노한균 2005. Business Ethics Abroad (2005/10/17)
 
이 글은 필자가 2005년 브루넬대학 재직 시절 작성한 Business Ethics Abroad 시리즈의 일부로, 당시 국가청렴위원회 (현 국민권익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내용을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참고 문헌
 
Abramson, J. (2004). Overdosed America: The Broken Promise of American Medicine. New York: HarperCollins.
Angell, M. (2004). The Truth about the Drug Companies: How They Deceive Us and What to Do About. New York: Random House.
Goozner, M. (2004). The $800 Million Pill: The Truth behind the Cost of New Drugs.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Greider, K. (2003). The Big Fix: How the Pharmaceutical Industry Rips Off American Consumers. Cambridge, MA: PublicAffairs.
Jack, A. (2005). ‘Drugs companies are not on the same level as arms dealers’. Financial Times. 10월15일, 11쪽.
Kassirer, J.P. (2004). On the Take: How Medicine’s Complicity with Big Business can Endanger your Health.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Moynihan, R. and Cassels, A. (2005). Selling Sickness: How Drug Companies are Turning Us All into Patients. St. Leonards: Allen & Unwin.
Schwartz, S. (2005). ‘Universities’ commercial activity needs ethical control’. Financial Times. 10월6일, 19쪽.
 
The Constant Gardener (www.theconstantgardener.com)
  • 노한균 노한균 | - (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현) 지속가능경영연구센터장
    - (전) 영국 브루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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